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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리뷰 - 미지는 이제 그만

안녕하십니까, 정말 오랜만이네요. 시발. 군대 시발.


전역하고 이제 뭐하냐는 질문은 사람들 척수에 새겨져있는 거 같습니다.


그냥 논다고. 그만 물어 시발.



본론으로.






'인사이드'



플레이데드라는 회사에서 2016년에 출시한 2D 플랫포머 입니다.


사실, 캐릭터는 평면으로 움직이는데 그래픽은 3D죠. 이걸 2.5D라고 하던가?


하여튼 그런데, 이 플레이데드라는 회사는 지금까지 게임을 딱 두 개 발표했습니다. 하나는 이 인사이드고, 그 전에 만든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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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림보' 입니다.


림보는 2010년에 출시된 게임으로, 마찬가지로 2D 플랫포머입니다. 흑백의 심플한 그래픽, 현실감 있는 생생한 음향효과, 준수한 게임성과 어두운 분위기 등등이 큰 호평을 받았죠.



그래서... 이 인사이드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슷합니다.


여러분은 붉은 옷을 입은 '어떤'소년을 조종하게 되는데, 이 소년은 '어떤'집단으로 부터 쫒기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경위로 얻게 된 능력들을 활용하여, 퍼즐을 풀며 탈출하면 됩니다.



자, 저는 원래 퍼즐을 되게 싫어합니다.


대가리가 아프거든요.


시발. 그렇잖아요. 저는 도저히 이해가 안됩니다. 게임은 놀고, 쉬려고 하는건데 왜 내가 안 돌아가는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대야 합니까?


게임 말고도 내 골치를 아프게 하는건 충분히 많은데!


중요한건 그런데도 불구하고 제가 이 게임을 끝까지 다 해냈다는 겁니다.


게임이 충분한 몰입도를 보장하기 때문이죠.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화면, 충실히 상황을 설명하는 음향, 그리고 적절한 난이도와 미스테리를 파헤쳐가는 즐거움은


제게 문제 풀이란 이렇게 즐거운 것이라고 설득하기 충분했습니다.


하나 하나 찬찬히 뜯어보죠.



inside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먼저 그래픽,


인사이드의 이 그래픽은 정말 놀랍고 어쩌면 오래도록 길이 회자될 만 한 것입니다.


네, 물론 최신 세대의 기술력이 탑재된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게임이 실제와 같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하면, 이 그래픽이 엄청난 노력 끝에 만들어진 것임을 대번에 알 수 있습니다.


절제되었고 간결하지만, 상황을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뿐더러,


지능적인 빛의 활용, 창조적인 화면 구성, 대담한 연출을 통해


게임을 하는 도중 어느 순간에 멈춰서도 한폭의 그림과 같이 아주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해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에서 즐거움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게임을 하는 내내 링겔로 엑스터시를 주사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진짜로.



둘째로 사운드입니다.


놀랍도록 사실적이고 세심한 사운드 구성이,


그래픽의 간결함을 보완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인물이 걸어다닐 때 발생하는 발소리 부터요.


흙길을 걸어다닐 때는 흙과 나뭇잎이 뭉게지며 속삭이는 소리가 나고, 거대한 공장의 콘크리트 바닥에서 나는 단단한 타격음이 넓은 공간 속에서 선명히 메아리칩니다.


주인공은 발걸음을 재촉하여, 또는 겁에 질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게이머가 주인공에게 몰입하도록 돕습니다.


단지 단순한 기계장치로 보였던 물체가 거대한 공간의 일부임을 드러내는 순간은, 


멀찍이서 들릴 듯 말듯 울리던 현악 소리가 크고 웅장하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관악기 소리로 대체되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게임 속의 모든 음향효과, 음악들은 그 자체만으로 훌륭하지만 아주 영리한 연출을 통해 경이로운 순간들을 만들어 냅니다.



세번째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미스테립니다.


이 게임은 한글화가 되어있습니다만, 사실 별 의미는 없습니다.


이 게임에는 텍스트가 전혀 등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글화 된건 메뉴 뿐입니다.


게임을 하는 여러분은, 어떤 어두운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자들에게 계속 쫒기고, 그 외의 위험에도 맞서면서,


글로는 설명되지 않지만 시각적, 청각적인 맥락으로 어렴풋이 짚어지는 미스테리들을 따라가게 됩니다.


그 과정은, 사실,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아니, 사실 되게 좋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그건 제가 이 게임을 끝까지 해낸 세가지 이유중 하나니까요.


