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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정리사 - 건물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비는 이 문구는 우리 주변 누군가가 사망하였을 경우 누구나 한 번쯤은 사용하는 문구이다.

보통 고독사한 시신이 발견된다면 해당 사건은 변사사건으로서 건물주(집주인)는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이에 건물주는 고인의 유가족 찾기, 사건 현장 거주지 비용처리 문제, 건물 전체의 임대비용 손실 문제, 시체악취(시취)로 인한 주변 이웃 주민들의 민원, 사건 현장 정리 및 청소 문제, 사건 현장 ​인테리어 시공 및 설비 공사 여부 등 수많은 문제들을 떠안게 된다.

연고자가 있는 고인이라면 건물주는 유가족과의 협의를 통하여 문제들을 그럭저럭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가족, 친척, 친구가 없는 무연고사망자인 경우 건물주는 고독사로 인하여 발생되는 모든 문제들을 본인이 전부 떠안아야 되며 이에 발생하는 모든 피해 금액 또한 본인이 모두 부담하여야 한다.

​과연 이런 심각한 상황까지 내몰린 건물주는 고독사한 무연고사망자에 대하여 고인의 명복을 빌어줄까?

나의 경험상을 토대로 대답하자면 대답은 "절대 아니오."다.

더 나아가 덧붙여 말하자면 "건물주에게 상욕이나 안 들으면 다행입니다."라고 대답할 정도이다. 

​지방의 중소도시에서 들어온 의뢰

약속 장소에 다다른 우리는 골목길에 진입하였고 해당 건물을 ​찾기 위하여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전진하고 있었다.

​내가 건물들을 확인하는 사이 친구는 정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야."

"저 사람이 우리 보고 손짓하는데?"

60대로 보이는 외모의 남성

아무래도 엊그제 통화했던 건물주가 맞는 것 같았다.

​이 남성 역시 약속시간에 맞추어 트럭이 접근하니 우리가 유품정리업체임을 직감하고 손짓 한 것 같았다.

​"응."

​"맞는 것 같네."

​나는 차량을 해당 건물 앞으로 이동시켰고 일단 간단한 인사를 하기 위하여 자동차 창문을 내렸다.

"안녕ㅎ ㅏ..ㅅ..."

"저쪽!!"

"저쪽 구석에다가 주차해!!"

건물주의 말에서는 이미 다급함이 묻어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건물주는 차량을 주차장 제일 구석 안쪽에 주차할 것을 요구하였다.

아무래도 최대한 노출을 줄이고 조용히 일을 처리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았다.

​나는 차량을 구석으로 이동시켰고 주차 후 시동을 껐다.

"이야~"

"이번 건물주는 좀 피곤하겠는데?"

차에서 내리기 전 친구가 나지막하니 말을 꺼내었다.

아무래도 친구는 초면에 반말을 하며 명령조로 말하는 건물주를 보니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건물주에게 꽤나 참견과 하대를 받겠다는 느낌을 직감한 것 같았다.

​나 또한 주변의 이목을 고려하여 주차와 관련된 사항까지 신경 쓰는 건물주를 보아하니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의 작업 방식 및 작업 방향에 대하여 건물주가 이것저것 개입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물주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독사한 무연고사망자의 경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건물주 본인이 모든 문제들을 떠안아야 되고 모든 피해 금액 또한 모두 본인이 부담하여야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건물주들은 ​정신적으로 붕괴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미 엊그제 건물주와의 통화에서 건물주는 고인이 무연고사망자임을 알려주었기에 이에 내가 생각해 보아도 이번 건물주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뭐..."​

"무연고사망자라는데."​

"정신없겠지."

"일단 내리자."​

​차에서 내린 우리는 정식으로 건물주와 인사를 나누었다.

​이후 건물주는 깊은 한숨과 함께 인상을 찌푸리며 나에게 열쇠를 건네주었다.

"하아..."

​"2층..."

"2층, 201호."

