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논어 한구절.

본 개붕이는 철학이 취미인 공대생입니다 

하는거라곤 하루에 책 몇 쪽 읽는 것이 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느낀 바가 있어 이곳에 글을 남깁니다.

 

논어 제15장 공야장편 8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뜻 있는 선비와 인한 사람은 살기 위해 인을 해치지 않으며,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 이룬다."

 

공자가 말하는 인 이란, 네이버 국어사전에 검색해서 나오는 '어질 인'과는 조금 다릅니다.

서강대 최진석 철학교수는 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인간을 인간일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씨앗을, 우리 모두는 갖고있다. 그것이 바로 인이다."

 

참고로 어질 인 이라는 한자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은행나무의 씨앗이라는 의미가 나온다고 합니다.

즉 인하다는 것은 말 그대로 인간다운 인간 혹은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잘 알고 이를 실천하는 인간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뜻 있는 선비와 인한 사람은 자기 혼자 살겠다고 인을 해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죠.

그런데 희안한 것은 그 뒷구절 입니다.

 

"자기 목숨을 바쳐서 인을 이룬다."

 

자기 목숨을 바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정말 말 그대로 독립운동가 혹은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도로 이해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정도의 등급컷이라면 일반인들은 인을 이룰 가능성이 0에 수렴하게 되죠.

 

쇼펜하우어는 죽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는 동물의 시체를 보면 우울한 기분이 든다. 형체란 실체가 아니라 단지 현상에 불과했음을 그 시체가 분명하게 말해주기 때문이다"

 

즉 '나'라는 것은 그저 이 몸뚱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진정 나이게 하는 것들까지도 전부 포함해야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나'를 표현하는 모든 형용사들(예를 들어 개붕이는 멋있고 착하고 키가 173cm이고 등등)을 100억년동안 말한다고 해도 

나를 전부 표현하는데는 부족할테니 말이지요.

 

오히려, 이 몸뚱이는 그저 잠깐 빛을 발하고 타죽는 성냥개비에 불과하고,

'진정한 나'를 논하기 위해서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엔진, 즉 나의 의지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나의 몸뚱이 자체는 '나'라는 회사에서 그다지 큰 주주가 아니니까요.

 

공자가 말한 "나를 죽이다" 혹은 "내 목숨을 바치다"는 

곧 

"내 습관(업식)을 져버리다" 혹은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하다"는 말과도 거의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살면서 육체의 자살은 많이 접해오고 많이 논해왔지만

(내가 내 뜻을 스스로 거스른다는 의미에서)정신적 자살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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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혼자 생각한 내용인데, 여기서부터 사색이 막혔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정신적 자살(=내가 싫어하는 것이라도 남을 위해서라면 하는 것)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무엇인가? 라고 자문해보았을 때

"새로운 나"라는 결론이 도출되었기 때문입니다.

(혹은 저 개인적으로 그렇게 믿고싶은 걸지도 모릅니다)

 

나를 죽였더니 내가 죽지않고 새로운 나가 탄생했습니다.

자살로 말미암아 나는 새로이 태어났습니다.

내가 나를 죽였는데 나는 죽지않고 여전히 살아있고,

분명 여전히 나이지만 예전의 나는 아닙니다.

 

저는 이것을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나를 구원할 수 있는 존재는 예수님 뿐이지만 

회개할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나뿐입니다.

(예수님이 시켜서 회개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므로)

따라서 나를 구원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존재 역시 나뿐이고 

나는 부끄럽고 염치없는 행위를 고백하여 소인배적인 나를 죽임으로서 군자로 재탄생하는 것입니다.

내 안의 메시아가 재림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나 스스로 혹은 능동적으로 행했을 때만이

진정 이루어진다는 것 역시도 덧붙여야겠습니다.

 

 

p.s정말정말 부족한 글입니다. 따끔하게 비판해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11개의 댓글

2019.06.20

색즉시공공즉시색

1
0
2019.06.20

재밌는 생각 추

0
2019.06.20

쇼펜하워의 시체를 두고 한 말은 인상적이다.

소인배의 나를 죽이면 군자가 된다.

군자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한 희생인가

생존을 위해서? 로고스의 목적은 무엇인가

내 생각엔 순리를 따르는 것이 로고스인 것 같다.

그저 로고스 대로 사는 것을 잘 하려고 사는 것 같다.

0
2019.06.20
@개드립요정

로고스에 대해서는 제가 잘 몰라서 더 공부해야할 것 같습니다!!

배움이 너무 짧아서 어떻게 의견도 못내겠네요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큐

0
2019.06.21

재밋다 더써주면 좋겠어, 이런 주제로 토론회같은거 참여해보고싶음

0
2019.06.21
@기상7시반

나도 해보고싶은데 기회가 많이 없더라ㅏ

0
2019.06.21

그냥 있는 그대로만 읽으면 되는거아님?

비슷한 말로는 스스로 땀흘려 번돈이 가치있는다는 말

둘째는 시체보니 생명은 좆도 의미없다는말

셋째는 참나에 대한거같고 셋다 연관없어보이는데

 

정신적자살이라는 표현을 보니 뭔가 착각하는거 같은데

더러운것은 씻거나 피하거나 없애거나 세가지 뿐임

너가 자살할이유는 어디에도 없지

 

 자살해야할 필요가 있는건 자기이득을 위해 남을 피해입히고 이용하는싸이코패스뿐임 그리고 걔내는 자살할 필요가 없어

진짜 태어날때부터 뇌가 병신이면 인이없는 살인마나 정신나간 성범죄자도 무기한수용해놓는게 그런 이유임 걔내잘못은 없으니까

걍 너는 채식주의자 쟤내는 육식주의자 그런거임

 

그래도 어려우면 내가 너에개 방관죄를 허용해줄테니까 좆같으면 피하셈 아무도 뭐라못함 

0
2019.06.24

뜻을 이루기 위해 타인에게 해를 가하지 않고

오직 본인의 노력과 인내를 통해 이뤄낸다

로 들리는데 나는

 

본인의 뜻을 꺾고 나를 배제한다라는 느낌보단

대의를 위해 나를 희생에 좀 더 가까워 보이는데

 

0
2019.06.24

리플수준..

0
2019.06.25

공야장이 아니라 위령공에 있음..

그리고 인 등급컷은 원체 높기 때문에 공자가 그 옛날에 애써 선생노릇하며 군자를 길러내려 했던 게 아닐깡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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