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Reddit - 절대 웨딩 드레스를 벗지 않는 여자

 

 

I Knew A Women Who Never Took Off Her Wedding Dress

 

     폴린은 길 건너에 사는 귀여운 여자였다. 그녀가 다섯 살 정도 연상이었던지라 어렸을 적이나 십대 때나 딱히 친했던 적은 없었지만 부모님은 서로 친구였다. 어렸을 적엔 폴린이 날 돌봤던 적도 있었다.

 

     폴린이 약혼했단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어머니는 날 보내 그녀의 브라이덜 샤워(예비신부 축하 파티) 준비를 돕게 했다. 딱한 어머니는 내가 계속 남자들하고만 어울려서 좀 여자다워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날 모르고서 한 소리였다.

 

그리고 그때 난 처음으로 폴린과 그 약혼남이 피로 맹세했단 사실을 알게 됐다. 

 

"먼저 죽는 사람이 나타나서 남은 한 쪽을 최대한 빨리 데려가는 거야." 폴린이 손가락에 끼운 루비 반지를 빙빙 돌리며 설명했다. 

 

"꿈꾸는 소리하고 있네. 이혼하거나 다른 사람하고 결혼하면 어쩌게?"

 

     "절대 안 해! 우린 완전 소울메이트거든!" 그녀는 확신했다. 그런 순진함이 그녀를 믿기지 않게 아름답게 만들었지만, 26살이 21살인 나보다 더 현실감각이 없어서야 안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나는 별말 않았지만, 그녀는 들뜬 목소리로 끊임없이 약혼자 얘기를 했다. 에이든이 좋아하겠네, 에이든이 여기 있었으면 좋겠어, 등등. 그 들뜬 목소리에 하마터면 나도 소울메이트가 진짜 존재하는 것이라 믿을 뻔했다.

 

     그뒤 폴린의 친구들까지 와서 여자들만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 폴린은 우리 모두에게 자신은 내세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고, 마음가짐으로 일을 제어할 수 있다고 믿는다 말했다.  

 

"물론 기억은 흐릿해지겠지만" 그녀가 확실히 했다. "하지만 그래서 피로 맹세하는 거야. 서로가 기억하도록."

 

"그럼 어떻게 다른 사람을 데려가는 건데?"

 

"서로 날개를 기르면 된다고 생각해!"

 

지금 떠올리면 끔찍하게 멍청한 소리지만, 그때는 모두가 폴린의 말에 귀기울이고 감탄했다.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우리는 마침내 나이를 따질 필요가 없는 나이가 된 게 아닐까 했다. 당시 난 집에서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딱히 일을 할 필요가 없어 폴린과 웨딩 드레스를 보러 가거나 케이크를 보거나 하는, 그런 신부들이 하는 사소한 일에 어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폴린은 언제나 행복한 예비신부였고 절대 신경질 내지 않았다. 단지 꿈에 그리던 남자와 결혼하고 싶고, 되도록 식을 아름답게 치르고픈 마음밖에 없었다. 

 

     조금씩 조금씩, 그녀가 왜 에이든에게 그렇게 헌신적인지 이해가 갔다. 그 역시 폴린에게 미쳐있었던 거다. 둘이 함께 있을 때면 세상이 더 밝고 따뜻하게 보였다. 심장에 마시맬로가 녹아드는 것처럼.

 

결혼식 날이 왔다, 브라이덜 샤워로부터 거의 반년이 지난 날이었다.

 

     식은 성대하지도 조촐하지도 않았다. 폴린과 에이든 모두가 딱 식에 와줬으면 하는 사람들만 초대한 것 같았다.  더함도, 부족함도 없이. 거기 있는 게 영광인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가장 행복한 날은 오지 않았다.

 

폴린이 여느 신부들처럼 식장에 지각했을 때, 속삭임과 함께 동요가 일었다. 에이든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가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에이든의 마음이 바뀌지 않을 것이란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 그녀는 동요하고 있었다. 신부의 들러리 둘, 고등학생 때부터의 절친들은 전화로 신랑이 갑자기 탈이라도 난 게 아닌가 확인했다.

 

곧 사람들은 에이든의 부모는 식에 참석했지만 그 형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부모는 형이 신랑 들러리를 맡아 신랑을 데리고 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절망적인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은 그녀를 진정시키려 애썼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아무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 나있었다.

 

     사건은 빠르고, 소름끼치게 일어났다. 정지신호에서 직진하던 스포츠가가 신기루처럼 박살나버렸다. 조수석에 탑승한 남성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사망해있었다. 운전자는 치료를 받고 있지만 심각한 상태였다.

 

     모두에게 힘든 사건이었다. 에이든의 형은 살아남았지만 척추에 심각한 손상을 입어 평생 사지가 마비된 채로 살아야 했다. 그는 자신이 대신 죽기를 바랐고, 그래서 더 비참해 보였다.

 

     치러지지 않은 결혼식 직후, 폴린과 에이든의 부모는 신혼부부가 살 예정이었던 집을 팔기로 하고 폴린은 부모님과 같이 지내기로 했다. 폴린의 부모는 여전히 직장에 다녔기에 그들이 없을 때면 나와 다른 친구들이 번갈아가며 그녀를 돌봐줬다.

 

나는 이웃이자 친구로서 최선을 다했다. 그녀는 망상 속에 살고 있었고, 고독으로 현실을 덮으려 하고 있었다.

 

     태어나서 이렇게나 깊고 비통한 슬픔은 보지 못했다. 폴린은 웨딩 드레스를 벗으려 하지 않고 온종일 창문 곁에 앉아 에이든을 기다렸고 밤이 되면 그를 그리워하며 울었다. 매일, 매일을.

