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그림 보고 떠오른 잡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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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프랑수아 드 트루아, 황금양모를 손에 넣은 이아손. 영광의 순간을 아르고나우타이 원정대가 함께하고 있다>

 

이아손은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멀리까지 가 본 사람이다. 이올코스의 왕자로 태어난 그는 아르고나우타이 원정대를 이끌고 흑해를 종횡무진했으며, 귀환한 이후에도 정주하지 않고 갖은 땅을 밟고 다녔다. 

 

비록 아르고나우티카가 흥미로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허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아르고나우타이 원정대의 여정이 워낙 특이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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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 호의 항로 상상도. 오우 놀 줄 아는 놈인가>

 

이아손이 살던 이올코스에서 콜키스까지 현대 지도를 기반으로 생각해 본다면, 장장 2200km가 넘는다. 제 아무리 그리스인들이 당대 항해술로 알아주던 민족이었더라도, 돛과 노를 이용해 이 거리를 주파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이 원정은 이올코스 ~ 콜키스 직항이 아니라 흑해에서 다뉴브 강, 포 강, 아드리아 해, 론 강, 지중해까지 유럽과 아프리카, 산천과 바다를 넘나드는 대모험이었다.

 

이 모든 일화들을 사실이라고 가정해보자. 유럽 내륙을 주파한 것도 배를 들쳐 업고 건너갔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고 할 지라도 이 이야기는 상당히 독특한 구성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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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릭 샌디스, 메데이아. 배경에 아르고 호와 황금양모가 보이는 것이 괴이쩍다. 자신의 말로는 예언하지 못하나보지?>

 

바로 이 여자, 메데이아 때문이다. 요부로 널리 알려진 메데이아는 사실 콜키스의 공주로, 고귀한 신분과 걸맞지 않게 마술에 굉장히 능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장기인 그 마술로 이아손의 여정을 도왔다. 불 뿜는 황소에게 데지 않도록 하는 연고를 만들어준 사람도, 황금양모를 지키는 용을 죽인 사람도, 탈로스를 죽인 사람도, 이아손을 적대하는 자들에 맞선 사람도 모두 메데이아였다.

 

이 점이 이아손 신화의 특기할 만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 영웅담에 영웅 자신보다 남의 이야기가 더 많다는 것이다. 비단 메데이아 뿐만 아니라, 아르고나우티카에는 원정대장인 이아손의 분량이 미미하고, 원정대를 구성하는 영웅들이 각기 자신의 재능을 뽐내며 기나긴 여정 동안 이아손을 투명인간으로 만든다. 심지어 아르고나우타이에 합류했던 영웅이라 하는 자들 가운데 헤라클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 "내가 힘 좀 쓰면 이아손을 이올코스의 왕으로 앉히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위대한 모험에 도전하기 위하여 그를 찾아 온 것이 아닌가?" 라고. 말하자면, 이아손은 좁밥이지만 물주니까(= 선장이니까) 그를 대장으로 추대했다는 뜻이다.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든다 : 이아손 신화의 중반부 등장인물인 메데이아가 왜 이만큼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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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 파울 루벤스,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 인간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신>

 

나는 프로메테우스 신화와의 연결점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콜키스가 바로 프로메테우스의 유배지였거든. 인간에게 불을 내린 죄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 산에 사슬로 묶어 고문했는데, 코카서스 산은 당시 콜키스의 영역이었다. 당연히 콜키스 인근에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신앙이 융성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저 높은 산 위에 프로메테우스가 우릴 위해 희생하고 있다, 언젠가 그가 풀려나 다시 한 번 우리를 도울 것이다, 같은 내용의 종교가. 

