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저녁식사

 율무야, 나 기다려? 안 가세요? 나 약속 있는데...

불금이면 퇴근 시간에 맞춰 떠나는 사람들을 뒤로한 채 칼퇴를 안 하는 걸 보면 약속이 없는 것 같아 보였는데...

어쩐지 아침에 구두에 백까지 매는 걸 보니 어디 가는 차림인가 싶더라. 약속 시간이 늦어 밥을 먹고 가야할 거

같은데, 어쩌누 소리가 다가온다. 유난히도 지저분한 자리에서 텀블러를 가져가 씻기러 가는 사이, 오늘 계획이

하나 둘 스치며 주위를 빙빙 돈다. 무엇을 선택하든 결국은 오늘 일정이 뭔지 알기 때문에 다른 생각들은 고이

접어 다음 주로 미루는데, 그래도 뭔가 씁쓸.

 그럼 저 먼저 가요? 아니 그래서 밥 먹을 거냐고 말 거냐고. 먹어요 그럼. 뭐.

안녕 극장아, 안녕 산책아. 약속 전의 그저 시간 죽이기용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 어떠한가.

아프면서도 마냥 좋은 게, 이게 변태인가 싶다. 몇번 메뉴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오늘은 치킨을 먹기로 결정.

늦게까지 뭔가 정리하는 팀장님을 기다리고, 서로 가을의 어느 점이 좋은지 이야기를 나누는데 참 극과 극이기도 하다.

아침을 좋아하는 팀장님과 달리 난 야심한 밤이 좋다고 하니 해가 지기 시작한 그 때가 좋다는 데 단어가 생각이 안 난단다.

혹시나 땅거미? 라고 말하고 싶지만, 또 틀리면 무식하다며 구박을 받을 테고, 맞아도 정확한 뜻을 모르니 구박을 맞을 테고.

가만히 있자 너도 모르냐며 또 구박 받는다. 항상 나에게 인문한적 소양을 기르라는 말을 입에 담고 있기에, 그저 무식한 나는

반성하며 들을 뿐. 팀장이 나를 바라보는 그 눈빛이 때로는 너무 아프다. 같잖은 사람이라. 그렇게 치킨집에 도착해 미리

시켰던 닭들을 뜯으며 이리저리 이야기를 나눈다. 회사 이야기, 가방 이야기... 그러다 한 조각 반을 남긴 채 약속 시간이 남아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기로 결정. 근데 친구 분이 멀리서 오시나 봐요. 그래서 중간 지점에서 만나야 할 것 같아. 

언제쯤 출발하셔야 하는데요? 8시 40분. 그렇게 늦게 만나시면 뭐해요? 밥도 미리 먹었는데. 그냥 물건 받으러 가는 거야.

화장에 물건 받으러 8시 40분에 떠나고, 밥도 미리 먹고. 신발에 가방에.. 원래 꾸미는 사람이였지만, 뷰러 하는 건 처음

봤기에 그냥 잘 보이려는 사람인지 아니면 원래 그렇게 다른 사람 만날 때는 화장을 하는건지. 모르겠다. 그냥 허탈해서

웃으니, 그게 그렇게 웃긴다냐. 그 시간에 물건만 가지러 가는 게 웃기잖아요. 바보네 바보. 치킨 집에서 나와 카페로 이동하면서

뭔가 착잡하다. 그러면서도 치킨을 다 먹을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도 남고. 이상하게 치킨은 3~4조각 이상을 못 먹겠더라.

 시사 이야기를 경청하며, 시간이 다가오자 헤어지고 인사하고. 바뀐 프사를 보니 남산이다. 남산에 갔나보다. 남산이 야경이 좋지.

내가 자처했지만, 누군가와의 약속 전의 땜빵이란. 가슴이 좀 아프다. 부럽네. 부러워. 

 

1개의 댓글

2018.09.16

안녕 치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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