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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가지 않은 길


출저:https://blog.naver.com/rooki12k/90147696661


읽고 말도 안되지만 재밌어서 긁어옴 ㅋ




비잔티움의 첩자, 남부의 총 같은 수많은 소설을 쓴 대체역사물의 인기작가 해리 터틀도브의 초기 단편 중 하나입니다. 어쩌다 엔하레이븐에서 이 책에 대해 짧게 언급하는 걸 보고 흥미가 들어 읽게 된 후 이건 정말 번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좋지 않은 실력으로나마 한번 번역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침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 이야기 말고는 해드릴 이야기가 없군요.

직접 읽어보시면서 제가 느꼈던 전율을 여러분도 느끼길 바라겠습니다.

 

 

 

 

 

((주의)) 우선 본문을 읽으시고 리플을 읽으시길 바랍니다.

 

 

 

 

 

 

토그람 대위는 "불굴" 함이 하이퍼 드라이브를 빠져 나오자마자 요강을 향해 달려 갔다. 록솔라인인 장교인 토그람은 이 때마다 치밀어 오르는 욕지기를 느끼는 게 다반사였다. 그는 완전히 진이 빠져 요강을 들어올렸다.

 

구토가 끝나자 토그람은 요강을 내려놓고는 눈물이 줄줄 흐르는 두 눈을 부드러운 회갈색 모피로 덮인 팔뚝으로 닦아냈다. "신들께 저주받을 놈들!" 토그람이 외쳤다. "왜 함장들은 이짓거리를 하기 전에 우리에게 경고하지 않는거야?" 토그람의 부하 몇몇이 좀 더 신랄하게 그의 말에 화답했다.

 

그 때, 상황병이 복도를 내달려왔다. "지금 일반우주로 복귀했다고 합니다!" 그 젊은 녀석은 꽥 소리 지른 뒤 다른 방으로 내달렸다. 욕설과 야유가 그 뒤를 따랐다. "아으 제기랄!" "거 알려줘서 고맙수!" "조타수 놈들에게나 말해줘. 놈들은 듣지 못한거 같으니까!"

 

토그람은 한숨을 내쉬고는 그 나름의 방식으로 짜증스럽게 주둥이를 긁었다. 그는 장교로서 다른 병사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했다. 그는 이런 책임감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만큼은 젊었지만, 그와 동시에 토그람 자신보다 두 배는 많이 복무한 자들에게서 너무 많은 걸 바래서는 안된다는 걸 알만큼은 오래 복무했다. 보통 높은 계급의 장교들은 오랜 혈통이나 돈으로 이들을 다뤘다.

 

다시 한숨을 내쉬며 토그람은 요강을 틈새에 쑤셔 넣었다. 금속 뚜껑을 덮어두자 냄새는 좀 덜했다. 우주 항해를 시작한지 16일째, 불굴함은 분뇨와 상한 음식, 퀴퀴한 체취 같은 악취로 진동했다. 록솔라인 함대 누구도 이보다 나을 수는 없었다. 론솔란이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말이다. 별들 사이를 항해하는 건 그저 이와 같을 뿐이다. 악취와 암흑은 병사들이 왕국을 확장하기 위해 치른 대가였다.

 

토그람은 랜턴을 집어 들고서 슬슬 흔들어 내부에 들어있는 방광충(放光蟲)을 깨웠다. 놀란 방광충들이 은빛으로 빛났다. 대위가 아는 다른 몇몇 종족들은 자기 배를 횃불이나 초로 밝힌다고 들었다. 하지만 방광충들은 비록 띄엄띄엄 빛나긴 하지만 그보다 훨씬 적은 공기만으로도 충분했다.

 

조심스러운 군인인 토그람은 빛이 계속되는 동안 무기를 점검했다. 그는 자신이 지닌 권총 네 자루를 항상 장전해두고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었다. 착륙 작전이 시작될 때 권총 한 쌍은 벨트에 차두었고, 다른 한 쌍은 각각 부츠 위쪽에 차두었다. 토그람은 자기 검에 대해서는 그보다 더 공을 들여 관리했다. 언제나 습한 선내 환경은 칼날에 좋지 않았다. 물론 토그람은 항상 녹이 슨 곳이 있나 확인하고 깔끔히 닦아두었다.

 

레이피어에 광을 내던 토그람은 이 새 항성계가 어떨지 궁금했다. 그는 부디 거주 가능한 행성이기를 빌었다. 불굴함에 남은 공기는  록솔라인이 차지한 가장 가까운 행성으로 돌아가기에 너무 빠듯할지도 모른다. 이는 성간여행자가 감수해야 할 위험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가 향하는 항성계는 거성은 아니었다. 작은 노란색 항성은 보통 생명이 자라는 행성 한 두개로 그들을 인도하곤 했다.

 

그는 가급적 이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걱정이란 마치 치통처럼 한번 자리를 잡으면 도무지 사라질 줄을 몰랐다. 그는 짚 더미로 만든 잠자리에서 일어나 조타수들이 무얼 하나 보러 갔다.

 

 

 

늘 그렇듯 조타수 란시스크와 그의 도제인 올그렌은 관측경으로 쓰도록 훈련 받은 불굴함의 망원경이 품질이 나쁘다고 불평하고 있었다. "그만 좀 징징거리게." 토그람이 문가에서 그들을 흘겨보며 말했다. "최소한 자네들은 앞을 볼만한 빛은 있잖아." 너무 오랫동안 방광충 랜턴에 의존한 나머지 토그람은 관측실에 들어가기 전에 쏟아져 들어오는 거친 태양광에 눈을 적응시켜야 했다.

 

올그렌의 두 귀는 성가시다는 듯 뒤로 향했다. 란시스크는 그보다 더 나이 많고 조용한 사내였다. 그는 자기 손을 도제의 팔뚝에 올렸다. "네가 토그람이 하는 험담을 다 들어주다 보면 뭘 할 시간이 남지 않을 게다. 토그람은 알에서 나온 이후로 줄곧 문제아였으니까. 안 그런가 토그람?"

 

"멋대로 지껄이라지." 토그람은 주둥이가 하얀 수석 조타수를 좋아했다. 다른 조타수와는 달리 란시스크는 자기가 마치 신들께서 짜신 섭리에서 특별한 일을 맡았다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올그렌의 몸이 갑자기 굳어지더니 그 뭉뚝한 꼬리 끝을 떨었다. "이 항성계에는 행성이 있습니다!" 그가 외쳤다. "어디 보지." 란시스크가 말했다. 올그렌은 자기 관측경에서 물러났다. 두 조타수는 서로 밝은 항성을 조사하며 저 둥근 물체들이 실제로 행성인지 확인하려 했다.

 

"이거 행성이로구먼." 한참 뒤에 란시스크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맞는 행성은 아냐. 이렇게 누렇고 줄무늬가 있는 행성은 언제나 대기에 독성이 있지. 그것도 너무 많이 말이야." 올그렌이 낙담하는 모습을 보며 란시스크는 덧붙였다. "그렇다고 완전히 허탕인건 아니야. 저 행성과 항성을 따라 선을 그려 찾다 보면 곧 다른 행성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어디 한번 해보게나." 토그람은 그가 볼 수 있는 다른 별보다 훨씬 밝아진 붉은 별을 가리키며 말했다.

 

올그렌은 건방진 태도로 자기 일에 대해서 아마추어보다는 잘 안다고 중얼거렸지만, 란시스크가 날카롭게 입을 열었다. "얌마, 대위는 너보다 더 많은 행성을 봐 왔어. 대위 말대로 해." 맥없이 귀를 축 늘어뜨린 올그렌은 그 말을 따랐다. 그러나 그의 불쾌함은 곧바로 사라졌다. "녹색으로 덮여있는 행성입니다!" 올그렌이 외쳤다.

 

란시스크는 자기 관측경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 했지만 너무 느렸다. 그는 허겁지겁 도제를 밀치고서 관측경의 초점을 맞춰 상을 확대했다. 올그렌은 양 발로 깨금발을 뛰고 있었다. 진흙같은 갈색 모피는 자신이 본게 정말 사실인지 알고 싶은 조급한 심정으로 부풀어 올랐다.

 

"그럴지도 모르겠군." 고참 조타수가 말하자 올그렌의 얼굴이 환해졌지만 이어지는 란시스크의 말에 다시 축 가라앉았다. "하지만 물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아. 만일 우리가 더 나은 걸 찾지 못한다면 한번 가봐도 좋겠지만, 다른 행성을 좀 더 찾아봐야겠어."

 

"거 루오프에게는 아주 기쁜 이야기겠구먼." 토그람이 말하자 란시스크가 킬킬댔다. 록솔라인인들은 새로운 행성의 대기를 조사할 때 루오프란 조그만 생물을 사용했다. 만일 루오프가 비행정의 에어락에서 숨을 쉴 수 있다면 그 행성의 공기는 주인인 록솔라인인들에게도 안전하다는 식이었다.