​"일단 한 번 봐야지??"

열쇠를 받은 우리는 1층 출입문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갔다.

201호에 다다르자 현관문의 자동 잠금장치 자리는 이미 뜯겨져 나가 만신창이가 된 상황이었고 그 구멍 사이로는 시체악취가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현관문을 열기 위하여 열쇠를 꼽았고 열쇠를 돌리려는 찰나 친구가 나를 불러 세웠다.

"야."

"응?"

나는 ​뒤돌아 보며 친구를 쳐다보았다.

이에 친구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바닥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나는 쪼그려 앉아 바닥을 살펴보았고 자세히 보니 바닥과 벽 사이 구석을 따라 이동하는 구더기 십여 마리가 보였다.

​현관문 밖으로까지 기어 나온 구더기를 본 나는 현장이 꽤나 심각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고 이에 고개를 들어 친구를 쳐다보며 말했다.

"안에 심각하겠는데?"​

​"그러게."

"들어갈 때 조심히 들어가라."

​"밟아서 터지면 귀찮아지니까."

​"응."

친구의 말에 따라 나는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었다. ​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현관 바닥에서 꿈틀대고 있는 수백 마리의 구더기들이었다.

"오오~"

날씨가 더워지고 있어서 그런지 왕성하게 활동하는 구더기를 보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흘러나왔고 이후 집안을 전체적으로 둘러보았다.

방바닥은 마치 흰쌀과 검은 쌀을 바닥에 흐트러 놓은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켰다. ​​

구더기들은 꼬물꼬물 거리며 꿈틀대고 있었고 시간이 좀 지나서일까 집 안 구석 곳곳에는 번데기들이 군집을 이루며 쌓여있었다.

우리는 구더기가 최대한 없는 위치를 선정하여 한 발 한 발 전진해 나갔다.

​친구가 집안의 정리할 물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사이 나는 고인이 사망한 위치의 침구류를 하나하나 들추어 보기 시작하였다.

​밝은 색의 침구류는 이미 혈액 및 부패액, 부패물이 심하게 스며들어 갈색과 검은색으로 변해있는 상태였고 머리가 있던 부분은 머리카락이, 그 주변에는 피부조직들이 눌어붙어 있었다.

"크으..."

"심각하네..."​

"견적 꽤 많이 나오겠는데?"

"그러냐?"​

"치울 물건은 얼마 없어."​

 

"아..."

"그건 다행이네."

정리할 물건들의 양이 적다는 것은 작업을 진행하는 우리에게는 어느 정도 호재로 적용한다.

먼저 집안의 물건들의 양이 적으면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정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웃 주민들에 대한 소음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또한 물건들을 옮기는 이동 횟수도 줄어드는 관계로 이웃 주민들과 조우할 확률이 낮아지며 이에 비교적 비밀을 유지한 채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아니. 뭐..."

"그건 좋긴 한데... 나머지가 너무 심각해."

"일단 나가자."

​

현장을 확인한 우리는 집 밖으로 나가 계단을 내려갔다.

담배를 피우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건물주는 1층 출입문에서 나오는 우리를 보자마자 곧바로 말을 걸었다.

"어때??"

"네."​

"일단 상황이 꽤나 심각해서요."

"​견적은 OOO만원 정도 나올 것 같습니다."

​"작업은 내일모레 오전까지는 무조건 해야될 것 같고요."

​"어휴..."

"그렇게 비싸??"

​"어떻게 좀 절충은 안될까??"

"예."

"안됩니다."

"한번 본 현장에 대해서 견적을 낮춰드리는 경우는 없습니다."

나의 대답을 들은 건물주는 이때부터 눈빛이 변하기 시작하였다.

"하아... 참..."

​"아니... 내가 이 새끼 때문에 손해 본 게 장난이 아니야!!"

"지금 해결해야 될 것도 많고 돈 들어갈 곳도 많아!!"​

"웬 거지새끼 한 명 받은 것뿐인데 누가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겠냐고!!"

