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재료 관련 글이 요즘 개드립에 많이 뜨는데

그때마다 댓글쓰다가 걍 글로 한번 써볼게.

난 삼성/하이닉스 칩메이커 중 한군데 다니고 7년정도 다녔어.

 

물론 이번 일본의 입장발표는 선거철이라 걍 내지른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이게 현실이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줌

불산도 불산인데 내가 주로 얘기할건 PR에 관련된것임.

 

일단 반도체 공정 얘기를 해볼게.

반도체 소자라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회로들을 만들어서 작동하게 하는거야.

예로 들자면.. 남한 영토에 500원짜리 크기의 폭으로 도로를 까는 정도의 미세함이지.

하나의 디램 소자에서는 캐패시터 역할을 하는부분이 있고 거기에 전원을 공급해주는 배선라인도 있고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한 회로들이 얽혀있어.

 

그리고 PR이 뭔지에 대해 얘기하자면..

PR은 말 그대로 필름카메라 필름의 감광제를 생각하면 됨. 빛을 받으면 빛을 받은쪽이 굳고 안받은쪽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때 씻어내면 빛을 받은 부분이 남고 나머지는 씻겨간다. (반대도 있지만 그얘긴 안쓸게)

그래서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PR을 굳혀서 패턴을 만든다 라고 생각하면 됨.

즉, 이미 회로가 그려진 하나의 유리판을 렌즈로 통해 PR로 코팅되어있는 원판에 빛을 쪼인 후 씻어내면

PR로 아주 작은 패턴(혹은 회로)이 만들어지는거지.

 

하지만 반도체 소자는 복잡하기때문에 이런 과정이 수도없이 반복이 돼.

즉, 순서에 맞게 어떤 패턴은 통짜로 큰 패턴을 만들때도 있고 어떨때는 아주 미세한 패턴을 만들기도 하고.

어떨떄는 패턴을 두껍게 만들기도 하고 어떨때는 얇게 만들기도 하고.

하나의 디램은 공장을 24시간 돌려서 2달동안 만드는데 이런 공정만 수십번 한다고 보면 됨.

물론 모든 디램 공정을 말하면 수백개는 되지만 (기밀임), PR을 사용해서 패턴을 만드는 공정은 그중에 수십개지.

 

문제는 뭐냐..

앞에서도 말했듯이. 어떤패턴은 두껍고, 얇고, 어떤건 미세하고 어떤건 크고.

어떤건 빛을 램프로 쏘는데 어떤건 빛을 레이저로 쏘고. 등등 아주 여러가지 조건이 있어

그에따라 PR 케미칼도 한가지만 쓰는게 아니라 용도에 맞는 PR을 써.

 

이 PR은 두께 1000옹스트롬에 최적화되게 설계되었다

이 PR은 두께 5만 옹스트롬에 최적화되어있다.

이 PR은 레이저를 광원으로 쓸 때 최적화 되어있다

이 PR은 라인 패턴을 만든느데 최적화 되어있다. 등등

 

왜그러냐면, 용도에 맞는 PR의 분자 구조가 다르고

어떻게 빛을 받으면 PR이 굳는지에 대한 메카니즘이 각양각색이라 그래.

점도도 다르고 분자량도 다르고 아주 천차만별이지.

그래서 어떤 공정에는 어떤 PR이 맞고. 어떤 공정에서는 다른 PR이 잘 맞고. 이런게 많아.

그래서 PR 업체들은 여러가지 종류의 PR을 생산하고, 칩메이커가 원하는 조건의 PR을 만들려고 하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왜 그럼 우리는 국산PR을 안쓰고 일본꺼를 쓰냐.

사실은 우리는 국산도 써. 일본거도 쓰고 미국꺼도 써.

우리는 특정 공정을 진행함에 있어서 여러가지 PR로 테스트를 해보고 가장 잘 패턴을 만드는 PR을 선택하는거야

물론 원가절감도 중요한 요소기 때문에 무조건 싸다고 쓰는건 아니지만 가격도 무시못하지.

 

PR 변경 테스트를 한다 하면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PR회사에 줘. 그러면 PR회사들이 그 조건에 최적화된 PR 샘플을 가져와.

그럼 우리는 여러가지로 테스트를 해보고 제일 좋은 조건으로 쓰는거야.