 

조타수들은 여러 별들이 잇달아 초점을 가리자 짜증스럽게 그르렁댔다. 잠시 후 란시스크는 관측경에 눈을 가져가댄 채로 몸이 굳어버렸다. "여기 있군."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저게 바로 우리가 원하던 거야. 여기로 좀 와봐 올그렌."

 

"아, 네, 넵!" 그의 도제가 잠시 뒤 대답했다.

 

"슬레본 전쟁관께 가서 이를 보고 드리고 그분께 우리 함대를 제외한 하이퍼 드라이브 진동이 감지되었는지 여쭤보도록." 올그렌이 허둥지둥 달려나가자 란시스크는 토그람에게 손짓했다. "여기 와서 직접 보게."

 

대위는 몸을 구브려 눈을 가져다 댔다. 검은 우주 너머로 란시스크가 말한 행성은 마치 록솔라처럼 보였다. 깊은 감색 바다는 소용돌이치는 하얀 구름으로 덮여 있고 적당한 크기의 달이 그 주변을 돌고 있었다. 불굴함이 항성보다 더 가까이 푸른 행성에 다가가자 양쪽 모두 반쪽으로 보였다.

 

"땅은 좀 관측됐나?" 토그람이 물었다.

 

"관측경에 비치는 상의 최상단을 바라보게. 극지의 얼음 층 아래쪽 말일세." 란시스크가 말했다. "물은 보통 저런 갈색이나 녹색을 띄지는 않지. 이 성계에서 다른 행성이 필요치 않다면 지금 바로 저길 향해야 할걸세."

 

그들은 올그렌이 돌아올 때까지 저 먼 행성을 조사하기 시작해 그 특징을 스케치하고 있었다. "어떤가?" 토그람은 이미 조타수 도제가 귀를 쾌활히 발딱 세운걸 알아차렸지만 일단 물어보긴 했다.

 

"저희 것을 제외하고는 이 성계 전체에서 하이퍼 드라이브 흔적이 없다고 하십니다!" 올그렌이 씩 웃었다. 란시스크와 토그람 둘 다 올그렌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마치 그가 단지 소식을 전한 게 아니라 이 좋은 일을 직접 이루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대위는 올그렌보다 더 활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일은 꽤 잘 돌아가고 있다. 직업군인으로서 토그람은 상황이 좋다는 걸 완벽하게 보장할 수 있었다. 만일 이 근처 누구도 하이퍼 드라이브를 만들지 못했다면 여기에는 아예 지적 생물체가 없거나 토착민들이 여전히 원시적일 뿐이라는 뜻이었다. 화약에 대해서도 무지하고, 비행정이나 다른 전투병기처럼 별들 사이에 퍼져 있는 기술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는 양손을 비볐다. 행성으로 강하할 순간을 기다리려니 애가 탔다.

 

 

 

 

벅 헤르조그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우주에서의 네 달이 지났고, 여행이 끝나려면 아직 다섯하고도 반 개월이 남았으니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지구는 그저 아레스 III호 너머로 밝게 빛나는 별에 불과했고 달은 더 흐릿하게 그 옆을 돌고 있었다. 화성이 저 앞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다.

 

"운동시간이야 벅." 아트 스나이더가 그를 불렀다. 다섯 승무원 중에서 그가 가장 참견쟁이였다.

 

"알았수 판쵸 나으리." 헤르조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몸을 밀어 운동용 자전거로 향한 뒤 열심히 밟아댔다. 처음에는 느릿느릿했지만 점차 강도를 더 세게 했다. 이렇게 하면 자유 유영으로 뼈에서 칼슘이 줄어드는 걸 막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이건 고정 일과중 하나였다.

 

멜리사 오트는 지구에서 오는 뉴스를 듣고 있었다. "페르난도 발렌주엘라가 어젯밤에 죽었데." 그녀가 말했다.

 

"그게 누구야?" 스나이더는 야구팬은 아니었다. 하지만 헤르조그는 그랬고, 날 때부터 켈리포니아 팬이었다. "나 그 사람 옛 선수들 게임에서 한 번 본 적 있어. 우리 아버지랑 할아버지는 항상 그 사람 이야기를 하셨지." 그가 말했다. "그 사람 나이가 얼마나 됐어 멜?" "79세." 멜이 답했다. "그는 항상 몸무게가 너무 나갔지." 헤르조그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맙소사!"

 

헤르조그는 논을 깜박였다. 아레스 III 호가 미국 우주 정거장에서 출발한 후 선내에 이처럼 흥분한 목소리가 울린 적은 없었다. 멜리사는 레이더 스크린을 노려보고 있었다. "프레디!" 그녀가 외쳤다.

 

탐사선의 전자전문가인 프레데리카 린드스트롬이 좁아터진 샤워 공간에서 튀어나왔다. 그녀는 물방울의 흐름을 뒤로 남겨둔 채 컨트롤 보드로 날아갔다. 그녀는 귀찮게 타월 따위로 몸을 가리지는 않았다. 아레스 III 호에서 격식이란 이미 사라져 버린 지 오래였다.

 

멜리사의 외침은 클로드 조나드마저 그가 거의 온종일 틀어박혀 있던 자그만 생물학 실험실에서 고개를 내밀게 만들었다. "뭔 일이래?" 그가 승강구에서 물었다.

 

"레이더가 맛이 갔어." 멜리사가 그에게 대답했다.

 

"맛이 갔다니 뭔 말이야?" 조나드는 화를 내며 답을 요구했다. 그는 모든 걸 숫자로만 따지는 짜증나는 인간들 중 하나였다. 게다가 그는 다른 사람들도 항상 자신처럼 생각하리라고 믿었다.

 

"백 개쯤, 아니, 아마 백오십개쯤 되는 물체가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갑자기 튀어나왔어."

 

조나드와 같은 병을 앓고 있긴 하지만 좀 증세가 덜한 프레데리카가 대답했다. "거리는 약 2백만 킬로미터 정도야."

 

"일분 전만 해도 없었다고." 멜리사가 말했다. "저것들이 나타나서 고함지른거야."

 

프레데리카가 레이더와 컴퓨터를 다시 맞추자 운동용 자전거에 앉아있던 헤르조그는 완전히 쓸모 없는 물건이 된 기분이 들었다. 바위에서 수백만 킬로미터 떨어진 지질학자를 뭐에 써먹겠는가? 역사책에서 조차도 그의 이름은 남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화성원정대의 3번 승무원 따위는 기억하지 않는다.

 

그 동안 프레데리카는 점검을 끝마쳤다. "아무것도 잘못된 게 없어." 프레데리카가 말했다. 그녀 자신과 장비 양쪽 모두에게 화난 것처럼 들렸다.

 

"지구에 알려줘야겠어 프레디." 아트 스나이더가 말했다. "이 짐승 같은 배를 착륙시켜야 할때 거짓말이나 하는 레이더를 달고 있을 수는 없잖아." 멜리사는 이미 마이크에 대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휴스턴, 여기는 아레스 III다. 우리에게 문제가-"

 

광속으로 소식을 전한다 한들, 소식이 돌아올 때 까지는 몇 분이 걸렸다. 기어가는 듯한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승무원들은 스피커에서 틱틱거리는 소리가 나자 펄쩍 뛰었다. "아레스 III, 여기는 휴스턴 통제소다. 신사 숙녀 여러분, 이걸 대체 뭐라고 말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도 그걸 봤다."

 

통신기에서는 여전히 뭐라뭐라 소리를 내고 있지만 더 이상 아무도 그것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헤르조그는 원시적인 반사작용 때문에 두피가 얼얼해지고 머리카락이 쭈뼜 서는걸 느꼈다. 흥분이 그를 관통했다. 헤르조그는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인류가 외계의 다른 종족과 접촉하는 걸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저들에게 통신을 걸자고, 멜." 그가 다급히 말했다. 멜은 망설였다. "그래야 할지 모르겠어 벅. 그냥 휴스턴이 하라는 대로 해야 할 거 같은데."

 

"휴스턴은 좆이나 까라고 해." 헤르조그는 말하면서도 자신이 이토록 격렬히 흥분했다는 것에 놀랐다. "저 아래서 관료 놈들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낼 때까지 기다리려면 우리가 화성에 도착하고도 남을 거야. 우리가 바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너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순간을 쓰레기통에 집어 던질 셈이야?"

 

멜리사는 다른 승무원들을 하나하나 돌아보았다. 그들의 얼굴을 바라본 멜리사는 안심하고 안테나를 돌려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정체불명의 우주선단, 여기는 우주선 아레스 III호 입니다. 지구인들이 환영 인사를 전합니다." 그녀는 잠시 송신기를 꺼두었다. "우리가 아는 언어가 얼마나 되지?"

 

그들은 러시아어와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거기에 라틴어로까지 같은 내용을 반복했다. 스나이더가 이상한 얼굴로 바라보자 프레데리카는 "저들이 얼마나 오래 전에 왔는지 누가 알겠어?" 라고 답했다.

