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Reddit - 제발 도와줘, 아무도 날 못 알아봐

Please Help Nobody Recognizes Me


모든 건 직장에서 시작됐다. 평범한 목요일에.


난 빌딩으로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까지 갔다. 건방진 경비 아줌마에게 인사하는 것까지는 다른 날들과 똑같았다. 난 오늘도 그녀가 어제 그랬듯이 얼빠진 이야기를 늘어놓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중년이었지만 지난 월요일에 만취해서는 그녀의 친구들과 가라오케를 하며 잠을 지샜다. 그녀는 이딴 이야기를 지껄이길 좋아했다. 왠지는 몰라도, 나 역시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았다. 


하지만 자칭 명랑쾌활한 우리 경비원 여사께서는, 그저 멈춰서서는 날 바라보기만 했다. 마치 타인을 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난 그녀에게 어색하게 웃어보이고는 내 뱃지를 긁었다. 그녀는 공책을 들더니, 내게 뭔가 서명시킬 요량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내 뱃지가 스캔을 통과하고 문이 열리자 놀란 듯했다.


이상하군.


내 자리는 전형적인 원숭이 우리와도 같은 디자인이었다. 대부분의 나날들을 컴퓨터에 앉아 코딩하고, 동료가 전화로 전개와 배치를 갖고 불평불만하는 걸 들으며 보냈다. 그들은 전세계에 퍼져있었다 - 보스턴, 부에노스 아이레스, 첸나이(인도 남부의 도시)까지. 그래서 우리가 매일 소통하곤 한다 해도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난 적은 전혀 없었다.


내 상사를 제외하곤.


그날, 그는 11시쯤에 내 자리에 들렀다.


내 책상은 벽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런 고로 언제나 누군가 몰래 뒤에서 나타나면 조금 놀라기 마련이었다. 아마도 방심하고 있는 모습을 보려고 했겠지. 내가 진짜 일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냥 인터넷 뉴스나 보며 시간을 때우고 있는지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쾌활한 인사가 헤드셋을 뚫고 들릴 때면, 그리고 그 꽉 찬 뱃살이 내 안구에 들어올 때면 난 모든 탭을 닫고는 잽싸게 뒤돌아서 눈치를 살폈다. 


그는 당황하고 있었다. 안녕하고 말하고는 일 분 동안 눈이 뚫어져라 쳐다봤다. 난 즉시 인사에 답하며 침묵을 깨려고 우리가 맡은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했다.


"여긴 지정좌석인데." 그게 그가 말한 전부였다.


"저도 알아요. 프란, 여긴 제 책상이니까요." 난 조용히 답했다. 목소리가 내 기억보다 더 쉰 것처럼 나왔다.


그는 얼굴을 구겼다. 내가 그의 이름을 알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니, 여긴 맷의 책상이요. 내 부하직원인 맷. 오늘은 늦거나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지만. 이맘때쯤이면 해변 도로가 정말 엉망일 때가 있거든. 댁도 알다시피 말요. 여하튼, 여기 앉기로 한 사람은 따로 있소. 그러니 당신은 일어나서 그 친구가 돌아올 때까지 대기하고 있으쇼."


그 말이 끝나자 그는 얼빠진 나를 내버려두고 가버렸다. 내 얼굴을, 내 눈을 뚫어지게 보고서도 내가 누군지 감도 못잡다니. 이건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거나 열심히 운동한 게 효과가 나타난다거나 하는 일이 아니었다. 뭔가 잘못된 게, 아주 잘못된 게 분명했다.


전화가 울렸다. 프란이었다. 난 전화가 울리게 내뒀다. 음성사서함이 나오도록. 음성사서함에 메시지가 왔다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난 사서함에 연결해 메시지를 들었다. 


"맷... 오늘은 또 무슨 일이야? 혹시나 싶어 말하는 건데 자네 자리에 누가 앉아있다고."


