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닌겐상의 괴력난신 이야기~ 일뽕 가득한 일본 야담

a96b0de16714e2b3edb6c0410186fea5.png

 

오탈자 퇴고 안하니까 지적은 환영합니다.

 

 

 

호랑.jpg

 

옛날에 견당사로 중국에 건너간 사람에게 열 살배기 아이가 있었다. 차마 놔두고 떠나자니 그럴 수 없어서 그 아이를 데리고 건너갔다. 그렇게 중국에서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나갈 수 없을만큼의 눈이 내린 날이 있었다. 그런데 밖으로 놀러나간 아이가 늦게까지 들어오지 않으니 이상하게 여서 찾아나서기로 하였다. 곧 가다보니 눈 위에 아이의 발자국이 있고, 그 뒤를 따라 큰 개의 발자국도 나 있었는데 도중에 아이의 발자국은 사라져 버렸다. 발자국이 산을 향해 있었기에 분명 호랑이에게 물려 간 것이라 여겨 슬픔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하여 칼을 챙겨 발자국을 쫓아 산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암굴 입구에서 호랑이가 아이를 물어 죽여 배를 핥으며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견당사가 칼을 들고 달려들어도 호랑이는 도망치지 않고 앉아있었다. 칼로 그 머리를 내려치니 잉어 머리 잘라내듯 갈라졌다. 그 다음으로 옆구리를 물어뜯으려 달려드는 호랑이의 등을 내리치니 등뼈마저 잘려 호랑이가 지쳐 쓰러졌다. 아이는 죽었으나 그 부모가 죽은 아이를 호랑이에게 구해내 옆구리에 끼고 돌아오자 마을 사람 모두가 놀라워 했다. 

중국 사람들은 호랑이를 만나면 도망치는 것도 어려워하는데 호랑이에게 벌을 내려 죽이고 아이의 시신을 되찾았으니 사람들 모두가 '역시 일본의 무술은 어느 나라도 당해낼 수가 없구나.'하고 칭찬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죽은 아이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다. - 우지습유 모노가타리

 

 

 

견당사는 일본에서 중국의 문화를 배우기 위해 파견된 사절단입니다. 630년에 최초로 파견되었습니다. 그런데 견당사 부모의 호랑이 사냥 이야기와 흡사한 이야기가 일본서기에 하나 있습니다. 아래 사이트에 간추려서 번역되어 있길래 복붙합니다.

 

 http://www.culturecontent.com/content/contentView.do?search_div=CP_THE&search_div_id=CP_THE001&cp_code=cp0419&index_id=cp04190005&content_id=cp041900050001&search_left_menu=1

 

『일본서기』에 실린 왜국(倭國) 사신의 호랑이 사냥 이야기도 흥미롭다(긴메이(欽明)천황 5년(544) 11월). 기사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신(膳臣巴提便)은 처자와 함께 백제 사신으로 갔습니다. 그 나라의 해변에서 밤에 자다가 애가 없어진 것을 알았습니다. 그 날 밤에는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신은 아침 일찍 무장을 하고, 그 발자국을 따라 굴까지 갔습니다. (중략) 저는 호랑이에게 이렇게 일렀습니다.“너도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사람과 한 가지일 터이다. 나는 엊저녁에 아이를 잃고 뒤를 밟아 왔다. 반드시 원수를 갚고야말겠다”이 때 호랑이가 앞으로 나와서 입을 벌리고 신을 삼키려 들었습니다. 저는 재빨리 왼손을 뻗어 호랑이의 혀를 잡은 채, 오른손으로 찔러 죽이고 가죽을 벗겨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긴메이천황 5년은 백제 성왕 22년에 해당한다. 그가 사신으로 떠난 것은 3월이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앞의 무용담(?)은 과장이 지나치다. 일본에는 호랑이가 없었던 탓에, 그는 제멋대로 허풍을 떨었을 것이다. 백제에서도 다른 나라 사신의 아들이 물려 죽은 만큼, 군사들을 동원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책을 세웠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로써 당시에 호랑이가 매우 흔했던 사실도 알 수 있다.

 

 

 

 

보면 백제에서 일어난 호랑이 사건이 먼저입니다. 내용이 아예 똑같기 때문에 우지습유 모노가타리의 이야기는 이 백제에 갔던 사신의 이야기를 가져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백제의 이야기가 중국의 이야기로 바뀐걸까요? 

