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불사 [프롤로그2-저쪽]

눈을 뜨니 맨 처음 보인건 빛이었더라.

정확히는 빛인지 백색 종이를 넓게 편 세상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희고 밝은 주변이었다.

그냥 느껴지기에 눈이 부셨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주변의 변화에도 난 그저 멍하니 누워있었다.

눈앞이 그저 흰 색이니 누웠는지 섰는지 어디서 떨어지고 있는지 사실 잘 모르겠지만 그냥 힘없이 대자로 뻗어있으니 누워있다고 쳐도 될 것 같다.

그렇게 얼마나 누워있을지도 모를때 쯔음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질적인 탁 탁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이런 이상하고 요상한 상황에도 전혀 관심이 가지 않았다.

 

"흠.. 오늘의 개체번호 J-5071번.. 이름은 무한이고. 성은 이씨성.."

 

어디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목소리를 따라서 타닥 타닥하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여전히 관심이 가지 않았다.

 

"가족관계는..13살에 부모를 잃고 고아로 처리됐고.. 그 후에 살인에 방화에 어이구, 산적 두목질도 하셨어? 참 소소하네."

 

낯선 남자가 어이없는걸 봤다는 듯 피식 웃었다.

나는 그제서야 고개만 슬쩍 돌려 그 남자쪽을 봤다.

그 남자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요상한 책상에 앉아서 네모낳고 각진 판자를 두들기고 있었다.

그 남자가 이상한 판자를 두들기니 밝은 빛이 네모난 모양으로 남자의 앞에 떳다가 사라졌다 반복한다.

자꾸 듣다보니 상인들이 쓰는 주판소리와 비슷하다.

내 눈으로 본 남자가 가로로 누워있으니 내가 누워있긴 한가보다.

아니면 남자가 누워있던지.

 

"그나마 산적 두목짓도 10년 좀 넘게하고 치웠고.. 그 다음엔 신분세탁해서 양인의 신분으로 무인으로 급제해서 녹봉을 먹고 살았네? 에잉, 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뱀 머리에서 이무기 꼬리가 되셨어 그래. 그래도 뭐 낭만적이고 좋구만"

 

낯선 남자가 탁! 소리를 내며 판자를 한번 쳤다.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사망기록이.. 어.. 음? 어허?"

 

낯선 남자가 눈앞의 네모난 창을 한참을 들여다 보며 당황하다 결국 여유롭던 얼굴이 굳으며 나를 똑바로 보고 물었다.

 

"너 이자식.. 안죽었네? 안죽었는데 여긴 어떻게 왔어?"

 

남자가 사뭇 진지하고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의자에서 일어나 걸어온다.

남자가 걸어오자 뒤에 있던 책상과 의자가 언제 있었냐는듯 신기루처럼 흐리게 사라졌다.

 

[일어나라]

 

공간 자체를 울리는 듯 지엄한 목소리가 들리며 나의 양 팔에 쇠고랑을 찬 듯이 하늘로 들어올려진다.

그렇게 양 팔을 벌린 자세로 허공에 띄워진 나는 축 늘어진 무기력한 모습으로 공중에 매달려 관찰당했다.

 

"아니 이자식은 살아있는데 뭐 이렇게 이지가 없어?"

 

[보여라]

 

지엄한 목소리가 울리며 한 순간 남자의 뒤쪽에 거대한 눈이 보이는듯 착각이 일었다.

그럼에도 관심이 가지 않았다.

 

"허어.. 이거..완성된 상태로 태어나서 미완성된 상태로 살았네? 그냥 힘만 쎈 줄 알았더니.. 와 나 참 이런 경우는 또 처음 보네.. 신선도 아니고 스님도 아닌것이 어떻게 살아있는 몸으로 명계까지 왔나 했더니.. 그 미개한 곳에서 해탈에 들어왔다고? 고작 계집 하나 때문에? 계집도 특별한가? 어디보자.. G-6712번 박수연 나와봐!"

 

남자가 말을 하자 남자의 뒤쪽이 또 일렁이며 여자의 인형이 서서히 보였다.

흐릿한 인형이 또렷한 여자의 형상으로 완성됐을 때, 나는 축 늘어져있던 목을 바로 세워 하얀 천을 두른채로 나타난 여자를 바라봤다.

 

"수연아.."

 

그제서야 관심이 갔다.

이 남자도 여기도 그리고 무엇보다 저기 멍한 눈빛으로 걸어오는 수연이에게 가장 큰 관심이 갔다.

 

"어디 여자쪽은...에게? 그냥 평범하잖아? 아니 평범하진 않은 것 같다만.. 완성된 존재가 관심을 가질만 한 건 없는데? 그냥 순간의 끌림인가? 아니면 순간의 위안? 그것도 아니면 뭐 몇백년에 한번 나오는 요물 같은건가?"

 

남자가 뜻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며 수연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날 관찰했듯이 수연이도 관찰하려 수연이 두르고있는 천을 벗기려했다.

남자의 손이 수연이가 두른 천에 닿았고 그걸 본 나는 힘없이 잡혀있던 온 몸에 다시 신적인 힘이 도는걸 느꼈다.

 

"손대지마라!!"

 

흡! 하며 양팔에 힘을 주니 허공에 매달려 있단 양 팔, 다리에서 쇠붙이가 터지는 소리가 나며 몸이 자유로워졌다.

몸이 자유를 찾자마자 바닥을 박차며 남자의 얼굴을 부숴버릴 힘으로 휘갈기고 수연이를 안아들고는 그 남자에게서 떨어졌다.

하지만 남자는 멀쩡히 서 있었다.

그저 남자의 얼굴에서 반치정도 떨어진 곳에서 공간이 일렁이고 있을 뿐이었다.

 

"신언으로 된 고정을 흡! 한번에 부쉈다고? 비록 결박용 신언은 아니라지만.. 허허 나 참, 이거 완전 미친새끼 아니야?"

 

[결박하라]

 

또 다시 지엄하기 그지없는 음성이 더욱 강한 음색으로 울린다.

은은한 분노마저 느껴지는 위엄이 느껴졌다.

양 팔에 강력한 압박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마치 팔에서 쇠가 돋아나는듯한 이상한 감각이었다.

 

"수작 부리지 마라."

 

양 팔에 힘을 불어넣고 박수를 치듯 팔을 부딪히니 팔에서 느껴지던 이상한 감각이 부숴지는게 느껴졌다.

 

"결박용 신언도? 허허허.. 오늘 여러번 어이없네?"

 

"질문이 몇가지 있다."

 

"지금 질문하기 적당한 상황인듯하냐?"

 

짧은 대화를 끝으로 남자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불편한 심기를 들어냈다.

나는 굳이 대답하지 않으며 서로 노려보는걸로 짧은 대치를 이뤘다.

 

 

 

 

-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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