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그림으로 알아보는 '경제기적' : 메포어음

 

 

 

 

1. 서문

 

우리는 고난을 겪을 때 역사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얻고는 합니다. 경기가 좋지 못하고 실업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 지금, 비슷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한 역사를 알아보는 것은 큰 의미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대공황을 훌륭히 극복한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다소 생소한 개념이 많을 것이기에 독자 여러분의 쉬운 이해를 돕고자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설명할 터이니, 잘 읽어주시고 얻는 교훈이 있으시다면 그것만으로도 쓰고 그린 보람이 있겠습니다.

 

 

 

 

2. 대공황이란?

 

대공황(Great Depression)은 1929년 10월 24일 뉴욕 월가에서 발생한 '검은 목요일 사건'을 시발점으로, 10년 가까이 전세계를 휩쓸었던 경기침체 현상을 말합니다. 그 정확한 발생원인은 지금도 논란이 많습니다만, 확실한 것은 경기침체로 인한 기업도산 - 투자감소 - 실업증가 - 구매력감소 - 소비감소 -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당시 경제학계의 주류였던 자유방임주의와 시장만능주의는 대공황 해결에 완전히 무력함을 드러내면서 뒤안길로 사라졌고, 정부개입과 지출확대라는 새로운 방법의 도입만이 가까스로 대공황을 진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 1883~1946)는 1936년 발간한 저서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 이론(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을 통해 이러한 견해를 제시해 경제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케인즈라는 이름은 시장개입 이론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3. 소개

 

그런데 이 글에서 알아보고자 하는 것은 케인즈가 아닙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조앤 로빈슨(Joan Robinson, 1903~1983)의 표현을 빌리자면 "케인즈가 대공황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마치기도 전에 실업문제에 대한 치유법을 찾아낸"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우리가 알아볼 사람인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입니다. (인용구 원문 : "Hitler found a cure against unemployment before Keynes was finished explaining it.") 히틀러는 겨우 반석에 올라선 독일 경제가 대공황으로 인해 파탄나고, 실업자가 612만 8429명(1932년)에 육박하는 최악의 조건 속에서 총리가 되었습니다. 경제재건과 실업해결을 약속하며 지도자가 된 그에게 경제정책의 청사진을 그려준 것은 바로 햘마르 샤흐트(Hjalmar Schacht, 1877~1970)인데, 샤흐트가 도입한 나치 경제정책의 핵심인 '메포어음'에 대해 알아봅시다.

 

 

 

 

4. '메포어음(MeFo Wechsel)'의 도입

 

'어음'이란 당장은 자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이가 모월 모일까지 얼마를 지불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거래하는 것을 말합니다. 약속한 시일에 대금을 치르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어음을 쓰고 거래한 이가 곧 대금지불의 주체인 '약속어음'과 그가 아닌 제3자가 대금지불의 주체가 되는 '환어음'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쉽게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A는 B와 거래를 원하지만, 지금은 수중에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A가 B에게 '대금은 모월 모일에 치를테니 지금 먼저 거래를 하자!'고 요구해 B가 수락하면 어음을 끊고 거래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약속한 날 A가 B에게 직접 대금을 치르게 되면 그것은 약속어음인 것이고, 거래 당사자인 A가 아니라 제3자인 C가 A를 대신해 B에게 대금을 치르면 그것은 환어음인 것입니다.

 

- 약속어음 : A(어음발행인이자 채무자), B(어음소지인이자 채권자)

- 환어음 : A(어음발행인), B(어음소지인이자 채권자), C(채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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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히틀러의 지시로 'Metallurgische Forschungsgesellschaft m.b.H.(제철 연구소)'가 설립되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회사인 지멘스와 크루프를 포함, 라인메탈과 구테호프눙스휘테의 총 4개 철강회사가 각각 25만 제국마르크씩 출자해 만든 민간회사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것이었고, 실제로는 히틀러와 샤흐트가 제국은행을 동원해 경제를 주무르기 위한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였습니다.

 

메포어음은 상기한 제철연구소의 머릿글자에서 Me와 Fo를 따와 이름붙인 것으로 제철 연구소가 대금지불의 주체, 곧 채무자로 되어있는 환어음을 말합니다. 과연 이 메포어음이 어떻게 독일 경제를 살린 것인지 차근차근 알아봅시다.