"나도 지금 피가 말려 죽게 생겼어!!"​

"나도 피해자야!!"​

"좀 낮춰 줘!!"​

건물주는 다짜고짜 견적을 낮춰달라며 언성을 높였다. ​

​하지만 나는 눈으로 직접 확인한 현장에 대해서는 견적을 낮추어주는 경우가 없었기에 다시 한 번 더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에 건물주는 반협박식으로 나오기 시작하였다.

​"아니!!"

"다른 곳에 물어보니까 OO만원에 해주겠다는 곳도 있던데 여기는 왜 이렇게 비싼 거야??"

"​이렇게 차이 날 바에는 그냥 다른 곳에 맡기는 게 낫겠네??"

건물주는 내가 견적을 낮추어 주지 않으면 일을 다른 업체에 맡기겠다는 의사를 표하였다. ​​

이 말을 들은 나는 피식 웃으며 건물주에게 말했다.

"​예."

"그러면 그냥 처음부터 거기다가 맡기셨으면 될 것 같은데요."

"저희 그냥 철수해도 상관없으니까 방금 말씀하신 업체에 연락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니!! 멀리서 왔는데 뭘 또 그냥 가??"

"일은 하고 가야지!!"

"돈은 벌고 가야 될 거 아냐??"​

"물론 저희도 그게 좋기는 한데요."

"자꾸 견적을 낮춰달라고 요구하시면 저희 입장에서는 그냥 안 하는 게 낫죠."​

"하아..."​

​"........"

건물주는 '어찌 되든 상관 안 한다.'라는 식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나를 보자 깊은 한숨과 함께 침묵에 잠기기 시작하였다.

건물주는 아무래도 우리가 장거리 출장을 왔기 때문에 본인이 강력하게 나간다면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본인의 요구를 들어 견적을 낮추어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 같았다.

사실 나와 친구는 일을 무조건하기 위하여 악착같이 목을 매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사업을 운영하면서 좀 아니다 싶은 느낌이 드는 의뢰인을 만날 경우 의뢰를 받지 않고 철수한 적이 많았었기에 이번 현장 또한 건물주의 모습을 보니 의뢰를 받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엊그제 건물주와의 통화에서 대략적인 견적과 함께 작업 내용들을 알려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본인의 사정만 봐달라면서 견적을 대폭 낮추어 달라는 둥 다른 업체를 알아보겠다는 둥 본인의 주장만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건물주의 모습을 보니 나의 기분도 썩 좋지는 않았다.

건물주가 침묵에 잠기는 동안 나는 친구를 쳐다보았고 '상황 봐서 그냥 안 한다?'라는 의미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에 친구는 무슨 의미인지를 파악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다시 고개를 건물주에게 돌리며 말을 건넸다.

"​지금 말씀하신 내용들은 결국 견적을 어떻게 해서든지 낮추어서 건물주 분 본인의 손해 일부분을 저희에게 전가시키겠다는 의미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거든요."

​"저희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아실 텐데... 견적을 낮출만한 일도 아니고요."

"그리고 엊그제 통화에서 제가 대략적인 견적을 말씀드렸었고 건물주 분도 이에 동의하시고 저희를 부르신 건데 여기까지 와서 견적을 낮춰달라는 둥 다른 업체를 알아보겠다는 둥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희 입장에서는 그냥 안 하는 게 낫죠."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저희 그냥 철수해도 상관없으니까요 아까 말씀하신 곳에 연락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

건물주의 침묵은 계속되었다.

잠시 후 건물주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몇 모금을 피우더니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하아..."

"거~ 참~"

"빡빡하네..."

"그러면..."

"말한 견적에서 그 이상 추가요금 같은 건 없는 거지??"

"네."

"추가요금이 발생할 만한 요소는 전혀 없습니다."​

​"........"

건물주는 또다시 침묵을 지키며 생각에 잠기더니 담배를 마저 피우기 시작하였다.

