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사관들의 집념이라고 하면 워낙에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태종 낙마 사건
하지만 이후 수백년이 지나면서 왕권이 강화되자 사관들도 함부로 글을 쓰지 못하게 되어
왕이 쓰지 말라고 하면 기록하지 않는 일도 왕왕 발생한다.
영조가 즉위한 바로 그 해에 이천해라는 인간이 '해괴한 소리'를 해서 잡혀온다.
그를 조사하는 와중에 영조는 이천해의 말이 흉악하니 기록하지 말라고 명령했고
사관은 맞장구까지 쳐가며 차마 쓸 수 없다고 동의한다.
그런데 나중에 실록을 본격적으로 편찬하면서 사관들은 같은 날 기록에 다음과 같은 기록을 추가했다.
"무신년의 변에 미쳐 임환(任環)의 공초에 말하기를,
(중략)
이익관이 또 이천해에게 변을 일으키도록 사주한 형상이 이때에 이르러 모조리 드러났고,
이유익의 무리가 반드시 심유현을 꾀어 흉언을 만들어 낸 것은 심유현이 왕실(王室)의 척련(戚聯)이기 때문에 그 말을 빙자(憑藉)하여
사람들의 청문을 현혹시키려 한 것이니 아! 역시 흉악하였다.
그 흉언은 대개 무신년 역적의 격문(檄文)과 신치운(申致雲)의 흉언이 같다고 한다."
무신년 역적은 영조 4년 이인좌의 난을 말하는 것이고 신치운은 영조 31년 처형당한 인물이다.
영조 1년 사건에 영조 4년의 일과 영조 31년의 일을 언급한 것이다.
그럼 이인좌의 반란군이 뿌린 격문과 신치운의 흉언은 어떤 내용일까?
영조 4년 3월 20일 기사에 보면 반란군이 뿌린 격문 등은 모두 불태우고 그것을 가지거나 퍼뜨리는 자는 죽이라는 명령이 나온다.
그 격문의 내용은 차마 모두 담지 못했지만 사관은 여기서 핵심적이고 의미심장한 한 구절을 담는다.
'납일초주'는 왕망이 한나라 평제를 살해하고 황제가 된 사건을 의미하는 말이고
'사왕숙대'는 주사왕 숙이 형 애왕을 죽이고 주나라 왕이 된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참고로 영조의 전 왕인 경종은 영조의 형이었다.
마지막으로 영조 31년 신치운 사건으로 가보자.
31년 5월 2일 영조가 친히 과거를 감독하는 가운데 시험장이 발칵 뒤집힌다.
"임금이 바야흐로 친림하여 시사(試士)하는데 한 시권(試券)이 처음에는 과부(科賦)를 짓는 것처럼 하다가
그 아래 몇 폭(幅)에다가는 파리 머리만한 작은 글씨를 썼는데 모두 난언 패설(亂言悖說)이었다.
(중략)
과제(科題)를 쓰지 않은 한 종이를 보았는데 첫 행에 ‘상변서(上變書)’라 쓰여 있었으나 그의 이름은 없었다.하리가 부장(部將)에게 주고, 부장은 병조 판서 홍상한(洪象漢)에게 주었다.
홍상한이 크게 놀라 급히 달려가 고하여 올렸다. 임금이 다 보지 못하고 상을 치면서 눈물을 흘리니, 대신들이 그 대략을 듣기를 청하였다.
(하략)"
심정연을 비롯한 미친놈들이 시험을 보는 척 하면서 답안지에 작은 글씨로 '난언패설'을 지어올렸고
그 내용은 다이렉트로 시험을 감독하던 영조한테 전달된다.
당연히 연루자들이 줄줄히 끌려오는 가운데 우리의 신치운도 끌려왔다.
그리고 이 신치운의 폭탄발언이 그대로 실록에 실린다.
"신은 갑진년부터 게장을 먹지 않았으니 이것이 바로 신의 역심이며, 심정연의 흉서 역시 신이 한 것입니다."
신치운이 영조의 형 경종이 영조가 바친 게장을 먹고 죽었다는 소문을 정면으로 깐 것이다.
신치운의 이 발언은 요행 조선판 삐-처리인 '흉언처리' 되지 않고 그대로 실록에 남았다.
"영조 너는 형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놈이 아니냐!"
이것이 영조가 즉위한 바로 그 해에 이천행이 한 해괴한 소리였고 반란군이 퍼뜨린 말이었으며
신치운이 영조 면전에 내던진, 영조집권 내내 돌아다닌 흉언의 정체였다.
그리고 후일 영조실록을 편찬하면서 사관들은 신치운 사건으로부터 30년전 기록에,
곧 영조가 흉언이니 기록하지 말라고 한 내용 바로 밑에
이 흉언의 내용이 반란군의 격문이고 신치운의 그것이었다고 기록을 남겼다.
덕분에 영조가 기록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날 이천행이 한 말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왕에게 대놓고 패드립배틀을 건 결과는 당연히 전원 끔살로 끝이 났다.
http://www.dogdrip.net/169099842 - 조선왕조실록 내용은 읽판에 더 길게 올렸는데 여기는 요약해서 올림
25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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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감
퍄
아와비아의투쟁
없음->요시!! 글쓰기, 연구사 있음->ㅅㅂ 좋은 공부했네. 새 주제 뒤적두적
So sad
FcTlis
110010010010
찐따였던내가이세계에
좆냥이는닥붐
팥빙수맨
진짜 씨발 존나 몰아세움 미친새끼
김케이
오트밀죽
다롱찌
dneidwj
이샤누
촉촉한초코칩이안촉촉
브레이크가 없어져서 패망까지 풀악셀 쭈욱 밟아버림
번의군생활
아호다
저런 식으로 기록되는 역사서가 조선실록이 거의 유일무이 하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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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구구구구구구구
전설의호두껍질
시드니여우
촉촉한초코칩이안촉촉
후방주의
00원
Doemdnj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