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학부 시절 우리 학교 교수가 대학원생한테 칼빵맞은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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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디시에 한번 올렸던 글인데 다시 재업해도 되지? 내가 다녔던 미국 동북부 산골 대학 소도시에서 있었던 사건이다.

 

지망학교 다 떨어져서 에이 시발 싼대 아무나 가야지 한 마인드로 고른 대학 알고보니 존나 춥고 일년 내내 눈 아님 비오고 길거린 갱스터 천지 전형적인 공장 망한 러스트벨트 M.Chang 마굴이라 멘붕하고 몇달 지내던 도중 

 

그날도 평소랑 마찬가지로 하 자살각인가 아직 쎾쓰도 못해봤는데 한숨 푹푹 쉬는 와중에 갑자기 캠퍼스 전체에 안내방송 나오는거임

 

"방금 학교에서 칼부림 살인 사건이 터졌슴다 범인은 구속 되었으나 경찰이 캠퍼스에 있으니 좆꼬마들 경찰들 하는 일에 방해하지 마라" 대충 이런 내용인데

 

지금 돌아보면 알리긴 알린다 하더라도 저렇게 개무식하게 공공 방송으로 내 보낸 책임자 새끼도 참 개노답.

 

일시적으로 학생들 뭔 테러 공격이라도 터진줄 알고 꺄아앜 소동 난거 진정 되고 그 며칠 이후 나오는 뉴스나 이런걸 보니

 

범인은 47세 박사 과정 (늦깍이 학생들 암만 많아도 50줄 바라보는 나이에 대학원 간다는 상상만으로도 자살각)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대학원생

 

피해자는 77세 유대인 문화인류학자 노교수

 

처음엔 피해자 가해자 프로필만 보고 사람들이 전형적인 지하디 테러인가 생각했는데, 조금만 생각해 봐도 이건 말이 안되서 테러설은 사장 됨

 

지하디 신념으로 테러 할거면 좀 대중성 있는 타겟을 잡지 산간 오지에 박혀 있는 지잡 주립대 인문학 노교수 나부랭이 한명만 대상으로 찌른다는게 말도 안되고

 

무엇보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교수가 가해자 석사 논문 평가진에 있었을 만큼 서로 상당히 잘 아는 관계였음.

 

게다가 저 가해자가 범행에 대해 체계적인 계획 같은걸 하나도 안 새움. 저지른게 그냥 교수 학부생들 수업 가르치고 나와 자기 사무실에 앉아 있던걸 백주 대낮인 오후 1시 반쯤에 칼들고 찾아가서 바로 그자리에서 얍얍 알리의 성스러운검을 받아라 푸슉푸슉 써컹 17등분 내버린 다음 도망칠 시도도 안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응디 긁다 달려온 경찰한테 얌전히 구속 됨.

 

나중엔 뭐 졸업 심사 문제로 충돌해서 그랬다니, 교수가 무슬림에 사우디아라비아인이라서 인종차별했다니, 심지어 나중엔 알고보니 서로 그리스식으로 훋앙을 탐하는 관계였는데 뭔가 틀어져 생긴 사건이니 별의 별 헛소문이 다 돌았음. 근데 조금만 부연 설명 들으니 하나도 안 맞음. 울 학교가 이스탄불 공대 같은 중동권에선 나름 규모 있는 대학들이랑 자매 관계 맺어서 무슬림 교환학생 유학생들 엄청 많고, 주변에 힘쌔고 사회적 영향력 강려크한 무슬림 유지들도 꽤 있고, 뭐 학교 밖 동네 다이너 식당이라면 몰라도 학교 안에선 차별했다니 이런 말 나올 만한 분위기가 아님.

 

경찰 조사로도 지 말고도 당시에나 그 전에나 그 후에나 문화인류학과에서 일했던 무슬림들 그 교수가 차별적인 성향이었다니, 학과 내에서 차별 겪었다니 이런 얘기 한번도 없었다 함. 하여튼 그래서 학교 커뮤니티 전체가 몇달동안 머릿속에 물음표를 달고 살았는데 얼마 뒤 친하게 지내고 동네에서 발이 넒었던 택시 기사 아재한테 얘기를 좀 들음.

 

부연설명은 좀 하자면 내 학부 나왔던 동네 같이 인구 경제구조 작살난 러스트벨트 도시들은 대체로 911 테러 터지기 전만 해도 행정구역 상 '도시'로서 자격 유지하려면 일정 수 이상의 인구를 유지해야 되니 연방 보조금 받아 가면서 80-90년대 세계 분쟁 지역 난민들을 많이 받았음. 그래서 뭐 어디 경제적 기회가 많은 해안가 대도시도 아니고 현지 미국인들 보기엔 딱 춥고 비많이 오는 소말리아 같은 디트로이트 옆에 있는 좆망 소도시인 미시간 디어본 (Dearborn, MI) 같은 곳이 미국에서 무슬림 (주로 80년대 레바논+90년대 소말리아계) 가장 많은 도시고. 이런식으로 미국에선 오지에서도 정말 뜬금 없이 다른 먼 나라에서 온 커뮤니티가 살고 있을때가 종종 있는데, 우리 동네는 그 중 90년대 사담 후세인한테 가스 처먹던 쿠르드 난민들을 집중적으로 받아서 동네에 상당히 규모 있는 쿠르드인 커뮤니티가 있었음. 게다가 이 양반들이 주로 택시업계 중심으로 카르텔을 형성하다 보니 동네 입소문이나 길거리 정보 얻으려면 쿠르드인 택시 기사한테 말 거는게 가장 빨랐다.