 

고대일본의 기록에서 종종 고대 한반도를 대륙, 중국으로 기록하기도 합니다. 즉, 가끔 한반도와 대륙의 표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소리입니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올린 이야기에서 '삼한(三韓)의 상자'가 언급된적이 있는데 이게 정작 또 삼한의 물건이 아니라 중국제를 말한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에서 저자가 이 이야기의 세부적인 내용이 아니라 전반적인 내용만 듣고 기록할때에 한반도에서의 이야기를 중국에서의 이야기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와전되고, 실수로 착각해서 이렇게 기록했을 수 있다는겁니다.

 

그런데 저자가 만약 내용을 제대로 알면서도 백제에서의 일을 중국에서의 일로 기록했다면? 만약 그렇다면 그건 의도적이겠죠. 한반도에서 칭찬받기 보다는 대륙에서 칭찬받는게 더 그럴듯하니까 말입니다. 

 

 

 

 

공자.jpg

 

옛날, 공자가 길을 가다 여덟 살 가량의 아이를 만났다. 아이가 공자에게 물었다.

"해 지는 곳과 낙양 중 어디가 더 먼가요?"

공자가 답했다.

"해가 지는 곳이 더 멀고, 낙양이 더 가깝구나."

이에 아이가 말했다.

"해가 지고 뜨는 곳은 제 눈으로 보이지만 낙양은 본 적이 없으니 해가 뜨는 곳이 더 가깝고 낙양이 더 멀다고 생각합니다."

공자는 아이의 총명함에 감탄했다.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이가 하나 없었는데 아이가 이런 물음을 했으니 사람들은 그 아이가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 우지습유 모노가타리

 

일본 야담집에 공자가 나옵니다. 우지습유 모노가타리를 보면 공자가 네번 등장합니다. 그 중 세가지 이야기에서 공자는 대체로 이런 느낌으로 상대방에게 허를 찔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상대보다 못한 위인으로 등장합니다.

 

 

혜시.jpg

 

일단 어린아이가 말한 내용을 살펴봅시다. 그냥 옛 사람들 사고방식대로 평범하게 생각하면 당연히 하늘 위, 우주에 있는 태양보다는 바다 건너 중국의 도시 낙양이 가깝다고 생각하는게 맞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새로운 견해를 바탕으로 기발한 해석을 합니다. 사실 이런 해석을 하는 학파가 춘추전국시대에 있기는 했습니다. 바로 '명가'(名家)입니다. 이 명가의 인물 중 하나인 혜시가 말한 '역물십사'(歷物十事)는 장자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 열가지 중에 몇가지만 보겠습니다.

 

"하늘과 땅은 높이가 같고, 산과 연못은 모두 똑같이 평평하다."

"남쪽은 끝이 없으면서도 있다."

"나는 세상의 중심을 안다. 연나라 북쪽과 월나라 남쪽이다."

"오늘 월나라에 가서 어제 돌아왔다."

 

이게 생각해보면 말이 안되는 소리들입니다. 그런데 관점을 조금 달리해서 보면 말이 되는 소리입니다.

 

"하늘과 땅은 높이가 같고, 산과 연못은 모두 똑같이 평평하다." = 절대적인 위치에서 보면 하늘과 땅이나 높이가 어떤지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저 멀리 우주에서 본다고 생각해보십쇼. 

 

"남쪽은 끝이 없으면서도 있다." = 남쪽이란 것도 단순히 남쪽을 말한다면 끝이 없습니다. 서울의 남쪽, 전라도의 남쪽, 제주도의 남쪽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겠죠. 하지만 본인이 명확히 기준을 잡는다면('나는 서울 남쪽의 끝, 전라도보다는 북쪽의 특정 지역을 찾는다!') 끝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세상의 중심을 안다. 연나라 북쪽과 월나라 남쪽이다." = 연나라는 중국에서도 북쪽의 있는 나라이고, 월나라는 남쪽에 있는 나라인데 각각 그 나라의 북쪽과 남쪽이 중심이라니 말도 안됩니다. 그러나 중심 또한 상대적인 것이지요. 연나라 북쪽 사람에게는 자신이 있는 연나라 북쪽이 중심이고, 월나라 남쪽 사람에게는 자신이 있는 월나라 남쪽이 중심입니다. 

 

"오늘 월나라에 가서 어제 돌아왔다." = 오늘이라 말하지만 어제를 기준잡아 이야기 하면 내일이고, 내일을 기준 삼아 이야기 하면 어제입니다. 시간을 나누는 것이야 말로 상대적인 나눔일 뿐입니다. 

