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DK5FoLgpf4k
넓디 넓고 긴 항해지 사이에
한 섬이 있었다
여러 나라의 항해자들이 그곳을 지나다가 때로는 정착하였으니, 그곳은 주인은 없고 이방인들만 있었다
세상에 온갖 사람들이 모였으니, 어찌 분쟁이 생기지 않을소냐
누군가는 날고기를 먹는 이를 혐오했고, 누군가는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을 혐오했다
한 현자가 말했다
그 모든 분쟁은 언어가 통하지 않기에 생기는 일이라고
그러자 그들은 그곳만의 언어를 만들었다
몇 세대가 지났다
어떤 단어들은 더 다양하고 세분화되었고, 대다수의 단어들은 합쳐지거나 흐릿해졌다
언어는 피가 아니라 학습으로 각인되는것이기에
이제는 남녀노소 하나의 언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분쟁은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는 여러사람을 사귀는 이를 혐오했고, 누군가는 소리내어 밥먹는 이를 혐오했다
한 현자가 말했다
이 모든 분쟁은 문화가 다르기에 생기는 일이라고
그러자 그들은 그곳만의 문화를 만들었다
머리는 모두 변발을 하게 하였으며, 날고기를 먹는 일은 꺼리게 되었다
모두 하나의 종교를 가졌고, 한 사람당 한명의 배우자를 둘 수 있었다
다시 몇 세대가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세 남녀는 질투에 눈이 멀어 서로를 살해했고
두 남매는 재산에 눈이 멀어 아버지를 독살했다
한 젊은이는 국가를 증오하며 자살했다
현자가 다시 말했다
이 모든 분쟁은 사랑과 법이 없어 생기는 일이라고
그러자 그들은 예의와 법도를 만들고 도덕을 숭앙했다
종교는 법을 지탱했고, 두려움과 선망으로 시민들을 다스렸다
그러나 여전히 분쟁하는 이들은 남았다
이윽고 사람들은 현자를 법정에 세웠다
"네가 세치혀로 분쟁의 원인이라 하는것들은 분쟁을 잠시 막을뿐, 분쟁의 필연적인 원인이 아니었다. 너의 일이라고는 세상이 무엇인지 말하는 것인데, 그조차 제대로 못했으니,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이냐"
현자가 말했다
"원인을 말해 분쟁이 조금이라도 줄었다면, 나의 역할이 있었으리라"
사람들이 말했다
"니가 언어와 문화가 분쟁의 이유라 말하자, 사람들은 통일된 세상에서 다른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하지 못하고 서로를 원망하기 바빴다. 그러니 어찌 니가 죄가 없었겠느냐"
현자가 말했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너희들이 잘못되었다고, 백날 말한들
그것을 인정할만큼 용기 있는이가 흔하겠는가
언어도 문화도 도덕도, 너희의 일부이지만, 그것을 비판할때 부끄러워 하는 이는 없었으니
내가 숲이 아니라 나무를 가리키는데에는 이유가 있었도다"
방청객이 웅성거렸다
어떤 사람들은 현자의 말이 맞다고 변호하였고, 어떤 이들은 오히려 그가 스스로를 합리화할 뿐이라고 분노하였다.
결국, 그들은 현자의 처우를 가지고 분쟁하기 시작했다
가끔씩 분쟁속에선 이런 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자기만 옳다고 말하는 것이, 현자가 나무를 가리키는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우리가 원인보다 책임을 중시한다면, 결코 숲을 보지 못하리라."
그러나 이런 이들은 아주 소수였기에, 다툼의 비명을 뚫고, 그 말이 타인에 귀에 닿는 일은 없었다
마침내 현자의 사형식 날이 밝았다
현자의 판결문은 복잡하고 길었지만 이유는 보다 간단했다
현자가 무죄라면, 비난한 사람들이 유죄라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중 누구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편히 잠들 자신이 없었다
그들중 누구도 책임을 짊어질만큼 강하지 않았다
사형집행날 현자는 교수대 앞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군중들을 보았다
누군가는 그를 동정했고, 또 누군가는 여전히 원망했다
그들은 처음엔 웅성거렸으나, 현자가 교수대 앞에서 오랫동안 서 있자 점차 소리가 잦아들었다.