근데 이 과정이 며칠만에 되는게 아냐 몇달씩 걸려.

수십가지 공정중에 고작 한 공정 PR 종류 변경하는데 몇달씩 걸려.

왜냐?

 

앞에서 말했듯이 디램은 24시간 공장을 돌려서 2달걸린다 했지.

근데 PR 변경은 원재료 케미칼 변경이기때문에 중대한 변경점이야. 제품의 품질로 직결돼.

그래서 각 회사의 사규에 의거해서 품질평가를 몇차례 하고 이상이 없으면 조건 변경이 되는거지.

즉, 품질평가 횟수 * N달 이 되는거야.

왜이렇게 까다롭냐? 실제로 PR 변경하다 조때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지.

 

특정 성분의 개스가 많이 나와서 장비가 오염된다든지.

발림성이 좋지않아서 부스러기가 많이 나온다든지 (반도체 청결도에 대해서는 많이들 들어서 알거야)

원하는 두께로 코팅하려하는데 점도가 너무 높아서 자꾸 끝부분 코팅이 안된다든지.

실제로 원하는 패턴이 잘 안만들어진다든지.

아니면 PR 제조사에서 QC를 제대로 안해서 매번 PR 공급받을때마다 품질이 상이한게 들어온다든지.

여러가지 이유가 있기때문에 복잡하고 긴 품질평가를 오랜기간동안 해야해.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서..

일본이 이런 전자재료에 대해 실제로 수출을 막는다. 까다롭게 한다?

그럼 쉽게말하면 그 재료들 다 국산화 하면 돼. 국내 PR업체들 많아.

그쪽에다 우리가 원하는 스펙을 말하면 거기에 맞춰서 PR도 만들어줘.

다만 그걸 다시 평가하는데 드는 시간도 시간인데

실제 공정에서 기존 일본 PR만큼의 성능이 나오느냐도 봐야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바꿀수가 없지.

애초에 일본PR을 쓴다는것 자체가 해당 공정에서 국산PR회사들이 만들어온거로는 제대로 패터닝을 못해서거든.

그렇기 때문에 이게 단순히 국산화가 문제가 아니라 제품의 품질로 직결되기 때문에 그런거야.

 

결론

-국산화 하라면 한다.

-다만 시간이 엄청 걸린다.

-국산PR이라고 다 일본PR보다 품질이 구린건 아니다. 특정 공정에 최적화 여부가 다를뿐.

-그렇다고 해서 국산PR도 쉽게 대체할수 있는건 아니다. 괜히 국산화했다가 조땐경우를 너무많이 봤다.

-이미 일본PR을 쓴다는것은 해당 공정에서 국산PR이 경쟁에서 졌기 때문.

-돈만 보는 회사에서 굳이 싼 국산꺼 안쓰고 비싼 일본꺼를 쓴다는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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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장비얘기도 하자면

반도체 회사에서는 일본 장비를 진짜 겁나 많이 써.

물론 세메스같은 한국 회사도 있고 여러가지 공정에서 주성이니 뭐니 수많은 국산 반도체 장비 회사들이 많아.

그래도 정말 일본 장비는 반도체 장비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해

국산화를 하려 해도 장비만큼은 기술력이 국산회사는 많이 딸리는 경우도 많고.

(물론 반대로 국산이 특정 분야에서는 탑이기도 해. 이건 나라싸움이 아니라 회사 업력/기술 싸움이지)

 

애초에 장비도 수십억 수백억짜리 수십대를 사다 쓰는데

1~2년 쓰고 말것도 아니고 계속 유지보수를 하려면 파츠를 계속 교환해줘야하는데

그 일본회사랑 어쩔수없이 계속 거래를 하게 될수밖에 없지.

물론 파츠마저 국산화를 하려하지만 어떻게보면 비정품이기때문에 잘 안맞는경우도 많아.

근데 이것마저 제재에 걸리면 굉장히 힘들어져..

 

글은 여기까지~

쉽게 써보려고 많이 내용을 압축해서 썼는데

"엥 이건 아닌데" "엥 무조건 이렇게 되는건 아닌데" "엥 이런경우도 있는데"

이런식으로 너무 까진말아줘 .몰라서 쓴건 아니고 쉽게쓰려니 + 보안때문에 어쩔수없이 이렇게 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