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김수영과 이어령의 개싸움 끝에서 ; 시여, 침을 뱉어라.

김수영.jpg


김수영과 아내 분의 단란한 한 때

 

TMI . 이어령은 초대 문화부 장관을 역임했던 비평가 출신의 문인이다. 현재도 생존해 계시며 종교 관련해서 글을 쓰는 모양.

이어령과 김수영의 키배는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http://blog.daum.net/globalizing/8836371

이하 글은 김수영의 시론 <시여, 침을 뱉어라>를 개인적으로 분석한 글입니다. <시여, 침을 뱉어라> 라는 글 역시 위의 블로그에 올라와 있더군요. 물론 저는 김수영 전집을 통하여 읽었습니다. (http://blog.daum.net/globalizing/8836379)

시론은 시인이 자신의 시적 관점, 시 세계를 설명하는 텍스트입니다.

 

 1.

 

김수영은 4·19 이후 자유혁명 등의 이념과 그에 인접한 단어를 매개로 그의 시 세계를 꾸몄다그는 시론을 포함한 여러 산문에서 누차 자유의 중요성을 말해왔으나이는 여전히 실현하기 어려운 요원한 과제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이미 그의 사후 50여 년이 세월을 격하였으나 권력과 대중에 입맛을 따르지 않은 글에 대하여 필화는 여전히 존재하며텍스트에 대한 해석을 두고 출판업자들이 ‘잘못된 해석’ 운운하는 후진성을 보이기도 한다이외에도 한국사회의 문화적 후진성의 예증이 될 만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한국 사회엔 아직도 자유가 없다그렇기 때문에 김수영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그 생명력이 유효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본고를 통해 김수영과 이어령 사이의 논쟁을 간략히 살피고, <시여침을 뱉어라>를 해석한다그리고 시론뿐 아니라 여러 지면에서 김수영이 이야기했던 ‘자유에 대한 진술을 명확히 함으로써 시론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2. 불온시 논쟁

논쟁은 김수영이 이어령이 쓴 <“에비 지배하는 문화-한국 문화의 반문화성>에 대한 반박 글을 게재하면서 촉발된다전체 과정은 아래와 같다.

 

67 12이어령 <“에비가 지배하는 문화한국문화의 반문화성>

68 1김수영 <지식인의 사회참여일간 신문의 최근 논평을 중심으로>

68 2이어령 <누가 그 조종을 울리는가?: 오늘의 한국문화를 위협하는 것>

68 2김수영 <실험적인 문학과 정치적 자유>

68 3이어령 <문학은 권력이나 정치이념의 시녀가 아니다>

68 3김수영 <불온성에 대한 비과학적 억측>

68 3이어령 <불온성 여부로 문학을 평가할 수 없다>

68 3이어령 <서랍 속에 든 ‘불온시를 분석한다>

 

이어령의 첫 글은 실재하지 않는 ‘에비에 대한 공포로 인한 “문화인 자신의 침묵에서 ‘한국 문화의 반문화성을 찾는다김수영은 이에 반박하여 “에비가 지레 겁먹은 무형의 자기검열이 아닌실재하는 권력의 압박에서 비롯한다고 반박한다또한이 실재하는 권력의 억압이 만들어낸 자기검열이 곧 문화의 후퇴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고 하였다. 1 두 사람의 논의는 처음 한두 번의 공방에서 생각을 선명하게 밝힌 후엔 허공에 대고 떠드는 양하여 줄곧 평행선을 달린다불온성에 대해서 양자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김수영은 정치 권력의 억압과 불온성자기검열의 시도를 내내 경계하고 이어령은 문학을 이데올로기에 편입시켜서는 안 된다는 논지를 지속한다김수영은 자유-불온성을 문화를 위한 일종의 토양으로 여기고 문학적 시도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반면이어령은 정치적 언사가 문학에 스미는 데에 대한 강박적인 거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둘의 논쟁은 생산적이라 할 데가 없다.

이어령은 이 논쟁이 있기 약 1년 전인 67 2 8, <분지>의 네 번째 공판 과정에 증인으로 참석하는데, “저항 문학은 무엇인가?” 하는 변호인의 질문에 “문학에는 본질적으로 저항의 일면이 있다문학의 창조성과 저항성은 동전의 안팎과 같은 관계를 이루고 있다.” 2 라고 대답한다이 짧은 한마디를 통해 전부를 단정할 수는 없으나,그 역시 불온성에 대한 정의에 동의할 수 있는 입장에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또한 그는 두 번째 글, <누가 그 조종을 울리는가?>의 초입에 “창조란 말 속에는 이미 필연적으로 외로움이라든가 수난이라든가 싸움이란 말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진술하고 있다.