 

     누구도 감히 그녀의 고뇌를 꿰뚫고 드레스를 벗으라 강요할 수 없었다. 그녀는 드레스에 싸여 하루를 보내고, 자고, 심지어는 목욕도 드레스를 입은 채로 했다. 건조하고 따뜻한 곳에 사는지라 말리는 것만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그걸 빼면 모든 게 문제였다. 

 

     한때는 아름다웠던 오간자 비단도 이제는 너덜너덜하고, 때지고, 냄새나게 변해버렸다. 그럼에도 그녀는 벗으려 들지 않았다. 그녀는 드레스가 아니면 에이든이 자신을 못 알아볼 거라 믿기 시작했다.

 

그녀의 생각을 바꾸는 건 불가능했다. 주에 세 번 상담사를 만나도 차도가 없었다. 그녀의 신음과 PTSD는 더 어둡고, 영구적인 병으로 변하고 있었다.

 

폴린이 에이든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우리에게 그가 근처에 있다고, 그가 오고 있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폴린이 전하길 날개가 익숙하지 않아 오는 게 늦어졌다고 했다.

 

그리고 어느 아침, 그녀는 영영 사라져버렸다. 누구도 그녀가 나서는 걸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 후에도 그녀를 본 사람은 없었다. 

 

우리가 찾을 수 있었던 거라곤 집 뒷골목에 버려져있던 더러운 드레스밖에 없었다. 마치 날개가 돋은 듯, 드레스의 등부분엔 커다란 구멍 두 개가 뚫려있었다. 

 

***

 

드레스를 찾은 후, 폴린을 사랑했던 모두는 안심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에이든이 폴린과 만나 그녀를 데려갔다고 믿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초자연적인 설명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이 사건은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죽음이 달가워서가 아니었다. 단지 그녀가 마침내 안식을 얻었다는 것에 동의하는 것뿐이었다. 

 

어쨌건, 그녀는 천사였다. 날개가 돋아 육체의 허물을 벗어난다 한들 안 될 게 뭐 있을까. 

 

가족은 아름다운 추억을 얻었고 우리 역시 우리 삶을 살게 될 거다. 

 

물론 내가 어떻게 믿고 있는가 묻는다면 쓴웃음 지을수밖에.

 

최근 폴린을 가장 많이 돌본 사람이 나였기에, 욕조에 누워있는 시체를 가장 먼저 발견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지. 시체를 숨기고 천천히 제거하는 건 여태 살면서 해본 것 중에 가장 힘든 일이었어. 그래도 드레스 찢는 건 뭔가 오싹하게 힐링되더라.

 

그래도, 내가 이렇게까지 해줬단 걸 알면 폴린도 기뻐하지 않을까. 

 

로맨틱하고 신비한 죽음이 단순한 자살보단 훨씬 어울리잖아.

 

------------------------------------------------------------

 

원본 -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f4fhyv/i_knew_a_woman_who_never_took_off_her_wedding/

 

오간자.jpg

 

본문에 나온 오간자 비단.

 

줄간격 조정이 없어져서 보기 불편할 수 있음.

 

  

 

 

 

 

 

 

 

 

 

 

 

 

 

5개의 댓글

2020.02.22

않이 그럼 시체는 어디로? 저년이 먹음?

0
2020.02.22

폴린은 좋은 친구를 뒀네

2
2020.02.22

그래! 유개에서 이상한 드립 안치고 레딧올려주니 얼마나 이뻐

0
2020.02.22

이게 왜 괴담이야? 미담인데...

 

마음 따뜻한 사이코패스네

0

아니 잠시만... 시체어쨌는데... 시체를 어떻게 치운거야... 미친...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413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그녀는 왜 일본 최고령 여성 사형수가 되었나 1 그그그그 1 9 시간 전
12412 [기타 지식] 최근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국내 항공업계 (수정판) 11 K1A1 15 1 일 전
12411 [역사] 인류의 기원 (3) 식별불해 3 1 일 전
12410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재벌 3세의 아내가 사라졌다? 그리고 밝혀지... 그그그그 4 3 일 전
12409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의붓아버지의 컴퓨터에서 발견한 사진 3 그그그그 7 5 일 전
12408 [기타 지식] 도카이촌 방사능 누출사고 실제 영상 21 ASI 2 5 일 전
12407 [역사] 지도로 보는 정사 삼국지 ver2 19 FishAndMaps 14 7 일 전
12406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2부 21 Mtrap 7 5 일 전
12405 [기타 지식] 100년을 시간을 넘어서 유행한 칵테일, 사제락편 - 바텐더 개... 5 지나가는김개붕 1 7 일 전
12404 [기타 지식] 오이...좋아하세요? 오이 칵테일 아이리쉬 메이드편 - 바텐더... 3 지나가는김개붕 2 9 일 전
12403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1부 30 Mtrap 13 9 일 전
12402 [기타 지식] 칵테일의 근본, 올드 패션드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15 지나가는김개붕 14 10 일 전
12401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2부 22 Mtrap 14 9 일 전
12400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1부 13 Mtrap 20 10 일 전
12399 [역사] 군사첩보 실패의 교과서-욤 키푸르(完) 1 綠象 1 8 일 전
12398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체포되기까지 28년이... 1 그그그그 6 10 일 전
12397 [역사] 아편 전쟁 실제 후기의 후기 3 carrera 13 11 일 전
12396 [과학] 경계선 지능이 700만 있다는 기사들에 대해 34 LinkedList 10 11 일 전
12395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두 아내 모두 욕조에서 술을 마시고 익사했... 그그그그 2 14 일 전
12394 [기타 지식] 서부 개척시대에 만들어진 칵테일, 카우보이 그리고 프레리 ... 3 지나가는김개붕 5 14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