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면 될까요? 뭐가. 즐거움이요. 갑자기 무슨 소리야? 얼마면 되냐고요, 즐거움을 사려면. 갑자기 왜? 즐겁지가 않으니까요. 그러면 이만 원만 줘. 무슨 즐거움이 그렇게 싸요? 싸도 불만이야? 아뇨, 그냥- 불만이면 사지 마. 아, 왜 또 심술이에요? 심술은 네가 부렸지, 뭘.

미안해요. 뭐가? 심술이요. 그래. 마음 참 넓네요. 비꼬는 거야? 아뇨. 그럼 됐어.

그나저나 왜 하필 이만 원이에요? 그냥. 그냥이 어딨어요, 세상에. 여기. 그러지 말고요.

그냥- 궁금해요. 정말 그냥, 각자 만 원만 있으면 우리가 충분히 즐겁지 않을까 생각했어. 그래서 합쳐서 이만 원.

만 원으로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그럼 끝이잖아요? 그러니까 그때부터 즐거운 거지. 밥도 먹고 커피도 마셨으니까 좀 걷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웃긴 일도 생기겠지. 끝이에요? 그리고 그러다 보면 시간이 지나고, 해가 질 거야. 그러면요? 해가 질 때, 나는 너의 옆에 서서 노을이 번져가는 걸 보겠지, 그리고 그때 너는 내가 항상 너와 함께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거야. 낭만적이네요. 그리고 해가 지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며, 그 날 하루를 복습하겠지. 복습? 너와 내가 뭘 먹었고 마셨는지는 중요한 게 아냐, 중요한 건 그 하루가 오롯이 우리 둘의 것이었다는 거고 우리는 각자의 집에 돌아가며 다른 것은 다 잊어도 그 사실만은 잊지 않겠지. 그게 즐거움이란 무슨 상관인데요, 그래서?

서로가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만큼 즐거운 것이 어딨겠어, 세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