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인류의 유전자는 그를 버리기로 결정했다.

 진실로 안성맞춤인 상대가 나와 버렸다. 그는 지금이 인생의 중대한 전환기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갔을 때도, 남들이 부러워 하는 좋은 기업에 취직 했을 때도 지금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 사람은 왜 사는지 묻는다면 순전히 성욕을 채우기 위해서 산다고 믿는다. 어차피 인간이란 건 DNA를 열심히 복제하는 생물 기계에 불과 한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니까 인간 행동의 가장 원초적이고 최고의 행동원리는 성욕이라고 생각했다.
 
 "선배님은 최고의 인간이에요. 어떻게 그렇게 사람이 완벽 할 수가 있죠?"
 "어떻게 하면 당신 같이 살 수 있을 까요?"
 부러워 하는 인간에서 그의 DNA를 요구하는 여자들 까지, 그는 모두가 우러러 보는 최고의 유전자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인류의 영혼이 버린 쓰레기 라고 생각했다. 수 억년간 이어진 진화의 계보에서 퇴출 당하기로 결정된 존재라고 확신했다. 그의 DNA는 스스로를 버리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의 성욕은 누군가에게 '잡아 먹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주 어릴 적 부터 자각했다. 티비에서 나약한 동물들이 육식 동물들에게 무참하게 난도질 당해 잡아 먹히는 것을 보면 심장 너머의 알 수 없는 어느 공간에서 몸이 뜨겁게 떨리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반복 되면, 무의식적으로 그런 것을 찾게 되고. 나이를 조금 더 먹으면 그것이 자신의 성욕이란 걸 알 수 있게 된다. 다른 것으로는 흥분하지 못하게 되니까…….

 유전자는 복제하는 것을 포기하고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욕구다, 조용히 혼자 늙어 가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에게 인생 최고의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초현실적인 존재와 마주쳤기 때문이다. 초현실적으로는 가능할 지도 몰라.

제발! 부탁해, 날 먹어 줘!

 그는 냅다 그 여자아이에게 소리쳤다. 아이는 조금 전까지 무시무시한 괴물로 변해서 핏덩이를 먹고 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입가엔 살점이 붙어 있고 피는 하얀 피부를 따라 흘러 턱 밑에 고여 떨어진다. 톡 톡 톡 여자아이는 아직 무슨 말인지 이해 하지 못했다.

 "미친 거야?"

 그런 대답이 나왔다. 현실적으로 타당한 질문이다. 여자아이는 배가 부르다. 식사를 마친 육식동물은 사냥감에게 흥미가 사라진다. 간혹 재미로 죽이는 것들도 있지만 이 여자아이는 미친 사람에게 관심이 없었다. 시간낭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로 골목을 따라 사라졌다. 그는 아이가 어둠 속으로 깊게 사라지기 전에 급하게 뛰어 들어갔다. 

 골목은 낡고 좁고 길다. 가끔은 탁 트인 공간이 나오기도 하고 아주 좁은 공간이 나오기도 하며 지저분하다. 누군가가 사라지기 정말 좋은 곳이라고 그는 또 한 번 느꼈다. 벽에 묻은 얼룩도 어쩌면 오래된 핏자국 일지도 모른다고. 이런 곳이야 말로 초현실 적 괴물이 살아야 마땅한 곳이다. 재개발로 퇴거 조치가 된 골목길 이번이 아니면 다음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 드문 드문 박혀 있는 노란 가로등 불빛이 어둠과 노란 공간을 교차시키며 여자아이의 머리칼을 찰나 비춘다. 여자아이가 가로등 빛을 등지고 어둠에 걸쳐 서 있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 쉬면서 여자아이의 어깨를 잡았다.

 "제발 이야기를……."
 
 으르렁 거리는 소리? 그것 보다는 조금 더 복합적이고 인간 아니 생물의 수억 년에 걸쳐 쌓인 깊은 공포를 일깨우는 무섭고 소름끼치는 소리가 골목길을 울렸다. 여자아이 아니, 괴물은 털로 뒤덮인 발로 남자를 찍어 누르고 징그럽고 무서운 이빨을 들이 밀었다.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침과 피가 섞여 흘러 떨어진다. 더운 입김과 함께 피가 남자의 얼굴에 툭 떨어졌다.

 참을 수  없는 황홀함이 덮쳐 왔다. 미쳐 돌아가는 희열이 심장을 뛰게 한다. 그는 나약한 생물이니까, 누군가의 먹이가 되는 것이 운명이다. 그것이 이렇게 귀여우면서도 뜻 밖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 정체 불명의 무시무시한 인간의 천적이라면 더욱 안성맞춤이다. 섭리에 몸을 맡기는 것으로, 몸이 벌벌 떨리고 머리카락이 소름 끼치듯 바짝 선다. 지금이 인생 최고로 바라오던 순간이란 걸 증명 했다. 몸이, 하얗게 내뱉는다.

 "어째서…… 지금 너무…… 좋……."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공포의 소리와 함께 이빨이 콱 닫혔다. 

 "나는 이해 할 수 없는 거야……."

 그는 눈을 떴다. 떠졌음에 온갖 감정이 교차했다. 왜 죽지 않았지 먹어 주지 않았지 왜?

 "왜! 제발! 당신이라면 인간 따위는 가볍게 씹어 먹을 수 있잖아! 여기, 내가 맘에 안 드는 거야? "
 "나는 싫어, 그건…… 정상이 아닌 거야. 이상한 거야. 나는 두려워 하는 사냥감을 가지고 놀다가 죽이는 게 좋아 넌 아니야 나는 이상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난 지금 배가 고프지 않은 거야."
 여자아이로 돌아간 괴물이 중얼거렸다. 남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만 여자아이가 어디론가 가버릴 까봐 어깨를 붙잡았다.
 "그러면 괴물님! 어떻게 해야 절 잡아 먹어 줄 수 있을 까요?"
 "나는 몰라……상한 건 먹지 않을래."
 여자아이가 물러섰고 남자는 따라 갔다. 노란 가로등 불빛이 지저분한 골목길의 벽을 비췄다. 남자는 여자아이의 어깨를 붙잡고 벽에 몰아세웠다. 먹어 달라고 명령하고 있다. 여자아이는 내키지 않는다. 강하고 자유로운 존재는 누군가가 강요할 수록 좋아하는 것도 싫어지는 법이다.
 "나는…… 갈래."
 "잠깐 잠깐만요. 그러면 이렇게 해요 괴물님, 당신이 지금까지 먹어본 것보다 가장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 줄게요."
 여자아이는 잠시 멈춰본다.
 "어차피 생으로 잡아 먹는 것, 사람 따위 그냥 핏물 흘려대는 고깃덩어리로 밖에 보지 않았잖아요? 인간은 요리란 걸 하니까. 저는 괴물님에게 요리해서 바칠 수 있어요."
 그가 여자아이의 손을 꽉 잡았다. 간절히 먹히고 싶다는 마음이 닿았는지, 어떤지 여자아이는 한 번 정ㄷ라면 별미를 먹어 보는 것도 좋겠다고…… 그렇게 결정했다.

5개의 댓글

2018.03.12
냠냠
0
2018.03.12
@개긴
0
2018.03.12
냠냠냠
0
2018.03.12
@구악
ㅎㅎ
0
2018.03.12
폰으로는 튀어나가네 글자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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