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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아빠란 사람이 보자고 하더라.

12a36497 2019.12.06 646

9살.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나랑 두 살 어린 여동생, 아빠 셋이 지냈다. 

아빠는 어린 자식 두고 나가는게 마음이 아픈지 늘 서랍엔 10만원을 두고 가셨다. 

나는 어린 마음에 공부를 열심히 하면 엄마가 돌아올 줄 알아서

늘 전교권 성적을 유지했고, 동생은 반대로 알아주는 일찐이 되었더라. 

 

18살. 아빠가 갑자기 여자하나는 데리고 와서 엄마라고 부르라 시켰다. 

그리고 어느날 부터 그 여자는 안방에 들어갔다. 

그때쯤 엄마 핸드폰에 1004라는 번호로 욕설이 계속 왔다. 

그 중 "네년 보지를 광화문에 걸어버린다." 라는 내용이 기억난다.

경찰 의뢰를 해보니 지금 우리집 안방에 있는 여자더라. 

아빠한테 자식이냐 여자냐 택하라고 했더니 여자를 택하더라. 

그 길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엄마한테 갔다. 

 

21살. 재수 끝에 대학에 들어갔다. 

아직도 엄마가 딱 한 번 뿐이라며 등록금 400만원을 현금으로 내게 주시던 기억이 선명하다.  

엄마는 곱창가게 정리하고 구몬가방을 드셨다. 

한 겨울에 차 없이 양손에 3kg씩 검은 가방을 두개를 들고 매일 공릉동, 하계동를 도셨다. 

 

23살.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별다른 감정은 없었다. 

다만 한 노인의 영정사진 앞에서 그의 아들과 아들의 아들이 한 공간에 머물던 순간이 기억난다.

"내가 예전에도 말했지. 네가 서연고를 안가서 등록금 안 준거야."

고마웠다. 이제 당신에게 자식으로서 마지막도 버릴 수 있어서.  

 

27살. 아빠가 유산을 받고 싶으면 집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학자금 대출 2000에 취업을 못한 상황이었지만 됐다고 했다.

 

32살. 박사를 수료했고 빚은 5000이 되었다. 평론가가 되었다.

직장에 다니고, 글을 쓰면서 빚을 갚아 나갔다.

고모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빠가 보고싶어 한다고.

미안해서 직접 연락은 못했다고...

거절했다. 

고모가 화를 냈다. 부모자식이 그러는 거 아니라고.   

"자식 이기는 부모가 있는데, 그게 고모 오빠야."

 

이 양반, 자기 불리한건 다 뺴고 얘기했구나.

 

 

23개의 댓글

c39a5065
2019.12.06

어느 한쪽이든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면 만나지 않는 쪽이 서로에게 좋지 않겠나. 더 실망할 마음도 없겠지만 이런 식으로 다시 만나서 좋게 된 걸 본적이 없는 듯 하다.

0
12a36497
2019.12.06
@c39a5065

그냥 이대로 내인생에서 빠졌으면 싶음

0
87c50b15
2019.12.06

이집 사이다 달달하구만 크으

0
72813b85
2019.12.06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애비가 애걸복걸하면서 매달려도 모자라다 쓰니가 급한 거 없으면 안 만나줘도 상관없다 봄

0
75af5c23
2019.12.06

유산의 액수가 인생역전이면 모를까 나같아도 진저리날듯

0
12a36497
2019.12.06
@75af5c23

꽤 되긴할거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땅이라 어마어마하더라 근데 그러거나 말거나

0
35a04a52
2019.12.06
[삭제 되었습니다]
12a36497
2019.12.06
@35a04a52

진짜? 나 우리 동네 안깠는데

0
03d1f93e
2019.12.06

나도 아버지 20년 넘게 안보는중

대학생때 삼촌 통해서 연락처 알고 전화오길래

전화하지 마세요 하고 끊어버림

문자로 용돈이라도 보내줄테니 계좌번호만 불러봐라 하는데

엄마랑 상의 후 문자 씹고 연락처 차단함.

낳는다고 부모가 아니다

0
12a36497
2019.12.06
@03d1f93e

잘했다... 나도 다 늙어서 자기 부양해달라고 할까봐 겁난다

0
0f1422bf
2019.12.06

찾아가

가서 복수해

0
bf50fb36
2019.12.06

동생은 뭐하고사냐

0
12a36497
2019.12.06
@bf50fb36

그냥 역마가 있는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잇어

0
f13310a2
2019.12.06

아. 공감되네. 낳는다고 다 부모 아님

고모가 연락오면 아줌마가 뭔데 내 인생에 관여하냐고 따져라.

힘들때는 남이었다가 이제 좀 먹고 살만하니깐 딸? ㅈ까라 그래라.

나중에 너 동생이 아빠편 되면 속 뒤집어질꺼다.

0
12a36497
2019.12.06
@f13310a2

내 동생도 아빠 싫어해

0
f13310a2
2019.12.06
@12a36497

돈 앞에는 부처도 믿으면 안됨. 경험담임.

0
12a36497
2019.12.06
@f13310a2

걘 엄마랑 살고 있어서 걔도 아빠랑 연락안한지 꽤됐어

0
f13310a2
2019.12.06
@12a36497

다행이네. 나중에 연락오면 곤란해 질 수 있으니 이왕이면 연락처 다 바꾸는게 좋을 꺼같다. 아예 정을 끊게....

 

0
f26ba6ae
2019.12.06

드라마 닥터스 보는거 같네

0
79b26977
2019.12.06

척척박사님 해결해주세요~

0
ef2022b6
2019.12.06

나도 연끊은지 10년넘었는데, 스팸문자보니까 문자가와있더라고. 친조부가 돌아가셨으니 오라고 넌 장손이니까 와야한다 ㅇㅈㄹ~. 당연히 안감ㅎ

0
dd435d81
2019.12.06

고생많아따

0
ff455db5
2019.12.06

열심히 살았네 아무래도 그게 너 원동력이되었고 이젠 이룬게 있어서 자존감도 있겠네 내생각엔 연락처를 바꾸는게 좋다고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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