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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평생 지속될지도 모르는 가난이라고 하는지 알아?

누가 그러더라. 가난에는 이자가 붙는다고.

 

지금 내가 당장 돈이 없어서 이가 아파도 치과에 가지 못한다면,

몇 년 내에 그 이는 임플란트해야될 거야.

지금 내가 당장 돈이 없어서 복통을 방치한다면,

어쩌면 몇 년 뒤에 위암 판정을 받을지도 모르지.

지금 내가 당장 돈이 없어서 등록금을 내지 못한다면,

저학력으로 인한 취업난에서 벗어날 길이 없겠지.

 

뭐 이런 예시가 아니더라도 가난은 그걸 겪는 이로 하여금 미래에 대한 생각을 앗아간다. 바로 눈 앞에 생존이라는 선결과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에만 온 힘을 쏟아도 모자라거든.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시야를 넓혀 준비했으면 막을 수 있는 미래의 문제들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거지.

 

가난의 가장 서러운 점이 이거야. 희망을 절망으로 바꾸는 것. 지금 당장 돈이 없는 거? 그건 그럴 수 있어. 만약 네 통장에 한 푼도 없다고 해도, 내일 통장에 500만원이 입금된다고 하면 하루 정도 굶고 버틸 순 있겠지. 그런데 내일 들어오는 돈은 고작 100만원이고, 이마저도 통장을 스쳐지나가듯 빠져나간다면? 내일을 살아갈 희망을 앗아가는 게 가난이다.

 

내가 어릴 때, 어린 마음에 가장 서러웠던 일을 하나 꼽자면, 중학생 때 너무너무 내 기타를 사고 싶었어. 중학생이 할 만한 일이 뭐가 있겠냐? 할머니들 밥그릇 뺏어서 폐지 팔 수도 없고. 친구 어머니 가게에서 국밥 서빙이나 하면서 용돈처럼 모았지. 그런데 웬걸, 30~40쯤 모았을 때였나, 어머니가 그 돈을 가져간거야. 너무 서러워서 울었어. 근데 그 돈이 뭘로 들어간지 알아? 내 고등학교 등록금이었다. 고등학교 등록금이라 해봤자 한 학기에 40인가? 그 정도밖에 안 했어. 그런데 다섯 식구가 겨우 벌어먹고 사는데 갑자기 지출이 더 생긴 거지. 나를 위해 쓴 거니까 뭐라고 할 수는 없고, 그래서 더 서러웠던 것 같아. 흥청망청 쓴 거면 원망이라도 하지. 누굴 원망하겠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 못 했을 수도 있을 거 같긴 한데... 요지는 가난의 핵심적 고통은 미래, 꿈, 희망이라는 가치가 사치가 되는 거고, 그걸 온전히 내가 받아들이는 데 있음. 

 

겨우 2박 3일 체험으로 미래가 아득한 그 느낌을 "체험"할 수 있을까? 그냥 말 통하는 동물원의 원숭이들 보는 "체험"에 지나지 않을걸. 그나마 2박 3일 살면서 그 사람들과 이야기라도 나누면 모를까, 거기서 혼자 "살아보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본다.

14개의 댓글

2019.02.22

가난 체험으로 느끼는 실제 가난한 삶을 비유 한다면 닭 곰탕의 국물 맛을 느끼기 위해 치킨 파우더 가루를 혓바닥 위에 1개 정도 올리는 수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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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2
@오스만유머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하고선 "난 이제 닭 곰탕의 맛을 알아"라고 하는 게 너무 역겨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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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2

내말대로 삼계탕 먹어보고 양념치킨 안다고 하는 격.

 

단순히 정도 문제가 아니라 그냥 종류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진짜사나이를 5년간 한다고 해도 리얼 군생활이 아닌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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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2019.02.22

왜 가난 자체를 이해하는 것에 모든 포커스가 있는거지 그 코어에 도달하지 못하는 모든 이해는 오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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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2
@PC

프로그램의 목적이 가난을 이해해보려고 한거아님? 목적도 달성못하고 사람들의 기분만 나빠지는 프로그램은 할 이유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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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2019.02.22
@츄스

가난의 이해가 가난의 완전한 이해만을 말한다면 가난은 타인에게 이해 불가능한 범주가 되는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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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2
@PC

애초에 본인에게 닥치지 않은 상황을 완전하게이해하는게 가능함? 어차피 불가능하다면 사람들의 기분을 헤치지 않는게 더 효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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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2019.02.22
@츄스

그럼 결국 가난하지 못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보는 시선은 동정에 머물 수 밖에 없는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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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2
@PC

진짜사나이의 좆같음을 적용해보면 아주 모르는 사람보다 모르는데 안다고 생각하는게 더 좆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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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2019.02.22
@츄스

다들 진짜사나이 엄청 싫어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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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난을 이해해줘야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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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2
@안드로이드박사

이해하기 싫음 이해하지 마세요

멀쩡히 열심히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 상처나 주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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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스트

???아니 걍 물어본건데 너무 예민반응 하는거 아이소

가난을 얼만큼 이해해야 ~~~할수있다 같은거 기대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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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2
@안드로이드박사

미안 꼭 비꼬는 놈이 나타나서리

 

뭐 누구 말마따나 타인을 완벽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겠지. 그건 타인이 겪고 있는 고통을 온전히 똑같이 겪어봤다 해도 불가능해. 너는 그 사람이 아니야. 그 사람이 살아온 세월을 똑같이 살지 않았고, 그 사람이 자라온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고, 그 사람을 둘러싼 사람들 사이에서 살지도 않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네 고통을 알아! 라고 말하는 건 위선적이라는 이야기야. 설령 더 심한 고통을 겪었다 한들, 이미 그걸 "경험"으로, "지나간 한 때의 추억" 쯤으로 여기는 사람한테 그런 걸 듣는 사람의 기분이 어떻겠어?

 

그럼 가난한 사람한테 뭘 해줘야 해? 알지도 못하면 닥치고 있으라는 말인가? 이해하지 못하니까?

 

그냥 들어주고,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고, 도와줄 수 있음 도와주고... 그냥 똑같은 사람 대하듯 하면 되는거지. 뭘 특별하게 "나는 가난을 알고 있어! 그러니 난 저 애에게 이 말을 해줄 수 있어!" 같은 선민의식 가질 필요 없다는 것. 서로 다른 위치에 있으면 다른 풍경이 보일테지만, 남의 풍경을 볼 수 없는 한 거기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멋대로 지껄이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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