​담배를 마저 피우던 건물주는 마지막으로 영혼의 한 모금을 빨아들인 후 재를 털고 큰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OOO만원??"

"네."

​"맞습니다."

"알았어!!"

"해줘!!"

"대신 확실하게 해야 돼??"

"네."

"알겠습니다."

건물주와 작업비용을 합의한 우리는 작업장비들을 현장으로 옮기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모든 장비들을 201호 현관문 앞에 쌓아놓은 우리는 보호복, 보호장갑, 방독면 등의 안전장비들을 착용한 후 현장으로 진입하였다.

언제나 가장 먼저 해야 될 일은 오염부분제거 및 파리 유충(구더기) 및 고치(번데기) 제거이다.

​먼저 이동에 방해되는 수천 마리의 구더기들을 쓸어 담기 시작하였다.

​바닥에는 부패된 시신에서 흘러나온 부패액이 묻어있는 관계로 구더기들이 제대로 쓸리지는 않았지만 시간을 들여 서서히 제거해 나갔다.

​어느 정도 구더기들을 제거한 우리는 구석에 군집을 이루고 있는 번데기들을 제거하였고 이후 혈액 및 부패액, 부패물이 스며들은 침구류를 제거하였다.

침구류가 대부분의 혈액 및 부패액, 부패물을 머금은 관계로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정리가 가능하였고 장판에 묻은 잔여물들은 약품을 살포하여 대부분 닦아내었다.

​​참혹하고 처참한 부분을 모두 제거한 우리는 안전복장을 해제하고 작업 복장으로 갈아입은 후 집안의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집안의 정리할 물건들의 양은 정말 적었다.

당장에 고개를 돌리며 집안을 확인하여도 살림살이가 정말 간소한 것이 느껴졌다.

방안에는 작디작은 브라운관 TV와 받침대, 고작 5벌밖에 안되는 옷들과 속옷들, 등산용 배낭 하나, 단 한 켤레씩의 작업화, 운동화, 슬리퍼만이 전부였다.

화장실에는 비누 몇 개와 단 한 개의 칫솔, 치약이 전부였고 주방에는 단 한 벌의 수저와 크기별로 있는 그릇 3개, 양은 냄비 한 개, 컵 하나가 전부였다.

오히려 이런 것들보다 눈에 띄는 것들은 수많은 배달음식들과 캔, 과자 봉투들 그리고 소주 병들이었다.

​고인은 요리를 전혀 하지 않고 매일같이 배달음식, 인스턴트 음식 및 과자, 소주만을 먹은 것 같았다.

개수대와 가스레인지는 요리를 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싱크대 위에는 배달음식들이 바짝 말라비틀어진 상태로 놓여 있었다.

그리고 주방 바닥에는 캔과 과자 봉투들이 분류되어 재활용 봉투에 담겨 있었다. ​

​마지막으로 우리가 제일 놀란 것은 싱크대 내부와 선반 내부에 존재하는 소주 병들이었다.

​싱크대와 선반 내부를 가득 채운 소주 병들은 눕혀진 채로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대략 어림잡아도 백여 병 이상 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소주 병들을 하나하나 조심스레 꺼내어 마대자루에 차곡차곡 쌓아 나갔다.

​집안의 물건을 정리하던 우리는 고인이 50대 남성이며 알코올 중독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고인의 직업이 일용직 근로자인 관계로 일거리에 따라 지역을 여기저기 옮겨 다녀야 되기 때문에 바로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생필품들만 가지고 생활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오염된 장판까지 모두 제거한 우리는 밀봉, 포장되어 있는 물건들을 밖으로 반출하기 시작하였다.

물건들의 양이 적었던 관계로 비교적 단시간 내에 트럭 화물칸에 옮겨 실을 수 있었다.

2일차 작업이 시작되는 다음날

우리는 건물주의 요구에 따라 어제와 마찬가지로 이웃 주민들의 출근시간대를 피하여 오전 10시에 현장에 도착하였고 건물주는 어제와 똑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냄새 많이 없앴지??"

