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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영화 '조커' 속 10.26 오마주

영화 '조커'에서 랜들이 아서에게 건넨 총을 자세히 보았는가? 아서가 지닌 매력에 매료되어 극장을 세 번이나 찾아간 필자는 그걸 자세히 보았다. 랜들이 아서에게 건네 아서가 월가의 금융쟁이 셋과 머레이를 골로 보내는 일에 사용했던 바로 그 권총! 그것은 스미스 앤 웨슨 사에서 만든 호신용 J 라인업의 M36 권총이다.

 

 

여기서 눈치 빠른 독자라면 10.26이 왜 나왔는지 알 것이다. 그렇다. 김재규가 박정희를 골로 보낼 때도 스미스 앤 웨슨 사의 M36 권총을 사용했다.

 

 

아서가 그 권총을 처음 발사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벽에 쏜 때였다. 이는 곧 김재규의 '거사'가 또다른 독재자 전두환의 탄생을 낳았을 뿐, 근본적으로는 아서가 허공에 쏜 총처럼 아무 의미 없이 끝나고 말았던 허무한 일이었음을 암시한다. 아서가 급히 구멍을 가리고 숨기는 일에 급급했듯이 한국 사회는 박정희의 죽음 후의 혼란을 서둘러 정리하기에만 급급한 채 진정한 의미의 군사정권 처단은 이룰 수 없었다.

 

 

아서가 두 번째로 권총을 발사했던 것은 지하철에서 월가의 금융쟁이 셋에게 얻어맞고 있을 때였다. 월가의 금융쟁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배금주의에 물든 탐욕스러운 이들을 의미한다. 아서의 권총은 유신의 심장을 쏘았던 권총이자 군사정권과 결탁하여 부당이득을 얻고 있던 더러운 이들의 탐욕을 쏘고자 했던 권총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권총이 발사된 것은 머레이를 살해할 때였다. 머레이는 어떤 존재였는가? 아버지 없이 자랐던 아서에게, 티비쇼에 나와 웃음을 주는 존재인 머레이는 코미디언이라는 꿈으로써의 우상일 뿐 아니라 자신의 아버지를 투영하는 존재였다. 박정희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모두가 가난에 절어있던 때 우리도 한 번 잘살아보자는 구호 아래 산업화를 이끈 그는 그 세대에게 꿈을 주는 존재이자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머레이가 기실은 결코 아서의 아버지가 아니라, 결국은 아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단순한 타자일 뿐이었다는 사실에 절망한 아서는 그 배신감과 분노를 두 발의 총알로써 머레이에게 뿜어냈다. 마찬가지로 박정희 역시 산업화 세대의 아버지가 아닌 사적인 욕망에 충실했던 한 명의 독재자일 뿐이었다는 사실에서 일궈진 분노가 박정희에게 날아와 박혔던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조커는 매우 정치적인 영화가 된다. 조커로 다시 태어난 아서의 행동이 고담시의 비참한 대중과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득권 사이의 화해가 아니라 결국은 극단적인 폭동의 형태로 터져나와 어린 브루스 웨인의 양친을 앗아갔듯이, 김재규의 행동도 한국에서 군사독재를 완전히 끝맺고 노동계급과 자본가계급의 화해를 이룩하는 일은 결코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은 아니었을지라도 또다른 하나의 움직임을 만들어냈음은 분명하다. 비록 양친을 잃었지만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이 되어 고담시의 고통받는 민중에게 다가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10.26이 모든 것을 끝내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언젠가는 계급간 화해의 계기를 마련하고 신/구가 대통합을 건설하는 위업을 이룩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희망 속에 고담에도, 그리고 한국에도 또 다른 내일이 찾아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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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2019.10.18

발터인줄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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