 

지구의 답신을 기다리는 게 오래 걸린다면, 이들이 한 건 무한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분이었다. 저 정체불명의 물체와 그들과는 광속으로 왕복 15초 정도의 거리였지만 답신은 여전히 지연되고 있었다. "저들이 우리 언어를 할 줄 모른다고 해도 말이지, 왜 저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야?" 멜리사가 모두에게 물었지만 아무에게도 대답은 없었다. 외계인의 대답도 없었다.

 

그 때, 한 번에 하나씩 이상한 우주선들은 태양 쪽으로, 지구를 향해 잽싸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맙소사, 가속하고 있어!" 스나이더가 외쳤다. "저 배에는 로켓이 없어!" 그는 갑자기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우주선에 꼭 로켓이 달려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안 그래?"

 

아레스 III호는 그대로 우주에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그들은 태운 배는 무정히 화성으로 향하는 호만 궤도로 들어서고 있었다.

 

 

벅 헤르조그는 울고 싶었다.

 

 

 

 

 

 

록솔라 함대는 항상 연습했던 대로 새로운 행성의 극지대 중에서 육지가 많은 쪽의 대기권 위에 모여 있었다. 모두가 같은 곳으로 모이도록 훈련 받았기 때문에 함대를 집결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지금 모여 있지 않은 배는 오로지 네 척뿐이었다. 정찰선은 허겁지겁 다른 쪽 극지대로 가서 그들을 데려왔다.

 

"어느 항해든 간에 물에 미친 놈들은 하나씩 껴 있다니까." 토그람은 조타수들에게 그 소식을 전하며 빙그레 웃었다.

 

토그람은 기회만 있으면 조타수들의 돔에 있으려고 했다. 단지 햇빛 때문에 그런건 아니고, 다른 병사들과 달리 토그람은 그들이 차지할 행성에도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란시스크와 올그렌이 관측경에서 눈을 떼고 저 아래 세상의 지도를 스케치해서 지도를 만들 수 있도록 품질이 괜찮은 종이와 깃펜을 가져 왔다.

 

"거 웃기는 행성이로구먼." 그가 이야기했다. "산불인지 화산인지 모르겠지만 행성의 어두운 면이 이렇게 밝은 꼴은 처음이야."

 

"저는 그게 도시가 아닌가 싶은데요."

 

올그렌이 란시스크를 도전적으로 흘끗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크고 너무 밝아." 수석 조타수가 참을성 있게 말했다. 논쟁은 다른 때 하면 될 일이었다.

 

"올그렌, 이게 자네의 첫 우주여행 아닌가?"

 

"그런데요. 그게 어때서요?"

 

"그건 자네가 아직 충분한 지각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야. 이젤록과 록솔라는 백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우주에서 보면 거의 보이지도 않네. 우주 어디에도 그보다 밝은 곳은 없는데 말이야. 이 곳이 원시 행성이라는 걸 되새겨보게. 저 아래 지적생물체가 있다는 건 인정하겠지만 아직 하이퍼 드라이브도 만들지 못하고 허덕이는 종족이 이젤록보다 열 배나 더 큰 도시를 만들 수 있겠나?

 

"모르겠네요." 올그렌이 부루퉁하게 말했다. "하지만 달빛에 비춰보면 저 불빛들은 도시를 짓기에 딱 좋은 곳에 모여 있어요. 해안가나, 강가 같은 곳이요."

 

란시스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 녀석과 뭘 하는 건가 토그람? 저 녀석은 마치 자기가 모든걸 다 안다는 듯이 행동하지. 도무지 들어먹질 않아. 자네 젊을 적과 똑같지 않나?"

 

"내 족부(族父)께서 날 깨우쳐 주실 때까지는 말이야. 어찌됐든 벌써부터 헛 기대를 품을 필요는 없네. 곧 비행정들이 루오프를 데리고 내려가면 어찌될지 알 수 있겠지." 그는 코를 킁킁대며 웃다가 불현듯 정신을 차렸다. 토그람은 부디 젊었을 적의 자신이 올그렌처럼 순진해 빠지지 않았기를 빌었다.

 

 

 

 

 

 

"외계함선 하나가 레이더에 잡혔다." SR-81의 조종사가 보고했다. "놈은 80000 미터 상공에서 계속 하강하고 있다." 그는 기수를 올려 작전 상승 한도까지 고도를 높였다. 지금 대기권에 들어오는 우주선의 반절쯤 되는 고도였다.

 

"맙소사 제발, 사격하지 마라." 지상관제소가 명령했다. 이는 그가 이륙할 때부터 지휘부가 명령한 것이지만, 고관들은 그가 이 명령을 잊어버리도록 놔두지 않을 셈이었다. 그는 그들에게 뭐라 할 수가 없었다. 호전광 멍청이 하나가 전 인류를 영원히 파멸시킬 수도 있으니까.

 

"외계 선박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조종사가 조종석 전면에 방사되는 디스플레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잠시 후 그가 덧붙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거 진짜 웃기게 생기는 배로군. 날개는 어디 갔어?"

 

"우리도 영상이 잡힌다." 지상 관제사가 말했다. "저들은 대기권내 장비에도 우주선과 같은 추진 방식을 사용하는 게 분명하다. 부양 기능과 추진기능을 동시에 제공하는 듯 한데, 일종의 반중력 기술인 것 같다."

 

외계 함선은 다른 지상 신호들도 완전히 무시했듯이 여전히 SR-81을 무시하고 있었다. 우주선이 점차 하강하는 동안 SR-81은 그 아래에서 원을 그리며 공중급유기로 재급유를 하러 갈만큼 오래 기다리지 않길 빌었다.

 

"한 가지 답은 나왔군." 그가 지상에 연락했다. "저건 전투함이다." 평화적인 목적을 가진 장비라면 절대로 동체에 노려보는 눈을 그려 넣거나 동체 아래쪽에 송곳니가 잔뜩 돋은 으르렁거리는 입을 그려 넣지는 않는다. 미공군 공격기들이나 저런 마킹을 그려 넣는다.

 

마침내 외계인들은 SR-81이 빙글빙글 맴돌고 있는 고도까지 내려왔다. 파일럿은 다시 지상으로 연락했다.

 

"저 외계 항공기 앞을 가로질러도 되겠는가?" 그가 물었다. "아마 저기 있는 모두 자고 있는 모양인데, 내가 한 번 깨워보겠다."

 

긴 침묵이 지난 뒤에야 지상 관제소는 간신히 이에 동의했다. "적대적인 행위는 금한다." 관제사가 경고했다.

 

"내가 뭘 할거 같은데, 가운데 손가락이라도 치켜들 것 같냐?" 파일럿이 중얼거렸지만 무전기는 꺼져 있었다. 조종사는 우주선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으로 가기 위해 SR-81을 끌고 길고 느린 턴을 수행했다. 그는 가속으로 인해 조종석으로 밀려났다. 비행기의 카메라 덕에 그는 작고 조그만 방풍창 뒤에 앉아있는 외계인 조종사를 잠시 엿볼 수 있었다.

 

저 별 너머에서 온 존재도 그를 본 것이 틀림없었다. 그 외계인은 깜짝 놀란 아기 사슴처럼 움찔했다가 만일 SR-81 파일럿이 따라 했다면 그를 여압실의 핏빛 얼룩으로 바꿔 버릴만한 기동을 펼쳤다. 우선 SR-81이 그런 기동을 할 수 있는가는 차치하고 말이다.

 

"추격하겠다!" 파일럿이 외쳤다. 지상 관제소가 비명을 질러댔지만 조종간을 쥔 건 그 자신이었다. 지금 애프터버너가 가하는 압력에 비하면 이전에 느꼈던 압력은 애정 어린 토닥거림에 불과했다.

 

외계 우주선보다 훨씬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된 덕에 SR-81은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었지만, 그게 그리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우주선의 파일럿이 SR-81을 볼 때마다 외계 우주선은 그리 힘든 일도 아니라는 듯 공중에서 춤을 췄다. SR-81의 파일럿은 마치 도끼로 나비를 잡아 죽이려는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그 좌절감에 덧붙여 연료 경고등에 불이 들어왔다. 그의 비행기는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면에 있는 얄팍한 대기를 가르고 날아가도록 설계된 것이지, 저 외계인이 날아다니는 것처럼 밀도 높은 공기에서 춤을 추라고 설계된 기체가 아니었다. 그는 욕설을 뱉고서 뒤로 물러났다.

 

그 후 SR-81이 공중급유기에서 항공유를 퍼먹는 동안, 조종사는 만일 자신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해보았다. 분명히 미사일을 쏠만한 완벽한 기회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 생각을 자기 마음 속에 꽁꽁 감춰두고 있었다. 만일 상관들이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을 때 벌어질 일은 생각하기만 해도 정말 소름 끼치는 일이었다.