"네."

"많이 없앴습니다."​

이 말을 들은 건물주는 우리와 함께 현장에 진입하였다.

​건물주는 담배에 불을 붙인 후 담배를 피우며 현장을 여기저기 확인하였고 우리는 작업도구를 꺼내어 벽지를 제거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담배를 전부 피운 건물주는 벽지를 제거하고 있던 우리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아니..."

"내가 몇 년 전에 은퇴하고 임대 사업을 하려고 이 건물을 지었단 말이지..."

"퇴직금하고 대출금을 합쳐서 작년 여름에 이 건물을 지었는데 1년도 안돼서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누가 알았겠냐고..."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이 좆같은 새끼 겨울에 내쫓았어야 되는데..."

건물주는 현재 본인이 처한 상황을 우리에게 하소연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말이 길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 나는 고개를 돌려 건물주를 향해 다가갔다.

유가족, 건물주 등 의뢰인들의 한탄이나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은 우리의 업무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의뢰인들은 우리들이 본인의 사정을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공감해줌과 동시에 추후 문제들과 관련하여 조언을 해주면 비교적 큰 만족감과 안도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

이번 현장 또한 건물주가 자신의 말을 들어줬으면 하는 듯한 느낌으로 우리에게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기에 나는 벽지 제거를 중단하고 건물주의 말을 듣기 시작하였다.

"겨울에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러시는지..."

"응!!"

"아니~ 이 새끼가 신축하고 난 뒤에 바로 입주했었거든??"

"작년 여름 때였지 아마??"

"근데 이 새끼가 월세를 전혀 안내는 거야!!"

"뭐 일단 보증금이 있으니 그냥 기다려봤어!!"

"아니~ 근데 반년이 다 되도록 월세를 한 번도 안 내더라고??"

"보증금은 거의 다 까먹어가고 월세는 전혀 낼 것 같지가 않아서 작년 겨울 말에 찾아갔어!!"

"이 시발 새끼야 해넘어가기 전에 월세를 내던지 아니면 나가라고!!"

"아니~ 그랬더니 이 좆같은 새끼가 몸도 아프고 겨울에는 일할 곳도 별로 없다면서 내년 날씨 풀릴 때까지만이라도 봐 달라는 거야!!"

"겨울만은 버티고 싶다면서!!"

"지금 나가면 자기 죽는다고 계속 사정사정하는데~ 그래서~ 뭐~ 어떻게 하겠어~ 그러다가 나도 마음 약해져서 그냥 봐줬지~"

"그런데 이런 일이 터져버렸으니 내가 지금 미쳐버리지 않겠냐고 시발 진짜!!"

건물주의 하소연은 계속되었다.

"맨 처음 발견자가 옆집 아가씨였어!!"

"언제부터인가 옆집에서 계속 음식물 썩는 냄새가 나더래!!"

"이상하다 싶은 채로 며칠을 지내가다 편의점을 가려고 집 밖을 나왔는데 옆집 현관문 밑에 구더기 몇 마리가 기어 다니는 게 보였다는 거야!!"

"그래서 옆집 아가씨가 나한테 바로 연락을 했어!!"

"내가 이때 '아차!!' 싶더라고!!"

"바로 뛰어가서 확인해 보니까 이거 심상치 않다 싶어 경찰에 연락했지!!"

"근데 이때부터가 문제인 거야!!"

"대낮에 시신 수습을 하는데 옆집 아가씨는 물론 동네 사람들이 전부 지켜본 거야!!"​

"그랬더니 그날 저녁 옆집 아가씨가 방을 빼달라 하더라고!!"

​"게다가 다음날부터 동네방네 소문이 나서 다른 세입자들도 방을 빼달라고 계속 연락을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일단은 최대한 빠르게 수습할 테니 나가지 말고 ​조금만 참아 달라고 부탁을 했어!!"

