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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법이란?

근대 독일 법학의 개척자인 사비니는 법을 가리켜 "민족정신의 발현" 이라고 얘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사비니 자신은 열렬한 로마법 애호가였고, "로마법이야말로 독일 민족정신의 훌륭한 발현"(??) 이라고 주장하며 로마법 계수에 앞장섰다.

 

사비니의 이중적인 행보에도 불구하고, 법은 민족정신의 발현이라는 테제는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역사법학파는 과거의 법을 통시적으로 바라보며 그 속에서 민족정신을 찾아내고자 애썼다. 그리고 그 결과로 불후의 대저인 작센 민법전을 비롯하여 프로이센 일반분방법전(ALR) 등이 탄생하며 대륙법이 확고히 다져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법이 과연 민주주의적으로 제정되었는가하면 그렇지는 않다. 당시에는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거친 교양시민만이 과거사 속에서 민족정신을 발견하고 이를 법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고 믿었으며, 실제로도 그랬다. 이 시기의 법전 작성은 노동자ㆍ농민을 완전히 배제한 채 이루어졌는데, 프랑크푸르트 국민의회의 인적구성을 살펴보거나 프로이센의 삼계급선거 제도를 살펴본다면 곧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오늘날의 독일 법은 철저하게 비민주적으로 작성된 이 법들을 거의 그대로 계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혀 민주적으로 작성되지 않은 법들이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충분히 잘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법과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만한 거리가 되어준다.

 

한편 과학기술의 발달 덕에 오늘날은 과거에는 교양시민이라고 불렸을만한 학식과 지성을 갖춘 이들이 늘어났다. 노동자와 농민도 의식의 각성을 통해 사회에서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는 것이 바로 오늘날이다. 그러다보니 지금의 법 제정은 이만하면 민주주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이한 인식 속에서 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고찰이 등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고찰은 법의 진리가 무엇이며 민족정신이란 또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으니 많은 연구자들이 등장하길 바란다.

2개의 댓글

2020.01.27
[삭제 되었습니다]
2020.01.27
@Tectonix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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