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워마드 누드크로키 사건으로 알아보는 '2차 피해'와 '피해자 중심주의' 용어의 적용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학생회 입장문에 쓰인 '2차가해 방지노력' '피해자중심주의' 등의 용어 사용으로 사건 공식수사 의뢰가 늦춰진것을 비판하고 성범죄에 있어 2차 가해 방지와 피해자중심주의란 무엇일까 고찰하고자 이 글을 씀.

단, 본인은 여론의 주된 비판점이었던 '홍익대가 사건을 감추려했다' '가해자가 학생인줄 알고 보호하려했다' 의 시선을 따르지 않고

오직 2차 가해 방지, 피해자중심주의라는 용어의 오남용으로 수사의뢰가 늦춰졌다는 시선으로 사건을 해석해보려고함.



http://ppss.kr/archives/105548

여성학자인 권김현영 님의 ㅍㅍㅅㅅ기고문
2차 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에 대하여.


먼저 2차피해(가해)의 용례와 장점은 본문을 참조하고,

단어의 오용사례와 이번 홍익대의 대처에 이 오용사례를 대입해보고자 한다.

(본문내용)그러나 나는 이런 장점에도 ‘2차 가해’나 ‘2차 성폭력’ 같은 용어의 사용은 가능한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용어들로 인해 1차 피해에 대한 조사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있고, 문제가 전도되어 버려 정작 가해자는 사라지고 결국 피해자는 고립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부연하면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그 과정에서 정의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피해자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즉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사가 반드시 필요한데 ‘2차 가해’라는 개념이 조사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이후의 논의를 막는 데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본문내용끝)

즉 2차 가해의 단어의 오용이 피해자를 되려 고립시키고 사건 조사 자체를 지연시킨다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홍익대는 사건발생 2일 이를 인지하여 2일 저녁 피해자에게 사건발생 사실을 통보하는등 초동조치에 대해서 잘못된점은 없었다. 그러나 직후 입장문에서 밝혔듯 '2차 피해를 방지하고자 학교와 피해자의 직접 접촉을 삼가고 에이전시를 통해 피해자와 소통하겠다' 고 밝힌바 있음.

예컨데 그시점에서 홍익대도 잠재 가해자를 홍익대 학생으로 규정했기에 가해자 구성원인 본인들이 접촉하는것보다 에이전시를 통하는게 2차 피해를 방지하는것이라 믿은거같다.


그러나 난 다음과 같은 의문을 품었는데
1.학교는 피해자가 에이전시같은 대리인이 없다면 피해자와 접촉하지 않을것인가?
2. 잠재적 가해자가 홍익대 구성원이라 하더라도 학교측을 가해자로 스스로 판단해 피해자와 접촉을 삼가는게 정말 2차 피해를 방지하고 사건해결에 도움이 될것인가?

였음.

그리고 사건이 진행되며

피해자가 '학교측에 별다른 사건경과를 전해듣지 못했다' 고 언론에 밝혔고 이후 시간이 지나자 '학교측의 조치는 늦지않았다' 며 피해자입장을 전한 에이전시 측의 언론 발표가 있었음.

뭔가 앞뒤가 안맞지만 학교 - 에이전시 - 피해자 간의 연락망에서 혼선이 발생한것이 명확해 보임.

과연 이런 연락조치가 피해자의 2차피해를 예방하는 조치였을까, 사건의 진행과정에 혼선을 야기하는 조치였을까.

그리고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실제 가해자는 홍익대 학생이 아닌 에이전시 소속 모델로 밝혀져 학교측의 모든 경과 보고가 가해자에게 노출됐을 가능성도 없지않게 되었음.




그리고 두번째 용어인 '피해자 중심주의' 의 오용사례예 대해 지적해보면,

(본문내용)
많은 이들의 오해와 달리, 피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에게 사건에 대한 판단 기준 전체를 위임하는 것이 아니고
처벌의 수위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주는 것도 아니며
경험에 대한 독점적 해석을 주장하는 개념도 아니다.
(본문내용 끝)


홍익대는 '피해자중심주의' 용어를 사용하며 '피해자가 사건 수사 요청을 하지않았기에 공식수사요청은 아직 하지 않는다' 라고 밝혔고 이 때문에 많은 여론 질타를 받았다.

사건처리과정을 모두 피해자에게 맡기는게 정말 옳은 해결방법인걸까?

사실 성범죄의 경우 실제로 피해자가 사건수사를 원치않는 경우도 존재하므로 이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용어사용이 언뜻 합당해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가진 이 용어의 정확한 정의는 '피해자에게 모든것을 맡긴다'가 아니라 본문에 나타나있는 대체용어인 '피해자 관점 주의'로서

'피해자에게 가장 정의롭고 합리적인 사건처리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돕는다'로 해석해야함이 옳다.




