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걸어서 땅끝마을까지_11화

주의! 감성적이고 사적인 여행담이므로 껄끄러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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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땅끝마을까지

첫   화 : P . R https://www.dogdrip.net/21592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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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일

흐림, 약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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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이동거리 24.67km)

 

 

잠을 잘 잤다. 여기서 2일 지냈지만 베게가 마음에 들어서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게스트 하우스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아무래도 호스트는 일때문에 나간 것 같고, 나머지 게스트들도 일정에 맞춰 나간듯 했다.

 

나는 느긋하게 출발 준비를 했다. 씻고 배낭을 정리했다.

 

상태는 어제에 비해서 많이 좋아졌다. 충분히 걸을만 했다.

 

준비를 마치고 배낭을 들어보니, 확실히 많이 가벼워 졌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끝까지 짊어지고 갔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말이다.

 

그 압박감과 중압감은 나에 대한 벌이자 명예 그리고 돋보임의 상징이었는데, 이젠 바람 빠진 풍선마냥 푹 꺼진 모습이다.

 

그래도 건강이 우선이니, 어쩔 수 없이 마음을 정리하고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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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기 전에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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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시가지의 모습. 밤에는 휘황 찬란하다가 아침에는 썰렁해진다.)

 

아침은 주변에서 간단하게 빵으로 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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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보기 힘든 광경이라 찍음)

 

지나오는 길에 교통대학교 주변을 거쳐오는데, 꽤나 보기 힘든 광경이라서 사진을 찍었다.

 

차단기가 내려가고 기차가 지나가는걸 굉장히 오랜만에 봤다.

 

특히 사람이 직접 나와서 관리하는 건 정말 어렸을 적 이후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사진말고 동영상도 있는데, 읽판은 동영상 불가라 못올립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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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론 정말 예뻐서 찍었는데, 초점이 안 맞았단걸 이제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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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부분 이런 도로를 걸었다.)

 

날씨가 흐려서 다행이 크게 덥지는 않았다. 다만 습도가 높아서 찝찝했을뿐.

 

걷는 와중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우비를 쓰려다 많이 오지는 않아서 배낭에 커버만 씌우고 걸었다.

 

오는 길에 식사하려고 잠시 주차하신 트레일러 기사 아저씨가 계시길래 인사를 드렸다.

 

그러더니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어디까지 가냐고 해서, 해남까지 간다고 하며 수고한다고 시원한 물병 하나 가지고 가라했다.

 

하지만 이미 충분히 물을 가지고 있어서 거절했다. 그리곤 아저씨께서 좋은 여행이 되라고 하시면서 서로 갈 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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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이든 도시든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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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한참 눈 싸움한 삼색 껄룩이.. 나름 경계하는지 가까이 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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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전혀 사용하지 않는지, 버스 정류장에는 거미 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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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나타난 댕댕이 가족 덕분에 깜짝 놀랐다.)

 

가는 길에 잠시 쉬었다 가려고 공단 콘크리트 연석 부분에 앉아서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부시럭 대더니 강아지와 그 어미가 나한테 와서 엄청나게 앵겼다.

 

냄새도 엄청 맡고 침도 여기저기 뭍고.. 나는 이놈들이 물지 않을까 완전히 경직된 상태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다행이 강아지 패밀리들은 나한테 해코지를 하지 않았고, 내가 겁먹은걸 안건지 다시 가던 길을 갔다.

 

나는 혹여나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되서 빠르게 배낭을 메고 다시 출발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긴 해프닝에 불과했지만, 당시에는 얼마나 무서웠는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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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하던 아저씨들이 주신 음료수)

 

또 다시 걸었다. 걷던 와중에 갓길에서 공사하시던 아저씨들이 계셔서 인사를 하면서 지나갔다.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인건지 차량에 타시면서 나에게 음료수를 하나 던져주셨다.

 

물도 거의다 떨어지고 해서 감사히 마시겠다고 하면서 받았다.

 

그러시면서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보셔서 해남까지 간다고하니 수고한다고 말하셨다.

 

대략 100m 조금 걸었을까? 여기도 작업 중인듯 했다.

 

같은 레퍼토리로 물어보고 해남간다하고 고생이 많다하며 음료수를 주실려했다.

 

그래서 앞에서 받은게 있다고 거절하니 그냥 무작정 가져가라고 하셔서 받았다.

 

그러시면서 "야 빨리타 안그래도 우리도 해남까지 가는데, 해남까지 태워다줄께." 이렇게 말하셨다.

 

"먼저 가세요. 전 걸어서 갈께요.ㅋㅋ" 하면서 웃으면서 대답해드렸다.

 

아무튼 재밌는 분들이셨다. 서로 인사하고 다시 갈 길을 갔다.

 

도시에서는 인사를 하면 아..예 이러고 끝나고 마는게 대부분이지만, 시골이나 사람이 드물만한 곳에서 인사를 하면 서로간에 조금 특별하게 느껴지는 그런게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서로 조금 더 알아가는 과정을 갖는 것 같다. 이건 정말 미세한 부분에서 차이를 만들어내지만, 그런 작은 부분들이 여행자에게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하루 하루를 조금씩 걸어가 언젠가는 끝이 있는 것처럼, 이런 작고 소중한 기억과 경험들이 결국엔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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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에 신기한 조형물이 있어서 찍어봤다. 알파고님 충성충성 ^^7)

 

음성에 도착해서 찜질방으로 바로 향했다.

 

시설은 아무래도 군이다 보니 조금 부족한 면이 있었지만 그래도 하룻밤을 지내기엔 충분했다.

 

거기엔 관리하시던 이모님이 계셨는데, 꽤나 젊어보이셨다. 이걸 표현하니 기분이 좋으신지 이래저래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어디가 명당이고 어디가 좋은 자리라던가 그런거 말이다. 덕분에 따뜻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아저씨가 말씀하신 좋은 여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조금 고민해보기로 했다.

 

좋은 여행이란? 맛있게 먹고 편하게 푹쉬며 가는여행? 아니면 불편함과 고난이 있는 고된 여행? 

 

그게 아니라면 끊임없이 자아성찰과 고민을 하며 걷는 여행? 나처럼 멍때리며 그 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여행?

 

무엇이 좋은 여행일까? 난 정답을 모르겠거니와 딱히 알고 싶은 마음이 없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들이 어떤 결과를 나올지 전혀 알지는 못하지만 끝에는 뭔가 바뀌지 않을까?

 

이 여행에 끝이 온다면 다시 뭘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 투성이겠지만, 일단 나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냥 걷는다.

 

어떤 부분이 좋은 여행인지 나쁜 여행인지 모르지만 일단 그냥 무작정 걷는다.

 

 

'걷는다'는 행위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유는, 걷기와 내가 좋아하는 노래에만 집중하면 되기 떄문이다. 다른 어떤 걱정 거리도 없이 말이다.

 

단지 다리나 허리가 조금 아픈 것만 빼면, 부모도 가족도 학교도 나의 인생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걷는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본다면 걷는다는 행위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때로는 그러면 어떠하리.

 

 

내일 비가 온다는데 많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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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지나가는거 동영상 올리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3개의 댓글

2019.08.10

어느새 충남을 향해가네 퍄

1
2019.08.10

이모사진!!!

1
2019.08.11

호오 시리즈 올라올때마다 보는데 교통대도 지나갔다니 넘모 신기.. 꽃사진 밑에 길은 학교다닐때 오토바이 타고 많이 다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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