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재벌 3세녀랑 연애한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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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가 햇볕에 고개를 숙일 정도로 뜨거운 여름 날 이었습니다.

 

저는 제 공방에서 여느 때 처럼 작업을 하고 있었고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반사적으로 안녕하세요 인사와 함께 바라본 그녀의 얼굴은 함께 땀에 절어 번들거리는 이마가 돋보였습니다.

 

"사장님이신가요?"

 

말할 것도 없이 제가 사장이기는 했지만 보통의 손님들은 제가 누군지를 묻기 보다는 자신의 용무를 말했습니다.

 

"네 제가 사장입니다."

 

제가 답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제 얼굴을 빤히 바라보기만 할 뿐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어색한 침묵만 계속해서 이어졌고 그 적막을 깬 것은 저도 그녀도 아닌 문이 열리는 종소리였습니다.

 

"아유 참 덥네요."

 

거래서 사장님이 손 부채질을 하며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적막이 깨짐과 동시에 그녀는 그대로 문을 열고 뜨거운 바깥으로 나가버렸습니다.

 

"손님이신가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것이 저와 그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일주일 쯤 지나고 그녀는 다시 제 공방으로 찾아왔습니다.

 

이번에는 할로겐등이 켜져 거리가 주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하필이면 작업을 마무리 짓고 집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귀찮게 웬 손님이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기, 지난번에 왔었는데....."

 

그 말을 끝으로 문장은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저는 곰곰히 생각 하다 지난주에 왔었던 이상한 손님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 그때 그 손님이시구나. 어쩐 일로 오셨어요?"

 

그녀는 제 말을 듣고 난 뒤에도 한참 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끝이 없는 침묵에 어색해질 무렵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가방.... 하나 만들어 주실 수 있나요?"

 

애초에 제 업이 가방을 만드는 것이니 당연히 된다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도 저는 이해 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가 들고 있던 가방이 돈이 있다고 해도 쉽게 구할 수 없다는 에르메스의 버킨백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짝퉁일 수도 있지만 절대 그럴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자 패션에 관심이 없는 저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비싸 보이는 그녀의 옷과 가게 밖에  주차된 고급차는 그녀의 버킨백이 진짜라는 인상만 심어줬습니다.

 

'이 사람이 지금 장난치나?'

 

하필이면 서울 구석의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공방에 찾아 온 사람이 버킨백을 메고 있다라.

 

이 상황이 도대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앉으세요."

 

그녀는 제가 건낸 의자에 조심히 앉았습니다.

 

그와중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산 만원짜리 싸구려 플라스틱 의자에 그녀를 앉혀도 되나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어떤 형태의 가방이 가지고 싶으신 건가요?"

 

"어....저....그게....."

 

"혹시 봐두신 디자인이라도 있으신가요?"

 

그림과 대화하는 것도 아니고 답답했지만 저는 유격 2번 혹한기 2번 군번의 인내심으로 그녀의 애처로운 설명을 전부 들어줬습니다.

 

설명 끝에 나온 결론은 이러했습니다.

 

직접 가방을 제작해서 친구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

 

그런데 사람 많은 곳은 꺼려져서 찾아 온 곳이 여기다.

 

뭔가 살짝 기분이 나빴긴 했지만 여유롭지 않은 공방 사정상 수강생이 한 명이라도 있는 것은 좋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제 수강생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정해진 시간에 단 한 번도 늦지 않고 수업을 들으러 왔습니다.

 

힘든 일은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 같은 손으로 위태롭게 바느질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제가 더 불안했습니다.

 

공방은 사각거리는 가죽 자르는 소리와 가끔씩 들리는 망치질 소리 빼고는 조용했습니다.

 

그러다가 아얏 하는 소리와 함께 바늘에 찔리면 어찌할 줄 몰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약을 주고 예쁜 손에 상처 나면 선물 받는 친구 마음도 아파요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하루는 수업 시간보다 일찍 찾아왔습니다.

 

저는 마침 저녁으로 떡튀순을 먹고 있었습니다.

 

근처에 있는 분식집에서 사온 것이었는데 제 취향이었기에 자주 찾는 곳이었습니다.

 

"그거 맛있나요?"

 

평상시에는 제가 묻는 질문의 답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녀였지만 웬일로 하는 질문에 제가 더 신기했습니다.

 

"맛있죠. 이집 떡볶이 국물에 김말이 찍어 먹으면 장난 아니에요."

 

그리고 좀 앉아 계시라고 했는데 그녀의 시선이 계속해서 떡튀순에 가 있는 것을 눈치 챘습니다.

 

"저녁 안드셨나요? 좀 드실래요?"

 

다시 그녀답게 돌아왔습니다.

 

조용하게 아무 말도 없이.

 

"네."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는 구석에 박아 두었던 나무젓가락을 하나 꺼내 그녀에게 주었습니다.

 

그녀는 왼손으로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을 넘겼습니다.

 

그리고 떡볶이 국물을 묻힌 김말이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입으로 들어갔습니다.

 

꿀꺽

 

제가 침을 삼켰습니다.

 

그녀가 오물거리며 김말이를 씹는 모습은 토끼 같아 귀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말이 하나가 전부 사라지고 그녀가 입을 열었습니다.

 

"맛있네요."

 

그녀가 처음으로 웃었습니다.

 

 

 

 

 

 

 

 

 

 

원글은 붐베에

1개의 댓글

왜 붐베갔는지 알꺼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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