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엔 탈북잔줄 알았음.

조선족이 이런 멀쩡한 대기업에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음.

십수년째 한국 살고 있고 이 회사에서도 벌써 10년 넘게 근무함. 

개드립하기 전에도 뉴스에 나오던 오원춘 사건 때문에 조선족 엄청 싫어했고 개드립한 이후로 박춘풍도 알게되고 조선족을 존나 극혐하게 됐는데

 입사하고 보니 팀원이라는 사람이 북한 말투를 쓰길래 당연히 성공한 탈북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웬걸? 그저께 회식자리에서 "술 먹겠어?" 하길래 내 얼굴이 너무 빨개졌나? 생각이 들었음.

그래서 셀카로 얼굴 확인하고 "괜찮아요" 하고 잔을 들면서 내밀려고 했는데 들고 있던 소주를 내 잔을 안채워주고 다시 내려놓는 거임.

난 잔을 뻗었고 지는 소주병을 내려놓은 뻘쭘한 상황이 됐는데 "안먹는다 하지 않았어?" 이러는 거임.

알고보니 술 먹겠어? 가 술 먹을래? 이 뜻이라고 함.

여튼 곧 설이 다가오니까 본가로 내려가야하는 게 걱정인데 탈북자라 고향을 못갈테니 내가 고향얘길 꺼내면 갑분싸 될 거 같아서 말을 안꺼내고 있었음.

근데 그 탈북자가 요번 설연휴에 고향다녀와야겠단 거임.

엥 시벌? 내 머릿속은 존나 혼돈의 카오스가 됐음.

그러고보니 아무리 나이가 불혹을 넘었다지만 기가 막히게 한자를 잘 알던 점, 중국어 단어를 말하는 소리를 간혹 들은 점이 생각나면서 깨달음이 옴.

그제서야 내가 속단하고 탈북자라고만 생각했던 걸 후회하고 다른 팀원한테 슬쩍 물어봄. 저 분 고향 북한 아니냐고 왜 고향 얘기하냐고.

혹시나가 역시나 북한사람이 아니고 조선족이란 거임.

아 조선족이구나. 역경과 고난의 삶에 지쳐 가족과 함께 목숨걸고 탈북한 새터민이 아니라 짱깨한테 하대받으면서도 짱깨가 되길 원하고 한국을 얕보면서도 한국에서 벌어먹는 그 조선족이구나.

난 조선족을 싫어하는데 요즘 좀 고민이 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