 

 

 

 

 

 

토그람이 장교회의에서 돌아오자 병사들이 둥그렇게 그를 에워쌌다. "대위님, 어떻게 됐습니까?" "루오프가 살아 있습니까?" "아래 쪽은 어떻답니까?"

 

"루오프는 살아있다 제군들!" 토그람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토그람의 중대원들의 환호성이 막사 벽에 부딪쳐 귀가 멍멍할 정도로 울렸다. "우린 강하한다!" 그들은 함성을 질렀다. 병사들의 귀는 흥분으로 높이 섰다. 몇몇 병사들은 깃털 장식된 모자를 악취로 가득한 공기 중에 흔들었다. 하지만 대위와 같은 이들은 짚 더미에 올라앉아 무기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저 아래 토착민들이 얼마나 위험할 것 같습니까 대위님?" 털이 회색으로 바랜 링구아라는 고참병이 토그람에게 와서 물었다. "비행정 조종사들이 뭔가 황당한 걸 봤다고 들었습니다만."

 

토그람은 더 활짝 웃었다. "천국과 지옥에 걸고, 링구아 자네는 행성 강하 전에 들리는 소문을 신경 쓸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알지 않나?"

 

"그러길 바랍니다 대위님." 링구아가 말했다. "하지만 저 토착민들에게는 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참 이상도 합니다." 토그람이 답하지 않자 고참병은 멍청한 소리였다는 듯 고개를 젓고서 단도의 날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가급적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주의하며 대위는 한숨을 내쉬었다. 토그람은 대체 그 자신을 믿어야 할지, 조종사의 보고를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 중력 조작도 할 수 없는 토착민들이 비행기계를 만들 수 있단 말인가? 토그람은 중력조작을 개발하기 전에는 뜨거운 공기를 채운 열기구로 비행했다는 종족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열기구 따위로는 그 토착민 비행정이 날아오른 만큼의 고도로 올라설 수는 없었다. 게다가 열기구로는 그 조종사가 열이 올라 주장했던 대로 격렬한 기동을 하기는커녕 방향을 바꿀 수도 없다.

 

만일 그가 틀렸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란시스크가 놀렸던 만큼 커다란 도시가 있다는 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겠는가? 저렇게 공간이 적은 곳에 저리도 큰 도시가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다른 함선들이 보낸 등불 신호 역시 자기 정찰선들도 똑같이 있음직하지 않은 일을 보았다고 전해왔다.

 

뭐,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 종족들이 소풍 나온 ‘레포’들만큼 많다고 해도 문제될 것은 없었다. 이는 그저 록솔라인들에게 충성을 바칠 신민들이 더 많아졌다는 뜻에 불과했다.

 

 

 

 

 

"이건 완전 낭비야." 빌리 콕스는 어깨에 더플백을 걸친 채로 대기중인 트럭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며 아무나 들으라는 듯 말했다. "괜히 외계인들에게 되지도 않는 유세 떨지 말고 두 손 활짝 벌려서 친절히 환영해줘야 한다고."

 

"니가 말해봐 교수씨." 산토스 아모로스 중사는 그의 뒤에서 씩 웃었다. "나로 말하자면, 광스모그로 가득 찬 L.A의 여름 한낮을 맞이하는 것 보다는 에어컨이 돌아가는 막사에 엉덩이를 붙이고 싶다고. 니가 대통령이 아니라 스펙-1 부대원이라는 게 거지같이 아쉽구먼. 니가 대통령이라면 놈들을 상대하는 대신에 니 꼴리는 대로 명령했을 거 아니야."

 

콕스는 그게 이치에 맞는 소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콕스는 2차 시리아 분쟁 때문에 몸집을 불리기 시작한 군대에 끌려가기 이전에는 정치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그는 칙칙한 올리브 색 트럭의 병력 탑승실로 들어가려고 껑충한 몸을 마치 잭나이프 접듯 몸을 숙여야 했다. 트럭 좌석은 너무 딱딱하고 지나치게 가까이 붙어있었다. 게다가 트럭 안에는 적절한 수보다 훨씬 많은 병사들이 우겨 들어가 있었다. 흔한 군바리다운 사고 방식이로구먼. 콕스는 진저리를 쳤다.

 

트럭이 가득 차고 바이오 디젤 엔진에 시동이 걸렸다. 흑인 병사 하나가 카드를 펼치고는 판을 벌일 사람 다섯 명을 뽑는다고 했다. 어리버리한 신병 둘이 콕스와 함께 카드 판에 끼어들었다. 콕스는 상당한 돈을 들이붓고서야 판 자체가 망할 수 밖에 없는 판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 흑인 병사는 기분 나쁘게 씨익 웃더니 카드를 섞기 시작했다.

 

촤르륵! 카드를 섞는 그 모습은 너무나 위엄차서 트럭에 타고 있던 모든 이가 고개를 돌릴 정도였다. “야, 너 카드 만지는 법은 어디서 배웠냐?” 원래 이름은 짐이지만 모두가 주니어라고 부르는 병사가 그 흑인 병사에게 물었다.

 

“베가스에서 블랙잭 딜러로 일했지.” 촤르륵!

 

“야 주니어.” 콕스가 불렀다. “그 소리 들으니 갑자기 내 10달러를 돌려받고 싶어 지는데.”

 

“염병할, 나도 그래 친구.” 주니어는 카드가 움직이는 모습을 마치 자기 목숨이라도 달린냥 노려보며 말했다.

 

콕스가 탄 트럭은 북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콕스가 탄 트럭은 다른 수많은 트럭과 보병전투차량, 경전차들로 이루어져 1마일은 족히 뻗어있는 호송대의 일부였다. 연대 전체가 로스 엔젤레스로 향한 뒤 중대 단위로 찢어져 북적거리는 도시 전역에 흩어질 계획이었다. 콕스는 그 계획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굳이 외계인들과 낯짝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낮아질 테니까.

 

“샌디 중사님.” 콕스가 옆자리에 처박혀있던 아모로스 중사에게 말을 걸었다. “설령 제가 틀렸고 외계인이 우호적이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우리 무기로 대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완전 코끼리를 안전핀으로 잡겠다는 소리잖습니까?”

 

“이봐 교수 씨. 내가 이미 말했지만 정부가 나보고 머리를 쓰라고 월급을 주는 게 아니야. 너도 마찬가지고. 그건 됐다 쳐도 말이지, 중위님이 내게 명령하면 나는 거기 따르고, 내가 네게 명령하면 넌 거기 따르기만 하면 돼. 그럼 된 거잖아?”

 

“알겠습니다.” 콕스가 대답했다. 샌디는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사관은 부사관이었다. 콕스는 자기 부츠 사이에 놔둔 네오 아말라이트 소총이 쓰잘데 없는 물건처럼 느껴졌다. 헬멧과 방탄복도 스트리퍼들이 입는 망사옷처럼 얄팍하고 쓸모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불굴함이 대기권으로 진입하자 조타수 돔 바깥의 하늘도 점차 검은 색에서 짙은 푸른색으로 변해갔다. “저기입니다.” 올그렌이 어느 한 지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가 우리가 착륙할 지점입니다.”

 

“이렇게 높은 고도에서는 알아보기 힘든데.” 토그람이 한마디 했다.

 

“올그렌, 망원경을 대위에게 넘겨.” 란시스크가 말했다. “곧 있으면 자기 중대로 돌아갈 테니까.”

 

토그람이 툴툴댔다. 그건 단지 아무 생각 없이 말한 게 아니라 뼈가 숨어있는 말이었다. 그렇긴 해도 토그람은 접안렌즈에 눈을 가져다 댄 것 만으로도 다시 행복해졌다. 마치 땅이 그를 향해 뛰어오르는 것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바다가 뒤집혀 보이자 약간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약간 시간이 흐르자 그도 결국 망원경의 뒤집힌 상에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토그람은 단순히 경치구경 하는 것에는 흥미가 없었다. 그는 불굴함에 탄 그의 부하들과 다른 병사들이 토착민에 맞서 교두보를 세우고 이를 지켜내기 위해 미리 착륙지의 지형을 알아둬야 했다.

 

“저 지점이 꽤 괜찮아 보이는군.” 토그람이 말했다. “도시 동쪽, 아니, 서쪽 지역의 건물들 한가운데 녹지가 있네. 저 지점이라면 착륙하기 좋을 거야. 주둔지나 지원병력들 강하 기지로도 적격이고 말이야.

 

“어디 한번 보지.” 란시스크가 팔꿈치로 토그람을 밀치며 말했다. “흠, 그래, 자네가 말한 자리가 어디인지 보이는군. 나쁘진 않아. 올그렌, 와서 이것 좀 봐라. 전쟁관님 자리에서도 망원경으로 여길 다시 찾을 수 있겠지? 그럼 가서 그분께 저 지점을 보여드려라. 우리 착륙 지점으로 제안한다고 말씀 드려.”

 

조타수의 조수는 허겁지겁 달려나갔다. 란시스크는 다시 접안렌즈를 향해 몸을 굽혔다. “흠.” 란시스크가 재차 말했다. “저 아래 건물들이 꽤 높군. 안 그런가?”

