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나의 군생활

나는 군생활을 잘 하진 못했다.

사람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다.

그냥 남들과 다른 점은

나의 실수는 남들과 같이 지나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제와서는 그것이 내 지난 거짓말로 나를 사이코패스로 보아,

죄책감을 느끼게 하려는 좋은 의도였겠으나 미처 몰랐다.

 

좋은 기억들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전역 날에 도망치듯이 사회로 쫓겨 나온 것은

후임들을 볼 면목이 없었기때문이었다.

 

나는 군에서 복무하며 수 많은 가치들을 배웠다.

성당에 다닐 수 있던 것 역시 군 시절이 아니라면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때때로 무급으로도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했다.

 

단지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은 것이다.

군은 명예롭고 정의로운 집단이며 국민에게 신뢰받아야 할 집단이다.

나는 직업군인을 하기엔 체력이 좋지 않았고 사격을 잘 못했다.

 

불안을 안고 입대했기에 많은 부분은 내가 감내해야만 했으며

많은 경우 원인은 내게 있었다. 이것은 진실이다.

단지 나는 그 경우에서,

바르지 못한 권위에 굴복하기보다 내 본분에 충실했다.

물론 내 도움 뿐만아니라 많은 간부님들의 사랑과 보살핌이있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무사히 군 생활을 보낼 수 없었을 것이다.

 

단지 내가 괴롭고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술을 마시고 사고를 쳤었다.

나는 솔직한 심정으로 회피하고 싶었다. 지금껏 내가 힘들고 괴로웠던 사실들로 그런 사고를 일으켰다며 전우들에게 해를 입히기보다 흔한 감성팔이와 이제는 용서한 부모님과 나의 정신적 문제를 팔아 먹었다. 영창까지 갈 일이었지만 휴가제한으로 그쳤다. 이 역시 좋은 간부님들이 아니었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그 뒤로 괴롭힘에서 나는 좌절했고 마음의 편지를 썼다. 너무도 긴 내용들이었다. 잘 처리되진 않았지만 이해했다. 이런 부족한 나를 미워할 수도 있었겠지만 간부님들은 다시 대대에서 잘 보살펴주셨다. 그렇게 무사히 전역까지 불안을 안은 사회의 초년생이 버틸 수 있었다.

 

많은 좌절을 겪었다. 그러나 그 자체로 군대를 혐오하고 싶진 않다.

다만 내가 겪었던 일부의 사람들과 동조하던 이들이 나빴거나 오해했을 뿐이지 이 모두를 군 집단 전체의 문제로 치부 할 수 없다.

 

이제는 무급으로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소리는 할 수 없지만

이것 하나만은 이야기 해 줄 수 있다.

군은 명예롭고 정의로운 집단이다. 나는 그곳에 마땅히 복무했으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다만 단 한가지 억울했던 것은 너무 쉽게 사람을 믿었다는 것. 너무도 힘든 마음에 정신적인 고충을 토로한 것이 모든 이들이 쉽게 떠들어대고 모든 이들이 쉽게 나를 무시할 수 있었다는 것.

 

이따금씩 미칠듯한 예기 불안에 휩싸이던 날들을 모두 견뎌냈다. 입대전에 한 번 겪었던 공황발작은 다시 오지않았다. 이 역시도 이전에 비해좋아진 식습관과 나아진 체력으로 인한 결과이기도 했다.

 

나는 입대 한 달 전 부터 다닌 곳의 정신과 의사가 내게 해준 말을 아직도 기억한다.

"입대가 다음주라고요? 미루시고 1년정도 치료받다가 공익가세요."

나는 고민하지 않고서 간다고 말했었다.

 

이미 나는 절벽 끝에 서있다. 여기서 도망치면 나는 무엇도 되지않는다고 생각했다. 단지 내가 부족한 탓에 제대를 하고서도 아무 무엇도 되지 않았을 뿐이다.

 

인과관계라는 것이 군대에서는 부정당한다.

원인이 있기에 결과가 있는 것을 모를 정도인 것이다.

너 폐급이고 못났고 정신이상하고 부족하다던

구차한 변명은 이제 듣고싶지 않다.

실패자는 자의로 실패하기보다

언제든지 만들어진다는 걸 깨달았다.

 

단지 그 치부를 가리기위해 사람의 못난 점을 들추고

잘한 점을 숨기며 정의라는 이름으로 억울한 사람을 만들었다.

 

사관생도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귀관은 정의를 행함에 있어서 닥쳐올 고난을 감내할 용기가 있는가

만일 조금이라도 그 정신이 있는가

내가 보지않는 곳에서 숨어서 떠드는 것은 겁쟁이와 다를 바 없다.

 

나는 당신들은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자신의 괴롭힘을 나의 업보 또는 행위의 정당성으로 합리화하던 것을

이제는 내 존재 자체의 문제로 덮어씌웠기 때문이다.

 

이해한다.

죄인을 벌하겠다는 당신들의 말도안되는 정의구현은

내가 범죄자가 아님으로써 말 같지도 않은 말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쟤는 정신이 이상하고.. 싸이코패쓰고.. 사교성이 없고..

거짓말쟁이에다가...

 

이해한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자기 합리화라는 무서운 병

그대가 아직 시련을 겪어보지 못해서 그렇다.

 

단순히 나의 실수만 짚고 넘어가겠다면 어디 물어보겠다.

그럼 그렇게 술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면 어째서 이전의 휴가때까진 그런 일들이 전혀 벌어지지 않았었는지. 혹시 지금 떠오른 그 시기가 이 사고의 전조는 아니였는지. 마음의 편지에서 내가 쓴 모든 사실들을 왜 말하지 않는지. 내가 불우한 가정이나 정신적인 문제를 써주었을 때는 옳다구나하고 글을 토대로 매장하기 바쁘다가.. 그 진심어린 마음을 완전히 무시해놓았기때문에 나는 전역하며

사실은 조금 과장했다며

피눈물을 삼키며 나왔었다.

 

그래서 후임들 볼 면목이 없었다. 군은 명예롭고 정의로운 집단으로서 그곳에서 피해받은 나는 단지 정의롭지 못했고 옳지 못했을 뿐이다.

 

심한 괴롭힘에 시달린 사람은 피해의식과 폭력으로만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관점에 사로잡힌다. 애초에 피해의식이 심한것이 아니라 입대 후 괴롭힘을 당했기에 피해의식이 생긴 것 아니겠는가

 

나는 그 방법을 술을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려하였고 폭력을 저질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떠한 처분도 감수하겠다며 스스로의 죄에 깊이 반성했다. 그러나 괴롭힘은 멈추지 않았고 나는 정신과에서 스트레스성 우울장애를 진단받았었다.

 

설령 원인이 내가 괴롭힘당한것에 있다 하더라도 내가 사고를 저지른 것을 정당화시키진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너무도 쉽게, 내가 저지른 사고로 이전의 괴롭힘은 쉬쉬거리며 정당성을 지녔다.

 

난 더 이상 군에 대해 왈가왈부 하지 못한다.

나는 피해만 입은 피해자가 아니었기에 그렇다.

다만 일부를 제외하고서 많은 사람들이 내게 준 도움으로

나는 지금 여기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에 너무도 감사하다.

1개의 댓글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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