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레이싱 경기에서 레이싱걸이 사라지게 되었다. 여성이 성적인 대상으로 전시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논의들이 종종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어느 치어리더가 성희롱성 메세지를 자주 받는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을 계기로 비슷한 흐름의 논쟁이 온라인 상에서 산발적으로 오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흥미로운 영상을 발견하여 내용을 번역한다. 

이 주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레이싱걸에 있어서 특수한 점은 그들이 레이싱 자체와는 별 관계가 없(었)고, 다만 선수의 이름판을 들거나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거나 하는 일을 할 (했을) 뿐이며 대개의 경우 외모가 퍽 훌륭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오늘날에는 문제가 된다. 레이싱걸이 F1 의 새 어젠다에 따라 경기장에서 치워질 정도로 큰 문제가. 누가 생각이나 헀겠냐마는 (반어법 –역주), 이 새 어젠다는, 그 멍청함을 넘어서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페미니즘적인 시대정신에 물들어 있다. 

몇몇 논쟁이 발생하긴 했으나, 페미니즘 서사가 미디어 안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페미니즘의) 도덕독재가 아주 잘 작동하고 있어서 이 결정 (레이싱걸의 폐지) 이 취소될 여지는 전혀 없다. 나한텐 상관 없는 일일 수도 있다. 난 그들의 얼굴을 좋아했던 적이 전혀 없으니까. 하지만 요점은 그게 아니다. 요점은 이 현상의 배후에 무엇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건 바로 우리의 문화를 특징짓는 무언가다. 레이싱걸을 말하는 게 아니다. 레이싱걸이 될 수 있는 가능성, 레이싱걸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하는 거다. (즉, 자유. –역주) 나는 지금 저 모든 논쟁들을 반복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내가 좋게 생각하는 부분은 많은 경우에 레이싱걸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나를 조금 불편하게 하는 사항은, 그들 또한 이 도덕독재 안에 매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레이싱걸 자신들 또한 저 페미니즘의 논리에 붙들려 있고 그 안에서 주장을 펼치는데, 그래서는 당연히 질 수밖에 없다. 그들이 가진 문제는 그들이 대상화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 그들은 대상화된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우리는 성적인 존재다. 경우에 따라서는 슬픈 일일 수도 있겠지만, 여성은 더 아름다운 성별이다. 누군가 스스로를 대상화 하고 싶다면, 마음껏 그렇게 하시라. 해방이란 우리가 스스로를 대상화 할지 하지 않을 지 결정할 자유 또한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은 모든 성별에 똑같이 해당한다. 어느 레이싱걸이 두 시간 동안 스스로를 대상화하기로 한다고 해서 그게 그가 영원히, 항상 아름다운 여자로 등장할 수 있다거나 그래도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페미니즘의 논리에 따른) 그 귀결은 뭔가? 예쁜 인간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든지 혹은 성적으로 자극적인 옷은 입으면 안 된다든지 그런 거? 아름다움은 이성적인 것이 아니며,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대상화를 나타내기 때문에? 페미니스트들이 일관되게 이 대상화에 반대한다면 그들은 사색의 가치에 무게를 두고 있는 입장일 터. 그렇다면 왜 대다수의 페미니스트들은 이성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주장들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내가 만약 여자를 만나고 싶다면, 발표를 한다면, 연극 극장에 간다면, 나는 어느정도 말쑥하게 차려입을 것이다. 왜냐? 그게 다른 사람에게 말로 할 필요 없이 뭔가를 표현할 뿐만 아니라 타인 및 나 자신에게 일종의 존경의 표시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내가 표현하는 것은 나 자신 또한 물질적/육체적으로 욕망하는 존재이며 동시에 타인으로부터 욕망 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를 넘어서서 성이란 상대를 신체적-감각적인 존재로 지각하지 않는 한은 성립할 수 없다. 페미니즘은 내가 이미 다른 자리에서 말한 바와 같이 성적인 것에 대해 적대적일 뿐만 아니라 옛날과 마찬가지로 사회에 영향력을 가하는 하나의 종교이기도 한 일종의 도덕독재다. 우리의 선조는 우리를 성에 적대적인 새로운 종교에 굴종시키기 위해 우리를 기독교로부터 해방시킨 게 아니다. 