결과적으로 피해자에게 가장 합리적인 사건 처리방법을 고민하며 이 사건의 성격을 따져봤을때

이번사건은 밀폐된공간에서 정보없이 발생하는 성범죄가 아니라

1. 가해자가 20명으로 특정지을 수있고
2. 사건의 발생 시기와 장소가 명확하며
3. 사건발생 하루만에 상당수의 대중이 사건을 인지하였고
4. 가해자는 성적목적, 금전취득목적이 아닌 혐오의 목적으로 같은 사상을 공유하는 인터넷커뮤니티에 게시하였고
5. 그 영향으로 또 다른 모방사건(2차 가해가 아닌 새로운 사건)이 게시될 가능성이 큰 사건이었음.

위와같은 사건의 성격상 이미 피해자의 판단범위를 떠나 극단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었던 사건으로 몰카사건이라고 일반 성범죄와 같이 일관적으로 '2차가해''피해자중심주의' 용어를 적용하여 사건 진행자체가 늦어진것은 명백한 홍익대학교의 착오라고 생각하며,

이 사례가 2차 가해, 피해자 중심주의 용어의 미숙한 오용 사례로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함.

다시 언급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빠른 수사의뢰가 답이었고
가해자 소속 에이전시를 끼고 소통하면서 2차가해를 피하고자 했던 행위가 오히려 2차가해가 되고만 희대의 병크.



ps 성인권위원회나 총학이나 댓글이나 발언등을 꼽씹어보면 여론을 계도하고 '성범죄는 이렇게 처리해야한다' 는 자세로 사건 성격이나 심각성을 파악하지 않고 일관적인 절차 적용 태도를 보여서 상황을 더 꼬이게 했다고 생각함.

ps2.오늘기준(5/12) 피해자와 직접 접촉한 누드모델협회 장과 회화과 학생회가 만날예정.

둘의 페이스북 대화 정황상 학교 - 에이전시 - 피해자간 연락사고가 발생한듯하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오해가 발생한건으로 추정되나 결과가 나오면 댓글에 게시하겠음.

4개의 댓글

2018.05.12
글 잘읽었음. 홍익대학교 측의 의도야 알 길이 없으니 일단 논외로 한다면 너무 결과론적인 측면에서

비판하는 면이 없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마다 관점은 다른거고 ㅎㅎ 대부분의 글의 흐름에 공감함.


근데 글과는 별개로, 인용된 권김헌영님의 글은 요즘 세태 중에서 드물게 '남자가 배울만한 양성평등'에 대해서

중요한 포인트를 짚는 정말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는데... 요즘의 '페미니스트' 같은 사람들과 묶기엔 좀 그렇지 않나;?

인용글을 읽어보면 요즘 우리네들이 진저리치는 '편가르기' '여성정치' '무조건 공감'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기 위해

2차 가해/피해자 중심주의를 설명해주는 글이라는 게 명확한데... 소개글이 너무 부정적이라 좋은 글이 그나마 읽힐 기회가

더 줄어드는 거 같아서 아쉬움.
0
2018.05.12
@만사천원
ㅇㅇ 인용글을 미리 편견깔고 가는건 걍 커뮤니티 문화에 따라 한거지만 니말이 맞네 개인적으로도 큰 공감하며 읽었으니까..수정할께
뭐 결과론적 비판일수있지만 개인적으론 피해자 접근방식을 페북에서 줄곧 비판해왔기도함.

예컨데 홍익대의 위치(이걸 뭐라고 정의해야할지 모르겠다. 가해자가 홍익대 구성원이라는 전제나 사건발생이 홍익대 강의에서 이루어졌으므로 도의적 책임이 있는 기관)에서 피해자와의 접촉을 2차가해우려로 꺼릴필요가 없다가 논점중 하나기도하고..
0
2018.05.12
@창원모텔
피드백 고마워. 뭐 속칭 페미들이 원하는 '피해자 접근방식'이라는게 좀 짜증나지. 보통 사람들은 피해자를 안타깝게 여기고 도우려 하는게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지금 문제가 되는(그리고 아마도 글쓴이가 줄곧 비판해왔을 거라 생각되는) 피해자 접근방식이라는 건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해결하려는 모든 과정을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단정지어 버리고 지들끼리 객관성 개나 줘버린 인민재판을 하려고 하니까...


위 인용글처럼 '고통이 지속되지 않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약속과 실천'을 위해서 계속 노력하는 게 중요하겠지 뭐 ㅎㅎ

고통 그 자체에 집중하는 SNS 공감언냐들이나 그걸 교묘히 이용하려는 교활한 속칭 페미니스트들은 열심히 조져가면서-_-;;
0
2018.05.13
와우. 현 페미의 문제점을 통쾌하게 간파한 좋은 인용글과 본문이네. 잘 읽었다. 이런 관점이 좀 널리 퍼졌으면 좋겠는데
슬프게도 이런 글이 큰 관심을 받지 못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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