 

티탄신은 제우스 및 올림포스 신앙이 자리 잡히기 이전에 존재한 원시 신앙의 흔적으로, 개중에 그 위세가 강했던 일부는 올림포스 신앙 체계에서 제법 큰 분량을 할당 받아 오늘날까지 전해졌다. 프로메테우스 하면 지혜의 상징인 신화(神火)를 내려 인류를 구원했고, 제우스를 파멸할 예언을 읊었을 정도로 제우스 신앙에 정면으로 부딪혔던 메이저 티탄신이라 할 수 있다. 당연히 고대로부터 그를 중심으로 강력한 종교 세력이 존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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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코시에르, 불을 나르는 프로메테우스. 그의 얼굴에는 두려움이나 망설임이 없다>


한편, 이아손과 이올코스 왕가는 프로메테우스의 후손을 자처한다. 계보를 거쳐 올라가면 제법 복잡하지만, 이올코스 왕가까지 이어지는 가족도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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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 가계도. 관련 없는 인물들은 배제했다. 아이손의 아내이자 이아손의 어머니는 이름이 전승되지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이아손은 프로메테우스의 6세손인데, 얼핏 거론하기로는 별 상관 없어보일 수도 있지만 4대째인 아이올로스까지 꼽는다면 이야기가 의미심장해진다. 아이올로스가 훗날 아이올리아인의 시조이자 아이올리스의 왕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올리아인의 역사를 쫓아가보자.

 

아이올리아는 테살리아와 보이오티아를 아우르는 고대 그리스의 말로, 즉 아이올리아인은 고대의 그리스 중부 지방 사람이란 뜻이다. 이들은 미노스 문명이 꽃 피우던 기원전 2,000년 경에 소 아시아 지역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그 때부터 레스보스 섬과 그에 인접한 아나톨리아 서부 지점에 아이올리스를 건국하고, 그 땅에서 살았다.

 

이아손 신화의 내용에 따르면 아르고나우타이 원정대가 최초로 정박한 섬이 렘노스, 다름 아닌 레스보스 섬이다. 그들이 출항한 이올코스는 과거 아이올리스, 다시 말해 테살리아 지방에 속한 항구 도시였고. 그리고 이 위대한 여정의 목적지는 황금양모를 보관하고 있는 콜키스다. 일련의 이야기 속에는 프로메테우스 신앙을 지녔던 아이올리아인들의 역사적 사실이 함의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게 나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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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버트 제임스 드레이퍼, 황금양모. 친동생인 압쉬르토스를 토막 쳐서 바다에 내던지라는 표독스런 메데이아를 묘사했다>

 

문제는 이아손 신화가 온전히 전해내려온 게 아니라, 이것 저것 짜깁기 된 흔적이 역력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메데이아 신앙, 헤라 신앙, 그리스 영웅신화가 그것이다.

 

메데이아를 관찰해보면 수상한 부분이 한 둘이 아닌데, 이는 그녀가 행한 놀라운 이적들 때문이다. 메데이아는 여태껏 그리스 신화 상의 영웅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 한 일들을 마술로 거뜬히 해냈다. 바로 젊어지는 것과 신의 분노를 피한 것이다. 늙은 양을 잡아다가 솥에 삶아서 어린 양으로 바꾸는 마술을 보여줌으로써 펠리아스를 속이는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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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바커, 키르케. 오디세이아의 묘사에 따르면, 그녀는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선원들을 야수로 바꿔버린다>

 

메데이아가 압쉬르토스를 죽인 일로 신들의 노여움을 사자, 그녀의 고모 키르케가 올림포스에 제를 드려서 화를 면하게 해주었다고 한다. 그녀가 헬리아데스라는 묘사가 있으나, 올림포스 12 주신들의 진노를 잠재우는 능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키르케의 사기성을 엿볼 수 있다. 메데이아는 그런 고모에게 부탁만 하면 신의 징벌을 피할 수 있고.

 

또한 메데이아의 수상한 점은 유독 잔인한 짓을 많이 저지른다는 점이다. 친동생도 반갈죽, 이올코스의 선왕 펠리아스도 반갈죽, 자기 친자식들도 반갈죽 해버렸다. 뿐만 아니라 아테나이로 흘러들어가서 아이게우스의 후궁으로 있다가, 테세우스가 찾아오자 그를 죽이기 위해 독배를 준비하기도 했다. 

