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략적 패배, 라고 평가할 수 있겠네.

영국은 현재 에너지 정책을 진행함에 있어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직접 투자를 줄여 나가는 중이다.

가능한 경우라면 투자 대신 대부로 퉁치려 한 경우도 있거든.

왜냐면 영국 정부는 원전 안전 관리나 사고 대응 같은 요소에서 정부 부담을 줄이고 싶어하기 때문이야.

간단하게 적어서 온갖 위험하고 복잡한 책임 문제는 기업에 떠넘기고, 돈으로 전기만 사고 싶다는 거지. 그것도 아주 값싸게.

현재 영국의 원전 사업을 일본이 주도하는 건 영국의 의지를 일본이 잘 따라주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일본 아베 정권은 '아베노믹스'라고 불리는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을 진행 중이다.

이 경제 정책이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여러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한데, 그 중 하나가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이지.

이래 저래 말은 많다만 일본의 에너지 수급에 있어 원전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

그래서 추가 원전 건설 같은 계획을 추진하려고 했으나...문제는 현재 일본 원전 기술에 대한 신뢰도가 꽝이라는 것.

더 설명할 필요 없이 '후쿠시마' 라는 말로 정리가 가능하겠다.

이에 일본 정부는 자국의 원전 기술에 대한 국내외 신뢰도를 다시 끌어 올릴 필요성을 느낀 거야.

그래서 이번 영국 원전 사업 수주를 할 때도, 일본 정부의 강한 요청에 따라 일본 민간 은행이 합작해서

4,500억엔, 한국돈으로 대략 4조 5천억원 정도를 선행 투자하기도 했지.

내년쯤해서 추가 지원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도 있더라.

그렇게 해서 이리 저리 뜯어 먹을 봉을 찾던 영국과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얻을 게 많다고 판단한 일본의 이해득실이 얽힌 결과,

영국 원전 사업은 겉으로 봐선 속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수렁으로 변했다.

아무튼 한국은 굳이 손해를 감수할 명분이 없다는 게 이번 승부에서 명암을 갈랐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전임 정권과 전전임 정권의 화려한 해외 투자 편력으로 인해, 이번 정권 역시 손해를 감수하며 해외 사업을 한다는 평판이 돌면 정권이 요동칠 우려가 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