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판

즐겨찾기
최근 방문 게시판

영화 <서치> 리뷰

searching-poster.jpg

1. 납치극은 굉장히 흔해빠진 소재다. 흔해 빠졌다는 말은 다시 생각하자면 관객들 입장에선 스토리가 단순하고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하기 쉬워서 재미는 있지만 이제는 많이 흔해진 소재가 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사 입장에선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를 이끌어 어느정도 흥행을 보증받기 쉬운 장르라는 뜻이 된다. 흔해빠진만큼 그 모습도 굉장히 극과 극이다. <테이큰>이나 <청년경찰>처럼 단순한 스토리에 액션을 조금 가미해서 팝콘 무비가 될 수도 있으나, <체인질링>과 <양들의 침묵>, <복수는 나의 것>처럼 대중들의 입에 평생 오르는 명작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2018년에 한국 극장에 등장한 이 영화 <서치(원제:Searching)>은 감히 말하건데, 앞으로의 납치극 장르에서 새로운 분기점을 만들어 줬디고 생각한다.

2. <서치>는 참 특별한 영화다. 마치 <배드지니어스>와 같이 소재와 스토리가 창의적이면서 기승전결이 매끄럽게 잘 이어져있고 중간중간 관객들이 알아채지 못할만한 단서들을 집어넣어 감탄사를 끊이지 않게 한다. 카메라 시점도 컴퓨터의 모니터를 바라보는 것 뿐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이리저리 시선을 옮기며 숨겨진 복선들을 찾을 필요도 없이 편안하게 영화를 관람하면 된다. 한 마디로 굉장히 친절하고 똑똑한 영화다.

3. 영화의 소재가 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단지 데이빗이 경찰보다 앞서 마곳의 단서들을 찾을 수 있게 돕는 도구가 될 뿐만 아니라 데이빗의 노력을 온라인에 접속한 커뮤니티 유저들의 가십거리가 되고, 방송 출연을 틈타 자신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속이는 창문, 혹은 범죄를 은닉하는 악덕의 상자다. 감독은 그동안 대통령선거, 자스민 혁명, 미투운동 등 SNS가 보여줬던 긍정적인 모습들을 대신해 누구나 개인정보를 볼 수 있고, 누구나 가상 아바타 뒤에 숨어 타인을 헐뜯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부정적인 모습들을 스토리에 녹여내었다. 그리고 감독은 관객들에게 "우리도 역시 SNS로 인해 제 2의 마곳, 데이빗 그리고 빅이 될 수 있다"라는 사실을 자각하도록 이끈다.

4. <이글아이>나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가 떠오른건 엄청난 비약일지도 모르나 한편으로는 그렇게 다르지만도 않은듯 하다. 이제는 국가가 개인을 감시하는 세상을 넘어 누구나 개인을 사칭하고 개인을 감시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데이빗이 마곳을 찾기 위해 마곳의 SNS 비밀번호를 찾은 건 어느정도 그럴 수 있겠다 싶더라도, 마곳의 행방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개인적인 의심만으로 얼마 되지않는 돈을 주는 것 만으로도 타인의 전화번호, 위치, 사생활을 훔쳐보고 과거의 행적을 '검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납치극이라는 장르에 잘 녹여 관객들이 그것을 어쩔 수 없었다며 자연스레 납득을 시킨다. 우리의 개인정보는 이제 마트에서 몇백원 주고 사먹을 수 있는 츄파츕스와 하등 다를게 없다. 정보의 바다는 썰물같이 우리를 빨아들여 밀물같이 우리를 잡아먹는다.

5. 어쨌거나 요즘 개같은 영화들만 보다가 진짜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봤다. 눈이 즐겁고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한순간도 놓치기 싫던 좋은 영화였다. 다만 내가 너무 늦게 찾아본 탓인지 상영관 수가 터무니없이 적어서 불편했다는게 유일한 단점이다. 배급사들이 <안시성>이니 <명당>이니 이상한 거 개봉할 시간에 이거로 채웠으면 떼 돈을 벌지 않았을까. 영화는 보기나 하고 배급을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4개의 댓글

2018.09.25

서치 뭔가 싱거운 느낌? 곰탕이 참 맛있고 국물도 진하고 한데 소금을 안 친 그런느낌..

1
@라떼는말이야
0
2018.09.25

개인적으로 정말 인상깊었던 장면은 엄마가 죽는 장면.

뭔가 죽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X를 눌러 조의를 표시하라는 그 겜이 불현듯 생각났지만 그 진지함과 무게감은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고 생각함.

 

뭐 이것 말고도 마우스 클릭 몇번으로 긴장의 끈을 놓질 못하게 하는 연출력이 마음에 들었음.

 

그리고 왜 자꾸 마곳이래 송곳도 아니고.

1
@Porsche911

여자애 이름 기억 안나서 구글로 검색하니까 마곳으로 나오길래 ㅋㅋㅋㅋ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조회 수
49803 [영화] 범죄도시 질문)아니 근데 최귀화 배우는 왜 안나오냐 책받침 0 방금 전 0
49802 [영화] 노스포 아무도 관심없는 외계인 2부 후기 날개나무 0 2 시간 전 40
49801 [영화] 범도4 김무열 배우 후기 우레탄쿠키 0 5 시간 전 111
49800 [영화] 아니 너무한거 아니냐ㅜ 열려라짱깨 0 6 시간 전 86
49799 [영화] 범죄도시4 노스포 후기 1 그게내비밀이야항... 0 6 시간 전 167
49798 [영화] 범도4 노스포 후기 1 슈크리링붕어빵 0 9 시간 전 200
49797 [영화] 파묘 이제사 봤는데 dlffldh 0 9 시간 전 66
49796 [영화] cgv 예매취소 수수료 안생기나 3 GV60 0 9 시간 전 48
49795 [영화] 어 뭐야 범죄도시 개봉했어?! 손오반비스트 0 10 시간 전 30
49794 [드라마] (스포)남들 범죄도시4 볼때 기생수 본 후기 1 어이거기 0 12 시간 전 70
49793 [영화] 스포) 범죄도시4 후기 2 pesio25 2 21 시간 전 517
49792 [영화] 범죄도시4 후기 or5469 0 22 시간 전 176
49791 [영화] 범죄도시4 후기 약스포 1 Grayfield 0 22 시간 전 152
49790 [영화] 간만에 비포선라이즈 생각나서, 123 놓고보니 결국 주인공들... 비포선셋 0 22 시간 전 56
49789 [영화] 5분이면끝나 피라빵 0 23 시간 전 92
49788 [영화] 범죄도시4 후기 맛있는고구마 0 1 일 전 159
49787 [영화] 노스포) 범죄도시 1>2=4>>3 1 사이버전사1 0 1 일 전 162
49786 [영화] 아주아주약스포 ) 범죄도시4 개인 평점 3.5/5 천본앵경엄 1 1 일 전 73
49785 [영화] ㄴㅅㅍ) 4DX 범죄도시4 후기 1 수박은맛있어 0 1 일 전 173
49784 [영화] 노스포)나도 써보는 범도4 후기(내 기준 3편과 동급 혹은 그... 3 최지로 0 1 일 전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