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글쪼가리 #66

해묵은 명절 나물,

웃자란 곁가지,

어제의 친구,

에리시크톤의 이빨,

퇴색하기 싫어하는 희나리.

 

뭐가 어쨌던 결론은 땡보라는 의미다.

 

어떻게든 포장해보려는 마음에 꾸밈말들도 이토록 현학적이다. 이제는 더 없는 글들이지만, 사실 놓아줘야 할 것들을 구태여 쌓아 놓고 있었다는 생각이 더 크다. 

 

아무 것도 없는 나를 받아들이려면 생각보다 대미지가 크다. 그간 어설픈 글로나마 관심을 먹고 살았다만, 이제 그것도 여의치가 않다. 가장 큰 것은 언제부터인가 글들에게 먹혀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점이겠다. 

 

근데 어쩌나, 결국 내가 가진 것은 그 뿐인데. 불행 포르노가 판치는 세상이라 받아들여졌을 뿐, 본질은 술 취한 노인네의 넋두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발전은 없고 단지 과거를 퍼다낼 뿐이니, 결국 언젠가 바닥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가물어버린 의지가 낳은 결과는 이리도 뻔하다.

 

아, 어찌 되었던 글들을 떠나 보냈다.

 

전환의 기회인지, 아니면 구렁텅이에 한 발 더 깊숙이 들어선 건지. 지금으로써는 혼란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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