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게임의 정석

현대를 지나 근대를 지나

중세를 지나 고대에는,

게임이 있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고전 유물 빗살무늬토기 게임이다.

학교에서 역사 시간에 얼핏 들어봤을지도 모르겠다.

 

그것과 비슷한 시대에 유래된 바둑이라는 게임처럼

바둑에 정석이 있듯이 이 게임도 정석이라는 틀이 존재한다.

 

이런 정석이란 개념은 꽤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다.

최선과 최선을 서로가 염두에 두며 짜여온 전략이다.

시대가 도전하고 실패하면서 쌓아온 공식이다.

 

쉽게 지지 않고, 쉽게 상대를 이기는 고인물들의 지혜라 볼 수 있다.

그 정석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수천, 수만 시간의 노력과 지혜를 거의 날로 먹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들은 까마득한 조상부터 이 게임을 질리도록 많이했으며 오늘도 하고있다.

그들이 실패해왔기에, 다시 도전하고 일어섰기에, 정석은 완벽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게임을 이제 막 접하기 시작한 사람은 그런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길이 옳은 방향이라고 알려주고 싶어도 답답하다.

아니 님아, 배럭이랑 서플 위치가 이상하잖아요.

아니 님아, 앞마당 입구 막으려면 포지 더 옆에 지으셔야되요.

 

분명 보인다. 이렇게 하는거보면 이 판은 글렀구나.

그리고 나와서 분노의 강의를 시작한다. 여기선! 이렇게해야되요.

하이브가 뭔가여? 한번도 본적 없는 디파일러는 또 뭐져?

초등학생에게 옴의 법칙, 근의 공식을 알려주는데, 이해 될 턱도 없고 재미있을 턱도 없다.

 

가르치는 사람도 답답하지만 배우는 사람은 더 답답하다.

아니, 그래서 아둔이 뭔데, 또 지만 아는걸로 신났네

이야기해주는거 보면 정석이 뭔지 알 것 같긴한데...

 

놀랍게도 이런 정석을 배우는게 타고난 이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영재의 대우를 받곤 한다.

이들은 스펀지처럼 잘 흡수하고 고수가 되어간다.

 

참 부럽다. 나는 아직 할 줄도 모르는데, 주변에선

훈수만 두는 사람 천지다.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예송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여기선 SCV 뽑으면서 째야지

뭔 소리여? 나 같으면 그냥 타이밍러쉬 가겠구만

 

이들은 아직 해보고싶은게 너무 많지만 해보질 못한다.

가디언도 뽑아보고 싶고 스카웃도 뽑아보고싶고

배틀크루져도 뽑아보고 싶고 핵도 날려보고 싶지만

주변에서 이야기한다. 얘야 그렇게 하면 진단다.

 

아, 캐리어 가야죠. 캐리어 가야합니다!!

여러분들은 프로토스를 왜 시작하십니까 물어보면은! 하드코어 질럿 러시가 정말 좋기 때문에!

 

아니 요즘 캐리어를 누가 써, 하드코어 질럿 러시는 또 언제적이고 더블넥을 안하네

하지만 테란을 상대할 때 캐리어가 답인 시절도 있었고, 저그를 상대할 때 하드코어 질럿이 정석이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에서야 보면 구시대, 옛날 토스겠지만 그런 최선을 추구하는 조상들의 투혼이 오늘 날의 정석을 만들어낸 것이기도 하다.

 

아니 내가 하는 게임인데 왜 자꾸 훈수두는거야 느낄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하면 지는데, 왜 자꾸 내 말을 안 듣는거야 느낄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그런 시달림에 게임을 영영 접어버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게임은 즐기라는 것이지만 매일 같이 지면 도무지 즐겁지가 않다.

가르치는 사람들은 기보를 습득하면서 알고 있는 것이다.

정석이 어긋나면 하고 싶은것도 쉽게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배우는 사람들은 힘들다. 재미도 없는 고전 게임 배우기도 벅차고

요즘 최신 유행한다는 체스나 배우고 싶지만 거기도 벌써부터 고인물이 생겼단다.

게임 하나가 만들어지기 무섭게 레드오션이다. 점점 자신이 설자리를 잃어가는 것 같다.

 

그럼에도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내일 져도 괜찮다.

아직 초보인데 뭐 어때, 이왕 하는거 배틀크루져도 뽑아보고 캐리어도 뽑아보고

핵도 날려보고.. 아니, 님아 거긴 우리 본진이잖아요.

 

아직도 초보라고해서 겁먹지 말자, 어차피 이 게임은 수 년이지나도 초보 밖에 없는 게임이다.

1개의 댓글

2018.11.14

막줄이 조금 이해하기 어려우실 수도 있지만, 스타하면서 다들 고수인애들도 못하는척 초보라 하더라구여. ㅎㅎ 그런면에서 아직 배울 점이 많다는 겸손의 뉘앙스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는 개뿔 부캐가지고 양학 좀 하지마요. 쉬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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