 

그녀의 행적은 또 어떤가? 아르고나우타이 원정대를 따라다니며 갖은 활약을 펼쳤고, 이올코스로 따라 들어가 왕가를 파멸로 이끌었다. 이후 낭군을 따라 코린토스로 갔으며, 거기서 파국을 맞이하고 아테나이로 향했다. 따지고보면 오랑캐 공주에 불과한 메데이아를, 아이게우스가 후처로 들이는 것도 우스운 노릇이다. 최후에는 스스로 떠나온 고향 땅, 그것도 자기 손으로 왕자를 죽여버린 그 나라 콜키스로 되돌아와선 왕궁을 장악하고 자기 아들을 후계로 삼는 등, 무난하게 해피 엔딩이다. 권선징악형 스토리 라인의 전형인 그리스 신화의 일반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전개라 당혹스럽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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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브 클림트, 메데이아. 요부로서의 정체성인 관능미와 여신으로서의 정체성인 신비로움을 잘 표현한 것 같다>

 

여러분들이 이미 예상했듯이, 메데이아 신화에서 유독 잔인한 묘사가 많이 나오는 것은 인신공양의 흔적 때문이다. 메데이아에 관한 전승이 내려오는 아나톨리아 ~ 캅카스 일대에서 성행한 종교가 아마 인신공희를 교리로 삼았던 모양이다. 압쉬르토스를 찢어서 바다에 뿌린 일과 제물을 마법적인 조치로 회춘시키는 일 등이 모두 제사에 관련되어 있다. 물론, 메데이아가 행한 여러 마술들은 여신으로서의 메데이아가 가진 권능이라 하겠다. 그녀의 일대기가 여러 지역을 전전하고, 또한 모순되게도 콜키스에서 시작해 콜키스에서 끝이 난 부분은 후대에 그 이야기가 창작되었다는 반증이다. 즉, 메데이아는 고대 프로메테우스 신앙 체계에 속해있던 여신이었으나, 그리스 신화 체계로 편입되면서 인간으로 격하되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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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아손과 아르고나우타이의 한 장면. 헤라가 이아손을 시험하고 있다>

 

한편 헤라 신앙의 흔적은 이아손 신화 도입 부분과 결말 부분에서 드러난다. 아이손이 아들을 잘 키워보려고 케이론에게 맡겼는데, 이아손이 마침 장성하여 귀국할 적에 헤라를 만났다. 당시 헤라는 노파로 변장한 채, 이아손에게 강을 건내달랬는데, 이아손이 순순히 그녀를 업고 강을 건넜더랬다. 그런데 헤라가 일부러 무게를 점점 더 늘려서, 이아손을 짓눌러 버렸다. 하지만 이아손은 초월적인 인내심으로 그녀를 끝끝내 져버리지 않고 강을 다 건넜다. 그 유명한 모노산달리스 일화다. 이아손의 죽음 또한 헤라와 관련 있으니, 바로 헤라의 저주로 아르고 호의 선주에 맞아 죽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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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아인의 남하 사건. 학자들 중에 도리아인의 남하가 그리스 민족 대이주의 원인이 아니었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전통적으로 헤라 신앙이 강한 곳은 펠로폰네소스 반도로 알려져 있다. 헤라가 순결을 회복하는 카나토스 샘도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위치해 있다. 과거 헤라는 그 어떤 남성이든 정복할 수 있고, 가정적인 주부와 자유로운 처녀로의 정체성을 마음대로 취할 수 있는 위대한 대지모신이었다. 이러한 위상을 띤 헤라가 올림포스 신앙 체계 내부로 들어오면서, 제우스의 아내로까지 격하됐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양반이지.