다른 영상에서 언급했던 것 같은데, 나는 페미니스트들이 가부장제를 적대한다면 왜 이란에서 두건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죽거나 감옥에 갇혀 있는 여성들을 위해 나서는 방식으로, 또는 두건을 쓰도록 강요받는 여성들에게 우리가 적어도 유럽에서 갖고있는 바와 같은 자유와 권리에 대해 알려주는 방식으로 진짜 가부장제에 맞서 싸우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또는 여성 할례에 대해 발언한다든지. 이집트에서는 90% 의 여성이 할례를 당하고 있다. 이들은 할례를 받을 지 받지 않을지 결정할 자유조차 갖지 못했다. 여기에 대해 뭐라고 하는 대신 그들은 레이싱걸을 금지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페미니즘과 이슬람 사이의 동맹은 당연히 말이 된다. 여성 행진 (womens march) 을 보라. 여성을 억압하고 성적인 것을 적대하는 종교인 둘 모두 (페미니즘과 이슬람) 에서 자신들은 희생자로 여겨진다. 유럽 문명의 희생자로, 그리고 사악한 백인 남성들의 희생자로. 조던 피터슨이, 혹은, 내가 옳게 기억하고 있다면, 페터 슬로터다이크도 역시 말했듯, 페미니즘은 원리적으로 가부장제에 대한 무의식적 요청이다. 내가 보기에 페미니즘은, 그것이 유럽과 북미의 서구 사회들에서 발현하는 양상으로 제한해서 봤을 때, 삶에서 하고자 했던 바가 잘 풀리지 않았을 때 탓할 사람 없이 실패, 도전, 책임 등을 감당하고 다룰 능력의 부재다. 그래서 가부장제, 즉 죄 지은 그 남자는 탓할 사람을 갖기 위해서, 자신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다시 요청된다. 여자가 어떤 직위를 얻지 못하면 그것은 그 사람이 적절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사고방식에 의거해 자기 회사 안에 여자를 두기 싫어하는 사악한 남자의 탓이어야만 한다. 그 사악한 남자가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레이싱걸 폐지의 경우엔... 난 이 부분을 특히 부각할 생각인데, 레이싱걸은 그저 폐지되기만 한 게 아니라, 아동으로 대체되었다. 이제 레이싱걸은 없고 대신 레이싱키즈가 있다. 이 사태의 요점은 성적인 것이 죄인 것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레이싱걸은 순수함 (죄없음) 의 상징으로 대체된다: 아동들. 내 소견으로는 이건 상당히 안 좋은 대용품이다. 어쩌면 이 조치가 몇몇 소아성애자를 F1 으로 불러들일 지도 모르지. 아동을 순수와 죄없음의 상징으로 놓는 것은 우리 사회의 대단히 거슬리고 비생산적인 도착증 (변태성) 이다. 아이들은 다른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악하기도 하고 선하기도 하다. 그리고 저 만연한 대상화는 어쩔 거지? 내가 보기에는 이제 아동들이 대상화된다. 왜냐하면, 여성들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무도 애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등등에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저 애들이기만 해야 한다. 쿼터제가 도입되지는 않는지 어디 두고 봐야겠다. 이를테면 검은, 허연, 누런, 뻘건, 뚱뚱한, 마른, 유대인, 무슬림, 무신론자, 기독교인, 장애가 있는, 장애가 없는 애들 쿼터. 그걸 넘어서, 레이싱걸들은 가부장제에 의해 그 위치 (대상화되는 위치) 에 내몰렸다고들 하는데, 그럼 이 애들은 어떻게 된 건가? 우리 사회의 가모장제가 애들을 그 역할로 밀어넣는 것이다. 왜 슈퍼의 계산대 쪽에 군것질거리나 술이 올려져 있지 않은 걸까? 그건 그 물건들이 이성적이고 책임있는 선택을 내리지 못하는 두 그룹에게 어필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바로 알콜중독자와 어린애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애들이 대상화되거나 이용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애들이 이용되고 있는 게 아니라면, 성인 여성들이 이용되고 있지 않음은 더더욱 확실하다. 이제 다음 목표물이 뭘지 기대가 된다. 모든 포르노 성자들 (포르노 배우들 –역주) 에게 되도록이면 지금 당장 창고를 채워두길 추천한다. 언제 이 한 조각의 자유 까지도 옛일이 되어버릴 지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