 

3. 시여침을 뱉어라

이상의 논쟁은 별다른 결론을 맺지 못했다고 할 수 있으나 <시여침을 뱉어라>를 낳는 산파의 역할을 했다는 데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일련의 논쟁이 끝난 후인 4 13김수영은 부산에서 펜클럽 주최의 문학 세미나에 참여해 강연을 하게 되는데그 강연문이 곧 <시여침을 뱉어라>의 텍스트가 된다하지만 ‘시처럼 쓴 시론의 모호성은 텍스트의 해석을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김수영 평전에서 최하림은 이 시론을 강연하는 장면을 묘사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시여침을 뱉어라-는 오늘에 와서도 쉽게 해독되어지지 않는 테제로서의 품격과 강도를 갖는 독특한 시론이었다그런 시론을 활자로 생각하면서 읽는 것도 아니고 강연으로 접하고 있으니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당연했다청중들은 ‘정신구조 ‘상부 ‘첨단이란 단어들이 쏟아질 때마다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3

 

시인은 시를 논할 때 역시 시를 쓰듯 해야 한다는 말은 시론의 처음에 단언했듯 모호성을 내포하고 있어 직관적인 이해를 어렵게 만든다시에 대해 논하는 일이 시작과 동일할 수 있는가모호성은 이 시론의 전제가 된다그렇다면 그는 왜 모호성을 바탕으로 시론을 전개하게 된 것일까?

김수영은 살아 시작을 하는 내내 검열과 싸웠고그것이 그에게 산문-소설을 쓸 수 없게 만들었다. 4 2012년에 새로이 발굴된 김수영의 글 중,책형대에 걸린 라는 산문이 있다그가 산문 쓰기를 두려워했던 이유가 이곳에 명시되어 있는데내용은 아래와 같다.

 

4·26(1960년 이날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 성명을 발표했다.-편집자전까지의 나의 작품 생활을 더듬어 볼 때 시()는 어떻게 어벌쩡하게 써왔지만 산문(散文)은 전혀 알 수가 없었고 감히 써 볼 생각조차도 먹어 보지를 못했다이유는 너무나 뻔하다.

 

말하자면 시를 쓸 때에 통할 수 있는 최소한도의 ‘캄푸라쥬(camouflage)’가 산문에 있어서는 통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산문의 자유(自由)뿐이 아니다.태도(態度)의 자유조차도 있을 수가 없었다더구나 나처럼 6·25 때에 포로생활까지 하고 나온 이 사람은 슬프게도 문학단체(文學團體같은 데서 떨어져서 초연하게 살 수 있는 자유가 도저히 없었다감정(感情)의 자유 역시 그렇다. 5

 

산문-개진의 언어는 시-은폐의 언어와는 달리 유무형의 ‘에비’, 실제권력의 억압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그의 시론 역시도 캐모플라주(Camouflage)를 위해 시작부터 모호성이라는 바탕을 깔고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한다.

또 다른 근거는 그의 다른 산문인 <시인의 정신은 미지(未知)>에서 살필 수 있다.

 

그는 언제나 시의 현 시점을 이탈하고 사는 사람이고 또 이탈하려고 애를 쓰는 사람이다어제의 시나 오늘의 시는 그에게는 문제가 안 된다그의 모든 관심은 내일의 시에 있다그런데 이 내일의 시는 미지다그런 의미에서 시인의 정신은 언제나 미지다. 6

 

이는 검열의 회피와는 다른 발상으로-시작(詩作자체가 과거의 것에 대한 ‘이탈의 연속이라고 보고 있는 시관(詩觀)에 근거가 있다이때의 모호성은 전자의 것과 달리 ‘흐리게 하다의 의미가 아니라, ‘알 수 없음’ 혹은 ‘예단할 수 없음의 측면이 더 크다.

