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7-11 몽중록

시끌벅적한 무대, 그곳은 옛날 "짝"처럼 커플을 만드는 프로였지 싶다,
사회자는 한커플이라도 성공하려는 듯 열심히였고, 나는 그곳에 다른 남자들과 함께 일렬종대로 대기중인 참가자였다.
무대에 선 한 여자는 도발적으로 나에게 다가와 유혹을 한다.

나는 그 사람이 썩 나쁘지 않았다.

우리는 어렵지 않게 데이트가 성사되어 무대뒤로 손을 잡고 나간다
관중들의 박수와 함께 퇴장하며,  건물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그녀와 정말 연애를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건물을 내려가던 엘리베이터에서 일이었다.
묘하게 여자의 얼굴이 낯설지 않았다.
이내 잠시 공간이 흐릿해지고, 다시 선명해지고 나니
나는 실소를 터트려버렸다.

"이거 어쩌지"

"왜요?"

나는 곤란한듯 말했다.

"지금 꿈이야"

"네?"

여자는 당황하듯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당황조차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리란걸 어렵지 않게 알고 있었다.
참, 너무도 잔인한 자각몽이다.

"꿈이란걸 어떻게 증명할건데요?"

꿈속 인물주제에 뻔뻔하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고까지 한다.
나는 별 수 없이
엘리베이터 거울에 입김을 불지 않고 문양을 염사해보았다.
별과 하트.

여자는 그제서야 "말도 안돼"같이 내가 생각할법한 반응을 하며 수긍한다.
깨고나니 하는 말인데, 왜 그정도 일로 쉽게 수긍해 주는건데?


꿈이라는걸 알았지만, 난 여전히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어처피 꿈인거 즐기기로 한거겠지.
그러나 엘리베이터의 최하층으로 내려가봤자, 방송국언저리는 데이트하기에 너무 막연한 곳이었다.
나는 엘리베이터 너머가 프랑스나 파리, 아니면 유원지로 연결되어 있다고 염사했다.

잠시후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나는 너무 무난하게 "대충 그런 분위기의 장소"라고 생각했음을 깨달았다.
프랑스랑 파리, 유원지가 적당히 섞여 있는곳이 되어버린것이다. 당연히 여자는 "와 여기가 어디에요?"같은 리액션을 해줬다.
친절도 하셔라


꿈속에선 로맨틱한 과정따윈 생략해도 문제가 없다.
현실에선 서로의 마음과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여러 장치와 상황이 마련되어야하지만

여기는 내 꿈 속이다.
이 사람이 여기에 있는것 자체가 하나의 분위기를 만들고
꿈인걸 알고도 데이트를 하려 했다는게 내 진심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방에 바다가 펼쳐진 거리를 같이 거닐었다.

바람이 분다.
긴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나는 여자를 바라봤다.

눈옆점이 참 어울리는 여자다

"우리 그럼 꿈속에선 사귀는거에요?"

나는 곤란해하며 말한다.

"아니.. 그건 좀.."

일어나면 후회할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왜요?"

"음.. 그쪽은.. 제 전여자친구거든요."

나도, 상대방도 어이없이 웃는다.
아픈 이별도 만남도 없었다면, 우리는 이런방식으로 서로를 마주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상대방의 뺨에 손을 댄다.

"그래도, .. 참 매력적인 사람이야"

얼굴을 천천히 가져다 댄다.
마음이 약해질걸 알면서도 무언가 마음속에 알 수 없는 충동이 느껴졌다

여자는 눈을 감고 입술을 허락했다.

우리는 오래도록 입술을 마주쳤다.
꿈에서 가장 길고 애틋한 시간이었다.

"꿈에서 깨면, 꼭...."

알 수 없는 공포가 엄습하는 가운데, 무언가가 끝나는 느낌이 들었다.

"연락할게"

너무 아깝고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이 꿈도, 저 사람도 놓치고 싶지 않다고 느꼈다.

그러나 고조되는 감정과는 별개로, 내 꿈은 갑작스레 막을 내렸다.

-


브라운색 햇빛이 창가에서 흘러나온다.
나는 부스스 일어나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

'연락할까...'
설레임이 훅 꺼지고, 두려움이 올라오는 느낌
나는 실눈으로 액정을 킨다.

베터리가 얼마 없었다. 핸드폰은 바로 방전되어버렸다.
정말 문제는, 잠시 켜진 핸드폰에 나온 시간, 오후 12시 30분..


"아, 학교 늦었다"

꿈에 여운을 즐길틈도 없이 분주한 감정이 몰아쳤다.
선생님한테는 뭐라고 말을할까, 아 일단 학교에 가긴 가야하나?
수능은 봤으니까 학교 안가도 되는건 아닐까?
그래 수능도 끝났는데 뭔가 먹을거라도 챙겨서 드리면 결석체크는 안하시겠지?
소란스럽고 분주한 마음으로 짐을 챙겨서 집을 나설준비를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난 스물둘이고- 고등학교에 가야할 이유가 없는데말이다.
꿈에서 깼는데 또 꿈일리 없다고 생각하는게 이 꿈의 최고 함정이 아니었을까.
한참을 학교를 가려고 씨름을하다가, 정말로 내 방 침대에서 다시 눈을 떴을때 - 그 기분은 실로 더러웠다.

사람들은 수많은 감정의 과정과 납득을 거치며 무언가를 선택하고, 수용하게 된다.
그러나 꿈은, 어느 시간, 어느 감정을 그당시 원본과 비슷할정도로 투영시키고 재구축해준다.
사람들은 쉽게 그 시간, 그 감정을 그당시 원본과 똑같이 느끼고 똑같이 휘둘린다.
꿈에서 깨어났을때, 그 감정을 이겨냈던 수많은 과정들을 다시 수동으로 해내야 한다는점은 잔인한 일이다.

현실감이 올라왔을때, 나는 전 여자친구에게 연락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게, 내가 그 사람을 포기한데에는 이런저런 이유가 있고
이런저런 감정의 과정이 있었으니까.

그건 내가 일어났을때, 고등학교에 지각하는걸 걱정하지 않는것과 똑같은 일이다.
이미 감정적으로 지난 일이다.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는, 전여자친구에게 연락을 하지 못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나를 알고 있던게 아닐까

그래서, 일어났다고 느꼈을때 - 휴대폰 베터리를 무의식중에 방전시키고, 학교에 빨리 가야하는- 불안하고 초조한 상황으로 도피시킨건 아닐까

나는 그냥, 후회나 초조함 없이 순수하게 추억을 회고하고 싶었던것은 아닐까
꿈이 아니더라도, 사람은 그당시의 감정과 추억을 불러 올 수 있다.
단지 거기에 딸린 수많은 괴로움도 같이 딸려나올뿐

내가 원했던건 끝이 적당히 잘린, 적당한 해피엔딩의 기억테이프였으리라

그러니까, 순수한 회고에 연락은 필요 없다.
연락은 하지 않았다.

대신, 오랜만에 프로필 뮤직을 바꿨다.

장덕철의 '그날처럼'

다시 돌아갈 순 없지만
아름답던 우리 그날-

1개의 댓글

2018.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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