 

그런데 도리아인이 남하하면서 본래 펠로폰네소스 북부에 살던 이오니아인이 일부는 아티카로, 또 일부는 에게 해와 소 아시아로 흩어지는 일이 발생한다. 이미 아나톨리아에 선주해 있던 아이올리아인과 이오니아인이 서로 교류한 것은 당연한 일. 이 과정에서 이아손 신화와 헤라 신앙이 만나 융합하지 않았을까, 한다. 혹은 그 이전부터 헤라 신앙 체계 안에 이아손 신화가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 아이올리아인과 이오니아인이 이전부터 왕래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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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나우타이 원정대가 그려진 도자기. 곤봉과 활을 들고 육체미를 자랑하는 작은 겆휴가 누구인지는 다들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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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방영된 TV 드라마 아르고나우타이. 필자가 생각하는 아르고나우타이 원정 당시의 실제 모습과 가장 비슷해서 가져왔다>

 

그리스 영웅 신화가 덧입혀진 것도 이 시기였을지도 모른다. 이미 이오니아인들의 세계에서는 유명한 이야기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헤라 신앙과 융합된 시점보다는 좀 더 뒤의 이야기인 걸로 보이는데, 테세우스의 존재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메데이아는 테세우스가 아테나이로 찾아오면서 그를 암살하려다 도망쳤다. 그런데 여러 판본 가운데 일부는 아르고나우타이 원정대에 테세우스가 처음부터 참여했다고 한다. 이는 테세우스가 원래 모순적인 행보를 보여서 그렇기도 하지만, 후대에 그리스 영웅 신화가 이아손 신화에 덧입혀져서 발생한 모순이라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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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스무스 쿠엘리누스, 이아손과 황금양모. 찬탈자의 두려운 낭고지상>

 

이아손 본인의 신화는 이렇듯 누더기가 되어 원전을 찾기가 참 어렵다. 그나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그가 케이론으로부터 수학한 사실과 아르고 호의 선장이라는 점, 그리고 그의 이름이 "고치는 자" 라는 뜻이란 것 뿐이다. 

 

아마도 아이올리아인의 이주를 총지휘한 대선단의 제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아손이 아이올리아인이 받들어 모시던 신위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특이한 이력을 남긴 것에는 틀림 없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역할은 힐러였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영웅의 표상이라 여겼던 난폭하고 사납고 강인한 전사가 아니었다는 말씀. 그래서 렘노스 섬의 악취 나는 여인들을 고치고, 그 땅을 번창케 했다는 일화가 아르고나우티카에 남아 있다.

 

이윤기 선생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모노산달리스 일화를 두고, "한쪽 신을 잃어버림 = 과거의 모습과 단절되어 새로운 삶을 살아감"을 암시한다고 해석했다. 이아손이 과거엔 기반도 없이 이올코스의 허수아비 왕자 노릇이나 했지만, 헤라의 선택을 받은 이후 영웅으로 각성하는 모습을 일컫는 것이다. 한편, 남경태 교수의 「종횡무진 서양사」에서는 이아손을 전형적인 그리스 해적이라 표현하고, 아르고 호의 원정을 해적질로 노골적이게 적시한다. 이는 당대 에게 해가 지극히 불안정했으며, 그 당시 그리스인들이 종사할 수 있는 산업이라 해 봤자 노략질 수준에 불과했다는 데서 오는 해석이다. 나는 신화의 내용만을 갖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전자의 관점을 존중하지만, 실상은 후자 쪽이었다고 본다. 

 

따지고 들면 콜키스에 헌납한 황금양모를 이아손이 도로 들고와야 할 이유는 없었거든. 펠리아스가 시킨 일이라곤 하지만, 어쨌거나 남의 나라 보물을 떼로 몰려가서 훔쳐오고, 덤으로 그 나라 공주까지 꼬셔 온 일이니 영웅의 할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말 그대로, 해적질이었던 셈이다. 멀쩡한 근거지였던 이올코스를 떠나 소 아시아에 새롭게 정착하려면 자원도 부족하고 하니 노략질 정도는 했을 것이고.

