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씨인사이드를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대개 반말 내지는 말에 격식을 차리지 않는 문화가 있어요.

이게 보통은 권위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읽을 수 있는, 권위주의에 반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주 긍정적인 현상의 하나죠.

그런데 이 언습을 가지고 와서 말다툼을 벌이기 시작하면 난감해집니다. 말다툼, 토론, 논쟁 이런 것들은 결국 의견대립이며 의견대립은 사람의 감정을 아주 쉽게 아주 많이 상하게 하죠. 그런데 여기에 최소한의 필터로서 작용해야 할 언어적인 격식이 없다면 어느새 논점은 사라지고 감정만 남아서 마지막까지 더 이상 내용은 중요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남아서 키보드를 잡고야 말겠다는 관성만 남게 됩니다. 키보드에서 먼저 손 떼는 쪽이 지는 쪽이다 이거죠. 머리채 붙잡고 싸우면서 야 이거 안 놔? 놔! 니가 먼저 놔 하는 거랑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봅니다.

저는 AOS를 거진 5천판은 해온 것 같은데, 그러면서 욕플에 대해서 상당히 마모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뜸 욕부터 박는 사람들과는 말을 섞지 않고 싶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 대화는 길어져 봐야 유의미한 말 나누기가 될 수 없을 게 뻔하니까. 이기는 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니 굳이 욕플 해가며 싸울 필요도 없더군요

반말은 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가면서 하하호호 사이버 스페이스 라이프를 즐기시길

간혹 사람들은 

나와 키보드로 싸우고 있는 이 가상의 자아 위에

실체를 가진 인간이 자리하고 있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만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