 

아이의 말이 묘하게 명가의 이런 관점, 사물을 다르게 보는 방식과 흡사합니다.

 

 

 

은자.jpg

 

또 이 야담집에 실려 있는 이야기 중 하나는 바른 정치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다니는 공자에게 노인 한명이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헛된 짓을 하는구만, 세상에 자신의 그림자를 싫어하는 사람이 하나 있다 칩시다. 맑은 날 나와서 제 몸의 그림자를 떼어내기 위해 노력한들 그게 가능하겠소? 그저 그늘에 유유히 있다보면 그림자가 없어질텐데 말이오. 햇빛 아래에서 그림자를 뗴어내려 힘쓰다니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오. 물에 떠내려 오는 개의 시체를 건지려고 뛰어든 사람은 오히려 물에 빠져 죽을 뿐이오. 이처럼 덕이 되지 않는 일을 그대는 하고 있소이다. 적당한 곳에서 인생을 보내는 것이야 말로 세상의 바람이오. 이를 행하지 않고 마음을 세상에 두고 분주하게 다녀봤자 헛된 일이오." - 우지습유 모노가타리(노인이 공자에게)

 

노인이 이렇게 말하고 떠나는데 공자는 그 모습을 보고 절만 하는 내용입니다. 혹시 이 이야기를 어디서 본 것 같다구요? 네, 아주 흡사한 이야기나 논어에서 나옵니다. 논어 미자편을 보면 공자가 나루터를 찾기 위해 제자인 자로에게 찾아보라 하였는데, 그때 자로가 장저와 걸익이라는 사람을 만납니다.

 

장저: 저 수레에서 고삐를 쥔 사람은 누구신가?

자로: 공자이십니다.

장저: 아 바로 그 노나라의 공구신가?

자로: 그렇습니다.

장저: 그런 분이라면 나루터를 알거요.

걸익: 그럼 선생은 뉘시오?

자로: 저는 자로입니다.

걸익: 아 바로 그 노나라 공자의 제자란 말이오?

자로: 그렇습니다.

걸익: 큰 물이 도도히 흐르듯 천하는 모두 그렇게 흘러가는 것인데, 그것을 누가 바꾸겠소? 당신도 사람을 피해 다니는 사람을 따르는 것이 어찌 세상을 피해 사는 사람을 따르는 것만 하겠소?

 

이렇게 말하고서는 일손을 멈추지 않았다. 자로가 가서 공자에게 이 일을 아뢰자. 공자께서는 실망스러운 듯이 말씀하셨다.

 

공자: 짐승들과 더불어 한 무리를 이룰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이 세상 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누구와 함께 하겠느냐? 천하에 도가 행해지고 있다면 내가 관여하여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 논어

 

논어를 보면 이렇게 숨어 사는 은자들과 공자가 만나는 이야기가 종종 나옵니다. 그 중에서도 우지습유 모노가타리의 이야기는 이 논어 미자편의 이야기와 가장 많이 닮아있습니다. 다만 큰 차이가 있는데, 우지습유의 이야기에서 공자는 상대방에 대해 반박하지 못하고 은자가 떠나갈때까지 절만하다가 마침내 노인이 떠나자 수레로 돌아갑니다. 그에 반해 미자편의 공자는 은자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우지습유의 공자는 논어의 공자에 비하면 비굴하기 짝이 없습니다.

 

 

 

도척.jpg

 

마지막으로 우지습유 모노가타리에는 공자와 도척이 만나는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장자의 잡편에도 실려있습니다만 둘의 내용이 조금 다릅니다. 일단 중국의 유명한 도적인 도척은 장자에서는 공자의 지인이자 군자로 유명한 유하혜의 동생이지만 우지습유에서는 유하혜의 제자로 나옵니다. 공자가 도척을 교화하기 위해 찾아갈 때, 장자에서는 안회와 같이 찾아갑니다. 그러나 우지습유에서는 이미 안회는 죽은거로 나옵니다. 조금 비교를 해봅시다.