 

 

 

 

5. 메포어음 발행권의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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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나치 정부가 나서서 민간회사와 거래를 합니다. 특히 철강회사와의 거래를 통해, 군용 물자를 공급받는 대신 철강회사에 메포어음의 발행권을 줍니다(기아, 현대, 두산 등의 회사가 기아자동차, 현대로템, 두산중공업을 통해 군용 물자를 생산하듯이 크루프, 라인메탈 등의 철강회사 역시 그 당시 대표적인 군수회사이기도 했습니다.). 철강회사들은 군수품 거래를 통해 제국은행이 은밀히 뒷받침하는 제철 연구소를 채무자로 삼아 메포어음을 발행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6. 민간경제의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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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는 대공황으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면서 거래도 끊겼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메포어음의 발행인이 된 철강회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다른 기업이나 하도급기업과 다시 거래를 하고 경제는 활성화되기 시작합니다. 더구나 철강은 모든 산업의 기본이 되는 것이므로 철강의 공급과 거래가 원활히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이 활기는 산업 전반에 퍼져나가게 됐습니다. 활성화된 산업은 산업생산지수에서 드러나는데, 대공황 이전 바이마르 독일 경제의 전성기인 1928년의 산업생산지수를 100으로 두었을 때 히틀러 집권 4년차인 1936년에는 107.8, 1937년에 118.8을 기록함으로써 대공황을 순식간에 극복했음을 보여줍니다.

 

 

 

 

7. 노동자 생계의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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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침체되었을 때는 회사에 이윤이 나지 않아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불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기업들이 다시 공장을 가동하고 산업활동에 나서면서 이윤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노동자들도 임금을 지불받았습니다. 안정적인 수입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므로 위축됐던 가계의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경제 활성화를 유지시키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8. 성공원인

 

메포어음이 성공적으로 경기를 부양시킨 원인을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① 메포어음에는 이자가 지급된다

 

먼저 '어음할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앞서 A와의 거래를 통해 어음소지인이 된 B가, 모종의 사정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자금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합시다. B는 소지한 어음을 민간은행에 팔고 현금을 지불받을 수 있는데, 이것을 어음할인이라고 합니다. 당장 아쉬운 것은 B이므로 민간은행은 이 점을 이용, B에게 어음의 액면가를 모두 지불하지 않고 깎아서 그만큼 이윤을 취하고 B에게 현금을 지불합니다. 이렇게 할인과정에서 민간은행이 취해가는 이윤의 비율을 '어음의 할인율'이라고 합니다. B는 어쩔 수 없이 할인율만큼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죠.

 

한편 인플레이션은 정부가 화폐를 과도하게 시장에 공급할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만일 B처럼 어음소지인들이 자신의 어음을 할인받으려고 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면, 그만큼 화폐의 공급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메포어음이 가져올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는 경제가 충분히 회복되기 전까지 메포어음의 소지인들이 메포어음을 할인받지 않고 수중에 가지고 있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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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파격적이게도, 메포어음에는 연 4%의 이자가 도입됐습니다. 메포어음은 원래 만기가 6개월인 단기어음이었지만 히틀러와 샤흐트는 의도적으로 메포어음의 만기연장 신청을 쉽게 만들어놓았고, 메포어음은 만기를 5년까지 아무런 제약없이 연장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메포어음의 소지인들은 굳이 민간은행에서 메포어음을 할인받고 할인율만큼의 손해를 감수하느니 5년동안 소지하고 그만큼 이자를 받아가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연 4%의 이자 지급이라는 놀라운 발상을 통해 어음소지인이 어음을 계속 소지할 동기를 마련해 주었고, 이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막아낸 것입니다. 실제로 1933년 히틀러가 집권한 후 발행된 메포어음 총액의 2/3가 만기인 1938년까지 할인되지 않았는데, 샤흐트의 예측대로 그동안 독일 경제는 충분히 성장했으므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② 기업의 생존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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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997년 IMF사태 당시 기업의 줄도산을 목격한 바 있습니다.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면서 엄청난 실업자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메포어음은 바로 이러한 위험을 차단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메포어음을 통해 기업은 유동성을 얻고 원리금 상환의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며, 또한 나치 정부가 기업 생산품의 최종구매를 도맡았으므로 IMF사태처럼 도산하는 일 없이 생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수많은 노동자들의 일자리 역시 지켜졌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③ 신규투자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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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포어음의 도입은 기업의 신규투자를 늘리는 동기가 됐습니다. 메포어음의 과감한 시도 덕분에 기업들은 더 이상 민간은행에 의존하거나 단기 상환의무에 시달리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을 충분히 기다려주는 조력자를 얻은 것과 같았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절실히 요구되는 '인내자본'으로써 불확실성이 높고 회수기간이 길어도 안정적으로 버텨주는 자본을 말하는데, 메포어음이 바로 인내자본이었던 것입니다. 메포어음을 통해 독일의 신규 투자는 대공황을 겪었음에도 히틀러 집권 4년만인 1936년 138억 제국마르크를 달성, 1928년의 136억 제국마르크를 훌쩍 뛰어 넘었습니다.

