역사

역사를 공부하고 싶어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서양편 2

이 글은 5년 전 읽판에 작성했던 책 추천 글을 다시 끌어올린 것임.

https://www.dogdrip.net/109182294

 

 

근대

 

하버드베크세계사.jpg옥스퍼드유럽현대사.jpg현대유럽의역사.jpg

에밀리 로젠버그 외 하버드-베크 세계사/ 팀 블래닝 외 옥스퍼드 유럽현대사/ 앨버트 린드먼 현대 유럽의 역사

 

근대사 입문서를 이야기할 때 자주 이야기되는 책은 아래에 서술할 에릭 홉스봄의 책이지만 나온지도 오래된 홉스봄의 책이 2020년에도 교과서마냥 쓰인다면 그것 또한 학계의 비극일 것이다. 국내 연구자들 또한 이점을 잘 알고 있기에 다양한 관점에서 쓰여진 서양근현대사 개설서들을 속속 출간하고 있다. 위에 소개된 세 개의 책은 개론서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자신만의 강점 하나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단독 학술서로의 가치도 있는 책이다. 우선 가장 두껍고 내용 또한 난해한 하버드-베크 세계사는 최근 서양 근현대사에서 중요해진 이슈들을 과감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논쟁적인 지점이 있는 책이다. 서양 근대사를 개관하는 1장을 리바이어던 2.0을 제외하면 모든 장이 최근 연구 성과를 직간접적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초심자가 읽을 때 오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제일 추천하는 것은 옥스퍼드 유럽현대사인데 이 책이 앞서 소개된 세 권의 책들 중 내용이 가장 평이했고 또 시간순으로 배치된 각 꼭지에서 중요한 지점을 매우 간략하게 짚어주기 때문에 시험 직전 대충 살펴보고 심화 내용을 다룬 책으로 넘어가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만약 이 책이 지나치게 각 주제를 짧게 다루고 있고 서유럽으로 한정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앨버트 린드먼의 현대 유럽의 역사를 읽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이 책의 경우 직접 읽은 것은 아니고 누군가의 추천에 의해서 알게된 책인데 나중에 알고보니 비단 전공 과목의 실라버스뿐만 아니라 역사 교양 과목의 실라버스에도 교재처럼 적혀있는 책이었다.

 

 

좌파적 시각과 공산당 역사가들의 모임

 

혁명의시대.jpg

에릭 홉스봄 <혁명의 시대>

 

1946년부터 56년까지 영국 공산당 내에 오늘날까지 거론되는 스터디 그룹 하나가 활동했는데 그것이 다름 아닌 '공산당 역사가들의 모임'이다. 이 모임은 얼핏 보기에 특정 이데올로기로 역사를 바라보는 편향적인 모임으로 보일 수 있겠다. 일단 공산당 내부의 역사 연구 모임이니 말이야. 하지만 이 모임에 참여한 면면들을 보면 결코 그렇게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국노동계급의 형성>의 저자인 에드워드 팔머 톰슨, 중세 도시 연구의 선구적인 저작을 써낸 크리스토퍼 힐, 뒤에 소개할 돕-스위지 논쟁의 한 축을 차지하는 모리스 돕 등. 하나같이 오늘날 주류 역사학에서도 인정받고 그 연구 성과가 인용되는 석학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내가 에릭 홉스봄의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그가 이 모임의 구성원들 중에서 유일하게 공산당의 당적을 유지했던 사람이고 말년까지도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그의 역사학은 좌파 역사학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지. 그는 오늘날의 시대가 존재하게된 이유를 추적하기 위해 근대라는 시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데 그것의 결과물로서 나온 것이 바로 19세기 3부작이라 불리는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가 되시겠다. 에릭 홉스봄은 이중혁명의 개념으로 장기 19세기(단순 19세기가 1800년부터 시작하는데 반해 장기 19세기는 이중혁명의 한 축인 프랑스 혁명이 근대 세계 형성의 중요한 분기점이라 보고 1789년부터 1914년까지를 장기 19세기로 설정)를 설명하고 그를 통해서 근대사회의 유산이 오늘날까지 어떻게 이어져 왔나를 탐구하고 있다. 산업혁명이 단순히 기술의 발전이 아닌 세계시장의 확대와 자본의 집중화로 이루어졌다는 점, 프랑스혁명을 부르주아 민족주의 혁명으로 설정한 점은 이 책이 가지는 백미 중 하나로 이후 서양근대사를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되는 개념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홉스봄은 19세기뿐만 아니라 20세기를 다루는 통사적 성격의 책도 쓴 바 있는데 그것이 바로 단기 20세기를 다룬 극단의 시대(, )라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과 앞서의 19세기 3부작은 그 관점에 있어서 결이 약간 다르다. 19세기 삼부작의 경우 맑스주의 사관이 분명하게 감지됨에 비해 극단의 시대는 90년대에 초판이 나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러한 점이 많이 희석되어 있다는 느낌이 있다. 특히나 주목할 것은 일명 서발턴 계급을 바라보는 홉스봄의 시각인데 과거의 홉스봄이라면 이것을 계급과 세계 혁명의 관점에서 바라보았겠지만 특이하게도 극단의 시대에서 그가 주목하는 것은 민족주의라는 요소다. 물론 그 민족주의 또한 홉스봄에게 있어 계급 이익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니 완전히 전향을 한 것이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19세기 3부작에서 세계혁명을 외치던 것과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기에 주의 깊게 독해해야한다고 생각함.