 

 

“이익으로 권할 수 있고 말로 간구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세상의 어리석은 평범한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다. 지금 내 체격이 훌륭하며 용모가 아름답고 사람들이 나를 보면 좋아하는 것은 내 부모의 덕이다. 네가 칭찬해 주지 않더라도 이미 알고 있는 일이다. 또 내가 듣기로. 남의 면전에서 칭찬하기를 좋아하는 자는 등뒤에서 욕하기도 잘한다고 했다. 지금 네가 큰 성을 쌓게 한다느니, 백성들을 모아 준다고 했는데, 그것은 이익으로 나를 권면하는 것이니 나를 평범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다루려는 것이다. 허나 그런 것들이 얼마나 오래 가겠느냐? 성이 크다 한들 천하보다 크겠느냐? 요와 순임금은 천하를 다스렸으나 그 자손들은 송곳하나 꽂을 땅도 갖지 못 했다. 탕임금과 무왕도 스스로 천자가 되었으나 그 자손은 모두 끊기고 말았다. 그것은 이익이 너무 컸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또 내가 듣기에, 옛날에는 새나 짐승이 많고 사람의 수는 적어, 사람들은 모두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며 짐승의 해를 피했고, 낮에는 도토리와 밤을 줍고 밤에는 나무 위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을 유소씨의 백성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또 옛적에는 백성들이 옷을 입을 줄도 모르고 여름이면 장작을 쌓아놓았다 겨울에는 이것을 땠다. 그래서 이들은 지생의 백성이라고 한다.

신농씨 시대에는 안락하게 누워 자고 일어나서는 유유자적했다. 백성들은 자기의 어머니는 알아도 아버지는 몰랐고, 고라니나 사슴들과 함께 살았다. 농사를 지어서 먹고 길쌈을 해서 옷을 입었으며 서로를 해치려는 마음 따위는 지니지 않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지극한 덕이 한창 성했던 시대였다. 그런데 황제는 덕을 완전히 실현시킬 수가 없어, 치우와 탁록의 들에서 싸워, 사람들의 피가 백리 사방을 물들였다. 이어 요와 순이 천자가 되자 많은 신하들을 내세웠고, 탕왕은 그의 주군을 내쳤으며, 무왕은 주왕을 죽였다. 이 뒤로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짓밟고, 다수가 소수를 학대하게 된 것이다. 탕왕과 무왕 이후는 모두 세상을 어지럽히는 무리들이다. 지금 너는 문왕의 도를 닦고서 천하의 이론을 도맡아 후세 사람들을 가르친다고 나섰다. 넓고 큰 옷에 가는 띠를 띠고 헛된 말과 거짓 행동으로 천하의 임금들을 미혹시켜 부귀를 얻으려는 것이다. 도둑치고도 너보다 더 큰 도둑은 없는데, 세상 사람들은 어째서 너를 도구(盜丘)라 부르지 않고, 반대로 나를 도척이라 부르는 것이냐!

너는 달콤한 말로 자로를 꾀어 따르게 하고, 그가 쓰고 있던 높은 관을 벗기고, 차고 있던 길 칼을 풀어놓게 한 뒤, 네 가르침을 받게 했다. 세상에서 말하기를, 공구는 난폭한 행동을 금지시키고 그릇된 행동을 금할 수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결국 자로는 위나라 임금을 죽이려다가 일을 이루지 못하고 위나라의 동문 밖에서 사형을 받아 그의 몸이 소금에 절여지게 되었다. 이것은 너의 가르침이 불충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너는 스스로 재사니, 성인이니 자처하지만, 노나라에서 추방되었고, 제나라에서는 궁지에 몰렸었고, 진과 채나라 사이에서는 포위를 당했으니, 천하에 몸둘 곳이 없게 되지 않았느냐? 너는 자로로 하여금 처형을 당해 몸이 소금에 절여지게 만들었으니, 결국 환란으로 위로는 몸을 보전할 길이 없고, 아래로는 사람 노릇을 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너의 도를 어찌 귀한 것이라 하겠느냐?

세상에서 덕이 높다고 한다면, 황제보다 더한 이가 없지만, 그 황제도 덕을 온전히 지킬 수가 없어 탁록의 들에서 싸워 백 리 사방을 피로 물들였다. 요임금은 자애심이 없었고, 순임금은 효를 다하지 못했으며, 우임금은 일을 하느라 말랐고, 탕왕은 그 주군을 내쳤으며, 무왕은 주왕을 죽였고, 문왕은 유리에 유폐되었다. 이 여섯 사람은 세상에서 높이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엄격하게 논하자면, 모두가 이익 때문에 그 진실에 대해 미혹됨으로써 억지로 그 성정을 거슬렀던 사람들이다. 이들의 행동이야말로 수치스러운 것이다.

