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 중 하나는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학은 그 답을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서 찾아냈다. 

그리고 트럼프는 자본주의 국가 미국의 비즈니스맨 출신이다. 따라서 그는 '기존' 정치인들과는 달리 수요와 공급의 관점에서 주한미군 주둔 가격을 찾아냈으리라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미국에게 주한미군의 효용은 대북보다는 대중전략에 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대중 전략은 중국을 포위해서 유사 시에 무역망을 차단하는 것으로, 100년 전 1차 세계대전 때부터 시작해 2차 세계대전, 냉전에 이르기까지 항상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그 때문에 미국은 일본, 대만, 필리핀, 인도와 같은 나라들과 군사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 물론 한국도 이 봉쇄선에 포함되어 있다.

극동 방면에서의 중국 봉쇄 거점은 한국과 일본이다. 지리적으로만 따지면 굳이 한국 없이 일본만으로도 중국의 북태평양 방면을 봉쇄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은 선택지를 두 개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과 일본은 대체재로서 기능한다. 

반면에 한국의 입장에서는 유사시에 동맹 역할을 해 줄 다른 군대를 찾기 어렵다. 일본은 국민감정이라는 것을 떠나서 애초에 반쪽짜리 군대이고, 중국은 건국 이래 자유세계뿐만 아니라 공산세계인 소련과 베트남과도 전쟁을 한 호전적인 국가이다. 러시아? 일단 군대가 올 수 있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그 외에 국정원의 작품인 형제의 나라 터키나 그 외 6.25 참전국 등등은 운운하기도 귀찮다. (감비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무튼 유사시에 가상적국에 대항해 남한과 같이 싸워 줄 다른 나라가 있는가? 라는 질문에는 아무리 극좌 성향 사람이라고 해도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주한미군의 주둔비는 바로 이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미국에게는 대체재가 있고, 우리에게는 없다는 것.

게다가 1953년과 2019년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군사기술의 발달로 대규모 주둔에 따른 위험은 더 커져 갔고, 주둔의 실효성은 떨어져만 갔다. 상품의 생산 비용은 올라간 반면 수익성은 떨어졌다는 비유가 적절하다. 

한국이 지소미아 폐기 선언을 하자 미국은 방위비 인상을 들고 나왔다. 이에 50여 명의 국회의원들이 이건 도를 넘은 공갈협박이라며 부들부들하고 있지만, 공급이 줄고 비용이 커진 상품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공갈협박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시장 원리이다. 그리고 우리가 협상해야 할 상대는 이러한 특성을 철저하게 활용할 수 있는 미국의 비즈니스맨 트럼프이다.

트럼프는 한국에 50억 불, 일본에 80억 불의 영수증을 내밀었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한일이 담합해 가격을 깎는 것뿐인데, 어떤 병신같은 집단 때문에 아예 가능성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물건이 비싸면 안 사면 그만이다. 반대로 판매자는 값을 안 쳐 주면 안 팔면 그만이고. 하지만 한국은 반드시 사야 하는 입장이고, 미국은 한국과 일본 둘 중에 하나에게만 팔아도 상관이 없다. 

트럼프가 부르는 주둔 비용의 가격이 터무니없으며, 이는 보다 공정한 가격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조선시대 사대부 명분론자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트럼프가 가장 경멸하면서 한편으로는 호구로 생각하는 이들이 바로 이러한 명분론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