 

 

프랑스혁명사 - 200돌의 논쟁과 그 이후

 

프랑스혁명사.jpg주명철프랑스혁명사.jpg무엇을위하여.jpg

알베르 소불, 프랑스혁명사/ 주명철, 프랑스혁명사 10부작/ 피에르 세르나 외, <무엇을 위하여 혁명을 하는가>

 

1989년은 역사적으로 프랑스 혁명의 200주년이 되는 날이었는데 이 때 전세계의 혁명사 연구 학자들은 크게 전통주의와 수정주의로 양분되어 있었음. 전례없이 성대하게 치뤄진 혁명 200돌 기념 학술대회에서 이 두 진영은 끝까지 가볼기세로 논쟁을 펼쳤는데 당시의 학자들은 프랑수아 퓌레로 대표되는 수정주의 학파가 알베르 소불로 대표되는 전통주의 학파를 논파시켰다고 파악했음. 그후 수정주의 해석은 기존의 프랑스 혁명사를 연구를 대체하며 빠르게 학계 정설로 굳혀졌는데 그것이 깨진 것이 최근의 5년 동안 소르본느 대학교 출신의 학자들과 피에르 세르나를 중심으로 하는 IHRF(프랑스혁명사연구소) 연구자들의 반격을 통해서였고 이것은 근자에 프랑스 역사 연구에 있어서 가장 최신의 논쟁 지점이기도 함. 여기에 더해 세계역사학계에서 망연구의 연장선으로 나온 전지구적 전환(Global Turns)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이 촉발한 언어적 전환만큼이나 큰 파급력을 미치며 프랑스 혁명 연구의 한 축을 만들고 있음.

 

내가 소개하는 책은 기존의 전통주의 학설과 그에 대한 수정주의적 논의 그리고 이에 대한 재반격을 보여주는 책들임. 이 중에서 수정주의 해석에 대한 책은 90년대에 발간된 <프랑스혁명 200주년 기념 총서>에 잘 나와 있는데 헬조선 출판계가 으레 그렇듯 국내의 프랑스사 전공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번역했음에도 몇 부 찍지를 않아서 구하기가 쉽지 않고 중고 가격도 노답임. 그럼에도 만약 이쪽 분야가 너무 궁금해 책을 구하고 싶다면 프랑수와 퓌레의 프랑스혁명사가 이런 시각의 대표격이고 로제 샤르티에의 프랑스 혁명의 문화적 기원(현재 지만지 출판사에서 재출간)도 괜찮은 선택임. 사실 200주년 기념 총서는 한국 관련한거 제외하면 다 읽어볼만함. 그러니 가급적 구해서 읽어보길. 과거 이 글을 처음 썼을 당시에는 알베르 소불의 저서가 막 재출간된 상태였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2018년 최갑수 선생님의 번역으로 다시 나온 바가 있음. 내가 읽어본 판본(최갑수 선생님 번역본)은 번역에 거의 문제가 없었으니 이왕 읽는거 가장 최근에 나온걸 읽자 ㅇㅇ 만약 외국인 저자가 싫다면 얼마전에 완간된 주명철 선생님의 프랑스혁명사 10부작도 탁월한 선택이다. 다만 이 책은 고려를 해야할게 사건을 시간순으로 나열해 제시한 경우가 많았음. 1권의 경우 그래도 프랑스혁명사를 바라보는 논쟁점을 조명해주어서 나름 흥미진진했는데 루이 16세의 도주를 다룬 5권이나 제헌 국회의 성립을 다룬 6권의 경우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한동안 프랑스혁명사를 이렇게까지 자세히 다루는 책은 안나올것이 확실하므로 한 번쯤 일독할 가치가 있다.