하여그가 모호성을 기반으로 둔 이유는 그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눈속임의 의도와 시 자체에 대해 가지는 태도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내부를 살펴보면 먼저 이분법적인 구조가 눈에 띈다시 쓰기에는 <형식>으로서의 예술성시를 논한다는 것에는 <내용>으로의 현실성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후시 쓰기와 시 논하기의 제 영역을 확고하게 구분 짓는다시론은 두 가지 분위를 나눈 다음 그 의미를 하나로 합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그 과정에서 양자의 개념은 여러 어휘로 확장되어 나타난다아래는 개인적으로 정리한 시론의 이분법 구조의 전개양상이다.

 

쓴다는 것 = 형식 = 대지의 은폐 = 노래 = “자유가 있다” = 자유의 서술 = 개인의 자유

논한다는 것 = 내용 = 세계의 개진 = 산문 = “자유가 없다” = 자유의 주장 = 정치적 자유

 

이는 조달곤이 정리한 도표에 보다 명확하게 드러나므로 인용한다. 7

 

시를 쓴다는 것

시를 논한다는 것

형식

예술성

언어의 작용

새로운 시의 형태의 발굴

기교

구조의 기술

형상

언어

시니피앙

시작

어떻게 말할까

대지의 은폐

노래()

무의식적

무의미

죽음

예술파

모더니즘

내용

현실성

언어의 서술

새로운 현실의 탐구

사상

생명의 기술

질료

현실

시니피에

시론

시적 반성

무엇을 말할까

세계의 개진

산문

의식적

의미

사랑

참여파

리얼리즘

 

시작(詩作)은 모호성과 직접 맞닿아 있다. ‘알지 못함의 의미로써시인은 시를 계속해서 모르는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다시인은 지속해서 미래를 지향해야 하는데미래는 본질적으로 알 수 없는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예단할 수 없음”, 불확정성이 곧 시작의 기본이므로 시작(詩作)의 시작(始作)은 그 근본이 “미지(未知)”에 있다고 볼 수 있다시론에 등장하는 혼돈무한대의 혼돈을 영역하면 카오스(Chaos)가 되는데이 혼돈은 여러 신화에서 ‘태초의 상태로 묘사되곤 한다세계가 출현하기 직전의 모든 것을 담고 있기 때문에 카오스는 그 자체에 코스모스(Cosmos, 질서)를 내포하고 있다그렇기에 시작(詩作) <온몸>으로 이행할 수 있다.

 

온몸으로 동시에 무엇을 밀고 나가는가그러나나의 모호성을 용서해준다면<무엇을>의 대답은 <동시에>의 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된다온몸으로 동시에 온몸을 밀고나가는 것이 되고이 말은 곧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 된다. 8

 

시론(詩論)-산문은 세계의 개진으로 서술한다진술하기에 앞서 먼저 ‘세계의 개진 ‘대지의 은폐에 대한 선험적인 이해가 필수불가결하다개념에 대해서는 아래 텍스트로 대체한다.

 

하이데거의 주장에 의하면 예술은 진리를 발생시키는 근원이지만 예술이 진리를 발생시키는 것은 로고스(λόγος)의 방식과는 다르다하이데거가 보기에 예술은 형성 과정에서 색소리단어를 수단으로 하여 ‘세계 ‘대지의 투쟁을 통해 존재의 진리가 역사적으로현현하는것이다.그러므로예술은진리의-작품-속으로의-자기-정립’(das Sich-ins-Werk-Setzen der Wahrheit des Seienden)이다.

()

하이데거의 예술작품의 근원은 ‘근원(Ursprung)’에 대한 물음과 존재에 대한 물음이 해석학적 순환의 사유과정을 거치면서 전개된다그는 ‘예술작품이 어디서 시작되는가?’를 생각해 볼 때 과거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서 파악하기 보다는 내가 지금 체험하고 있는 ‘도구 연관’ 세계 속에 참여하면서 경험하고 있는 체험의 시작을 통해서예술의 근원을 파악하여 예술작품의 근원을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하이데거가 말하는 예술은 ‘진리의-작품-속으로의-자기-정립으로서 세계를 열어 놓고작품 속에 편재하며 머무르게 된다작품은 그 자체로서 세계를 건립하며 그러한 건립은 작품존재에 속한다예술작품과 예술가의 근원은 예술이다.

