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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도저히 안와서 늘어놓는 쓰잘데기없는 넋두리다.

제목대로다.

난 지금 수요일부터 5일째 거의 잠을 못자고있다.

조금이라도 자려고 누우면 3~4시까지 잠을 못자고...

그리고 일어나면 9시에 비몽사몽하면서 일어나 지각이라고 후다닥 일어나서 씻지도 못하고 달려간다.

 

난 올해 서른둘이다.

누구는 서른이 넘어가면 조금씩 가정도 생기고...경제적으로 안정되어 가고...혹은 기반도 조금씩 생기고...하는 이야기를 가끔 들었다.

 

근데 나는 여태껏 정착도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며 방황하고 있다.

 

2012년, 그러니까 내가 25살 일 때, 진짜 우연히도 기회가 생겨서 알라바마에 있는 한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었다. 한 2년정도.

내가 어떻게 그 기회를 잡았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사람에게 있어서 결정적인 기회가 3번은 온다는데, 어쩌면 그때 내 첫번째 기회가 온것 같다.

그때, 내가 일했던 곳은 정말 쥐뿔만큼이나 되어있는게 없었다.

그리고 나도 쥐뿔도 아는것 없는 꼬꼬마 대학생이었다.

쪼오그만한 스크류나 볼트부터, 한개에 수십불씩 하는 크롬도금된 부품까지 정리도 안되어있고...창고는 반경 20마일 범위의 4군데에 흩어져 있고,

그리고 산수나 품번별 정리라는 개념이 정립될 환경이 도저히 아니었을 때, 난 정리도 안되어 있는 부품 재고 정돈하고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개고생했었고, 그 바람에 놓치는 물건이 생기면 현기차 라인 안끊으려고 욕 오지게 먹어가면서 운송비로 몇천 몇만불씩 손해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조금씩 발전시켰었다.

 

그때 그곳이 내 첫 직장이었다.

난 직장이란 으레 그렇게 개고생하면서 어떻게든 해나가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거라 믿는곳이라 생각했고, 몸은 힘들었지만 조금씩 인정받았고,

주말에는 몇시간 달려 바닷가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받으며 '여기서 내 삶이 조금씩 피는구나' 했다.

태어난 이후 항상 외롭게 살아오고 따돌림받으며 살아온 내게 처음으로 '사는게 행복이 있다면 이런 것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던 때다.

 

근데 그 시간은 길지 못했다.

2013~2014년은 취업비자 TO를 너무 안 내주더라.

비자가 실패하자 난 단념하고 2014년 8월에 귀국했다.

아틀란타공항, 출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난 첫번째로 길을 잃었다.

그리고 난 이때 당시 받던 급여 수준을 지금도 회복하고 있지 못해.

 

귀국하자마자 한달간, 살부터 미친듯이 뺐다.

 

그리고 조금씩 서늘해져오는 때, 난 안산에 있는 한 업체에 일하게 되었고.

난 그때 너무 성급했다.

인생이 더이상 갈 곳이 없어 막다른길에 몰리는게 아니라면, 시화나 반월은 가는게 아니라는거를 간과하고

너무 오랫동안 일 안하고 노는게 겁이 나서... 아무렇게나 이력서를 막 내고 덜컥 들어가게 되었는데

여긴 답이 안나오더라.

우울하고, 비전이라고는 안 보이고..

 

6개월만에 어물어물하다가 그만두고 이번엔 영천에 있던 한 외국계 제조업체서 일하게 되었었다.

거기서는 조오금 다른 일을 했었다.

 

건설된지 얼마 안되어 현장 체계도 잡히지 않고, 충성도도 낮은 현장인원들과 함께 일하려는데 뭔놈의 '프랑스에서 온 이 체계대로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안정되고 체계 잡히고 발전한다'라는 개소리에 맞추느라 밤을 새고 토일에도 어둑어둑할때까지 뭐가 그렇게 많은지 난 회사에서 꾸역꾸역 뭔가를 계속 하고 있었고.

근데 그게 될 리가 있나.

모든 공장 시스템이 한국 실정에 맞춰 현지화된게 아니라 프랑스 시간과 프랑스 규정에만 맞췄고, 현장도 정규 직원이 아니라 일일용역만 다 갖다쓰니 숙련도든 충성도든 엉망이니 그만두고그만두고그만두니 다아아아아 삐긋날수밖에. 아무리 일하고 일해도 2016년 7월, 결국 내게 돌아온건 사직 권고였다.

 

그때 난생처음으로 나는 내 1년 반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화를 내려고 하지만 마음은 그저 공허하더라.

사직서 내고... 난 집에서 애물단지였다.

석달간.... 갖고있는 돈으로 버티다가 어찌저찌 해서 구미에 있는 또다른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 일하게 되었다.

 

거기서는 개발팀으로 일했었다.

말이 개발이지.. 사실상 현기차나 연구소가 요구하는 부품만 죽도록 만들어갖다바치는 일이었다.

정신없이 그렇게 일하며 서른이 되었고 서른하나가 되었고, 2019년이 시작하고 난 서른둘이 되었다.

 

작년 시작할 때부터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더라.

'지금 이렇게 일하는게 내가 앞으로 마흔이 되고 쉰이 되었을 때 내 밥그릇, 적어도 밥숟가락이 되어줄까?'라는 의문이.

그리고 나는 결론내렸다. 아니라고.

이건 그냥 노가다나 마찬가지고, 이대로 시간만 지나면 난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직원으로서 도태되고

그리고 애매한 직원에게 회사는 어떻게든 사직하게 하려고 밀어내잖아?

