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범신론 시리즈 - The Light of Day - 과학과 신학(발췌)

범신론에 관해 한국어로 된 자료는 심지어 백과사전이나 사전 항목을 포함해서 기독교 이단론의 관점에서 편협하고 왜곡된 방식으로만 나와 있는 것들이 전부인 것 같다. 이에 영어로 된 범신론 관련 자료를 조금씩이나마 한국어로 번역해서 공유하고자 한다. 

 

The Light of Day는 미국의 자연학자이자 수필가인 John Burroughs(1837-1921)가 저술하여 1900년에 출간한 책으로, 그가 1885년~1888년에 쓴 수필 중 종교와 관련된 것을 모은 것이다. 시대적 상황을 참작해서 읽는 것을 권장한다. 

 

너무 어색하지 않게 하다 보니 원래의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고, 특히 비유적 표현은 한국어로 그대로 옮길 수가 없어서 고친 부분이 많다. 영어 독해가 가능한 사람은 archive.org에서 원문을 직접 찾아 읽는 것을 권한다. 

 


 

(전략)

 과학은 가장 넓은 의미에서는 단순히 검증될 수 있는 무언가를 뜻한다; 하지만 신학이 받아들이고 바탕으로 삼는 것 중에 인간의 이성이나 경험으로 검증 가능한 것이 얼마나 되던가? 신학이 받아들이는, 또는 과거에 받아들였던 증거는 노스트라다무스가 1886년에 세계의 종말을 예언할 때 썼던 증거 - 그 해에 성(聖)금요일이 성 제오르지오 축일과 겹치고 부활절이 성 마르코 축일과 겹치므로 부활절이 일어날 수 있는 마지막 해라는 점 - 와 너무나 흡사하다. 


 신학은 대부분 개인적인(personal) 관점을 취한다 - 우리의 개인적인 욕망, 두려움, 희망, 약점이 중심이 되며, 인간을 우주의 중심으로 놓는 관점 말이다. 그 관점에 따르면 기적을 믿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기적은 인격적인(personal) 요소가 비인격적인(impersonal) 법칙을 누르고 승리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과학이 아직 없던 시대에 인류는 그런 시각에 가장 강력하게 사로잡혀 있었다. 신화로부터 유래한 그런 세계관은 인류가 보이지 않는 힘과 친밀하고도 개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 관점에서 우주의 이 작은 구석은 천상의 힘이 작용하는 특별한 무대가 된다. 거기에 따르면, 천상의 힘은 인간에게 그 형태와 특성을 부여했으며, 별난 계획과 도구를 만들도록 했다. 그런 관점은 인간 대다수를 지탱하는 데 그 어떤 과학보다도 큰 힘이 된다. 왜냐하면 대다수 인간은 아직 미숙한 상태이고, 애착과 감정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과학은 인간적인 신의 세계를 힘과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로 치환해버리는 과학은 그들에게 차갑게 느껴지고 거부감이 들 뿐이다. 


 신학에 따르면, 세계의 모든 위대한 역사적 종교 중에서 오직 하나만이 진실이고 신이 부여한 것이다; 나머지는 인간의 창작으로, 대부분 거짓과 미신의 모임에 지나지 않는다. 과학은 종교적 본능을 인간 본성의 영원한 일부로 인정하며, 모든 위대한 종교 체계를 - 기독교, 유대교, 불교, 이슬람교, 그리스와 로마, 이집트의 다신교 등 - 그 본능이 개화해 이룬, 정당한 결과물로 본다. 마치 지구의 다양한 동식물이 모두 생명의 유기적 법칙이 다양하게 발현된 결과물인 것처럼 말이다. 이 모든 종교를 다 거짓으로 치부할 수도 있고, 모두 진실이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과학의 이름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은, 이 중 하나만이 참이고 나머지는 모두 거짓이라는 것이다. 과학에 있어 종교는 모두 그 체계에서는 거짓이나, 그것이 봉사하는 욕구에서는 모두 진실이다. 비유하자면, 천문도에서 진실이고 실재하는 것은 별뿐이고 나머지 별자리는 - 큰곰자리, 카시오페이아자리, 오리온자리 등 - 모두 천문학자가 지어낸 것인 것과 같다. 인류의 종교적 본성에 대한 항구적인 진실은 다신교뿐만 아니라 기독교에도 있는 여러 존재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 존재들은 시간이 지나 사라지거나 부정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진실 그 자체는 - 우리 자신보다 더 위대하고 현명한 권능에 대한 인식, 그리고 어떤 규준에 맞춰 행동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인지 -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잉글랜드가 그 종교에 의해 구원받았듯이, 이집트도, 그리스도 각자의 종교에 의해 구원을 받지 않았던가?