 

“내 생각도 그렇네.” 토그람이 말했다. “저 아래 도로가 꽉 차있더군. 저 토착민들은 도로를 포석으로 덮는데도 엄청나게 공을 들인 모양이야. 도로에 먼지가 보이지 않으니 말이야.”

 

“이거 참 값진 정복이 되겠는걸.” 란시스크가 말했다.

 

그때 무언가 금속으로 만들어진 날아다니는 포식종처럼 생긴 것이 순식간에 관측창을 스치고 지나갔다. “신들이시여! 저 토착민들 비행정을 가지고 있잖나? 자네도 봤지?” 토그람이 말했다. 비행정의 조종사가 그리도 강력히 주장했음에도 토그람은 내심 직접 보기 전까지 그 말을 믿지 않고 있었다.

 

토그람은 란시스크의 귀가 안절부절 못하며 떨리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제야 토그람은 자기가 관측실에 너무 오래 있었다는 걸 깨닫고 방광충 램프를 집어들어 자기 부하들에게로 되돌아갔다.

 

부하 중 몇 명은 토그람이 부하들에게 관심이 없다고 화가 난 얼굴이었지만, 그가 이제 그들이 강하할 지점에 대해 최대한의 정보를 전달하자 곧 환호가 돌아왔다. 평범한 병사들에게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정보보다 더 소중한 건 없는 법이었다. 토그람이 없을 때 병사들 나름대로 지금 상황이 어떤지를 추측해보았지만, 일은 그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재미있게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그러던 중 복도에서 상황병이 달려왔다. ”토그람 대위님, 대위님 중대는 3번 에어락에서 강하한다고 하십니다.”

 

“3번 에어락” 토그람이 되뇌이자 상황병은 다른 지상부대 지휘관들에게 명령을 전파하려고 달려나갔다. 대위는 깃털 모자를 썼다. 그의 머리에 달린 깃털은 병사들이 전투 중에 그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새빨간 색이었다. 토그람은 마지막으로 권총을 점검하고 다른 병사들에게로 무기를 점검하라고 명령했다.

 

악취나는 어둠은 불굴함의 선내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내부 에어락 역시 압박하고 있었지만, 어찌됐든 이곳은 다른 곳보다 견디기 쉬웠다. 곧 에어락의 격문이 열릴 테고 신선한 바람이 그의 모피 사이로 흐를 것이다. 그는 달콤하고 신선한 공기를 맛보며 태양빛을 즐길 것이다. 이제 토그람은 전투를 통해 새로운 토착민들에 맞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것이다.

 

불굴함의 비행정이 모선에서 발진하자 토그람은 약간 철렁하는 기분을 느꼈다. 이번에는 루오프를 함께 태우지는 않았지만, 머스킷총병들의 공중사격에 이어 화약을 채운 병을 떨어뜨려 폭파시키는 것으로 토착민들을 겁에 질리게 만들 것이다. 록솔라인들은 항상 자신들의 첫 인상을 야만적이고 무시무시하게 보이도록 노력했다. 공포는 군세의 위력을 두 배로 만들었다.

 

다시 철렁하는 기분이 느껴졌다. 처음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들은 하강하기 시작했다.

 

 

 

 

 

 

그림자가 UCLA 캠퍼스를 뒤덮기 시작했다. 주니어는 목을 길게 빼며 “저 모선 크기 좀 보라고!”라고 말했다. 우주선이 내려온 이후로 주니어는 5분 내내 그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 때마다 빌리 콕스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입안이 바싹 마른 채로 빌리 콕스는 소총의 플라스틱 손잡이와 차가운 총신을 꼭 쥐고 있었다. 저처럼 오연히 내려오는 덩치 큰 우주선에 대항하기에 그가 쥔 네오 아말라이트 소총은 무력하기 이를 데 없었다. 외계인의 비행기계들은 고래 옆에 붙은 피라미처럼 모선 주변에 떠있었다. 그것들에 비하면 주변을 맴도는 미 공군의 비행기들은 그저 하찮아 보일 뿐이었다. 공군기 제트엔진이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지상에 있는 군인과 시민들의 귀를 괴롭혔다. 반면 외계인의 엔진은 무시무시하리만치 조용했다.

 

우주선은 신 로이스 전당과 신 헤인즈 전당, 신 킨제이 전당, 신 파웰 전당 사이에 있는 개활지에 착륙했다. 2034년 지진으로 무너진 뒤 다시 지은 그 붉은 벽돌로 된 이층 건물 중 어느 것도 높이 솟은 외계인 함선에 비할만한 건 없었다. 콕스는 외계인 함선에 깔린 묘목들이 그 무게를 못 이겨 박살이 나는 소리를 듣고서 5년 전 옛 전당과 함께 지진으로 사라진 커다란 나무들이었다면 저 외계인 우주선에 버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놈들이 착륙했다. 이제 우리도 움직인다.” 셧튼 중위가 명령을 내렸다. 그는 목소리에서 동요를 감추지 못했지만, 어찌됐든 우주선 남쪽으로 저벅저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소대원들은 중위를 따라 딕슨 미술 센터와 신 번치 전당을 지나쳤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빌리 콕스는 이 캠퍼스를 맨발로 걸었다. 하지만 지금은 부츠 소리가 콘크리트를 울리고 있었다.

 

콕스의 소대는 도드 전당 앞에 자리잡아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우주선을 마주 보았다. 작은 산들바람이 어린 나뭇잎을 간질였다. 이 나무들은 언젠가 지진으로 잃은 준목들을 대신하리라는 희망을 품고 심었던 나무들이었다.

 

“할 수 있는 최대로 엄폐하고 있도록.” 셧튼 중위가 조용히 명령했다. 소대원들은 화단으로 들어가 알량한 나무 줄기 뒤에 몸을 파묻었다. 힐가드 가에 배치된 보병 전투 차량들이 적절한 사선을 찾아 움직이며 디젤 엔진 소리를 울렸다.

 

이건 완전 낭비야. 콕스는 씁쓸히 생각했다. 만일 외계인과 친구가 될 생각이라면, 그들이 위험하게 생각할 일은 결코 해선 안됐다.

 

그래도 최소한, 뭔가는 할 생각이 있는 모양이었다. 대표단이 머피 전당에서 나와 우주선 앞에 있는 행정건물의 백기 뒤로 느릿느릿 걸어갔다. 대표단의 수반은 로스 엔젤레스 시장이었다. 대통령이나 다른 정치가들은 다른 곳에서 바쁘게 일하는 모양이었다. 빌리 콕스는 잔디에 배를 깔고 누워있는 대신 저 대표단의 일원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저 외계인들이 그가 50살쯤 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면, 그에게도 저들의 일원이 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그 때 아모로스 중사가 빌리 콕스를 팔꿈치로 쿡 찔렀다. “야, 저기 좀 봐. 뭔가 일어나려는-“

 

아모로스가 맞았다. 닫혀있던 격문들이 내려와 선내의 공기가 지구의 것과 뒤섞였다.

 

서풍이 불어오자 콕스는 코를 벌렁거렸다. 그는 지금 코로 퍼져온 이상한 냄새를 차마 뭐라 표현할 수가 없었지만, 곧 하수구와 쓰레기 냄새가 뒤섞인 냄새라는 걸 깨달았다. 그가 말했다.

 

“하나님 맙소사, 이건 대체 무슨 냄새람!”

 

 

 

 

 

 

“신들 맙소사, 이건 대체 무슨 냄새람!”

 

토그람이 외쳤다. 외부 에어락 문이 내려갈 때 토그람은 신선한 바깥 공기가 불굴함 내부의 퀴퀴하고 오래된 공기를 대신하리라고 기대했었다. 하지만 바깥공기는 연기 나는 토탄 불구덩이나 심지를 꺼두지 않고 놔둔 램프 같은 냄새가 났다. 게다가 바깥 냄새는 맵고 쓰리기까지 했다! 그는 눈꺼풀을 껌벅여서 눈을 보호하려 했다.

 

“부대, 전진!” 그가 앞서가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여기가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었다. 만일 토착민들이 깡이 좋을 경우에는 록솔라인인들이 배에서 나오자 마자 그들을 공격하려 했다. 그러면 온갖 골치 아픈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비록 하이퍼 드라이브가 없는 대부분의 종족은 이처럼 별들을 넘어 누군가가 찾아오는 것 만으로도 지나치게 위축되지만 말이다. 만일 병사들이 빨리 움직이지 못한다면 모든 건 너무 늦어버린 일이 될 것이다.

 

저 토착민들은 바로 공격하려 들지 않았다. 토그람은 토착민을 몇 명 볼 수 있었지만 그들은 이쪽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토그람은 저들이 얼마나 많은지 확신하지 못했다. 저들의 얼룩덜룩한 피부(혹은 옷?) 때문에 저들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둘째치고 어디 있는지도 알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전사들이 분명했다. 저들이 행동하는 방식과 무기를 들고 있다는 사실 양쪽 모두를 보면 알 수 있었다.

