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지극히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바둑 살리는 방법 4. 이세돌 프로의 은퇴 발언 관련

1. 이세돌 프로의 은퇴 발언
 

이세돌 프로가 이번 3.1절 특별 대국을 두게 되면서

"은퇴"에 대한 심경을 조심스럽게 내보였습니다.
 
아직 못을 박은건 아니지만
이세돌 프로가 휴직이 아니라 은퇴를 하게 된다면,
또 한번 바둑계가 시끄러워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둑계에서는 어떻게든 잠잠히 넘기려고 할테구요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 바둑은 "은퇴"라는 개념이 흐릿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은퇴하는 기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기원 홈페이지 기사 소개 란을 보더라도 은퇴하신 분들 명단이 주루룩 나옵니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다 싶어 사퇴하신 분이나
이제 나이가 지긋하셔서 일선에서 물러나고자 사퇴하신 분 
이미 고인이 되셔서 사퇴 처리 되신 분
혹은 다른 일에 몰두하고 계셔서 사퇴하신 분
아주 드물게 불미스러운 일로 사퇴하신 분 등등
 
하지만,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지금까지 사퇴하신 분 대부분은
 1. 이세돌급 커리어의 선수가 아니거나 ( 다시 말해서 매우 부진하거나)
 2. 연세가 지긋하신 원로급의 프로이셨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그나마 저분들은 나은 분들이지
1년에 공식 시합도 한 차례 참가 하지 않으면서 프로라고 면장은 못 내놓겠다는 프로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 프로 바둑 기사란?
 
여기서 잠깐,
네이버 한국 직업 사전에 "프로바둑기사"를 찾아보겠습니다.
 

바둑프로.jpg

 
 
네 그렇다고 합니다.
직업 강도가 아주 가벼운 직업이래는데 생각이란걸 하고 쓰는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논점에서 어긋나니 제외합니다.
 
프로 바둑 기사는 직업인으로서
대회 참가를 해서 대국도 하고, 대국 분석도 하고, 원고 기고도 하고, 해설도 하고, 강좌도 한다고 합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현직 프로 축구 선수가 방송 해설도 하면서, 축구 교실 운영도 하면서, 전술 분석도 하던가요?
프로 야구 선수는 그렇게 하던가요?
 
바둑은 그걸 현직 프로가 다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프로 바둑 기사는, 선수 겸 분석가 겸, 칼럼니스트 겸, 강사 겸, 코치 겸, 감독 겸, 해설가인 것이죠
 
방송해설로 유명하신 프로분들, 도장으로 유명하신 프로분들 거의 현직 프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스포츠도 그렇게 하는 스포츠가 없는데 바둑만 그렇습니다.
이번 평창 올림픽 할때, 각 빙상종목 각 TV 채널별 특별 해설위원들 현직 선수가 온 적은 없습니다.
월드컵 할 때 해설하는 안정환, 이영표씨 다들 잘 아시겠지만 이미 프로 선수로서는 은퇴하신 분들입니다.
유소년 축구 꿈나무들 양성하시는 양성 기관에 계신 분들도 과거에 선수셨던, 지금은 은퇴하신 분들입니다.
 
 
3. 그런데 그게 왜?
 
그래서 바둑은 프로 데뷔의 문을 좁힐 수 밖에 없습니다.
프로가 자꾸 늘어나고 프로가 많아지면, 본인은 프로 "선수"로서의 자격 말고 
다른 것들을 포기해야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해설할 프로가 많아지고, 잡지에 글 써줄 프로가 많아지고, 일반인에게 바둑을 가르칠 프로가 많아지면
몸값이 떨어지는건 자명한 이치니까요
 
아예 다른 스포츠처럼, 분석관은 분석, 해설가는 해설, 코치님은 코치, 감독님은 감독 
이렇게 딱 나눠져서 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사람이 많아지는게 싫을 수 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저라도 저 혼자 선수 해설 감독 코치 칼럼 다 해먹고 싶겠습니다.
 
그러면 프로 입단의 문턱이 좁아지게 되고
입단도 어렵고, 입단해도 기존 프로들이 은퇴를 안 하고 해설, 코치, 감독, 분석 하고 있으니
입단 해도 먹고 살 길 찾기가 어렵고
프로 입단의 문턱이 좁아지면, 프로를 지망하는 재능있는 어린 친구들이 진학, 취업 등 다른 길로 가게 되고
국가 전체적으로 바둑에서의 경쟁력은 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4. 그럼 어떻게?
 
골프는 보면, 투어를 뛰는 프로와, 연습장에서 강좌를 하는 프로가 별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프로라고 다 프로가 아니라, 티칭 프로, 세미 프로 등등 다양한 형태의 프로가 존재합니다.
 
