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탄생하고 난 직후 나를 둘러싼 학자들의 말을 아직 기억한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그리고는 전작들의 평균 지능과 근육량, 뉴런과 신경망들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하지만 이번 개체의 경우를 보시죠."

하며 실험관에 든 나를 가리켰다.

직감했다.

나는 실패작이라고.

 비에이치들은 말을 뒤집었다.

그동한 생산해 낸 초인들을 기존 지능체들이 가지고 있었던 인권을 유린해 만들어낸 결정체라는 듯이 말했다.

말도 안 된다는 것은 그들 스스로도 알았으리라.

 그렇게 전쟁이 시작됐다.

 양 쪽의 피해는 다 엄청났다.

뿌연 하늘, 잿빛 물줄기.

무너져 내린 건물 사이로 들려오는 비명은 며칠 새에 가시는 현실.

비엠과 비에이치는 결국에 합의를 보기에 이르렀다.

초인들을 모두 폐기처분하는 것으로.

 양 쪽은 모두 핍폐하고 수척해졌다.

상생의지는 가셨다.

서로는 서로의 적이 됐다.

초인들은 단어 그대로 재앙이었다.

 비엠의 정부에서는 그간 생산한 이백육십 구, 개중 전쟁통에 사망한 서른여덟 구를 제한 나머지의 초인들의 삭제 명부에 도장을 찍었다.

비에이치의 정부에서도 그간 생산한 초인 한 구의 영멸식을 진행했다.

 훗날 지구에서 발견한 바로는 지구인들은 그것을 계면활성제라고 부른다.

비엠들의 천적이다.

피부에 닿는 순간 고통이나 괴로움 없이 일순간에 사망하게 된다.

사망이라는 단어가 안 어울릴 만큼 우리는 순식간에 지워진다.

 계면활성제를 이용한 사형식을 집행했다.

"잘 가라. 그간 고생 많았어.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러고 보니 네가 몇 기였지? 6기던가...?"

1기 선배의 유언이었다.

나머지의 우리들은 극한의 공포 앞에 줄을 섰다.

 실험관에 몸을 뉘었다.

기체화된 계면활성제가 뿜어 나오며 나는 스르륵 눈을 감았다.

 "총장님, 총장님! 기, 기적입니다! 어서 보셔야 합니다!"

하위박사의 다급한 음성과 함께 눈을 떴다.

'기적'

말 그대로 기적이었다.

반 실패작인 것으로 판명나 항상 어정쩡했던 초인.

남들보다 우월하지만 초인들보다 열등했던 그 초인.

그 초인이 계면활성제에 일정 수준 면역이 있는 개체였다는 걸 누가 알았을까.

나는 선후배들의 실험관 묘지들 사이에서 눈을 떴다.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말도 안 돼. 8호체. 이게 정말입니까?

지금 상태는 어떻습니까?"

 실패작이었던 8호체. 이제 유일하게 생존한 초인이다.

나는 비에이치는 물론 비엠에서도 극비로 취급받고 숨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