이윽고 완전한 침묵의 순간, 현자는 말했다
"나의 벗, 나의 가족, 나의 조국들이여!
내 죽기전에 그대들에게 묻는다. 그대들은 누구인가"
광장에 그의 말이 울려퍼졌다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현자는 엄숙한 분위기 때문이라 생각했는지 광장에 한 여인을 가리켜 물었다
"묻겠다! 그대는 누구인가"
여인이 답했다
"저는 그저 두 아이의 어머니입니다"
"나는 너의 가족을 묻지 않았다. 그대는 누구인가"
여인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저는 카야라고 합니다. 시장에서 빵을 팝니다"
"나는 너의 이름과 직업을 물은것이 아니다. 그대는 누구인가"
오랜시간 이런 문답이 있었다
결국 여인은 침묵하게 되었다
현자는 다시 늙은 남자를 가리켜 물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남자가 답했다
"나는 오래전 이곳으로 이주한 뱃사람의 자손이다.
그리고 나는 이 조국의 국민이며, 권리자다
그리고 너는 곧 처벌받을 죄인이니, 이것만 밝혀도 충분하리라"
현자가 답했다
"뱃사람의 자손이여, 그대의 조상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아는가?
생선을 날로 먹고, 가족을 두고 이방의 나라에서 정착하며, 머리를 자르지 않는 족속이었다"
남자가 화가나 무어라 말하려 하자 현자는 더 크게 말을 끊고 말했다
"그들은 스스로 그런 사람이라는데 부끄러움이 없었다"
그러자 남자는 하려던 말을 삼켰다
"부끄러워 할 필요도 없었다"
감옥에서 오랫동안 시달리고 굶었을 현자의 목청은 어느때보다 총명했다
"그땐 도덕도 문화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곧 정의였고
문화가 곧 그들이었다
그러나 보라. 우리가 선을 규정짓는 순간 저 아래에 그들은 죄인으로 밟히게 되었다
우리는 정의를 자칭했고, 그들을 단죄하고 있다.
그러니 나는 정의의 이름을 묻는다.
그대들은 누구인가!"
광장에 한 젊은이가 대답했다
"자기가 누구인지 어찌 한단어로 말할 수 있겠는가"
현자가 답했다
"그렇다! 우리의 작은 언어는 모든것을 담을 수 없다. 만약 모든것을 담는 단어가 있다면, 필연히 설명이 필요하리라.
아주 오래전 나는 그대들에게 언어가 우리의 분쟁의 원인이라 하였다
우리는 언어를 하나로 합쳤지만, 여전히 소통의 문제가 남아있었다
같은 단어를 쓰더라도, 그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소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어는 우리를 기만하고 속였으며, 때로는 구속하였다
우리는 단어에 의지할뿐, 소통할 줄 몰랐다
우리는 언어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니, 보라.
스스로가 정의라는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조차 말할 수 없다
정의가 그 모습을 감추고 드러나고 있지 않으니
어찌 우리가 그 정의를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내가 누구인지 조차 모르면서, 어찌 타인을 판단하고 심판한단 말인가
그것이 어찌 정의라는 탈을 쓸 수 있겠는가"
광장의 일부는 동요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현자는 생명을 구걸하지 않았다
"정의여, 그 권력만 남은 이름들이여
나는 그대들의 죄의 역사가 될 것이다
나는 구차하게 생명을 구걸하지 않을것이다
너희가 스스로를 책임질만큼 강하지 않은걸 알기에!
너희가 논리와 이성의 부름을 응답하지 않을걸 알기에!
우리의 언어가 해석될 여지가없음을 알기에!
나는 세상의 좌절의 단면이며
너희의 저주가 될것이다
나는 희망의 죽음이며
지성의 종말이 될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현자는 교수대로 걸어갔다
집행인은 차마 그를 손댈 수 없었다
그러자 현자는 스스로 밧줄을 목에 감고 군중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남녀노소 두려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 아주 아주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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