()

하이데거의 예술작품의 근원에서 등장하는 대지라는 개념은 태어나면서 감싸주는 혹은 간직하는 것이다대지는 전혀 아무것에도 강요되지 않은 채 고단함이 없이 지치지 않는 것이다작품이 하나의 세계를 건립함으로써작품은 대지를 내세운다대지는 본질적으로 개시될 수 없는 것으로서 보존되고 참답게 간직되는 곳에서만 나타날 수 있다대지는 본질적으로 자기를 닫아두고 있는 것이다.

()

세계는 대지 위에 근거하며 대지는 세계를 솟아오르게 한다세계와 대지의 대립은 어떤 하나의 ‘투쟁이다투쟁이 격해질수록투쟁하는 것들은 그만큼 강력하게 단순한 자기 귀속의 친밀함 속으로 해명한다작품의 작품존재는 세계와 대지 사이에 벌어지는 투쟁의 격돌 속에 존립한다. 9

 

세계의 개진이라는 진술은 곧 작품 존재가 드러나고 현현한다는 뜻이 된다진취적이고힘에 기댄 단어라는 지점에서 ‘모험’, ‘산문과 일치하는 측면이 있다또한이는노래에 대해 “침공적이고 의식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대지와 상응하고작용하여 비로소 작품의 자기 정립이 가능하게끔 한다시론 내부에서도 <형식> <내용>은 개진과 은폐의 작용과 동일한 방식으로 서 있다다만 이 방법이 최종에 이르러서는 ‘투쟁의 과격함을 따르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시론의 산문과 ‘개진은 약간의 차이를 가진다고 할 수 있겠다.

 

앞선 시작에서 <온몸>의 이행과정을 이야기했는데온몸에 대한 전개가 형식을 논하는 자리에서 처음 등장했기에 <형식>의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으로 읽힐 우려가 있으나 시작-시론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기에 <온몸> ‘시작과 시론’-‘무엇 ‘동시에’ 내포하고 진취하는 개념이다. <내용> <형식>은 어떻게 같은 것이 되는가?

쉽게 말하면, ‘은 처음부터 ‘한 몸이었다두 분위가 따로 설정되어 있기는 하나 두 실체는 한 공간 안에서 공존하는 이위(二位)이면서 교차점을 만들어내는 대위법적 구조를 따른다. 10 <내용> <형식>이 서로 자유가 많다-없다 주장하는 대립은 3·8선을 뚫는 길로 이행하고, “예술성의 편에서는 하나의 시작품이 자기의 전부이고산문의 편즉 현실성의 편에서도 하나의 작품은 자기의 전부이다.” 11 라는 진술은 세계와 대지가 서로 다른 위치에 섰으면서도 동시에 하나의 작품을 구성하는 전체임을 확인하게 한다.

이 도정을 거치고 나면 형식과 내용이 이분되어 있으나 일원론적인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그리하여,

 

시는 온몸으로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그것은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는다그림자에조차 의지하지 않는다시의 형식은 내용에 의지하지 않고 그 내용은 형식에 의지하지 않는다시는 그림자에조차도 의지하지 않는다시는 문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민족을 염두에 두지 않고인류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그러면서도 그것을 문화와 민족과 인류에 공헌하고 평화에 공헌한다바로 그처럼 형식은 내용이 되고 내용은 형식이 된다시는 온몸으로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12

 

4. 자유

시론에서 ‘자유의 이행’ 혹은 ‘자유의 과잉들을 이르거나반시론 등의 여러 산문에서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 등그가 얼마나 자유를 중요시했던 사람인가에 대한 이견은 없을 것이다하지만 시론 속에서만 본다면 그 내부구조에 매몰되어 이미 그가 무수히 뱉어 왔던 자유의 의미와 시론 속의 자유가 혼재되어 희미해질 우려가 있다.

필자는, ‘자유라는 낱말이 단순히 이분법의 얽히는 과정에서 도출된 ‘산문=쓴다는 것=세계의 개진===자유라고 도식화하여 보기에 그의 ‘자유는 생애 전반에 입버릇처럼 입에 걸려 있고손버릇처럼 글에 달라붙어 있어 먼저 시론 바깥에서 의미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金日成萬歲

 

'김일성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밖에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

관리가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밖에 13

 

