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1의 스카이넷은 80년대 사람들의 기술발전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그시대의 인류사회의 몰락에 대한 인식이 합쳐져 만들어진 설정이었어. 2차대전이 끝나지 얼마 되지않아 서로 군비경쟁에 목을메고있었고 그때까진 여전히 소련이 건재했던데다 세계 곳곳에서 독재와 학살이 일어나던 시대라 인류사회가 망한다면 아마 전체주의국가적인 모습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지. 그래서 그런 사회적 인식들과 기술발전의 이면이 합쳐져 무시무시한 로봇들이 인간들을 무력으로 굴복시키는 그런 이미지들을 영화속에 그려냈었지. 

그리고 30년이 더 흘러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2010년대에 맞는 좀 더 현실적인 미래를 도입하려고 시도했어. 터미네이터3에선 뭐 미래의 배경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당시 큰 발전을 거듭중이었던 월드와이드웹,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도입했고 스카이넷의 설정 역시 더욱 견고해졌는데 제니시스는 그조차 낡았다고 생각했는지 과감하게 밀어버린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시작하자마자 스카이넷이 망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상징적인 전개인데 과거시대의 인식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종말의 의미도 담고있지.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위협이 등장하는데 바로 정보 독점. 사람들이 정보화에 매몰된 나머지 자신의 개인정보를 일개 기업집단에 거리낌없이 줘버리는 모습들. 그리고 자발적으로 그들의 통제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모습들. 이게 미래시대의 새로운 위협이라고 제시한거야. 

그런데 다크페이트의 리전은 도로 80년대로 유턴했다. 심지어 리전의 발생 내막에 대한 구체적인 설정도 준비되어있지 않았고 미래상 역시 80년대에 구상한 터미네이터1에서 한발자국도 나아가지않았어. 

다크페이트는 3,4,5를 지운다고 공언해놓고선 정작 보여준건 그 속편들이 그 욕을 먹어가며 나름 이뤄놓은 업적조차 삭제시키고는 2편으로부터 나아간 부분이 한군데도 없었다. 나름 시대의 테크니컬 트렌드를 반영해왔던 시리즈의 대동맥을 완전히 끊어놓고 그저그런 액션영화시리즈로 남겠음을 택한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