 

그래서 위 사진에 나온 (사진에 전통의상 들고 펄-럭 하는 아재임) 나랑 평소에 친하게 지내고 등빨도 좋은 왕년에 페슈메르가 게릴라였다는 쿠르드족 택시 기사 아재한테 뭐 좀 아는거 있냐고 물어봄. 이 양반이 쿠르드인 택시기사들 중에서도 경력빨로 짬이나 영향력도 커서 귀도 더 넒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본인도 독실한 무슬림이지만 입만 열면 "오 뻐킹 아랍 니들 미국인들은 멀리서 사진으로만 봐서 진짜 아랍인들이 얼마나 좆같은지 몰라" 말버릇 하던 아재였기 때문에 객관적인 시각이 보장 될거라 생각했거든.

 

그래서 이 아재 말로는 가해자 잘 알고 있다 하면서 사건 터진 2009년 여름 방학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수는 좀 적어도 착하고 인성도 멀쩡한 사람이라서 친한 단골 중 하나였다고 함. 그런데 그 해 여름 방학때 평소와 마찬가지로 방학 쉬로 사우디아라비아 고향을 갔었는데 그 이후로 갑자기 사람이 확 망가져서 왔다 카데? 평소처럼 커피나 한잔 할려고 연락 해도 연락도 안되고, 동네 모스크 통해 알아봐도 연락이 하나 둘 씩 끊겼다하고, 의뭉스러워 하던 와중 사건 터지기 한 한달쯤 전 우연히 길에서 마주쳤다 하데?

 

그래서 붙들고 야 니 왜 요새 연락도 안하고 보이지도 않고 뭔 일 있냐? 물어보니 갑자기 눈에서 살기를 품으면서 "니가 사우디 정부가 날 감시하려고 심어둔 스파이인걸 알고 있다"하면서 지를 공격하려고 들면서 지랄발광 했다는거임. 하도 어이가 없어서 미친 새끼가 도랐나 하고 뿌리치고 나왔는데 하여튼 그때부터 자긴 뭔가 그 친구가 정신줄 놨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함. 언론에 나온 공식 조사 발표도 이 친구가 정신줄 좀 많이 풀려 있었던 양반이라고 증언하고.

 

하여튼 그래서 그 가해자는 재판 받고 15년 형 받아서 지금도 옥살이 하는 중이고, 나를 비롯한 다른 학생들은 도대체 뭔 일이 있었고 어떻게 사람이 미쳤길레 백주대낮에 노교수를 송유관의 기사마냥 17조각으로 토막낼까 의문만 하면서 떠들썩 했던 내 대학 1학년 1학기의 사건은 마무리 됨.

 

그리고 몇년 후 그 연중 십개월동안 얼어 붙은 동토에 일조량은 일년 내내 한달이 될까 말까 한 동네에서 쓰레기 음식 처먹고 공부하며 사건을 돌아 보니 아 이런 곳에서 인문학 대학원 노예질 한 십년 하다보면 누구나 멀쩡한 사람 토막살인할 만큼 정신이 나갈 수 밖에 없구나! 깨달으면서 미스터리도 자연스럽게 풀림.

 

3줄 요약

1. 2009년 어떤 사우디 대학원생이 우리 학교 교수를 백주대낮에 17등분했다

2. 당시 내 모교 근처엔 쿠르드인 택시기사들이 많아 살았다 

3. 왜 그랬을까 궁금해하다 나도 대학원 오니 난 왜 안찌르고 가만히 있나로 의문이 바뀌었다 

 

언론 기사는 모교 인증하기 싫어서 본문에서 뺏다. 대충 영문 검색어 몇개 조합해 봐서 구글에서 찾으면 메이저 언론사에서도 나온다. 

57개의 댓글

@Lee븐سینا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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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0

반대로 이스트만 같은데는 우중충한 날씨가 음악성을 폭발시키는듯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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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피지마라

그 동넨 왠지 빌 에반스 같은 존나 병적으로 내면의 악마 뭐시기 그런거 몰아낸다고 음악만 하고 이런놈들 많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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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3

아이시발 존나긴거 다 읽엇는데 마지막 말이 본체였네

0
2019.10.14

뭔 글에 사족이 대부분이야;; 술 먹고 글 쓰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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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5

기승승승이긴 한데 경험이 다양해서 곁다리가 재밌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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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먹고 쓴거 맞고 난 보통 커뮤니티에서 글 쌀 때 술마신 상태다... 직업이 문돌이 선생이라 원래 말이 사족이 많아서 미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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