난 즉시 화장실로 달려갔다. 몇 년이나 알고 지낸 사람들이 나를 의문에 찬 시선으로 바라봤다. 어깨를 으쓱하기 전에 서로를 쳐다보며 재차 확인하고는 다시 일을 재개했다. 부디 화장실은 비어있기를 하고 기도했다. 다행히도 화장실은 비어있었다.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쾅 닫고는 내 얼굴을 찬찬히 살펴봤다.


거울 속 모습은 내 자신이 아니었다. 그건 분명했다. 여전히 넥타이에 정장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고맙긴 했지만 몸무게 역시 묵직한 200파운드에서 호리호리한 150파운드 정도로 변해있었다. 난 더 작아졌고, 검고 곱슬거리는 머리칼이 어깨까지 내려와있었다. 깔끔하게 면도한 턱은 구레나룻과 함께 버려진 풀밭처럼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눈 역시 갈색에서 연한 파란색으로 바뀌어있었다. 게다가 언제나 눈밑에 있던 주근깨까지 사라져있었다. 피부는 깨끗하고 흉터도 없었으며 매력적이기까지 했다.


난 등신처럼 그 얼굴을 주물럭거렸다. 외계인이라도 보는 양 거울 속의 나를 쳐다봤다. 그러던 차에 한 남자가 와서 일을 보고 갔다. 그는 손을 씻으며 날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더니 떠났다.           


훌륭해. 


난 서서히 얼굴을 긁었다. 피부가 턱시도처럼 느껴지는 탓이었다. 내 진짜 피부는 아마 이 괴상한 가면 밑에 숨겨져 있는 게 분명하니 벗기기만 하면 될 터였다. 안 그런가? 그래서 긁었다. 너무 세게 긁어서 피부가 떨어져나갈 만큼. 그리고 생각했다. 아마, 혹시나 이렇게 된 일이 아닐까 하고. 내가 취해서 이 진짜 같은 가면에 얼굴을 처박은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곧 목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끔찍한 통증이 엄습했다. 난 긁기를 포기하고 공황에 빠졌다.


대체 이상황에서 무슨 일을 하란 말인가? 아무런 설명서도 없다. 화장실에 왔다 간 사람도 수상했다. 만일 그가 경비 아줌마에게 얘기한다면 그녀는 내 스캔 기록을 조회할 것이고, 그렇다면 내 얼굴이 원래 얼굴과 그들이 알던 사람의 사진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될 터였다. 여기서 나가야만 했다.


난 고개를 숙인 채 화장실을 나와 로비를 나섰다. 화장실에 있던 남자는 아직 경비에게 말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그녀를 등지고 서있었다. 그리고 신이시여, 버튼을 누르기가 무섭게 엘리베이터 한 대가 멈춰섰다. 난 재빨리 뛰어들어 주차장으로 내려가 내 차에 달려갔다. 


열쇠는 여전히 먹혔다. 내 전화도 여전히 내 것이었다. 하지만 백미러에 비치는 파란 눈동자는 절대 내 것이 아니었다.


난 수천번을 그래왔듯 주차장을 재빨리 빠져나왔다. 출구에 도착하자 거기 또 다른 뱃지 스캔이 있었지만 이번엔 불길한 소리를 내더니 문은 닫힌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몇 년만에 경비가 일어서는 걸 봤다. 그는 벨트에 손을 댄 채로 내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난 악셀을 밟았다.


여기서 말하는 "출구"라는 건 나무 판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 판자는 트럭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쓸모없이 부러져 나뒹굴었다. 난 코너를 돌아 공원도로 출구로 향했다. 경비가 날 쫓아오며 무전기로 연락하고 있는 걸 염두에 두고서. 


내 직장의 좋은 점은 이게 큰 길의 옆에 있다는 것이었다. 공원도로에 진입하고 나자 내 트럭은 순식간에 수천 대의 다른 차들 속으로 섞여들었다. 난 충전기에 휴대폰을 쑤셔박고는 내가 유일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사람에게 전화했다. 내 아내, 에밀리였다.