세상에서 말하는 현사로는 백이와 숙제가 있는데, 고죽의 임금자리를 사양하고 수양산에서 굶어 죽었다. 그들의 시체는 아무도 장사를 치뤄주지 않았다. 포초라는 사람은 자기의 행동을 꾸미고 세상을 비난하다가 나무를 끌어안고 죽었다. 신도적은 임금에게 간했으나 들어주지 않자 돌을 지고 스스로 황하에 몸을 던져 물고기와 자라의 밥이 되었다. 개자추는 충성을 다해 자기의 넓적다리 살을 베어 문공에게 먹였으나, 뒤에 문공이 그를 배반하자, 그는 노하여 진나라를 떠나 살다 나무를 껴안은 채 타 죽었다. 미생은 여자와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으나 여자가 오지 않자 물이 불어도 떠나지 않고 있다가 다리 기둥을 끌어안은 채 죽었다. 이 네 사람은 잡기 위해 매달아 놓은 개나, 제물로 강물에 던져진 돼지나 표주박을 들고 구걸을 하러 다니는 자나 다를 것이 없다. 모두가 자기의 명분에 얽매이어 죽음을 가볍게 여기고, 근본으로 돌아가 수명을 보양하려 하지 않은 자들이다.

세상에서 말하는 충신으로는 비간이나 오자서 만한 사람이 없다. 그러나 오자서는 처형을 당해 시체가 강물에 던져졌고, 비간은 가슴을 찢겨 심장이 드러내졌다. 이 두 사람은 천하에서 말하는 충신들이다. 그러나 마침내는 천하의 비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위에서부터 자서나 비간까지 모두 귀하다고 할 만한 것이 못되는 것이다. 네가 나를 설득시키는 방법으로 내게 귀신 얘기를 한다면 모르지만, 사람에 관한 일을 가지고 얘기한다면 여기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것들은 모두 내가 알고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너에게 사람의 성정에 대해 얘기해 주겠다. 눈은 좋은 빛깔을 보려 하고, 귀는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하며, 입은 좋은 맛을 보려 하고, 기분은 만족을 바란다. 사람의 수명은 기껏해야 백살, 중간 정도로는 80살, 밑으로 가면 60살이다. 그것도 병들고 여위고 죽고 문상하고 걱정으로 괴로워하는 것을 빼고 나면 입을 벌리고 웃을 수 있는 것은 한달 중에 불과 사오일 에 지나지 않는다.

하늘과 땅은 무궁하지만 사람에게는 죽음에 이르는 일정한 때가 있다. 이 유한 한 육체를 무궁한 천지 사이에 맡기고 있기란 준마가 좁은 문틈을 달려 지나가 버리는 것과 같다. 따라서 자기의 기분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그 수명을 보양하지 못하는 자는 모두가 도에 통달하지 못한 사람인 것이다. 네가 하는 말들은 모두 내가 버리는 것들이다. 당장 뛰어 돌아가거라.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말아라! 너의 도라는 것은 본성을 잃은 채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사기와 허위일 뿐이다. 그런 것으로는 사람의 참된 모습을 보전할 수 없느니라. 어찌 논의할 대상이나 되겠느냐?" - 장자

 

 

 

http://www.yetgle.com/jangja2901.htm

에서 퍼왔습니다. 장자의 이야기는 일단 엄청 깁니다. 중국 역사에 대한 배경 지식도 조금 필요합니다. 이것도 잘라온 것이지 공자가 도척을 설득하는 내용도 처음보는 사람이 보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수 있습니다. 굳이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우지습유 모노가타리를 살펴봅시다.

 

 

 

 

 

"네가 하는 말을 전부 틀렸다. 과거 요순 두 제왕은 세상의 존경을 받았으나 그 자손은 바늘을 세울 정도의 땅 하나 얻어 다스리지 못했다. 또한 세상에서 현명하다 칭송받던 백이와 숙제는 수양산에서 굶어 죽었따. 당신 제자 였던 안회는 교육을 잘 했다지만 단명했고, 또 다른 제자인 자로는 위나라 성문에서 죽임을 달했지. 이렇게 보건데 현명한 자들의 최후는 좋을 리가 없다. 나는 악행을 하지만 지금까지 재앙이 없었다. 칭찬을 받는 자도 네댓새를 가지 못하고 마찬가지로 비난받는 자로 네댓새를 가지 못한다. 언제까지나 칭찬을 받고, 언제까지나 비난받는 일이란 없는거다. 그래서 나는 내 뜻대로 산다. 너도 나무를 잘라 관모로 삼고 가죽을 옷으로 삼고 세상을 두려워하고 위정자를 두려워하고 받들지만 재차 노나라에서 쫓겨나고 위나라에서도 쫓겨났지, 너는 왜 이리도 현명하지 못하는가? 너의 말은 어리석기 짝이 없다. 당장 돌아가거나 네 말은 아무 쓸모가 없다." - 우지습유 모노가타리