 

토그람의 중대는 익숙한 2열 횡대 진형을 형성했다. 앞줄은 무릎을 꿇고 뒷줄은 서서 앞에 숙인 병사들 위로 머스킷 총을 조준했다.

 

“좋아, 한번 시작해볼까?” 토그람이 기분 좋게 말했다. 저 하얀 깃발 뒤에서 걸어오는 무리들은 토착민 귀족들임이 틀림없었다. 저들은 완전히 다른 복장을 입고 있는걸 봐서 대위가 본 얼룩덜룩한 무늬는 옷이 분명했다. 저 무리들은 이상하게도 목 근처의 좁은 부위를 제외하면 어두침침한 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토착민들은 록솔라인인들보다 크고 마른 체형에, 주둥이가 짧았다.

 

“링구아!” 토그람이 중대 우익 분대를 맡고 있는 고참병을 불렀다.

 

“예, 대위님!”

 

“자네 병사들은 우측면을 처리한다. 명령이 떨어지면 거기 있는 토착민들의 지도자들을 제거하도록. 그러면 나머지들의 사기도 떨어질 테니 말이야.” 토그람이 표준 전투 교리대로 명령을 내렸다.

 

“화약 심지 준비!” 토그람이 말하자 록솔라인인들은 불붙은 심지를 머스켓의 점화구에 가져가 댔다. “조준!” 총들이 아주 살짝 움직였다. “사격!”

 

 

 

 

 

 

“테디베어잖아!” 샌디 아모로스가 외칠 때 콕스의 머릿속에도 똑같은 생각이 튀어 올랐다. 우주선에서 나온 생물체들은 둥글둥글하고 갈색에 털이 복슬복슬한데다, 주둥이가 길고 큰 귀까지 달려 있었다. 하지만 테디베어들은 보통 무기를 들고 나오지 않는 법이다. 콕스 생각에, 어지간하면 테디베어들은 하수구 냄새가 나는 곳에서 살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저 냄새가 외계인들에게는 향수 같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일 그렇다면 저들과 지구인들이 잘 지내는데 좀 문제가 될듯싶었다.

 

콕스는 테디베어들이 자리를 잡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무리 봐도 저들이 자리잡는 모습은 시장과 수행원들을 위해 의장대를 사열하는 모습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콕스는 그 모습이 어쩐지 익숙하게 느껴졌다. 왜인지는 몰랐지만 말이다.

 

결국 그는 그 모습을 어디서 보았는지 떠올렸다. 만일 UCLA가 아니라 다른 곳이었다면 콕스는 둘 사이의 연관성을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빌리 콕스는 16세기 유럽 열강의 발전을 수강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는 수업에서 유럽의 왕들이 전문적인 상비군을 창설한 것이 역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배웠다. 초기 상비군들은 이런 모습으로 진화했다.

 

정말 웃기지도 않는 우연이었다. 그가 상사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려고 할 때, 세계가 폭발했다.

 

외계인의 총에서 불길이 일어나더니 엄청난 양의 연기가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콕스의 귀에 뭔가 성난 말벌이 붕붕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양쪽에서 악을 쓰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시장의 대표단 대부분은 쓰러져 있었다. 일부분은 쓰러져 있고, 나머지는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우주인들이 총격을 가한 뒤 얼마 지나 또 다른 총격이 도드 홀의 벽돌 벽에 몰아쳤다. 뭔가의 부스러기가 콕스의 목 뒤를 맞췄다. 바람에서는 콕스가 몇 년 전에나 맡아보았던 불꽃놀이 냄새가 났다.

 

 

 

 

 

 

“재장전!” 토그람이 외쳤다. “다시 일제사격 한 뒤 착검돌격을 시작한다!” 병사들은 화약을 잰 뒤 둥근 탄환을 총구로 밀어 넣으며 미친 듯이 움직였다.

 

 

 

 

 

 

“그래, 해보자 이거지!” 아모로스가 외쳤다. “놈들을 쏴서 벽에 박아버려!” 중사의 새끼 손가락 끝부분이 떨어져 나갔지만 그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듯 했다.

 

이미 콕스의 네오 아말라이트 소총은 울부짖으며 구리 탄피를 줄기차게 뱉어대고 있었다. 반동이 그의 어깨를 마구 강타했다. 콕스는 탄창을 갈고 또 갈아 끼우며 호스로 물을 뿌리듯 소총을 갈겼다. 탄환 하나가 빗맞더라도, 다음 탄환은 적을 물어뜯을 것이다.

 

다른 소대원들도 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콕스는 캠퍼스 다른 곳에서도 자동화기 소리와 함께 로켓발사기와 야포의 묵직한 소리가 함께 울리는걸 들었다. 외계인이 만들어낸 게 아닌 연기가 그들의 함선과 병사들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한 두 발의 사격이 소대를 향해 날아왔고, 점점 그 수가 줄어들었다. 그 수가 너무나 줄어들었다는 걸 알아챈 콕스는 믿어지지 않는 충격에 중사에게 외쳤다. “이건 공평하지 않습니다!”

 

“좆까!” 아모로스가 다시 소리쳤다. “저 새끼들은 지 잘나서 날뛰다가 목숨 건질 기회를 날려 버린 거라고. 저 새끼들이 한 짓 중에 좋은 건 시장을 갈겨버린 것뿐이야. 그 늙은 또라이는 항상 마음에 안 들었어.”

 

 

 

 

 

 

그 거친 타타타 하는 소리는 지금껏 토그람이 들어온 어떤 총성과도 비슷하지 않았다. 총성은 너무나 빨리 반복되면서 무시무시한 소음의 악보를 그려냈다. 게다가 만일 토착민들이 그의 병사들에게 총격을 가하고 있다면 대체 총격에 뒤따라올 짙고 숨막히는 화악 연기가 어디 갔단 말인가?

 

그는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가 아는 것은 다만 그의 중대가 곡물을 낫으로 베듯 쓸려나간다는 사실뿐이었다. 그 옆에 있던 병사는 단번에 총알 세 방을 얻어맞고 볼썽사납게 쓰러졌다. 마치 몸이 어느 방향으로 쓰러져야 할지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처럼 말이다. 다른 병사는 소름 끼치게도 머리 위쪽이 사라져 있었다.

 

대위가 명령했던 일제사격 명령은 이제 난산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병사들 중 일부는 토착민들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태양이 병사들의 길고 잘 닦여있는 총검에 반사되어 용맹히 번쩍였다. 그들 중 누구도 쓰러지기 전 여덟 걸음을 채 걷지 못했다.

 

링구아는 눈에 공포를 담은 채로 토그람을 바라보았다. 그의 귀는 뒤로 젖혀져 머리에 딱 붙어 있었다. 대위는 그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저들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링구아가 울부짖었다.

 

토그람은 그저 힘없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시체 뒤로 뛰어들어 적에게 권총 한 발을 발사했다. 아직 기회는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이 마귀 같은 외계인들이라 한들 공습에도 버틸 수 있을까?

 

비행정이 토착민들을 덮쳤다. 머스킷총병들이 총안구에서 불을 뿜고는 재장전을 위해 물러섰다.

 

“창년의 자식놈들아 이거나 처먹어라!” 토그람은 커다랗게 외쳤지만 주먹을 쳐들지는 않았다. 그런 행동이 위험하다는 사실은 이미 그도 깨닫고 있었다.

 

 

 

 

 

 

“공습이다!” 아모로스 중사가 으르렁댔다. 아직 포복하지 않은 병사들은 서둘러 고개를 땅에 처박았다. 콕스는 전투의 소음을 뚫고 울려 퍼지는 부상병들의 고통의 신음소리를 들었다.

 

코튼마우스 미사일 운용병들이 견착식 대공 미사일을 외계 비행 기계를 향해 발사했다. 저 파일럿은 분명 고양이 같은 반사신경을 가진 모양이었다. 그는 공중에서 게걸음을 걷듯 기체를 조작했다. 지구에서 만든 비행체 중 어떤 것도 저런 성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코튼마우스 미사일은 비행기계를 살짝 스쳐 지나갔다.

 

비행정이 도자기 같은 걸 떨어뜨리자 땅이 폭탄이 터진 것처럼 울렸다. 귀가 멍멍해진 빌리 콕스는 욕을 내뱉었다. 더 이상 싸움이 공평하지 않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비행정 조종사는 그의 뒤에 F-29 전투기가 따라붙은 건 알아차리지 못했다. 미 공군 전투기는 1마일도 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서 미사일을 두 발 발사했다. 적외선 추적장치는 박살낼 거리를 찾지 못했지만, 미사일 그 자체는 레이더가 유도하는 대로 비행정을 쫓아가 내려 꽂혔다. 미사일의 폭발에 콕스는 얼굴을 땅에 파묻고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이건 전쟁이 아냐. 그가 생각했다. 뭐가 어떻게 되는지 볼 수도 없고, 거의 들리지도 않았어. 그런데 우리편이 이기고 있어. 지는 쪽은 대체 어떻게 느끼겠어?