이 시는 2008년 창작과 비평 여름 호에 공개된 김수영의 미발표 시 중 <김일성 만세>라는 제목의 시다. 60 10 6일에 쓰였다위 작품은 앞선 ‘불온시 논쟁’ 가운데 김수영은 이어령이 “서랍 속의 불온시라고 명명한, “써놓기만 하고 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는 작품” 14 가운데 하나로 사료된다실제로 그는 이 시를 발표하려 했으나 지면을 얻지 못했다현대문학에선 반려했고자유문학에서 수정을 전제로 시를 요청했을 땐 시인이 수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5 위 시는 그가 생각하는 “언론자유에 대한 표현이 가장 직설적으로 드러나는 시 중 하나다당연하게도 김일성에 대한 찬양이 되는 시는 아니며, “한국 언론 자유의 출발이라는 구절로 미루어 언론자유에 대해 서술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김일성 만세는 이를 위한 수사로 쓰였을 뿐실제적 의미는 없다. “(사상의자유란 우리가 기피하고 혐오하는 사상을 위한 자유를 말한다” 16는 말을 인용할 때그의 의도는 쉽사리 알 수 있다그는 이 시를 통해 ‘어떤 말이라도 말하고 쓸 수 있는 자유를 달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현대에 일상적으로 쓰이는 용어로 옮기면 ‘표현의 자유가 될 것이다표현의 자유는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권리이므로 곧장 ‘정치적 사상 표현의 자유로 연결해도 무방하다.

 

그런 상황에서 김수영은 그의 시와 산문에서 끊임없이 언론의 자유를 주장한다그것도 “‘비교적’ 자유가 있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민주주의 사회는 말대답을 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리가 있는 사회다” 17면서 ‘절대적’ 자유를 부르짖는다.

사실 김수영에게 언론의 자유는 정치적 자유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실제로 그는 정치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18

 

이어령과의 서로 닿지 못했던 논쟁들에서 이미 밝힌 바 있듯 그는 자유를 창작자유의 중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로 여겼다. <반시론>에서는 “언론의 자유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그것은 수많은 천재의 출현을 매장하는 하늘과 땅 사이만 한 죄를 범하고 있다.”와 같이 말하고, <창작 자유의 조건중에선 “<이만하면>이란 말은 있을 수 없다.적어도 언론자유에 있어서는 <이만하면>이란 중간사는 도저히 있을 수 없다.” 라고 진술한다그가 이리 급진적으로흑 아니면 백 하는 식으로 자유에 대한 논리를 전개한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윗글의 말미에 그는 이렇게 이어 말한다. “문제는 <만일>에의 고려가 끼치는 창작 과정상의 감정이나 꿈의 위축이다.” 요는 과잉된 자유가 없는 상태로는 늘 자기검열의 가능성이 있으며자기검열의 가능성이 있을 때는 “불가능에 대한 상상이 온전히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정치적 자유가 곧 온갖 정치사상의 자유로운 논의개진은폐반박 등을 위한 ‘토양의 기능이 있다고 볼 때그가 시에 대해 말하는 ‘자유’, 시론 내부에 포함시킨 단어로써 ‘자유’ 역시 이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함을 짐작할 수 있다.

 

시론에서 자유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통해 이를 예증해 보고자 한다.

 

내용의 면에서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그러면서도 자유가 없다너무나 많은 자유가 있고너무나 많은 자유가 없다. () <내용의 면에서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말은 사실은 <내용>이 하는 말이 아니라 <형식>이 하는 혼잣말이다이 말은 밖에 대고 해서는 아니 될 말이다. <내용>은 언제나 밖에다 대고 <너무나 많은 자유가 없다>는 말을 해야 한다그래야지만 <너무나 많은 자유가 있다> <형식>을 정복할 수 있고그때에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간신히 성립된다. <내용>은 언제나 밖에다 대고 <너무나 많은 자유가 없다>는 말을 계속해서 지껄여야 한다.

 

자유는 고독한 것이다그처럼 시는 고독하고 장엄한 것이다내가 지금 바로 지금 이 순간에해야 할 일은 이 지루한 횡설수설을 그치고당신의당신의,당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일이다당신이당신이당신이 내 얼굴에 침을 뱉기 전에자아 보아라당신도당신도당신도나도 새로운 문학에의 용기가 없다.