 

 

네, 우지습유의 이야기는 장자의 내용을 쉽게 간추려 놓았습니다. 거기에 장자에서는 없는 '안회가 불행히도 단명했다.'는 말을 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것도 조금 의도가 있어 보입니다. 사실 장자에서 안회는 공자의 제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공자보다 뛰어난 인물로 묘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안회가 스스로 '좌망'(坐忘)의 경지에 이르자 공자가 도리어 안회를 따르고 싶다고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그래서인지 장자에서는 굳이 도척의 입에서 안회가 죽었다는 패드립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우지습유에서는 안회가 죽은일을 언급합니다.

 

 

이 우지습유의 이야기는 장자의 내용을 간추려 놓은만큼 깊이는 없지만, 배경 지식이 많지 않아도 쉽게 이해는 됩니다. 바로 '공자라는 사람이, 공자의 삶의 방식이, 공자의 학문이 현명하지 못하다.'라는 주제가 쉽게 이해되는거죠. 그리고 그런 주제를 쉽게 이해시키기 위한 의도로 저자는 아마 자극적이고, 확실한 예시인 제자의 죽음을 하나 더 넣은거로 보입니다. 공자가 유명한만큼 그의 제일제자인 안회도 유명하니 말입니다. 이 글을 읽은 당시 일본인들은 중국의 인물들인 요순이니 백이, 숙제니, 중국의 역사와 전설이니 하나도 몰라도 이렇게는 생각했겠죠.

 

"옛날 잘난 사람들이 모두 허탕만 치다가 죽었고, 그 공자도 얻은거 하나 없을뿐더러 그 사람의 후계자랑 다름 없던 제일제자 또한 죽었구나. 공자라는 사람과 그의 학문이 겨우 요정도구나."

 

 

 

일뽕.jpg

도대체 왜 이랬을까요? 공자가 행한 일 중에는 보고 배울만한 것들도 많습니다. 그런 이야기말고 왜 공자가 이런 취급을 받는 이야기만 3개나 넣었을까요? 우선 이 우지습유 모노가타리의 저자는 상대적으로 불교에 친화적입니다. 물론 승려들이 괴롭힘 당하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대체로 불법의 영험함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은자나 도척이나 전부 도교의 사상이고 혹은 그와 밀접합니다. 불교는 인도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한반도로, 그리고 일본으로 전래되면서 도교와 혼합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굳이 따지자면 불교는 유학보다는 도교와 친화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불교도, 도교도 아닌 유학의 거두인 공자가 저자에게 이런 취급을 받은건 아닐까요?

 

 

두번째로 저자는 자신의 국가, 즉 일본을 의도적으로 띄어주고자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 신라 황후가 바람을 핀 죄로 죽기 직전에 일본의 하세관음에게 도움을 청하자 구해준 이야기도 바로 이 책에 실려있습니다.(여기서 언급된 신라황후는 실제로 사서에는 나오지도 않습니다.) 또 일본의 승려가 중국에가서 중국의 승려들과 바리떄를 던지는 경쟁을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때 일본 승려는 일본 쪽을 향하며 삼보와 천지신(일본 고유 신토의 신들)에게 기도를 올린 덕에 중국 승려들에게 승리합니다. 그렇습니다. 저자는 다른 국가들을 일본의 아래로 두고 싶어하는 듯이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성인인 공자가 너무 위대한 존재일 필요는 없던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지습유의 공자와 도척의 이야기 끝에가서는 공자가 도척에게서 도망치자 이를 두고 '孔子倒わす' = '공자 헛발을 짚다.'라고 말한다고 적습니다. 오늘날 이 표현을 일본에서는 '孔子の倒れ' 라고해서 지금도 쓰고 있습니다. 사전에서도 나오더군요. 이 정도면 저자의 의도가 성공한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14개의 댓글

28 일 전

저때나 지금이나 하는 짓이 비슷하네

0
@ㄱㅡ

글이 좀 길었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
28 일 전
@세레브민주공원
0
28 일 전

박경리 선생님의 말씀이 1도 틀린게 없네

0
@마츠Q
0
28 일 전

짐승의 무리와 더불어 도를 논할 수 없다는 것은 곧 일본을 말하는 것이구나

0
@Volksgemeinschaft

저 당시 일본 야담 보면 열등감이 있어서 그런지

불법에서 중국이나 반도보다 자신들이 우월하다고 주장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더라구요. 물론 그 방식이 너무 막나가서 그렇죠.