그런 취급을 당하게 될 거고, 나이만 많고 별다른 기술도 재주도 없이 내 삶은 추락할 거라고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문득, 미국에서 일할 때 현장 물류체계 때문에 잠깐 덴소쪽 사람과 연락주고받으며 일할때가 떠올랐다.

그 사람들은 능력이 조금 낮더라도 가능성만 있으면 채용해서 장기적으로 훈련시키고 체계를 제공하며 회사의 힘으로 삼더군.

 

그래서, 나도 그 대열에 끼고 싶었다.

지금까지 일했던 모든 직장에서 '너는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말은 빠지지 않고 들어왔거든.

(물론 그게 립서비스겠지만)

 

아직은, 아직은 이대로 무너지는걸 방치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움직일 의무이자 권리가 있잖아.

 

그래서 3월 중순, 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대전에 있는 어떤 교육기관으로 왔어.

가족들 다 반대하는거 씹고.

 

K-move 알지?

일본쪽으로 취업해볼 인원을 기수당 30명정도만 모집해서 빡세게 IT및 비즈니스 매너, 언어등을 훈련시켜서 업체 알선시켜 보내는 프로그램 말이야.

그래 뭐 방사능이야... 어차피 오래 살고싶은 생각도 없고, 오랫동안 외로움을 친구처럼 옆에 두고 살았으니 결혼도 애저녁에 포기했고,

내가 살아있는 동안 밥에서 쓴맛만 안 나면 그냥 먹고 살거야. 어차피 난 키시팀과 체르노빌, 후쿠시마가 터진 이상 이 세상 어디도 안전한 곳은 없다고 생각하는 회의주의자라 말이다.

 

일본어는 대학교 다닐때부터 조금씩 독학해온게 있어서.. 어느정도 말하고 듣고 읽을 수는 있어.

나는 내 능력을 새롭게 만들어서, 지금까지 6년간 일했던 과거 경력도 모두 덮어둔 채로

진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고, 몇백만원정도 남은 돈을 다 가지고 여기서 기숙사 생활하면서 훈련받고있다.

 

여기서 실패하면 정말 나는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애초에 포기한다는 선택지는 없어.

 

아침 9시부터 17:40까지 정규 강의시간, 그리고 22시까지 나 혼자 자습하거나 보충수업 들으면서 그렇게 공부하고있어.

첫 시험에 98점을 받았을 때... 조금은 기쁘더라.

그런데 말이다...

 

내가 20대에 갖고있던 지구력이 조금 떨어졌다는 자각이 들더라.

내 몸이 내가 피곤한걸 아는 모양이더라.

알람소리 최대한 크게 맞추고 두개를 돌리는데도

지난주부터 알람소리에도 반응하지 말고 일단은 자라고 하는 모양이더라.

 

갑자기 서글픔이 몰려들었어.

그리고 스스로의 회의와 싸우고 있는 중이다.

또 스스로 돌아보니까

 

오갈데없는 내 스트레스와 분노와 감정을 여기에 쓰레기통마냥 내뱉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스스로가 경멸하던 행위를 하는 내게 실망감도 들었다.

 

그리고 지금 난 글쓰기 시작한지 40분이 되는데 잠이 전혀 안와.

자려고 누우면 또 지각할 것 같고

자려구 누우면 또 불안감에 뒤척일것 같다.

 

과연 나는 옳은 선택을 한 것일까?

감정에 휩쓸려 미친짓을 하고 있는건 아닐까?

회사 그만두고 여기서 공부만 하는 선택이 잘한 것일까?

난 언제쯤 '그래, 그럴때가 있었지'하면서 편히 잠들 수 있을까?

어쩌면 나는 나이 서른 넘기고 무모한 망상에 빠져 비현실적인 길을 가는게 아닐까?

 

쉽지 않은 길임을 알면서도

다시 '외노자'가 되려는 길을 가는데, 나는 제대로 된 길을 걷는 것일까?

 

직장생활.. 어딜가든 뭘 하든 다 지랄임을 아는놈이

블랙기업에 대한 소문을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런곳에 '던져질'지도 모르는데도

힘들다고, 감정이 앞서 '이 길이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길이다'는 헛된 희망을 갖는 건 아닐까?

 

나는 남들다 안착하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서른둘에도 여전히 여기저기 떠돌고 있다.

아무것도 안보이는 캄캄한 길에 가로등 불빛만 보고 걸어가고있다.

 

오늘 밤은 안 자려고.

그냥 좀 앉아있다가..

좀 걷고와서 씻고 강의 들으러 가야지.

 

문득 나보다 형이나, 누나 되는 사람들에 대해 존경심이 들더라.

(난 가족 중 형 누나 없고, 같이 수업듣는 기수 중에서도 나이 제일 많더군..)

서른둘이라는 나이를 분명 그 사람들도 거쳐왔을텐데, 어떻게 이 고뇌를 이겨내고 온건지

 

그리고 개붕이들에게도 미안하다.

 

야심한 밤에 넋두리나 늘어놓는걸 봐줘서.

 

3줄요약따위 안한다.

151개의 댓글

2019.04.23

개 꿀꿀하네..

나는 게임 쪽에서 일하는데 27살? 무렵에 새삥으로 일본 건너가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으쌰으쌰 신나게 잘 하고 지금의 기반을 그때 만들었음

뭔 그리 걱정이 많고 꿀꿀함? 외노자가 아니라 해외경험이라 생각하고 햐.

해외경험 쌓아두면 인생에 무조건 득되지 손되는 거 없음. 니 미국서 경험도 니 인생에 큰 득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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