 

정치적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유도 인정하지 않는다.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형식>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 세계가 자유를 보유하는 한 거기에 따르는 혼란은 허용되어야 한다.> 이 인용문에서 우리들이 명심해야 할 점은 <혼란은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도 시인도 시작하는 것이다나도 여러분도 시작하는 것이다자유의 과잉을혼돈을 시작하는 것이다. 19

 

첫 단락, <형식> <내용>이 자유에 대하여 대립하는 견해를 내비친다이미 이 시론 가운데 산문의 양식으로 드러난 <형식> <내용>의 이분이므로 이 둘은 ‘세계의 개진의 측면으로 볼 수 있다하지만 그들이 대화의 소재로 삼은 ‘자유는 그 안에 은폐된 채 자리하고 있다.

두 번째 단락이 시론의 표제가 무엇인가? ‘시여 침을 뱉어라이다그리고 시론 가운데 위치한 ‘침을 뱉으라는 주문은 ‘당신의 얼굴’, ‘내 얼굴에 대해 부정을 내비치고,양자를 나누어 꼭짓점으로 이끄는 일-횡설수설-을 그치자는 요구다. “횡설수설을 그치고” 라는 말은 <내용>-<형식양자의 선명함에 가려져 있던 자유를 꺼내어 보이자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세 번째 단락은 자유를 이분할하여 시론의 이분법 구조에 편입한다. <개인적 자유>는 시의 <형식>, <정치적 자유>는 시의 <내용>에 속한다여기에서는 <내용> <형식>에 우선하는 것처럼 보이며여기에서만은 이분법이 상하관계 없는 상태가 아닌 눈에 띄는 서열을 가지고 나타난다. <내용>이 자유를 상징하게 되었기 때문에이후에 따라 나오는 인용문이 “지나치게 주밀하게 조직되어 시인의 존재를 허용하지 않게 되는 때로 출발하며 자유가 없는 사회를 부정한다.

네 번째 단락은 혼란에 대한 허용은 자유가 가지는 당연한 특성 중의 하나이다다만 이 <혼란>의 경우는 앞서의 <혼돈>과는 구분될 필요가 있는데혼돈은 모호성과 연결된, “시인의 정신은 미지라는 데에서 기인한코스모스를 내재한 카오스로 <온몸>의 도출 과정에 있는 용어인 반면 이 혼란은 사회적정치적인 혼란을 뜻하는 ‘아나키(Anarchy)’의 의미로 쓰인다자유와 사랑의 동의어로서 혼란이 문화의 본질적 근원불온성의 씨앗이 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다섯 째 단락은 대위법상 조화의 끝자락에 있는 결과의 동어반복 20이고일종의 스웨거(Swagger-허세)로써 기록한 듯하다다만 자유의 과잉과 혼돈을 시작하는 것시와 시인이 함께독자(세미나에 참여했던 이들)가 함께 시작한다는 점에서 자유의 과잉=혼돈이 지난한 과정 끝에 놓인 결과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는 ‘시인’-‘’, ‘시작’-‘시론’, ‘내용’-‘형식’ 등에 대한 토양의 역할로써 자리함을 알 수 있다. <내용> <형식>으로 대표되는 양자는 시론-시작의 내부를 구성하는 구성체에 불과하지만 <자유> <온몸>처럼 이 둘이 이루는 대위법 가운데 조화로 자리하고 있다.

 

1. 김수영, <지식인의 사회참여>,김수영 전집2(산문), 민음사, 2004, pp.213~219

2. 한승헌, <법적 증언을 통한 문학의 옹호>,권력과 필화,문학동네, 2013, p.287

3. 최하림,김수영 평전실천문학사, 2001, p.359

4. 박지영,자본노동() - ‘불온을 넘어반시론의 반어상허학보40상허학회, 2014.02, p.281

5. 월간조선,책형대에 걸린 ,김수영 시와 산문(), 2012.08,(재인용-경향신문 1960. 05. 20)

6. 김수영, <시인의 정신은 미지(未知)>, 앞의 책, p.253

7. 조달곤,자유의 이행으로서의 김수영 시론-<시여침을 뱉어라>를 중심으로,어문학,한국어문학회, 2002.2 p.403

8. 김수영, <시여침을 뱉어라>, 앞의 책, p.398

9. 조은비,영화음악의 대위법적 사용에 대한 연구 : 하이데거의 '세계'(Welt) ‘대지’(Erde) 개념을 중심으로,아시아영화연구6 2부산대학교 영화연구소, 2014.2 p.200-204

10. 박옥순<시여침을 뱉어라>에 나타난 대위법적 수사학-T.S 엘리엇의 영향을 중심으로,한국문예창작 14권 제 2한국문예창작학회, pp.9-30