 

 

 

 

 

 

토착민의 항공기가 비행정을 격추하기 시작하자 토그람의 심장에서 희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불굴함의 비행정들은 그리 오래 버티지 못했다. 그들은 공격을 피할 수는 있었지만 록솔라인인들의 지상군보다도 적에 대한 반격능력이 떨어졌다. 더군다나 비행정은 아래쪽이나 뒤쪽처럼 조종사의 사각지대에서 들어오는 공격에 소름 끼치도록 취약했다.

 

모선이 다시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지만, 움직이는 요새 같은 것의 대응 사격을 맞고서 순식간에 침묵했다. 그것들이 이 공원 같은 곳 바깥의 거리에 진을 친 모습이 어슴푸레 보였다.

 

첫 포탄이 적중하자 운 없는 대위는 불굴함의 다른 대포가 포탄을 쏘는 거라고 잠깐 생각했다. 하지만 폭발음은 예상과 달리 묵직한 탄환이 목표에 틀어박히는 소리와 비슷했다. 뜨거운 금속 파편이 토그람의 손에서 떨어져 땅으로 떨어지자 그는 대포가 폭발한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함선의 상부구조에서 더 큰 폭발이 일어나더니 진흙이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그는 이 진흙도 토착민들의 마귀 같은 무기들 중 다른 하나일 것이리라고 착각했다.

 

그때, 무언가 커다랗고 단단한 것이 대위의 목 뒤를 강타했다. 세상은 빙빙 돌면서 어둠으로 가라앉았다.

 

 

 

 

 

 

“사격중지!” 그 명령은 먼저 후방포대로 전달된 뒤 최전방 보병부대에게 전해졌다. 빌리 콕스는 소매를 들어 시계를 바라보았다. 믿어지지 않았다. 이 모든 전투가 고작 20분도 채 지나지 않는 시간에 끝났다.

 

그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셧튼 중위는 관상용 야자수 뒤에서 일어섰다. “이제 일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보자고.” 그가 말했다. 중위는 언제라도 소총을 쏠 수 있는 자세로 천천히 우주선을 향했다. 이제 우주선은 그저 연기 나는 잔해더미에 지나지 않았다. 주변 건물도 별 다를 게 없었다. 대지진으로 무너진 옛 건물들도 끔찍한 피해를 입었었지만 새 건물들이 입은 피해도 그리 낫다고는 할 수 없었다.

 

외계인의 시체가 잔디밭을 뒤덮었다. 밝은 초록 풀들 위로 튄 피는 인간의 것과 다를 바 없이 새빨갰다. 콕스는 외계인의 권총을 주우려 고개를 숙였다. 회색 나무로 된 개머리판 위로 전투 장면이 새겨진 아름다운 물건이었지만, 빌리 콕스는 그게 적어도 2백 년쯤 옛 시절에나 썼을 단발 화기라는걸 알아차렸다. 그는 이 상황이 얼마나 괴상한지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모로스 중사가 죽은 외계인 옆에 떨어져 있던 원뿔형 물체를 집어 들었다. “이 씹할 것은 또 뭐야?” 그가 물었다.

 

콕스는 다시 한번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에 사로잡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거 화약 넣는 뿔통입니다.” 그가 말했다.

 

“그 영화에 나오는 거 말이야? 개척자나 뭐 그 따위 놈들처럼?”

 

“바로 그겁니다.”

 

“염병할.” 아모로스가 감정을 실어 말했다. 콕스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 소대원들과 함께 두 사람은 부숴진 배로 향했다. 외계인들 대부분인 지구인들에게 사격을 하려다 여전히 2열로 늘어선 채로 죽어있었다.

 

다른 시체 뒤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무시무시한 싸움에 맞서 명령을 내리려다가 쓰러진 것으로 보이는 새빨간 깃털을 단 장교가 있었다. 그때, 콕스는 그 장교가 마치 인간이 기절했다가 정신을 차리는 것처럼 신음하면서 몸을 움찔거리는 걸 보고 기겁해서 외쳤다. “저거 잡아야 합니다! 저 놈 살아있습니다!”

 

몇 명이 정신을 차리던 외계인에게 뛰어들었다. 놈은 너무 얼떨떨해서 맞서 싸우지도 못하는 모양이었다. 병사들은 우주선들은 우주선에 난 구멍을 살펴보다가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했다. 그들은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외계인들의 함선은 인간이 만든 그 어떤 우주선도 비교할 수 없으리만치 거대했고, 완전히 박살이 나긴 했지만 내부에는 생존자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항상 그렇듯, 병사들은 그런 재미있는 부분을 오랫동안 즐기지 못했다. 그들은 불과 몇 분 후에 헬기에서 특수부대들이 내려오기 시작하자 자리를 비켜줘야 했다. 그들은 무시무시한 소음을 일으키며 병사들을 물러서게 했다. 그러고는 소대원들이 잡았던 포로까지 자기들이 잡아서 끌고 갔다.

 

아모로스 중사는 자기들이 사로잡은 외계인을 특수부대가 데려가는 모습을 일그러진 얼굴로 지켜보았다. “어차피 이렇게 될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샌디 중사님.” 콕스가 그를 달랬다. “우리야 뭐 더러운 일이나 하고 모든 걸 싹 치운 뒤에야 훈장쪼가리 받는 신세 아니겠습니까?”

 

“그래, 근데 그 반대였다면 진짜 쩔었을 거 같지 않냐?” 아모로스가 메마르게 웃었다. “'꿈도 꾸지 마십쇼’ 같은 소리 하려면 집어쳐. 알고 있으니까."

 

 

 

 

 

 

뒤로 쓰러져 누워있던 토그람은 일어나면서 무언가 잘못된 됐다는 걸 느꼈다. 록솔라인인들은 항상 엎드려서 자기 때문이다. 잠시 동안 그는 자기가 어디에서 뭘 했는지 떠올리려 했다. …전날 밤에 너무 술을 많이 마셨나?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보니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 

 

그때 그의 기억이 돌아왔다. 그 저주받을 토착민들과 귀신들린 무기들! 결국 동포들이 적들을 물리치고 격퇴한 건가? 그는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전쟁의 여주인이신 에디에바께 봉해진 밝은 램프를 향해 항상 고개 숙이리라고 다짐했다.

 

그는 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거기에 익숙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누운 침대부터 시작해서, 저 위에 태양처럼 밝게 빛나면서도 연기가 나거나 깜박거리지도 않는 광원도 그랬다. 아니다. 토그람은 더 이상 록솔라인인들이 싸움에서 이겼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의 등줄기로 두려움이 얼음처럼 자리를 잡았다. 토그람은 자기 종족들이 포로에게 어떤 처우를 내리는지 잘 알고 있었고, 우주의 다른 종족들은 더 끔찍한 짓도 한다는 이야기도 들어 알고 있었다. 토그람은 자신을 사로잡은 종족들이 얼마나 끔찍한 고문법을 만들었을지 생각하자 몸이 떨렸다.

 

그는 잠시 비틀거렸다가 침대 끝에서 자기 모자와 불굴함에 있던 게 분명한 훈제 고기, 그리고 유리도, 도기도, 금속도, 하다못해 가죽도 아닌 이상한 재질로 만들어진 투명한 병을 발견했다. 그게 뭐든지 간에 너무 부드럽고 유연해서 무기로 삼기는 어려울 듯 했다.

 

병에는 물이 들어있었다. 불굴함에 있던 물은 아닐 것이다. 그건 이미 오래돼서 퀴퀴한 맛이 나기 시작했다. 이 물은 차갑고 신선한데다 정말로 깨끗해서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물은 오로지 몇몇 산의 샘물에서나 느껴본 맛이었다.

 

그 때 경첩이 소리 없이 움직이며 문이 열렸다. 그러고는 토착민 둘이 걸어 들어왔다. 한 명은 키가 작았고 하얀 코트를 입은 여성이었다. 만일 저 가슴께 튀어나온 게 유방이라면 말이지만. 다른 하나는 토착민 전사들이 입는 것과 같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위장무늬는 없었다. 그는 소총일 게 분명한 물건을 들고 있었고, 신들께서 저주하실 만한 일이지만, 그를 엄청나게 경계하고 있었다.

 

토그람에게는 놀랍게도 여성이 책임자였다. 그리고 다른 토착민은 그저 경호원에 불과했다. 대위의 생각으로는 외계인에게 호기심을 느껴 찾아온 일종의 품행 바르지 못한 공주 같은 것인 모양이었다. 어찌됐든, 토그람에게야 토착민 망나니를 만나는 것 보다는 저 여자를 대하는 게 훨씬 나은 일이었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 토그람에게도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토그람은 의자에 앉으려고 노력했지만 너무 불편해서 앉아 있기가 도리어 힘들었다. 등받이는 너무 낮았고, 넓은 엉덩이와 짧은 다리에는 맞지 않았다. 그는 대신에 바닥에 서있었다.