 

 

아날학파 - 프랑스 역사학의 전통

 

물질문명과자본주의.jpg서양중세문명.jpg랑그도크의농민들.jpg

페르낭 브로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자크 르 고프, <서양중세문명>/ 엠마뉴엘 르 루아 라뒤리, <랑그도크의 농민들>

 

20세기 중반부터 유행한 사회사 연구에서 중요한 연구 중심지는 크게 세 군데였는데 하나가 독일, 다른 하나는 미국 그리고 또 다른 한 지역이 아날학파로 대표되는 프랑스였음. 이미 중세 파트에서 마르크 블로흐, 앙리 피렌이라는 걸출한 아날학파 학자들을 소개했지만 아날학파 자체가 역사학에서 워낙에 중요한 학파이니 추가로 몇 명의 학자들을 더 소개할까함. 아날학파는 역사학에 있어서 구조라는 개념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연구집단(?)이었는데 그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역사학의 교황이라 불리는 페르낭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근대사를 배운다고 할 때 이 책을 보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차포떼고 근대사를 보는것과 다름 없음. 거진 3천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많은 분량을 자랑하는 책이지만 그만큼 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가 전체사라는 개념으로 익히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한 다층적 점검+문화라는 개념의 강조에 있다고 하겠다. 또한 경제사에 있어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별개의 것으로 인지하고 자본주의가 상업분야에 정착함으로서 오늘날의 자본주의 세계가 이뤄졌다고 보는 견해도 숙고해볼만 하다. 브로델의 아날학파의 초기 경향을 대표한다면 자크 르 고프와 라 뒤리는 3세대 이후의 아날학파의 경향을 대변한다고 하겠다. 이 시기의 아날학파는 미시사의 역공으로 큰 위기를 맞이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아날학파는 이러한 경향을 자신들의 연구성과에 적극반영함으로서 그 생명력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 <랑그도크의 농민들>은 랑그도크라는 한정된 지역의 역사를 집중적으로 재조명해 중세사를 개괄하고 있는데 이건 사실 기존의 미시사 연구자들도 쉬이 도달하지 못한 연구성과라고 할 수 있음. 위의 책들 중 브로델의 책을 제외하면 사실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지만 역사학계에서 워낙 중요한 책들이니 넣어보았음. 

 

 

민족주의 - 부활한 민족주의?

 

쟁기칼책.jpg족류상징주의와민족주의.jpg

어니스트 겔너 <쟁기, , >/ 앤서니 스미스, <족류 상징주의와 민족주의>

 

21세기를 탈민족주의로 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좀 어리둥절 할 수 있겠지만 사실 근 20년간 민족주의는 서구사학계에서 다시 주요 연구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2006년 제라드 델란티가 "최근 10년간 민족주의가 다시 새로운 힘을 얻고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한것은 이런 서구사학계의 경향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음. 물론 여기서 말하는 민족주의는 우리가 알고 잇는 근대주의적 민족주의는 아님. 최근에 서구학계에서 떠오르는 이론은 민족주의를 18~19세기의 산물이 아닌 중세, 더 나아가서는 고대적인 것의 산물로 파악하고 문화연구가 그것을 뒷받침 하는 종족-상징주의적 민족주의라 할 수 있음. 국내에서 사실 이 이론은 막 소개되는 시점이라 내가 함부로 말하기는 어려운데 다행스럽게도 이 분야의 가장 유명한 석학인 앤서니 스미스의 책이 번역된게 있음. 이 분야에 대해서 관심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함. 만약 앤서니 스미스의 책을 이해하는데 있어 하자가 있다면 그의 스승이었던 어니스트 겔너의 책 <쟁기, , >을 먼저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함. 스미스의 이론은 기본적으로 겔너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해서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이지. 다만 국내에 번역된 겔너의 책은 내 기억으로는 제대로된게 하나도 없으니 그건 감안해서 볼 것. 아울러 이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한국 연구자로 김인중 선생님의 저서도 추천한다. 매우 두꺼운 분량의 책이지만 방대한 겔너, 스미스의 저작을 이정도의 깊이로 요약한 책은 국내에 없다고 봐도 무방함. 사실 나 같은 경우 이 책을 통해서 겔너와 스미스의 저서를 처음 접했음.