11. 김수영, <시여침을 뱉어라>, 앞의 책, p.399

12. 김수영, <시여침을 뱉어라>, 앞의 책, p.403

13. 김수영, <김일성 만세>,창작과 비평 36(2), 2008.9, p.119

14. 김수영, <지식인의 사회참여>, 앞의 책, p.219

15. 김수영, <일기초2>, 앞의 책, p.505

16. “if there is any principle of the Constitution that more imperatively calls for attachment than any other, it is the principle of free thoughtnot free thought for those who agree with us but freedom for the thought that we hate.”, Oliver Wendell Holmes, Jr, <United States vs Schwimmer>, Supreme Court of the United States, 1929.05.27

17. 김수영, <히프레스 문학론>, 김수영 전집2(산문), 민음사, 2004, p.285

18. 박지영위의 글, p.282

19. 김수영, <시여침을 뱉어라>, 앞의 책, p.401~402

20. 각주 11과 상동.

 

1. 김수영,김수영 전집2(산문), 민음사, 2004

2. 최하림,김수영 평전실천문학사, 2001

14개의 댓글

2018.06.07
이어령을 잘 몰라서 그런것도 있는데 김수영이랑 비교하니까 너무 꼰대같이 느껴진다.
0
2018.06.07
@문틈
(사실 맞음)
당대에는 소장파 비평가 소리 듣던 양반이긴 헌데 지금 저서들 보면 글쎄..
0
2018.06.07
문학글 써주는 거 반갑고 고마운데
형식에 신경 좀 써주라
암만 읽을거리라지만 사실상 이거 지금 소논문이잖아
어투부터 각주까지
여기 그래도 유머사이트인데
조금은 말랑하게 써주라
계속 보고싶어
0
2018.06.07
@만태운무
사실 써놓은 거 글 수정 새로 하기가 귀찮았음... 미안
그리고 아직 이런 글에 개드립칠 공력이 안 되놔서리 흑흑 일단 봐주어서 감사
0
@파란얼굴
[삭제 되었습니다]
2018.06.07
@고게에서는욕하지말자
머어 점수는 잘 받긴 했슴 문제의식이 좋다구 학부 과제라
0
@파란얼굴
[삭제 되었습니다]
2018.06.07
@고게에서는욕하지말자
뭐 박사 김수영 준비하시다 다른거 하셨대니까
그리고 학부 수준에서 그렇다는 거겠져 뭐 제가 전문 연구자끕도 못 되는디
아님 딴 애들 수준이 낮았든가
0
2018.06.07
김수영만한 시인이 또 나올가 싶다
억압이 팽배한 사회속에서 김일성자유를 외칠 수 있어야한다는 말을 누가 할 수 있엇을까.

오히려 억압이 펭배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선 치더라도
김수영처럼 생각하고 그 생각을 입밖에 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

김일성 만세의 자유
시인이라면 문학상을 받는것을 부끄러워 해야 한다
자유에 '이만하면'은 없다
시는 온몸으로 부딪혀나가는것이다

이정도만 봐도 김수영이 얼마나 강력하게 살았는지가 느껴진다
0
2018.06.08
난 김수영 시는 다 싫더라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음
자신보다 더 힘든시기 보낸 일제시대 때 시들도 아름다운데 지 있던 시기가 뭐라고 분노에 찼든가 욕이 많든가...
0
2018.06.08
@레이놀즈수
김수영은 419 이전 이후가 나뉘는데 학교에서 맨날천날 풀 폭포 이런거만 가르쳐서... 뭐 또 저 양반이 시사에서 갖는 의미는 '어? 이런 단어도 시가 되네?' 인 것도 좀 있고