엠은 전화로 얘기하는 걸 싫어했다. 그렇기에 전화를 받기까지 몇 번의 긴 발신음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녀 역시 IT업게에서 일하고 있었고 오늘은 집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런 고로 아내의 입에서 나온 첫 몇마디는 당연히 이랬다.


"미디움 헤이즐넛, 가볍고 달콤하고, 뜨겁게." 그녀가 재잘거렸다.


차들을 헤치고 나가는 와중에 적절한 단어를 생각해내는 게 쉽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남의 목소리를 자신의 것처럼 만든단 말인가? 난 그녀에게 진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그녀가 이게 나인 줄 알까?


"엠, 나 지금 집으로 가고 있어. 뭔가 잘못된 일이 일어났어.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 아무도 날 못 알아봐.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당신 도움이 필요해."


그녀는 잠시 멈췄다.


"잘 안 들려. 아무도 당신을 못 알아보는 건 당신이 늙어서 그래 맷.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커피 주문은 잘 받았어? 카페에 가면 꼭 사와야 해. 나 이만 가봐야 해. 다른 전화 받으러 가는 것뿐이지만. 안녕, 사랑해."


전화가 끊겼다. 좆까라지. 아무 상관없을 것이다, 내 생각엔. 어차피 집에서 직장까진 20분밖에 안 걸렸다. 그녀를 만나서 모든 걸 설명할 것이다. 오직 나만이 아는 걸 말하면 다 해결될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난 너무 공황상태에 빠져있었다. 주차로에 들어갔을 때, 엠이 날 보러 달려나왔다. 난 그녀가 흥분한 줄 알았다. 가끔은 아침에 못 보고 가는 일이 있었고 그날도 그랬으니까.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녀가 입을 뗐다. "직장에서 전화왔어." 목소리는 아직 따라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난 차에서 뛰어나온 즉시 설명을 시작했다. 내 목소리도, 말들도, 발마저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엠, 엠. 난 이렇게 일어났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어. 내가 나처럼 안 보여. 하지만 난 나야 엠. 나라고. 제발 도와줘. 제발."


그녀는 소리질렀다. 그럴 거라 예상했어야 했다. 엠이 너무도 크게 소리지른 탓에 이웃들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중에는 전직 군인도 있었고 늙은 경찰도 있었다. 그리고 좆같게도, 두놈 모두 집에 있었다.


난 에밀리에게 달려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얘기하려 했다. 오로지 나와 그녀만이 알 법한 얘기를 하려고. 그녀의 이모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고양이가 지하실에 저질러놨던 일들을 말이다. 그녀가 내 얼굴에 대고 미친년처럼 비명지르는 걸 멈출 수 있는 거라면 어떤 것이든지.


총성과 함께 바닥에 쓰러진 것이 그날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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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난 내 침대에서 일어났다. 발은 다시 내 것처럼 느껴졌다. 손도 내 것처럼 느껴졌다. 에밀리는 집에 없었지만 우리는 아침에 서로를 놓치곤 했다. 하지만 내 개는 으르렁대고 있고 얼굴은 가려웠다. 셔츠는 너무 컸고 땀범벅이었다. 거울은 1마일은 족히 떨어져있는 것 같았지만, 난잡하게 어질러진 화장실에 비하면 별거 아니었다.


내가 오늘은 정말 나인지 알아내기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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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8m35g5/please_help_nobody_recognizes_me/




6개의 댓글

2018.05.26
응원합니다
0
2018.05.26
[삭제 되었습니다]
2018.05.27
@댕떼닥추
매일매일 다른 사람이 되는게 아닐까요
0
2018.05.27
거 무기도 없는데 총부터 쏘고보는건 아니지않나요 불ㅡ편
0
2018.05.27
레딧글은 미스테리해서 읽기에 좋긴한데 가끔 정확하게 글쓴이가 원하는바를 알수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남아ㅠㅠ하지만 그럼 미스테리하지 않겠지
0
2018.05.29
dkt tlqkf Rna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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