 

 

제국주의 - 일방적 착취? 아니면 상호 변화?

 

제국주의신화와현실.jpg

박지향 제국주의 - 신화와 현실

 

19세기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제국주의 연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연구는 비단 19세로 한정되는 것이 아닌 오늘날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기에 더욱 중요성을 지닌다.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 공식적인 식민 지배가 종료했음에도 피지배 지역에 그러한 영향이 온존하고 있는 현상은 제국주의 그 자체에 대한 재고찰을 요구했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으로 대표되는 식민주의 연구는 바로 이러한 현상을 다각도로 분석하려는 연구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는 문화 이론을 중심으로 하는 포스트 콜로니얼 연구자(가야트리 스피박, 호미 바바 등등)들의 저서들이 꽤 번역되어 있지만 막상 제국주의 그 자체에 대한 역사적 성격을 규명하는 연구서는 드문 편이다. 박지향 선생님의 저서 제국주의 - 신화와 현실 다른 제국주의 관련 저서들에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지점 때문이다. 책은 심지어 연구자들마저도 헷갈려하는 식민, 제국, 제국주의. 식민주의 등의 개념을 과거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인용해가며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개념 설명 이후 마지막 장에서 이러한 개념이 영국의 인도 통치 역사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살펴본다는 점에서 좋은 케이스 스터디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비록 박지향 선생님 본인의 정치적 성향은 다소 의심스럽지만 그런 불편함을 제하고 책의 내용을 바라본다면 제국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읽어야하는 국내 저자의 책이라고 생각함.

 

 

근대중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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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 군더 프랑크, <리오리엔트> / 에릭 밀란츠, <자본주의의 기원과 서양의 발흥>

 

20세기 후반에 불었던 포스트모더니즘 논의는 역사학에 크게 세 가지 유산을 남겨주었다. 미시사연구, 문화사연구, 근대중심주의 비판이 바로 그것으로 여기에서는 그 중에서도 근대중심주의에 관한 책 두 권을 선정해 보았다. 특히 최근 근대 서양사학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중에 하나가 이 근대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이니 최신의 논의를 접한다는 점에서도 이에 관련된 책을 선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에 번역된 근대중심주의에 대한 비판 서적 중에서 가장 유명한 책은 아무래도 <리오리엔트>일거다. 이 책을 거칠게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서구 사회는 근대라는 시대적 변환을 맞이한 뒤에도 동양에 우위를 점한적이 없고 있더라도 전체 역사의 흐름에서 보았을 때 아주 잠깐에 불과하다" 물론 이 논의는 당연 "그럼 동양이 짱이라는 거야?"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하야 할게 <리오리엔트>의 진짜 목적은 바로 그러한 이분법적 구분, 즉 인종적,국민국가적으로 구분했던 동양 서양 내지 식민지, 본국의 따위의 도식을 깨부수는데에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것이 가능하게 했던 배후의 이론들 가령 민족주의라던지 인종주의를 비판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들을 읽고 사실 동양이 더 우월했다고 말하는 것은 이 책을 아주 잘못 독해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음. 항상 그렇듯 역사는 칼로 무자르듯 자를 수 없다. 그것은 최근 역사학계에서 보여주는 망(Network)으로서의 역사학 혹은 대서양학이 유행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음. 그러니 동양 vs 서양 따위의 구닥다리 구도는 집어치우고 책을 보자.