봄밤 너를 잃고 두 시가 편하고 좋더라 난
0
2018.06.08
@파란얼굴
배운 분 앞에서 말하기 부끄럽디만....
학교에서 배울때 옆에 남성적어조, 주지시 이런 거 쓰는 시 치고 좋은 거 본적 없음
내가 감성이 좀 잘 터지는 편인데 이용악 전라도 가시내는 수업중에 봄을 불러줄게인가 거기서 눈물나와서 일부러 엎드렸단말야? 풀벌레소리 가득차있었네 그거도 울뻔했고
김소월 그 잊었노라 이거도 울라고 하면 충분히 울 수 있어 이런 예쁜시들이 차고 넘치는데 왜 굳이 김수영시를 배워야하는지 모르겠어 그냥 문화사할때 운동하는 시인도 있었습니다 하고 지나가도 될 거 닼은데 좋은 시니까 연구하겠지? ㅎㅎㅎ
갠적으로 국문애들 멋지더라 울 게이 비밀친구있니?
0
2018.06.08
@레이놀즈수
김수영이 급진적인 데가 있는데 이게 연구자들 감수성을 자극하는 면모가 좀 있기도 하고, 당대에는 시어에 밑씻개, 저놈 따위 단어를 쓰거나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처럼 표현을 사실적으로 하는 경우들이 잘 없었기 때문에 김수영의 시가 시 배운다는 사람들한테는 일단 충격이 되어주곤 했거든요. 심지어 의무방어전도 시로 씀...(성(性)) 말씀하신 시들하고 김수영 시는 좀 방향성이 다른 느낌. 물론 그렇다고 그런 시만 쓰느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니지만여. 여튼 한국의 빅토르 위고 같은 양반이라 좀 크게 다루어지고 많이 다루어지는 시인임다
교육과정에 풀 폭포 이런 급진적인 시만 집어넣는 거 솔직히 노잼이라고 생각함 김수영 시 엄청 많고 좋은 것도 많은데... 넣을 거면 풀 폭포 대신 김일성 만세를 넣든가 쩝.
비밀친구는 드립이었든가 뭐였지 기억 안 나는데
문학 말고 다른거 가르쳐 달라고 라인하는 친구 있고 비밀친구?라 할 게 있긴 했는데 이제 없고...
0
2018.06.08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는 재미는 있네 반영론적 관점에서 해석해야하는 시 다 싫어해서 그른가 그래더 시르당 ㅎㅎㅎ
근데 왜 갑자기 존대말써 기분 팍 상해브렀어
급식때 문학선생님이 김수영의 진가를 알만한 시는 교과서에 못실린다고 관심있음 따로 알려준다했는데 시 좀 공부하는 사람들은 다 좋아하는 가부네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408 [역사] 지도로 보는 정사 삼국지 ver2 FishAndMaps 0 1 시간 전
12407 [기타 지식] 100년을 시간을 넘어서 유행한 칵테일, 사제락편 - 바텐더 개... 지나가는김개붕 0 4 시간 전
12406 [기타 지식] 오이...좋아하세요? 오이 칵테일 아이리쉬 메이드편 - 바텐더... 3 지나가는김개붕 2 1 일 전
12405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1부 23 Mtrap 7 1 일 전
12404 [기타 지식] 칵테일의 근본, 올드 패션드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15 지나가는김개붕 13 2 일 전
12403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2부 18 Mtrap 11 1 일 전
12402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1부 13 Mtrap 18 2 일 전
12401 [역사] 군사첩보 실패의 교과서-욤 키푸르(完) 1 綠象 0 20 시간 전
12400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체포되기까지 28년이... 1 그그그그 6 2 일 전
12399 [역사] 아편 전쟁 실제 후기의 후기 3 carrera 11 3 일 전
12398 [과학] 경계선 지능이 700만 있다는 기사들에 대해 36 LinkedList 9 3 일 전
12397 [역사] 미지에의 동경을 그린 만화 8 식별불해 5 6 일 전
12396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두 아내 모두 욕조에서 술을 마시고 익사했... 그그그그 2 6 일 전
12395 [기타 지식] 서부 개척시대에 만들어진 칵테일, 카우보이 그리고 프레리 ... 3 지나가는김개붕 5 7 일 전
12394 [유머] 웃는 자에게 복이 오는 삶 10 한그르데아이사쯔 7 7 일 전
12393 [기타 지식] 모던 클래식의 현재를 제시한 칵테일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4 지나가는김개붕 2 8 일 전
12392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공소시효만료 11개월을 앞두고 체포된 범인 그그그그 3 8 일 전
12391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범인으로 지목받자 딸에게 누명을 씌우려다... 그그그그 4 9 일 전
12390 [기타 지식] 브라질에서 이 칵테일을 다른 술로 만들면 불법이다, 카이피... 5 지나가는김개붕 1 9 일 전
12389 [기타 지식] 럼, 라임, 설탕 그리고 다이키리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 2 지나가는김개붕 6 10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