게임속에 스쳐지나가는 장면들을 보면서,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궁금증은 앞으로 나가기 위한 원동력이 됩니다.


여긴 뭘까? 이 장소는 왜 이렇지? 저 사람들은 저기서 뭐하는 거지? 이 모든 것의 의미는 뭘까?


이 의문들을 상상력으로 채워나가는 것도, 역시 즐거운 일입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한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볼 때, 이 게임을 추천하지 않는다면 저는 아마,


1. 독특한 취향을 지녔다.


2. 도저히 남을 비난하지 않으면 안되는 성격장애같은게 있다.


3. 군대에서 이상한 걸 배워왔다.


일 것입니다.



...만


저는 이 게임을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물론 이성적으로, 아주 당연히, 추천은 하는데,


그럼에도 괜히 석연치 않다는 얘깁니다.


이건 마치


시발 적절한 비유가 안떠오른다


하여튼 그렇습니다.


왜냐면 아마도 제가, '3. 군대에서 이상한걸 배워왔다' 에 해당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뒤로는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조금 있습니다. 별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설명하면, 이 미스테리의 과정은 참 좋습니다.


좋은데,


우리가, 최소한 제가 미스테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쨌든 그 미스테리 끝에 뭔가 진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밥도 어쨌든 영양소 충전하고 배부르려고 먹는거잖습니까.


물론 음식은 약간 배고프고 막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을때가 제일 맛있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쳐먹었는데 계속 배가 고프면 얼마나 좆같은 일이겠습니까.


그러니까, 제말은, 이 미스테리의 결론이 아주 좆같다는 얘깁니다.


또다른 미스테리로 끝나버렸기 때문입니다.



보세요, 시발.


인생은 원래 미스테리 투성입니다. 그렇죠?


군대에 가보세요. 시발 아무도 너한테 설명같은 건 안해줍니다.


난 대체 왜 여깄지??


물론 머리로는 알겠죠.


안보 위협의 존재, 병력의 차이,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모병제...


근데, 그건 그렇고, 진짜로.


나 왜 여기있는거지?


나 여기서 뭐하지?


잘 하고 있는 거 맞나?


지금 왜 내가 욕먹는거지?


시발, 나가서는 또 뭐하지?



아무도 이딴 질문에 답을 해줄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답도 없고, 있다고 해도 아주 일부만 알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제 불만을 간단하게 줄이면.


'야 이 시발창놈들아 게임에서까지 꼭 이래야겠어?!' 라는 얘기죠.



게임속에서 끊임없이 던져지던 질문들은, 쥐꼬리만한 답변도 없이 마무리지어졌습니다.


더불어 종국에 주인공이 탈출에 성공한 것인지, 실패한 것인지, 혹은 이도저도 아닌지조차 불분명합니다.


그래서, 게임을 끝낸 뒤로는, 그래서 이 사람들은 뭐하는 사람들이지? 나는 나쁜놈인가? 좋은 편인가? 일종의 반란분자인가? 아니면 순진한 피해자?


이건 일종의 거대한 실험이었나? 그 실험은 실패한건가? 나는 그 실험의 어느 부분이지? 예상된 변수인가, 아니면 재앙인가?


주인공은 마지막에 살아있는건가? 죽었나?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니란 말인가? 살았다면 행복하기는 한건가???


라는 질문들이, 아무런 답도, 답 근처에도 갈 힘도 없이 흩어진채로 남게 되었습니다.



뭐... 열린 결말이니까, 네 맘에 드는 쪽을 믿으라고 해도 좋겠지만,


미지는 이제 그만.


질렸단 말입니다.



'INSIDE'


플레이 타임 대략 5시간.


스팀 정가 21,000원.


점수는 9/10 입니다.

7개의 댓글

2018.05.01
[삭제 되었습니다]
2018.05.02
@하킹
딱 봐도 본인 유튜븐데 홍보 침투력 무엇...
0
2018.05.04
@켄트지
찡긋....
0
2018.05.05
재밌게 했었음! 그 큰 기계장치의 풍압으로 산산조각나는 구간의 배경이 가장 인상깊었다
0
2018.05.05
@bgmaker
그부분 음악이랑 음향효과랑 하여튼 오졌다
0
2018.05.07
빛과 절제된 색 사용으로 직관적인 그래픽과 퍼즐
개쩌는 사운드 존나쩌는 연출
3시간 순삭.
엔딩이후 좆같은 엔딩에 대한 해석으로 커뮤니티 활성까지
완-벽
0
2018.05.07
@rotten11
막줄은 빼주세요 초큼...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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