 

 

 

 

9. 성공의 효과

 

나치 정부의 메포어음 도입이 불러온 '경제기적(wirtschaftswunder)'은 대공황으로 고통받던 사람들을 구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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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집권 전인 1932년 612만 8429명에 달하던 실업자수는 2년만인 1934년 377만 2792명으로 줄어들더니, 1939년에는 11만 9천여명으로 오히려 노동력 부족이 새로운 사회문제가 될 정도인 완전고용 상태에 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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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집권 후의 연평균 실질경제성장률이 9.5%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치 정부가 시장개입을 통해 물가 상승을 막았기 때문에, 물가는 그다지 오르지 않았습니다. 1933년 이후 물가가 계속 오르긴 했으나, 그 상승률은 채 2%가 되지 않아 '경제기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초고속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나 물가 급상승은 없었던 것입니다.

 

 

 

 

10. 한계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나치 정부의 '경제기적'도 밝은 면만 존재했던 것은 아닙니다.

 

① 민간은행이 고사했다

 

이 '경제기적'에서 민간은행은 큰 손실을 봤습니다. 메포어음 덕분에 기업이 더 이상 민간은행과 거래할 이유가 없어지면서 민간은행은 이 기적에서 소외된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민간은행이 도태되었는데, 특히 민간은행을 운영하던 것이 대부분 유대인이었기 때문에 반유대주의 정책까지 겹치면서 괴멸적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기적의 제물로서 희생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② 독재정이라서 가능했다

 

자유민주주의 하에서 모든 경제주체는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공황의 극복을 바라는 이들의 엄청난 지지를 등에 업고 수권법의 제정과 무자비한 정적 탄압을 통해 독재정을 이룩한 나치 정부는 그런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정부재정으로 민간경제에 도입된 마지막 1 제국마르크까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감시하고 통제했으며 가격 형성과정에도 개입해 나치 정부의 정책대로 물가를 결정했습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산업이 발전하고 물가는 낮게 유지되었으나, 이 과정에서 여러 기본적인 권리가 침해돼야 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경제위기에 나치 정부의 해결책을 바로 도입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③ 전쟁수행의 뒷받침이 됐다

 

나치 정부의 '경제기적'이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가 이것일 것입니다. 나치 정부는 메포어음을 통해 민간경제를 활성화시킴과 동시에 군비 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습니다. 특히 1935년의 재군비 선언을 통해 더 이상 아무 거리낌이 없어지면서 독일군은 순식간에 확장되었고 1939년 단치히를 함포로 사격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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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포어음이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이라고 까지 여기는 견해도 있습니다. 메포어음 발행을 통해 늘어난 정부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히틀러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방법인 세수와 단계적인 긴축 시행을 통해 손해를 메꾸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으며 히틀러는 이미 이전부터 전쟁을 주장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주장은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만큼 전쟁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던 것입니다.

 

 

 

 

11. 맺는말

 

이 글에서는 히틀러가 일으킨 '경제기적'의 핵심, 메포어음을 알아 보았습니다. 나치는 유대인 학살이라는 잊혀져서는 안 될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여러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라면 나치의 잘못에 분노하고 피해자에게 공감하는 정의로운 마음을 가지면서도, 반짝이는 머리로는 가치있는 것을 알아보고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16개의 댓글

반짝이는 머리라니! 난 풍성이다!

0
2019.08.23
@으라차차고모부
0
2019.08.23

ㅊㅊ

0
2019.08.23

그 제철연구소가 선물옵션 베팅 잘못해서 망한 메탈게젤샤프트 그회사인가?