"와~ 근데 이 새끼 유가족을 못 찾아서 ​여기저기 수소문하느라고 현장을 못 건드는 거야!!"

"​현장을 계속 방치하니 시체 썩은 냄새는 계속 나지, 세입자들은 방 빼달라고 계속 전화하지, 현장은 치울 수도 없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진짜 돌아버리겠는 거야!!"

"그러다 보니 결국 옆집 아가씨가 방을 빼니까 다른 세입자들도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방을 빼더라고!!"

"그래서 지금 건물 사람들은 대부분이 다 나갔다니까??"

​나는 여기서 건물 사람들 대부분이 다 나갔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만약 해당 건물 세입자들 대부분이 다 나갔다면 먼저 건물주는 우리에게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애당초 세입자들 출근시간대를 피해서 늦게 오라는 요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다음 세입자들을 받아야 하니 무조건 빨리 와서 빨리 현장을 처리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 맞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건물주는 본인이 현재 처한 상황을 우리에게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그래도 건물주의 얘기를 계속 들어보니 옆집 아가씨 및 몇몇 가구가 방을 뺀 것은 사실이었다.

​"어쩌고저쩌고 ~~~!!"

"이러쿵저러쿵 ~~~!!"

건물주는 이후에도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 옆에서 계속 본인이 처한 상황을 하소연함과 동시에 고인을 비난하였다.

사실 건물주의 이런 반응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고독사한 무연고사망자의 경우 건물주들이 고인에 대해 명복을 빌어주기보다는 비난을 하는 경우를 더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이번 현장의 고인은 무연고사망자이기에 고독사로 인하여 발생되는 피해 금액은 건물주가 모두 부담하여야 한다. ​

건물주가 입은 피해 금액은 단순하게 계산하더라도 수천만원의 피해 금액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유품정리 및 특수청소 비용과 인테리어 시공 비용은 각각 수백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그리고 몇몇 세대 퇴거로 인한 ​보증금 손실은 수백만원 ~ 수천여만원 사이에 달한다.

​퇴거로 인하여 발생되는 공실 기간 또한 무시할 수 없으며 죽은 사람 집이라는 소문으로 인하여 임대비용이 하락하거나 임대가 되지 않는 문제도 떠안아야 된다.

​더욱이 해당 건물은 건물주가 퇴직금 이외에 수억의 대출을 받아 가며 지은지 1년도 안된 신축 건물이었기에 건물주의 심리적인 타격은 더욱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여러모로 종합하여 건물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생각해본다면 고인은 건물주에게 막대한 금액의 피해를 입힌 가해자로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건물주가 심각한 반응을 보이며 고인을 비난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작업은 다음날 3일차까지 진행되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오전까지 끝낼 수 있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건물주와의 대화로 인하여 작업시간이 길어짐과 동시에 건물주가 복합적인 작업들을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관계로 작업은 오후 시간까지 진행되었다.

작업이 끝나갈 무렵 건물주는 현장에 들어왔고 집안을 전체적으로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하아..."

"깔끔하네..."

"냄새도 안 나고..."

"뭐 그래도 일단 급한 불은 껐네..."

현장을 확인한 건물주는 눈앞에 보이던 참혹하고 처참한 부분이 전부 없어졌으니 어느 정도 안도감을 느낀 것 같았다.

이후 건물주는 우리에게도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작업장비들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작업장비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는 사이 건물주는 혼잣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벽지해야 되고..."

"장판해야 되고..."

"싱크대, 선반도 해야 되고..."

"신발장도 해야 되고..."

"도어록도 교체해야 되고..."

"........"

"........"

"아... 개새끼 진짜..."

"디지려면 밖에 나가서 디지지 왜 집안에서 디지고 지랄이야 진짜..."

"좆같은 새끼..."

"이 시발놈은 죽어서까지 민폐 끼치네... 병신 같은 놈..."

건물주는 우리에게 본인의 사정을 하소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알아서인지 고인을 매우 강력하게 비난하였다.