0
24 일 전
@세레브민주공원

일본 열등감은 현재까지 계승된건가

0
28 일 전

[아저씨가 이마치며 놀라는 콘]

0
@오스만유머
0

왜 데스웅 말투는 안 쓰시나요? 재밌었는데 그 말투. 글 잘 읽어서 추천했습니다

0
@멋진남자명수형

승희님이 다시 한번 쓰면 밴 먹인다하셨습니다

0
22 일 전

녹색요괴기이단편

0
@걔드립맨
0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공지 [게임] 게임 연재, 게임 정보는 게임 연재 판을 이용 해주시기 바랍니다 91 overflow 5 2017.04.18
공지 [기타 지식] 후기, 리뷰, 감상문은 허용 하지 않습니다 overflow 2 2016.07.29
공지 [기타 지식] 글 작성 금지 항목들 overflow 2 2014.04.06
공지 [기타 지식] 연속적인 글과 제목에 대하여 28 overflow 2 2013.08.11
공지 [기타 지식] 읽을 거리 판 입니다. 44 애드립 2 2012.07.25
9533 [호러 괴담] 버스 정류장 살인마 | 살인자 이야기 10 그그그그 5 1 일 전
9532 [자연] 걸어서 땅끝마을까지_23화 4 sjfhwisksk 3 1 일 전
9531 [기타 지식] 자폐아이들의 10가지 징후_youtube 21 비가오는날 5 2 일 전
9530 [기타 지식] [롤주의] 숫자로 보는 페이커 29 물온도어떠세요 25 2 일 전
9529 [호러 괴담] [스압] 살인중독 연쇄살인마 정남규 13 디즈니 7 2 일 전
9528 [유머] 그림 보고 떠오른 잡념 (11) 12 한그르데아이사쯔 4 2 일 전
9527 [기타 지식] 스압)완)쉽게보는 애덤스미스부터 대공황, 현대까지의 경제사... 33 반pc붐은오고야만다 17 4 일 전
9526 [기타 지식] (팩트체크) 초등학생이 배틀그라운드,오버워치해도 신고 못한다. 6 개드립빠 3 4 일 전
9525 [역사] 공포의 제국 아즈텍의 기괴한 풍습과 유적들 <8> 희생... 34 Taurus 32 4 일 전
9524 [호러 괴담] [Reddit 괴담] 행복한 저녁 (유툽 주의) 23 년차ASMR 1 4 일 전
9523 [호러 괴담] ( 번역 괴담 ) 전주인의 악취미 20 woog 4 5 일 전
9522 [역사] [히틀러의 결단] ④ 키예프 포위전편 3/3 18 Volksgemeinschaft 9 6 일 전
9521 [역사] [히틀러의 결단] ④ 키예프 포위전편 2/3 Volksgemeinschaft 6 6 일 전
9520 [역사] [히틀러의 결단] ④ 키예프 포위전편 1/3 9 Volksgemeinschaft 7 6 일 전
9519 [호러 괴담] [크리피파스타 번역괴담][Reddit괴담] "사라 오 배넌&qu... 7 lllIlllIlllll 9 6 일 전
9518 [기타 지식] 개혁(改革) - 가죽을 다듬는 철학 3 WANTED 4 6 일 전
9517 [호러 괴담] 립스틱 킬러 | 살인자 이야기 8 그그그그 2 6 일 전
9516 [역사] [히틀러의 결단] ③ 루마니아의 추축국 가입편 2/2 13 Volksgemeinschaft 9 7 일 전
9515 [역사] [히틀러의 결단] ③ 루마니아의 추축국 가입편 1/2 11 Volksgemeinschaft 6 7 일 전
9514 [기타 지식] 약 스압, 데이터 주의) 다윈상 12 그그그그 23 7 일 전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