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글) 해자(垓字)

 큰 엄마가 돌아가셨다. 내 인생에 두 번째 장례식이었다

타지에 출장을 다녀오시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우리 사촌들은 식당에 손을 도왔다

눈물이 나지 않았다. 실감도 나지 않았다

기억나는 것은 평소와 달랐던 부모님을 봤고 내가 왜 일을 해야 했는지 투정부리지 않았다

그리고 진상들이 있었다.


 근처 거지가 왔었고 음식은 됐고 소금을 달라고 했었다

우리 가족들은 매몰차게 내쫓았다

재수가 없다는 얘기도 했었다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모르는 어른들도 많았다

많은 방 중에서 세 번째 방의 끝에서는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우리 아빠도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끝 방에서 식사 중이던 어떤 사람이 휴지를 달라고 했었다

가져다 줘도 또 달라고 했었다. 사촌들은 그 어른을 욕했었다.


 고등학생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학교에 연락이 왔었고 친척 형과 나는 학교에 있다가 연락을 받고 택시를 타고 갔다

여전히 눈물이 나지 않았다

친척 형은 세상이 떠나가라 서럽게 울었고 나는 그 소리에 울었다

소리도 내지 않고 표정만 찡그린 채 왜 슬픈지 고민에 빠졌었다

이유는 몰랐지만 눈물은 났다

할머니의 모습도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눈물이 없는 놈은 아니었다

억울할 때면 울고 서러울 때도 울었고 엄마가 힘들어할 때도 울었다

오직 죽음 앞에서만 이상하리만치 눈물이 나지 않았다

어쩌면 그런 저주라도 걸린 건 아닐까 생각했었다

차라리 그런 저주에 걸렸으면 좋았을 것이다

내가 철없는 놈이든, 차가운 놈이든, 인간미가 없다는 소리는 아니었을테니까

그러나 세상에 저주같은 미신은 없다는걸 너무 뚜렷하게 알아버렸다.


 스물 하나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래, 차라리 저주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란 사람은 죽음 앞에서 울 수 없는 저주가 있다. 병처럼 몸이 반응을 못한다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면 그 자리에 아니면 지금도 떳떳할 수 있었을텐데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나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실감도 나지 않았다

그저 상주 자리를 지키며 앉아있었다. 잠도 잘 잤고 밥도 잘 먹었다

엄마가 우는 것을 볼 때만, 그때만 울었다.

 

 5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다행히 장례식에 갈 일은 없었다

주변 사람이 무사하다는 것인지, 내 치부를 볼 일이 없어서 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장례식에 갈 일이 없었다는 것은 다행이었다

크게 실패했던 일도 없었고 상처를 받을 일도 없었다

그래도 많이 울었다

영화를 보고 울고 드라마를 보고 울고, 가끔은 혼자 술을 먹고 내가 슬프다고 이유를 붙여가며 울었다.


 보던 드라마에서 장례식이 나왔고 근처 사람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봤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벌을 받나보다

다른 이의 죽음에 슬퍼하지 못했던 나는, 이제는 남들 앞에서 울 수 없는 사람이 돼버린 것이 아닐까

그리고 오늘 또 아주 서럽게 울었다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었던 친척 형보다 크게 내가 아는 사람들은 못 듣도록 작게, 내 작은 방 안에서 그렇게 울었다

차라리 벌을 받는 것이면 좋겠다

누군가 사가지 없는 나를 벌을 주고 괴롭히는 것이면 좋겠다.




보기 편하라고 마음대로 줄을 나눴습니다. 불편한 점이 있으면 꼭 얘기해주세요

어떻게 작성해야 읽기 좋을지 모르겠네요


원래 저번주에 쓰려던 게 있었는데 병이 난 것인지 자꾸 게을러지고 딴 생각만 나서 못 쓰고 있습니다

나란 인간 너무 개드리퍼가 천직임

2개의 댓글

2018.05.18
개드리퍼 삶재밋지~
201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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