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
학교 졸업하고 얼마 안되었을 때였어
그런데 아는 후배 하나가 뜬금없이 전화해서는 자기가 인문학 콘서트 표가 우연히 생겼는데 같이 보러갈 생각 없냐더라
생전 그런 거 본 적이 없어서 궁금하던 참이라 덥썩 간다고 했지
위치는 숙대근처 여행박사?인가 하는 회사 마크가 붙어 있는 건물 지하 강당이었는데 가보니까 다 두 명씩 짝으로 온 거 같더라고. 내용은 뭐.. (대충 위로해주는 내용) (대충 어디서 본 적 있는 개그) 였지. 인문학이란게 이렇게 질 낮은 건가 같은 생각을 하다가 중간에 화장실을 가려고 나갔어.
그런데 뒤에 스탭들이 쫙 앉아있더라고 뭐 그거야 그럴 수 있는데, 스탭들이 넌 어딜 나가냐 같은 느낌으로 쏘아보더라고. 사실 사람이란게 예외가 있다고는 해도 얼굴에 성향이 드러나게 되어있잖아. 딱 다단계회사에서 중간에 탈주하려는 호구 감시하는 눈빛이더라. 뭐 좀 기분 다운되는 이슈가 있었나보다 하고 넘어갔지.
콘서트는 생각보다 되게 금방 끝났어. 한 시간 남짓? 과연 꽁짜 콘서트! 이런 걸 돈 받고 보여주려하면 안되지 끄덕끄덕 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사람들이 우글우글 나와서 두 사람 당 한 명씩 붙더라. 그리고는 무대에서 여러분들을 위해 심리상담가들이 자원해주었다고 하더라.
내 담당자는 자기를 연대 심리학과 연구원 34살 이*현이란 사람이었는데 간당한 신상 같은 것을 적게 하더니 날짜를 잡아 상담해주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후배랑 같이 상담 날짜를 각자 잡았어.
(전개)
장소는 구로디지털단지였는데 상담사가 기업 강연이 길어져서 약속에 좀 늦을 거 같다고 하더라. 난 뭐 기업 강연도 하고 역시 연대연구원 쯤 되면 대단하구나 정도 생각하고 알았다고 했지. 그래서 한 시간쯤 기다리고 상담을 했어. 연대 마크 꽝꽝 찍힌 꽤나 전문적이어 보이는 설문지를 여러개 하고는 다음 약속을 잡았어.
일주일쯤 후에 다시 만났는데 그 날도 기업강연 때문에 늦는다고 하더라. 정말 바쁘게 사시는 분이구나 정도 생각했지. 그 날은 전에 했던 설문지 결과를 가져왔는데.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은 알지만 통계로 결과가 쫙 나오면 흥미롭잖아? 대충 예상대로의 결과라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상담사가 갑자기 결과표에서 낮게 나온 값들이 가리키면서 되게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하는거야. 내가 보기엔 아무리봐도 별 문제 없는데?
그러더니 인생에서 좋았던 일 나빴던 일 등 인생굴곡을 다 이야기해보라더라. 내 딴에 나름 굴곡이라고 생각한 걸 말했지. 그랬더니 너무 굴곡없는 인생을 사셨네요 이러고는 또 심각하다고 하더라. 그런가 싶어서 그럼 상담사님은 어떠세요? 했더니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니 쓸 데 없는 거 묻지 말고 집중하라더라. 난 착하게 집중했지..;
한참 상담하고 다음 약속 잡는데 상담사가 원래 무료로 상담을 해주는 건 원칙적으로 금지라 가족포함해서 누구한테 상담한다는 거 말하면 안된다고 하더라. 그렇구나하고 집에 갔지.
뭐가 자꾸 안좋다는데 같은 사람한테 상담 받는 후배는 좋게 잘 나왔나 궁금하더라. 그래서 후배한테 물어봤더니 안알려주더라. 상담사님이랑 약속하지 않았냐구. 그래서 더 묻지 않았는데 후배가 상담 잘 받고 있냐고 묻는거야. 그래서 상담사가 상담을 어떻게 하나 잘 관찰하다가 왔다고 했더니 자기를 관찰해야하는 시간에 상담사님을 관찰하고 있냐고 혼내더라. 혼내니까 뭐.. 혼났지 쩝.
세 번째 상담이고 마지막이었어. 검사하고 결과 보는게 더 재밌는데 상담사가 콘텐츠가 떨어졌는지 아무튼 내 이야기하라고 하더라. 상담사를 관찰하지 말고 스스로를 돌아보라면서. 이 말 듣고 내 태도에서 상대를 관찰하는게 느껴지나? 같은 생각이 들긴 했는데 넘어갔어.
