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그 후



어젯밤에도 눈에 맺힌 내 안경 앞에 맺힌 당신의 얼굴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눈 뜬 아침 베갯잇이 젖어 축축한 상태로 눈을 떴네요. 멍하니 방에 누워 당신 생각을 한 탓은 아닙니다. 그저 머리를 말리지 못한 채 누워 있다 잠든 탓일 거예요.


평소와 같지는 않은 조금 덤덤한 하루 끝에 집으로 돌아와 본 싱크대 앞 걸어놓은 사진 속 당신의 얼굴은 내게 오늘도 수고했다며 말해 줍니다. 당신이 떠나간 그 날은 덤덤한 마음으로 당신을 보냈을 텐데 왜 방에 앉아 당신의 사진을 보는 지금은 이리도 아린 걸까요. 퇴근길에 사와 반찬 용으로 썰고 있던 양파 때문일까요.


사진 속 당신의 손을 잡고 있는 나는 지금의 나를 질투가 나게 할 정도로 행복해 보이는 웃음을 짓고 있네요. 지금 누워 잠이 들면 꿈에서 다시 당신을 볼 때 난 웃을 수 있을까요. 눈가가 촉촉해졌네요. 선풍기를 너무 얼굴 쪽으로 틀어 놓았나 봐요.


잠들지 못해 핸드폰을 켜 무의미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 날로부터 1년 전 당신과 함께 바꾸었던 핸드폰은 걱정 마세요. 기기 값이라도 받아 볼까 라는 생각에 가져갔다 대리점에서 퇴짜를 맞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니 오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책상 서랍 속 당신과 주고받은 말들과 함께 넣어 두었습니다. 배터리가 다 되어 켜지지는 않지만 말이에요. 


다시 맞은 아침 당신과 자주 갔었던 공원 길을 걷다 멀찍이서 손을 잡고 웃으며 걷는 저와 당신을, 아니 닮은 모습을 보았습니다. 질투가 나고, 가슴이 아프고, 눈가가 젖어들지만 여긴 길 한가운데잖아요. 고개 돌릴까 두려워 힘주어 멈춘 목이, 꽉 물은 이빨이, 힘껏 쥐어 하얗게 질린 손이 아프지만


잠시만요. 잠시만 눈에 먼지가 들어갔어요.



1개의 댓글

2018.06.19
눈가 쵹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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