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표류자] 1. 오늘 나는 표류했다.

어디인 지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 속 나는 표류했다. 오감으로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의 결과물은 참으로 참혹한 것이었다. 위대한 문명을 이룩한 인류의 일원으로 나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음에 무한한 자괴감을 느낀다.


내가 잠을 자는 곳은 내가 위치한 공간의 상단 우측에 위치한다. 총 5층으로 구성된 공간은 'The Day' 이후로 유행 중인 미니멀리즘의 여파로 때론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단순했다.  과거 잠시 유행했던 스팀펑크식의 유려한 복잡함과 근대적 조잡스러움을 선호한 나로써는 혐오스럽기 그지 없는 공간이었다. 하얀색과 검은색, 그 외 여러 원색의 조화는 나의 정신을 오욕한다고 폄하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공간을 제작한 창작자는 개인의 선호나 구성원의 선호보다는 국가와 체제, 인류의 선호를 우선할 수 밖에 없었을 테니 말이다.


원래 이 거대한 공간에는 총 36명의 구성원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최초의 사망자가 죽은 후 72시간 안에 19명이 사망했고 6명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이후 이 여섯 명 또한 목숨을 잃었고 3년 동안 7명의 생명 신호 또한 사라져 버렸다.


4명의 생존자는 총 8년 동안 이 공간에서 생존했다. 총 생존자가 10명이 될 때는 1년 간 대화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생명체의 골격을 유지하고 나의 숨이 붙게 할 정도의 식량 섭취와 수면, 그리고 멍 때림이 반복된 순간의 연속에 불과했다. 총 생존자가 9명. 즉, 한 자리 수로 떨어질 때는 최초의 자살 인원이 나타났다. 그는 자기 방에서 스스로의 목을 칼로 찔러 자살했다. 하얀 침대 시트가 까맣게 굳어버렸다. 왜냐하면 1명이 식탁에서 급작스럽게 발작을 일으키며 죽은 이후에 이뤄진 최초의 생존자 전수 조사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시체는 괴기하게 부패되어 뇌의 일부분으로 추정되는 회백색 덩어리가 텅 빈 눈알 자리에 굳어 있었다.


최초의 사망자가 죽은 후 10년이 지난 상태에서 나와 함께 생존해 있던 유이한 생존자가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도중 죽어버렸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문장은, "내 커피 어디있는 지 못 봤어?"


오늘 나는 표류했다.


홀로.

2개의 댓글

2018.05.21
공허잼
0
2018.05.22
흑흑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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