아무튼 말주변 없는데 말 하느라 내가 참 고생했지. 상담 끝날 때쯤 상담사가 원래 상담은 여기까진데 원하면 자기 은사님인 연대 심리학과 교수님을 소개해준다더라. 오 교수쯤되면 그래도 뭔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한다고 했지.
(절정)
상담사가 이번에는 연대로 불렀어. 이 놈의 기업강연은 매일하는 건지 그 날도 늦더라 ㅋ. 연대교수방 구경 좀 해보나 기대했는데 연대 안에 무슨 학생회관 같은게 있더라. 거기 과일 쥬스 파는데서 만났어. 고 앞에서 연대애들이 단체로 무용 같은 거 연습하고 있더라. 엘리트들이라 저런 것도 안빠지고 다하네 생각하는데.
상담사가 40될까 말까 해보이는 엄청 덩치 큰 사람을 하나 데려오더라. 뭐랄까 묘하게 경건한 아우라를 내뿜는데 싸우면 확실히 질 것 같더라. 종교상담학을 전공한 백*훈 교수라고 소개해주고는 상담사는 빠졌어.
무려 40될까말까한 나이의 엘리트 연대교수가 어떤 말을 해줄까 참 기대했는데. 상담은 어디갔고 종교적인 것만 묻더라. 세상이 만들어진지 6천년 밖에 안되었느니.. 같은 소리를 하길래. 연대교수란 건 생각보다 개나 소나 할 수 있는게 아닐까 생각하는데.
갑자기 근처 테이블에 앉아있던 여학생 하나가 쪼르르 오더니. "교수님 안녕하세요! 그 수업 잘 듣고 있습니다!" 이러더라. 교수가 어 그래 허허허하고 보내는데. 그 순간 느낌이 싸하더라. "그 수업"이라고 하면 교수가 무슨 수업인지 어찌 알며, 밤 8시에 사람도 몇 없는 카페에서 우연히 수업 듣는 학생을 만났는데, 자기가 무슨 수업 듣는지도 모르면서 교수 얼굴은 알아가지고 대화 중인 교수한테 쪼르르 와서 굳이 인사를 하고 간다..? 나한테 이 아저씨는 교수가 맞다고 굳이 강조하려는 듯한 상황이었어.
뭐 아주 우연히 그럴 수도 있는 거니까 성실하게 종교담론 배틀 뜨다가 상담해주시느라 고생하셨다고 악수하고 헤어졌어.
(결말)
아무래도 느낌이 싸하니까 집에 가서 연대 심리학과 홈페이지를 확인했어. 근데 팝업이 하나 뙇 뜨더라 ㅋㅋ. 연대 심리학과 사칭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물론 교수 목록에는 없고, 심리학과 전화해서 백*훈 교수나, 이*현 연구원이란 사람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더라 ㅋㅋㅋ.
그래서 상담사한테 전화해서 교수님 소속이 어떻게 되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안하고 그런 건 왜 묻냐고 캐묻더라. 부모님이 물어보셔서 그렇다고 했더니 상담은 부모님한테도 비밀이랬는데 왜 말했냐고 따지더니 자기 바쁘다고 끊더라. 그러고는 지가 수신거부했어 ㅋㅋㅋ.
나 하나 포섭하자고 자칭상담사, 자칭교수, 자칭학생까지 동원하고 되도 않는 연극까지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ㅋㅋㅋ
이미 수법에서 짐작가겠지만 저 일 있고 나서 1년 정도 있다가 '그' 종교에서 내 메일은 어찌 알았는지 다이렉트로 스팸 날리고 '그' 종교에서 텔레그램 쓴대서 확인해보니까. 후배, 자칭상담사, 자칭교수 딱 셋만 최근 접속 뜨더라 ㅋㅋ
괜히 사이비가 아니고 설마 그렇게까지가 사람 잡는다
(3줄 요약)
1. '그' 종교
2. 작업질은
3. 007 뺨친다
※ 언급 안했으니까 지우지 마라 ㅋ
1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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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틱훈훈대물ㅡ풀발16cmㅡ귀요미게이
몸은정직한걸
그 종교가 뭔데
초보댓글러
그거 쓰면 삭제당해 ㅋ
몸은정직한걸
New?
블록아래짭새둥지
뭐지 이쯤인 거 같은데 스크롤 내리다 비추 누른 거 같다 미안
일틱훈훈대물ㅡ풀발16cmㅡ귀요미게이
仕社不丨
종종걸음으로똥싸러가다넘어짐
재밌네
진행해봐
올그떠사냥꾼
이놈은 언잰간 당할넘 같아 보인다
초보댓글러
정신 바짝차리구 살아야겄누..
탐라국핵펀치
가독성이 넘 구리다
초보댓글러
쩝. 줄을 좀 더 띄웠어야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