0
2019.08.23
@옥국자자

제철연구소는 메탈루어기셰 포어슝스게젤샤프트 m.b.H.. 다른 회사

0
2019.08.23
0
2019.08.23

철강회사가 직접 지급하는 약속어음이었다면 '호'포어음이었을까요? 깔깔깔깔

0
2019.08.23
@언제나토끼
1

10. 한계 항목의 ③ 단락의 후반부에 동의함

그렇게 어음으로 끌어다 마련한 자금을 결국 군사력 증강에 지출했잖아

군대란 동서고금을 통틀어 소비만 할 뿐 생산은 하지 못하는 가장 대표적이고 동시에 가장 거대한 집단임

대량 발행한 어음은 본문에도 나와 있듯이 결국 "빚"이었고, 빚을 내서 군사력은 키울수록 자금/자원/인력을 더욱 더 퍼먹기만 할 뿐

그 결과 "언젠가 올 파국을 기다리기 or 증강한 군사력으로 한탕 하기"라는 양자택일의 순간이 왔고, 히틀러 정권은 결국 선택을 한 거지

전쟁을 위해 어음을 발행했느냐, 어음 발행 때문에 전쟁을 결심했느냐 정도의 차이일 뿐

0
2019.08.23
@바라트 성계 자치령

나치 정부가 재군비와 일자리 창출, 경제활성화를 위해 계속해서 지출을 늘린 결과 1937년이 되면 국가부채가 105억 제국마르크에 도달하게 됐습니다. 동년 독일 GNP가 770억 제국마르크였으므로 국가경제의 13.6%에 해당하는 셈이지요.

 

그런데 2018년 대한민국의 국가부채는 1682조 원으로, GDP의 38.2%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그나마도 OECD 평균은 100%임을 고려하면 아주 양호한 수준입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나치가 "국가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전쟁을 일으켰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엘리아스 카네티의 표현을 써보자면, 히틀러는 평생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던 그 순간 그가 느꼈던 환희와 영광을 재현하고자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독일이 마침내 전쟁을 일으킨 것은 정치적이고 사상적인 연유이며, 국가부채가 중대한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시대가 달라 일대일 비교는 어렵겠습니다만, 국가부채가 국가경제의 38.2%에 달하는 우리 대한민국이 그러한 이유로 전쟁을 벌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전쟁을 벌이는 김에 국가부채를 충당하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그게 제1의 목표였다면 히틀러가 공공연히 주장했던 '레벤스라움 개척'으로 전쟁이 시작돼야 했을 겁니다.

0
2019.08.23
@바라트 성계 자치령

사실 마지막 문장의 경우 날카로운 지적을 해주셨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사안입니다. 경제재건을 위해 어음을 발행하는 겸 재군비도 한 것인지, 재군비를 위해 어음을 발행했더니 경제도 재건된 것인지, 처음부터 두 마리 토끼를 노렸던 것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사실 히틀러와 나치당은 권력을 장악하는 그 순간까지도 확실한 경제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경제정책의 목적 뿐 아니라 이념 자체도 마찬가지라서, 슈트라써주의의 사회주의적 부분이 가미되었는가 하면 대기업 우대의 기조가 섞여있기도 합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재군비와 경제재건은 각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고 또 존재해야만 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0
2019.08.23
@Volksgemeinschaft

사회주의적 노동권 보장과 대기업 우대의 기조.. 이를 통한 군비 증강.. 그러나 경제 정책은 모호함.. 이거 완전 조선 아니냐?

0
2019.08.23
1

선생님 이번에도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결국 독일은 독일정부의 신용을 사용하여 강제로 유대인의 자본을 어음의 형태로 끌어올린 것인가요?

 

그리고 독일의 기술력이 받침이 되지않았다면 이런 정책은 불가능했겠죠?

0
2019.08.24
@힐과행복을드려요

유대인의 자본을 어음화해서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정부재정이 화폐로써 시장에 바로 공급될 경우 반드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밖에 없으므로 메포어음을 통해 5년간의 시간을 벌어 그 동안 물가와 인플레이션을 먼저 잡은 것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은행들은 기업과의 거래가 끊기게 되어 시장에서 도태당하고 마는데, 이들의 반발을 '민간은행 = 유대인'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강제로 무마한 것입니다.

 

그런데 나치 정부는 중공업을 소비재 산업보다 우선시했기 때문에, 일부에선 마치 80년대 소련처럼 '부족의 경제'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기술력의 독일제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불량 생활용품이 넘쳐나던 시대가 바로 나치 시대였습니다. 대공황으로 모든 것이 수포가 된 상황에서 철강/석유화학/화학 산업 등을 다른 산업보다 먼저 구해내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요.

0
2019.08.26

노동자 존나 얄밉게 그림 ㅋㅋ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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