 

 

비교사 - 20세기 중후반의 비교사 열풍

 

근대세계체제.jpg절대주의국가의계보.jpg

이메뉴얼 월러스턴, <근대세계체제>/ 패리 앤더슨, <절대주의 국가의 계보>

 

냉전시기 역사학계에서는 비교사적 관점에서 자본주의 이행논쟁이 활발하게 벌어졌다. 19세기부터 시작된 이 문제는 이후 후학들에게 이어져서 돕-스위지 논쟁이라는 중세~근대에 거친 학자들의 대논쟁으로 번졌고 70년대에 들어와서는 앞 세대의 연구성과들을 종합하는 여러 저작들이 나오게 되는데 특히 이들 세대는 절대주의 왕정 시기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자신들의 논의를 강화시켰다. 절대주의 왕정에 대한 학계의 입장은 크게 갈리는데 마르크스주의 역사를 수용한 학자들은 절대주의를 봉건적 성격의 국가로 규정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학자들은 이 시기를 자본주의의 맹아적 단계 내지 이행기로 파악하고 있다. <근대세계체제><절대주의 국가의 계보>는 이런 차이를 여실히 드러내는 작품들인데 개인적으로 이 두 작품은 아날학파의 페르낭 브로델의 저작과도 비교해서 보면 좋은 책들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전자는 브로델 사관에 대한 일종의 월러스턴식 해석 같다는 느낌도 들었음

 

 

80년대 대서양사(Atlantic History)의 부상

 

대서양의역사.jpg대서양.jpg대항해시대.jpg

버나드 베일린 대서양의 역사/ 폴 뷔텔 대서양/ 주경철 대항해시대

 

1950년대 자크 고드쇼와 로버트 파머가 18세기 대서양 양안에서 일어난 일련의 혁명들을 묶어 대서양 혁명으로 지칭한 이래로 대서양 인근의 국가들을 하나의 체계로 파악하는 연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1980년대 이래로 대서양의 노예 무역을 설명하는 이른바 삼각 무역 체제에 대한 심화된 연구는 이러한 관점에 더욱 더 힘을 실어주었다. 아주 이르게는 브로델의 지중해 문명에 관한 선구적인 업적부터 최근의 디아스포라 이주민에 대한 연구, 문화번역에 대한 연구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대서양 역사로 묶이는 광범위한 역사 서술 방식은 그것이 다루는 범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결코 하나의 경향으로 일별할 수 있는 무엇은 아니다. 또한 그것이 지칭하는 명칭과는 다르게 지리적인 범위로서의 대서양이 아닌 일종의 사회, 문화적 체계로서의 대서양을 연구 주제로 삼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어 모호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연구 성과들이 중구난방의 무엇은 아니다. 이러한 연구들이 가진 공통적인 생각들은 개인적으로 트랜스내셔널리즘, , 일국사의 관점이 아닌 하나의 네트워크로서 역사를 바라보고 이에 맞추어 각 역사 주체들 간의 이동과 교류라는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버나드 베일린의 책 대서양의 역사 현재 한국에서 대서양사를 이해하고 싶을 때 가장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책임. 대서양사가 도출될 수 있었던 사학사적 맥락부터 시작해서 그것의 개념과 현황 등을 담고 있다. 버나드 베일린의 책이 개념적인 측면에서 대서양사에 대해 설명한다면 폴 뷔텔의 책과 주경철의 책 대항해시대 그것을 실제 역사의 스펙트럼에 놓고 설명하는 책이다. 두 책 다 군대에서 읽은 책들이라 의외로 빨리 읽혔는데 이게 웬걸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읽으려고 보니 내용이 방대하고 아주 긴 시기를 다루고 있어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맥락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그런 책들이었음.

 

 

내가 추천하는 책 목록은 여기까지다. 추천하는 책들을 보면 알겠지만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책들부터 하루 투자하면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책까지 다양한 난이도의 책들을 추천했다. 또 분야도 완전히 한정적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혹시 역사를 교양 수준에서 공부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나 학부 저학년들이 역사 공부의 시작점을 될만한 책들을 찾고 있다면 위의 책들은 좋은 출발점이 될거라 생각한다. 여력이 되면 이전에 작성한 한국사나 동양편도 새로 쓰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지 잘 모르겠음

 

7개의 댓글

솔직히 임고 공부하는데 서강좌 강의 개론 세개 말고 읽어 본 적도 없음 그나마 강의는 부분 부분 만 읽었고

 

객관식 시절 행님들은 더 봤을라나

 

시험 붙으면 이런 것들도 좀 보고싶다 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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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31
@대전사는리버풀팬

ㅠ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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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31

전쟁사도 추천하고 가라구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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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31

재미있는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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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31

교양 넘치는 친구 머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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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31

중세 천년의 빛과 그림자 는 어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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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1

교과서도 좋지만 이언 모리스, 니얼 퍼거슨 같은 요새 책들도 소개해주라. 쩔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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