 

이아손의 실존여부는 불투명하지만, 그의 인도로 아나톨리아에 정착하게 된 아이올리아인은 이오니아인, 도리아인과 더불어 20세기까지 터키 연안에 남아 명맥을 유지했다. 모양은 사나워도 끈질기게 이어져 온 그의 신화와 함께.

 

이 글에도 문제가 많지만, 대략 다섯 가지 문제가 있다 :

 

1. 어디까지나 신화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 신화를 취사 선택한 것과 취사 해석한 문제로 진실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

2. 신화 간의 경계가 모호하다 - 어쩌면 앞서 말한 메데이아/헤라/그리스 영웅/이아손 신화가 짜깁기된 게 아닐 지도 모른다. 굳이 모순점들을 지적하지 않는다면, 신화란 게 원래 구전에 의존하다보니 이리저리 변형되기 마련이거든. 그러니까, 원전은 보다 매끄럽게 이어진 한 이야기였는데, 전해내려오면서 파편화되어 원래 다른 조각들이 끼워맞춰진 것처럼 보이는 걸지도 모른다.

3. 프로메테우스는 구실에 불과하다 - 말했듯이 이아손은 프로메테우스의 6세손이다. 하지만 이것은 이아손 본인 말고는 증명할 방법이 없는 이야기다. 즉, 이아손의 자기 PR 수단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그렇게 본다면 사실 콜키스와의 관련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할 수 있다. 

4. 아르고나우티카는 서사시다 - 로도스의 아폴로니오스, 가이우스 발레리우스 플라쿠스 등이 쓴 서사시, 즉 문학이다. 당연히 작가가 이것저것 손댔을 수도 있으며, 그 중에는 이아손 신화의 원전이 아닌 내용도 더러 있었을 것이다. 만일 그리스 영웅들을 이 작가들이 덧붙였거나, 헤라 여신의 이야기를 그들이 넣었거나 했다면 내 이야기는 다 허풍이 되고 만다.

5. 증거가 부족하다 - 신화에 기반한 뇌피셜이다보니 이렇다 할 증빙 자료는 없다. 위의 네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못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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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낭비하게 해서 미안

 

 

 

19개의 댓글

2019.02.19

개꿀잼추..

1
@Moonde

개고맙추 :)

0
2019.02.19

재밌다. 이런거 더 써죠

1
@DC Inside

봐줘서 기뻐 :) 나머지 세 편도 잘 부탁해!

0

전공자야? 스토리가 재밌다

1
@별거아닌데그만들싸워

취미로 그리스 신화를 읽는 사람이다!

1

아 참, 적는 걸 깜빡했는데, 남경태 교수는 같은 책에서 이아손의 원정을 단순 해적질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그리스인들이 지중해 무역권을 독점하기 위해 내딛은 첫 시도라고 표현하고 있어. 말하자면 이아손을 해적이자 개척자로 보고 있다는 뜻이지. 이 해석도 재미있지 :)?

1
@한그르데아이사쯔

그렇게 생각하면 이아손은 그냥 해적들에 의해 전승된 영웅담같네

1
@별거아닌데그만들싸워

그럴 수도 있음! 그리고 그 해적들이 고대 그리스인이었던 건 사실이지 :)

0
2019.02.19

다음화 내놔!

1
@불타는 수염

항상 고마워 느려서 미안 :)

0
2019.02.19
@한그르데아이사쯔

써줘서 고맙지 나야

1
2019.02.20

아는만큼 보인다는게 확 와닿는 글이네 재밌게 잘봤음 ㅊㅊ

다음화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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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sj9woi

재밌게 봐줘서 고마워 :)

0
2019.02.21

키르케 그림 쩌네요 와 대박;;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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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간첩

찡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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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2

세편만 남았다니까 아쉬운데 갠적으로 프로메테우스 신화 좋아해서 잘 읽었어요

1
@재롱이

음? 세 편이 남은 게 아니고, 이 편 말고 세 편 더 있다는 안내였어요 :)

0
2019.02.22
@한그르데아이사쯔

아하 그럼 다행이구요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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