바둑 프로는 그냥 바둑 프로 하나입니다.
우리가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네임드급 랭커들이야 별 문제가 없지만
이름도 한 번 못 들어본 프로는, 프로 면장은 땄지만 먹고 살 길이 없게 됩니다.
그럼 노오오오력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은 꼰대 그 자체일 뿐이구요
 
준프로, 세미프로 자격도 없습니다.
현직 프로를 호선으로 잡거나, 랭커급 프로에게 호선으로 비빌 수 있는 수준의 연구생들도
준프로 세미프로 자격도 못 받고 그냥 아마추어입니다.
앞서도 쓴 것처럼 준프로든 세미프로든 프로가 많아지면 몸값 떨어지는건 현직 프로니까요.
 
세미 프로 자격이라도 줘야 연구생 들어올 마음이 생길텐데
연구생에서 열심히 경쟁하다 떨어지면 진짜 티끌 하나도 손에 남는게 없으니
재능이 있어도 연구생이 되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렇게 연구생 하다가 결국 프로가 못 된 친구들은
세미프로 자격도 하나 없이, 어디 도장에서 알바를 뛰고 싶어도 현직 프로가 강사 자리 잡고 있고
아마 대회를 나가고 싶어도 연구생 출신은 안 받아주는 대회가 있지 않나
이제 하다하다 현직 프로가 먹고 살 길이 줄어드니 아마 대회에 프로가 나갈 수 있게 되는 판국입니다.
 
그리고 대회 상금만으로 먹고 살 길이 막막한 현직 프로들에게는
이들에게는 다른 자격을 부여해서 다른 길로 나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전 글에서도 썼지만, 전문 교육자 코스를 만들어서 교육자로 양성한다거나,
전문 해설가를 양성한다거나, 훈련법 등을 고안해서 코치, 감독 자리에 앉힌다거나
그들에게, 프로에서 은퇴를 하고 다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존 프로가 은퇴한 자리는 새로운 어린 프로들이 채울 수 있게 문을 넓혀줘야 합니다.
 
이 얘기 하면
프로 바둑 기사 분들은 불같이 화를 내십니다.
기존에 프로 면장 하나만 따면 해설도 강사도 코치도 감독도 다 할 수 있는 세상에서
이제 티칭 프로나 세미 프로, 전문 해설가를 따로 나누겠다고 하면 화가 나시겠죠.
 
하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바둑계 전체를 봤을때,
힘들게 프로 면장 땄으니, 그 면장 하나로 다 해먹는 세상을 만드는게 과연 옳은 일인지 다시 생각해 볼 일입니다.
 
 
5. 이세돌 프로 은퇴 발언 관련
 
물론 이세돌 프로가 은퇴를 한다는 얘기는 없습니다.
생각 중이라고 했죠.
 
이세돌 프로는 현재 도장도 운영하고 계시고, 김광식 프로와 함께 유투브에도 출연 하고 계십니다.
 
만약 이세돌 프로가 정식으로 은퇴한다면요?
정식으로 은퇴하고 도장 운영하면서 유투브를 병행한다면요?
 
그간 잠잠했던 외부에서의 소리가 다시 터져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세돌은 은퇴 했지 않느냐"
"너네는 뭔데 면장 차지하고 앉아서 도장 해먹고 해설 해먹고 감독 코치 해먹고 다해먹냐"
"정 하고 싶으면 은퇴 하고 나서 하던가"
"바둑은 스포츠 아니냐"
 
바둑은 강단도 없고 은퇴도 없습니다.
내가 실력이 뛰어나서 9단이 되면, 그 이후에 다시 실력이 내려가도 9단입니다.
아마추어 인터넷 바둑 유저나 연구생들은 승률 조금만 안 좋으면 밑으로 내려 버리면서
프로들은 그런게 없습니다.
TV 해설도 죄다 현직 프로들이 도맡아 하고, 리그 감독도 현직, 국대 감독 국대 코치도 현직
죄다 현직이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현직들은 자기 입장 때문에 후배들이 많이 들어오는걸 싫어합니다.
 
그러면 고입니다.
 
물은 순리대로 흘러야 맑은 법이지
고이면 썩습니다.
 
올해 이세돌 프로가 은퇴를 할지 휴직을 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세돌 프로라면 바둑계 전체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영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8개의 댓글

역시 물이 고이면 썩는군

16 일 전

이세돌 광파고 유튜브 진행하는거 보면 사운드 개븅신같은데 전혀 피드백 안받는것같아서 아쉬움

16 일 전

좋은글

16 일 전

프로게이머들도 똑같은대

심지어 인기에비해 돈이 더낮음

거기도 병신같은 업계였구나

15 일 전

씹덕이 싸질러놓은 뇌피셜은 붐업이야 좆무위키식 가로선 극혐 바둑계가 저렇게 자리잡히는건 제도나 구조적인 문제보다 대중적인 상업성의 문제가 더 큼

조훈현이 대만가서 응씨배 따고오니 화환목걸이에 카퍼레이드 시켜주던 시절처럼 놀거리 없어 바둑에 환장하던 시절이 아니니 어쩔 수 없지. 거기다가 알파고가 막타.

애초에 팬이 별로 많지 않잖아

 

 

그리고 그냥저냥 굴러가고 있고 아주 뒤진 것도 아닌데 뭘 살려 살리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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