이에 우리는 건물주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작업장비들을 하나씩 옮기기 시작하였다.

작업장비들을 모두 옮긴 우리는 건물주와 함께 작업 현장을 최종 점검하고 문을 닫았다.

1층 주차장에서 내가 철수를 준비하는 동안 친구는 건물주와 함께 담배를 피우면서 말동무를 해주고 있었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건물주는 나를 불렀다.

"저기!!"

"사장!!"

"예."

"아니 이런 일이 발생 안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나같이 임대 사업하는 사람에게 조언해줄 만한 거 없어??"

잠시 눈알을 굴리며 생각을 하던 나는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하하..."

"제 경험상 이런 일을 100%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냥 이런 일이 벌어진 이후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뭔데??"

"음..."

"일단 극단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일단 연고가 없는 사람은 아예 입주를 받지 않으시는 것이 좋아요."

"이번 일처럼 건물주 분이 모든 피해 금액을 부담하지 않으시려면 말이죠."

"그리고 연고자가 있더라도 가족이나 친척 전화번호 한두 개 정도는 확보해 놓는 것이 좋아요."

"그래야지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유가족에게 바로바로 연락해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으니까요."

"이외에 우편함에 고지서가 많이 쌓여있다던가 아니면 현관문 앞에 전단지가 많이 붙어있다던가 건물에 파리들이 굉장히 많아졌다던가 이런 것들 또한 의심을 해보셔도 돼요."

"그리고 집안에 알 수 없는 썩는 냄새가 현관문을 지나 복도나 계단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이라면 그건 바로 경찰에 신고하시는 것이 좋고요."

"그래??"

"알았어!!"

"일단은 연고 없는 사람은 무조건 안 받는 게 제일 좋겠네??"

"그리고 말이야??"

"~ ~~ ~~~ ??"

"~ ~~ ~~~ ??"

건물주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지 해당 질문 이외에도 다른 여러 질문들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우리들은 건물주의 질문을 하나하나 답변해 주며 30분 이상 대화를 나누었다.

해는 가라앉고 저녁시간이 될 즈음 건물주는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 않았고 이에 우리들은 철수하기 위하여 트럭 화물칸을 정리하였다.

이후 우리들은 건물주에게 작업비용을 전달받고 인사를 나눈 후 철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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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사 에피소드를 커뮤니티 사이트 또는 본인의 블로그, 카페에 옮겨 담기 위하여 당사에 문의 및 허락을 구하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영리적 목적 사용이 아니며 내용을 변경하지 않는 한 자유롭게 옮겨 담아도 괜찮습니다.

단, 출처는 다음과 같이 작성하여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 출처 -

스위퍼스 유품정리 특수청소 전문업체

블로그 : blog.naver.com/iwaaki

​카페 : cafe.naver.com/deathsweeper

홈페이지 : www.sweepers.co.kr

 

 

 

 

 

 

 

 

 

실화가 영화 시나리오 뺨친다 ㄷㄷ

80개의 댓글

2019.08.20

건물주입장에선 좆같지

1
2019.08.20
[삭제 되었습니다]
2019.08.20
@Vanished

저런일 하는분들은 몸에 냄새가 베어있던데...

0
2019.08.20

이거 옴니버스 형식으로 미드나 단편 영화 만들면 좆나 재미있겠다

0
2019.08.20
@아호다

ㄹㅇ 저 링크들어가서 기러기아빠의 최후 보면 소름끼침.. 자식새끼가 아무런 감흥이 없고 심지어 한국말도 못함 ㅋㅋ

0
2019.08.20
@알럽송

자식새끼들 입장에선 그냥 돈보내주는 일꾼 죽은느낌아닐까

 