 단언컨대, 그 어떤 종교에 대해서도 물어서는 안 되는 질문은 바로 가장 쉽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과연 진실인가?' 훨씬 물어서 좋은 질문은 바로 '그게 구원을 가져다주는가?'이다. 즉, 그 종교를 믿으면 믿지 않았을 때보다 인간의 삶의 기준과 의무를 한 차원 더 높여주는가? 그게 인생이란 여정을 응원해주고 버틸 수 있게 해주는가? 과연 그리스 종교가 '과연 진실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었을까? 그런데도 독일 역사학자인 쿠르티우스 박사는 아폴로 신앙에 대해 그 신앙이 "도입된 모든 곳에서 인생 전체를 바꿔 놓았다. 인간을 암울하고 비굴한 자연 숭배에서 해방했다; 신에 대한 숭배를 도덕적으로 고양될 의무로 전환했다; 죄책감에 억눌린 사람에게는 죄를 사해주고, 정처 없이 방황하는 이에게는 신성한 예언을 선사했다."라고 말했다. 역사적인 기독교가 '과연 진실인가?'란 질문에 과연 더 좋은 대답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 신약에 나온 일이 모두 거기 기술된 그대로 일어났는가? 그 일이 정말 진실하게 묘사되었는가? 그런데도 클리퍼드 교수를 제외하고 그 누가 기독교가 유럽 국가의 지위를 높이고 교화하는 데 대단히 큰 힘이 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중략)

 

 이제 남은 한두 페이지를 약간 다른 이야기로 풀어나간다고 해도 특별히 나쁠 것은 없으리라. 우선, 지금까지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그다지 하지 않았다. 나는 주로 과학 또는 딱 떨어지는 지식을 가능케 하는 - 내가 알기로는 오늘날 만사의 주도권을 쥐고 이끌어나가는 - 심적 태도에 관해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과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은 잘 알고 있다; 이 세상에는 정확한 지식을 넘어서는 것들이 많다. 고결한 감정, 영웅적 충동, 용기, 자기희생 - 엄밀한 논리적 증명은 이런 것들 앞에서는 빛이 바래고 만다! 그러나 과학은 자신의 본래 영역 내에서는 대적할 자가 없으며, 그 영역은 인간의 이성이 닿는 영역과 일치한다; 또한, 과학에 호소하는 경우에는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신학은 신에 대한 과학이라고 자칭하므로, 증명의 근거로 삼는 증거 또한 이성의 심판을 견딜 수 있거나 검증이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지고의 선에 대한 염원이라는 감정으로서의 종교와 신학적 체계로 조직되고 스스로 엄밀한 증명에 기반했다고 여기는 종교는 서로 다른 개념이다. 왜냐하면, 후자는 자신을 '과연 진실인가?'라는 끔찍한 질문에 노출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과학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온 이상, 그 공격을 버텨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기독교의 진실성에 대한 증거로서 기적이 제시되는 경우, 자연철학자는 '과연 기적은 일어나는가?'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우리 인생이 오직 이성이나 엄밀한 지식으로만 이뤄졌다면, 과학은 우리에게 모든 것이었을 터이다. 모두 그런 것으로 이뤄진 이상, 과학이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인생의 대략 팔 할은 과학의 영역에서 멀찌감치 벗어나 있다; 인생의 팔 할은 감정이다. 세계적으로 위대한 시대는 줄곧 감정의 시대였다; 위대한 문학 작품은 감정의 구현이다. 애국심은 감정이다; 사랑도, 자비도, 존경도, 숭배도 모두 감정이다. 

 

(중략)

 

 따라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는 이성보다 더 오래된 감정과 충동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우주에 대해 엄밀한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우주에 대한 만족감을 구할 수 있고, 인간의 종교적 감성이 속하는 진실의 영역은 바로 이런 차원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 감정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각각의 형태 그 자체는 진실이 아니지만, 그 바탕이 되는 감정은 그러하다. 앞서 내가 언급한 별자리의 비유로 되돌아가자면 - 정신이 한없이 높은 천구에 상상으로 그려낸 그림이 얼마나 터무니없든 간에, 별 그 자체는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종교적 충동은 사라지지 않는다. 

 

 여러 체계가 발생하고, 교리가 형성되며, 과학의 이름으로 뒷받침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현자는 그런 것들은 그 수명이 유한한 것이며, 오직 그런 것들을 낳은 본능만이 남아 지속되리란 점을 안다. 이 본능은 대체 어떤 가치가 있는가? 나로서는 아직 그 답을 짐작하거나 그 의미를 완전히 밝힐 수 없다. 그 역사는 수많은 민족 종교의 형태로 기술되었으며, 흔히 혐오스러운 모습과 의식(儀式)으로 쓰여 있다. 그러나 이 본능은 스스로를 점차 순수하게 정제해나가고자 하며, 천국은 우리 밖이 아니라 안에 있다는 인식으로 차차 나아간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바로 우리가 과학이라고 부르는 것이 의심의 여지 없이 이 정제 과정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3개의 댓글

@마이네임이즈철수
28 일 전

좋은 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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