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나는 조르바라는 사내가 부러웠다. 그는 살과 피로 싸우고 죽이고 입을 맞추면서 내가 펜과 잉크로 배우려던 것들을 고스란히 살아온 것이었다. 내가 고독속에서 의자에 눌어붙어 풀어 보려고 하던 문제를 이 사나이는 칼 한 자루로 산속의 맑은 대기를 마시며 풀어버린 것이었다...' -그리스인 조르바-

 

 우리는 모두 나름대로의 인생을 살아간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잠시 헷가닥 돌아 미쳐보기도 하고, 저마다의 가치관에 따라 경전의 말에 순응하기도 하고, 가끔 울타리만 쳐진 길에서 나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흰 나비와 함께 푸른 잔디밭을 뛰놀기도 한다. 각자의 브라운 관에서 비춰져 나오는 교훈이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조르바라는 원초적이고도 야만스러운 글귀는 우리를 다시 한 번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으로 돌려놓는다.

 

 오랜 친구에게 책벌레 소리를 들으며 언제까지 책만 읽을거냐는 물음에 머뭇거리는 주인공은 어쩌면 우리와 같은 처지가 아닐까 싶다. 시대가 말하는 '올바른' 사람으로의 길을 꿋꿋이 견디고, 버티는 '나'는 자기 감정에 휩쓸린 채 문명인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하는 조르바의 돌발 행동들에 미간을 찌푸리고 만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내면 속에서 조용하고도 은은하게 타오르는 욕망이라는 초 하나가 켜지고, 그 초 하나가 결국 심장, 폐, 위, 소장, 혈관을 덥히게 된다. 그러다 결국, 우리의 영혼에는 화상이라는 흉터를 자욱하게, 그리고 잊히지 않도록 깊게 새겨지고 만다.

 

 책을 읽다보면 문득 생각이 든다. '조르바라는 사람을 내 삶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 그가 켜는 산투르에 귀를 열고 마음을 내준 뒤 몸을 흔들며 이리 저리 움직이며 자연의 바람과 함께, 그리고 조르바와 함께, 나의 선율을 맡길 수 있을까?' 조르바가 말하길 마음 속에는 저마다의 하느님과 악마가 산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어떠하리! 어떨 때는 나만의 신념을 지키며 하느님의 경건한 마음을 두 손에 고이 간직하고, 가끔은 욕구에 불타오른 채 악마에게 고귀한 정신을 헐값에 팔아버리기도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저 필요할 때만 책 몇 장을 펄럭이며 잠시 조르바를 불러 그의 인생관을 듣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이 책 내용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책의 마지막 부분,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수련하는 수도승과 대화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태껏 조르바라는 이름으로 말하고 있던 작가의 인생관을 관통하는 느낌이었다.

 

 읽음과 동시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는 느낌을 주는 책. 내게 흥미롭고 재미있는 작품 하나를 꼽으라면 그리스인 조르바를 당당하게 외칠 수 있을 것 같다.

16개의 댓글

2019.05.18

군대에서 보고 바로 한권 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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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었을 때는 하나도 이해가 안되던 책.

 

어려웠다기 보다는 여기서 왜 제독 세 명의 이야기가 갑자기 등장하고, 등장인물들은 왜 이런 화제를 꺼내는가 배경지식 없이 읽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처음 이 책을 읽으려할 때는 동로마 제국의 멸망, 오스만 제국 치하, 그리스 독립전쟁 이 세 파트 정도는 작품의 배경으로 알고 들어가면 이해하기 쉬울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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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9

그 들끓는 조르바를 억누르며 사는 대부분의 소시민들도 대단한거야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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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읽었지만 아직도 마지막 글귀는 가슴에 새기고 사는 책 내 베스트 남바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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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희야콩먹어야지콩콩벌레놈아

뭔놈의 다 군대에서 읽었대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군대에서 읽었는데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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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9

64년인가 영화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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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9

완독은 안 했지만 내게 많은 영향을 끼침. 니체와 불교를 좋아할 떄 읽은 책이라 조르바의 자유가 강하게 다가왔음. 잘 기억은 안 나지만 해변에서 조르바춤을 췄던 것도 같음. 얽메인 게 많은 사람이라...... 오바스러운 자유를 원한 듯. 작가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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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9

1회독때 뭔소린지 ㄹㅇ 모르겠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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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9

예전에 전공필수 과목 들을 때 교수님이 그리스인 조르바에 대해 땀 흘리면서 열정적으로 이야기 하시길래 읽어 봐야지 싶었는데....뒤돌아서면 또 그게 잘 안 되더라 서점에 가서 꼭 그 책 살까말까 집었다 놨다 하면서 고민하다가 결국은 그냥 다른 책 사고 나왔었지 이 글 보니까 또 읽어볼까 충동이 드네 (물론 이 글에서 나가면 또 잊겠지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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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9

말년병장도 춤추게 한다는 바로 그 책, 그리스인 조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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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극혐 ㅂ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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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9

조르바를 군대에서 읽게 되는 이유는 자유에 대한 갈망 때문이지

조르바라는 가장 자유로운 사람을 통해 빼앗겨버린 우리의 자유를 리마인드 시켜 주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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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9
@EndorsToi

또 군대에서 읽게 되는 소설로는 밀란 쿤데라의 농담이나,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처럼 군바리 신분에서 공감 오지게 되는 책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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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9
@EndorsToi

이반 데니소비치는 고딩때는 글잘쓰네 하고 읽다가 군대오니까 체감 오짐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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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정신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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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9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도 군대에서 읽으면 눈물 쏘옥 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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