기러기아빠는 왜 하는건지 모르겠음

1
2019.08.20
@아호다

일본 만화중에 비슷한거 있었던거로 기억하는데 제목이 생각안나네. 제목이 저 업체 이름이랑 비슷한 스위퍼스 였던가 하던거 같은데

ㅡㅡㅡㅡㅡㅡ

잠깐 찾아보니 제목이 데스 스위퍼 인가 그런거같음. 결말이 뜬금 병신결말이지만 내용은 꽤 괜찮았던거로 기억함

1
2019.08.20

이런일 해보고싶으면 어떻게해

0
2019.08.20
@룡룡

1인기업 차리셈

0
2019.08.20
@룡룡

잘 안시킴 하다가 추노할게 뻔하니까 아는 지인들 위주로 뽑을걸 대부분 비위상하는 일일텐데 노동력에 비해 급여가 적다고 느낄듯

0
2019.08.20

와 글이 그냥 술술 읽히네

2
2019.08.20

ㄹㅇ 못배운 새끼 내가 딱 봤는데 줮같은짓 할꺼같은사끼들은 안받는게 좋다 문신충 ㅅㅂ 애미 ㄷㅈ 새끼들 그냥 신혼부부라고 와서 방 줬더니 거기서 문신 쳐하면서 장사하고 집에선 계속 오징어타는 냄새랑 비명들린다하고 ㅅㅂ 그러다 뭐가 문제지 하다가 그새끼 누가 신고해서 경찰에 잡혀감 아오 개 버러지새끼

1
2019.08.20
@와랄라라라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문신 잘그릴려면 그림 개잘그려야 되지 않음? 문신 퀄좋은거 지리던데

0
2019.08.20
@알럽송

불법이니까 이새끼들 그런곳 전전함 진짜 한때 원룸방 인테리어 그거때문에 방 인테리어 하다가 줮망하니까 도주하는새끼 중꿔새끼들 환전수수료 까고 방세내기

진짜 앉아서 돈벌긴 개뿔 24시간 매달려야함 ㅅㅂ

0
2019.08.20

저녁식사 예약을 하려구요.

네. 7명이요.

0
2019.08.20

이병헌 나왔던 싱글라이더 생각나네

0
2019.08.20

필력보소 책내도 되겠다ㄷㄷ

그리고 언제나 죽음은 씁쓸하네. 나도 저렇게 고독사 할까봐 무섭다

0
2019.08.21
@링크지원

ㄹㅇ 소설같음 쭉쭉 읽힌다

0
2019.08.20

건물주가 존나 불쌍한거네

1
2019.08.20

유품정리 현장시체 처리 이런거 채용은 함? 인력난 심하다는데 그렇다고 채용을 존나 하는것도 아니고 채용을 하면 무슨 기준으로 뽑는지 궁금하네

0
2019.08.20
@취얼쓰으

하지말라면 하지마

0
2019.08.20

저 일도 아무나 뽑는건 아니겠지. 고라니 로드킬 당해서 구더기 득실한 자리에서 국밥은 먹을 만한 깡은 있어야겠지?

0
2019.08.20
@물오른고등어

육개장 2그릇에 김치 한접시 뚝딱

0
2019.08.20

일본어 번역투라서 5ch같은데서 가져온줄 알았는데 한국거였네 ㄷㄷ

0
2019.08.20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고...

돈말고 공덕도 같이 쌓는 직업이네.

 

0
2019.08.20

결국엔 남 가는 길 명복 빌어주는 것도 자기 여유가 있을 때나 가능하다는 얘기네..

0
2019.08.21

난 장의사나 장례지도사라면 몰라도

저런일은 별루 .

장의사 같은 경우는 고인을 명복을 빌어주는

의미라도 있는 기분이라서

0
2019.08.21

ㅇㄷ 무연고 사망자

0
2019.08.21

글을 뭔가... 멀리서 투명하게 바라보는듯 쓴다고 해야하나

아니 당연히 그런 구조로 전개하고 묘사했는데 아무튼 만화컷처럼 한단락 한단락 정교하게 날카롭게 느껴짐 몰입감 장난아니네

0
2019.08.21

단편영화 하나 봤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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