 

여자는 의자 앞에 있는 테이블에 조그만 상자를 가져다 놓았다. 토그람은 손으로 그걸 가리켰다. “그건 뭐요?” 그가 물었다.

 

그는 그녀가 알아듣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 탓은 아니었다. 그녀가 록솔라어를 알 리가 없을 테니까. 그녀는 대신 이 버튼을 저 버튼을 누르며 상자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토그람은 귀를 뒤로 젖히고 털을 곤두세웠다. 상자가 록솔라어로 “그건 뭐요?”라고 말한 것이다. 얼마 지나서야 그는 그 상자가 자기 목소리로 말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토그람은 주술을 막는 성호를 그리며 주문을 읊었다.

 

여자는 기계에 대고 다시 뭔가를 말했다. 이번에는 그게 그녀의 목소리를 되풀이했다. 그녀는 그걸 가리키며 “녹음기”라고 불렀다. 그녀는 기대에 찬 모습으로 잠시 멈췄다.

 

그녀가 대체 뭘 기대한 것인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저걸 록솔라어로 뭐라고 불러야 하겠는가? “난 내 인생 동안 저런걸 한번도 본 적 없소. 그리고 다시는 저 따위 걸 보지 않기를 바라오.” 그가 말했다. 여자는 머리를 긁었다. 그녀가 기계장치로 그의 목소리를 되풀이하는 동안, 총을 든 병사는 오로지 그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모습으로 벽을 등진 채 서있었다.

 

이런 사소한 언쟁에도 그들은 결국 서로의 언어에 대해 진전을 이루어 냈다. 토그람은 모험으로 가득 찬 삶을 겪으며 수많은 언어를 접해왔다. 이는 토그람이 신분이 낮고 연줄이 얼마 없는데도 대위까지 올라올 수 있던 이유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여자, 자신의 이름을 힐다체스타라고 한 그 여자는 토착민 중에서도 재능 있는 사람이었고, 그 소리상자처럼 무언가를 잊어먹는 일이 없었다.

 

“왜 당신들은 우리를 공격했나요?” 그런 질문을 해도 될 만큼 록솔라어에 진전을 보인 다음 어느 날 그녀가 물었다.

 

힐다체스타의 목소리가 얼마나 정중하던 간에 토그람은 그것이 심문이란 걸 알고 있었다. 토그람 역시 포로들을 상대로 그런 놀이를 해본 경험이 있었다. 인간이 어깨를 으쓱하듯 그는 귀를 떨었다. 그는 항상 대답은 가장 직설적으로 하는 게 옳다고 믿고 살았다. 그건 그가 고작 대위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가 말했다. “당신들이 만들고 키운걸 빼앗아 우리가 사용하기 위해서였소. 그게 아니라면 다른 자들을 정복할 이유가 뭐가 있겠소?”

 

“대체 왜 그런 거에요?” 그녀가 웅얼거리고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의 솔직한 답변이 질문의 맥을 끊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다시 물었다. “어떻게 당신들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걸을, 아니, 제 말은 여행할 수 있으면서 다른 기술들은 그렇게 정체된 거죠?”

 

그의 모피가 분노로 떨렸다.

 

“그렇지 않소! 우리는 화약을 개발했고, 철을 녹여서 강철을 제련할 수 있소! 우리 조타수들은 관측경이 있어 별과 별을 누비며 여행할 수 있소. 우리는 동굴에 모여 앉아 활로 서로를 쏴대는 야만인 따위가 아니란 말이오!”

 

물론 그의 말은 단순하지도 않고 직설적이지도 않았다. 그는 뒤로 물러나 그가 말한 정교한 우회어법을 힐다체스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다. 힐다체스타는 머리를 긁었다. 토그람은 그게 그녀가 당황했을 경우 하는 몸짓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우리는 당신이 말한 모든 걸 수백 년도 전에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누구라도 빛보다 빠른 속도로 걸을, 젠장, 계속 바꿔 말하네, 여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죠. 어떻게 당신들은 그걸 배운 거죠?”

 

“그건 우리 스스로 발견한 사실이오.” 그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리는 다른 많은 종족처럼 우주항해를 하는 다른 종족에게서 그 기술을 배우지 않았소.”

 

“하지만 그걸 어떻게 발견한 건데요?” 그녀는 끈질겼다.

 

“내가 어찌 알겠소? 나는 병사요. 내가 왜 그런걸 신경 써야 하겠소? 그러면 누가 화약을 발명했고, 용광로에서 풀무를 불어 철을 녹일 만큼 불을 키우는 법은 대체 누가 발견했겠소? 그런 일은 그저 일어날 뿐이오. 그게 다요.”

 

그녀는 그날 질문을 일찍 끝냈다.

 

 

 

 

 

 

“이거 굴욕적이네요.” 힐다 체스터가 말했다. “만약 저 멍청한 외계인들이 몇 년만 더 기다렸다면 우리는 우주에 이렇게 많은 세계가 펼쳐졌다는 걸 알기도 전에 우리 스스로를 날려버렸을 거에요. 맙소사, 저 록솔라인이 말하는 걸 보면, 우주의 종족들은 간신히 철을 만들고 우주선을 띄운다면 그에 대해서는 두 번 다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잖아요. “

 

“우주선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죠.” 찰리 에버트가 대답했다. 그는 파사데나의 끔찍한 여름 열기 때문에 넥타이를 주머니에 쑤셔 넣고서 옷깃을 열어두었다. 칼텍의 아테네움은 에어컨을 완전히 가동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다른 많은 기술자나 과학자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외계인과의 접촉을 위해 힐다 체스터 같은 언어학자에 의존해야 했다.

 

“난 그게 잘 이해가 가지 않아요.” 힐다가 말했다. “하이퍼 드라이브와 중력조작 기술이 있는데도 록솔라인들은 뒤떨어져서 거의 원시적인 수준이에요. 그리고 다른 종족들도 분명히 그와 다를 바 없고 말이에요. 그게 아니라면 누군가 그들을 지배하고 있을 테니까 말이죠.”

 

에버트가 말했다. “당신이 한 번 보면 알겠지만, 하이퍼 드라이브는 놀랄 만큼 간단합니다. 연구원들이 입을 모아 말하길 역사상 언제라도 누구의 입에서든 튀어나올 수 있는 이론이라고 하더군요. 가장 맞을법한 추측은 우주 대부분의 종족들이 어쩌다 하이퍼 드라이브를 개발하게 됐고, 한번 개발하게 되면 그들의 모든 창조적인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채광과 성장 쪽으로 흐르게 된다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우리는 그걸 놓쳤죠.” 힐다가 느릿느릿 말했다. “그리고 덕분에 우리 기술력은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고 말이에요.”

 

“그럴 겁니다. 그게 왜 록솔라인들이 전기 제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원자는 그 존재조차 모르는 가에 대한 이유겠죠. 그리고 중요한 건, 하이퍼 드라이브나 중력제어는 전자기 스펙트럼과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게 하는 건 그저 물건들을 여기저기 빨리 옮기는 것뿐이니까요.”

 

“그들에게는 그걸로 충분했던 거죠.” 힐다가 말하자 에버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지구에는 90억명 가까운 사람들이 낑겨들어가 있고, 그 중 반이 굶주리고 있다. 그런데 지금, 갑자기 이들이 뻗어나갈 장소와 방법이 생겨난 것이다.

 

“제 생각에는 말이죠.” 에버트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우리들은 저 바깥의 종족들에게 끔찍한 깜짝 선물이 될 거 같군요.”

 

힐다는 그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건지 깨닫는데 잠시 시간이 걸렸다. “전혀 웃기지 않아요. 그걸 농담으로 한 거였다면 말이죠. 인류가 정복전쟁이란 걸 멈춘 지 백 년은 지났다고요.”

 

“그렇죠. 백 년 전에야 침략전쟁을 벌이는 게 워낙 비싸고 위험한 일이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의 기술력으로 록솔라인이나 그 정도 수준의 종족과 맞서 싸우는 게 어떤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까? 아즈텍과 잉카에는 많은 용사들이 있었죠. 하지만 그들이 스페인 정복자들에 맞서 얼마나 잘 싸웠습니까?”

 

“저는 그저 우리가 지난 오백 년 동안 좀 더 지혜로워졌기를 빌 뿐이에요.” 힐다는 말을 마치고서 반쯤 먹은 샌드위치를 내려놓았다. 힐다는 이제 더 이상 배고프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란시스크!” 토그람은 수석 조타수가 절뚝거리며 그의 좁은 방으로 들어오자 외쳤다. 란시스크는 불굴호라고 잘못 이름 붙은 함선에 탔던 몇 달 전보다 여위어 있었다. 란시스크는 토그람이 지난번에 봤을 때는 없던 새 흉터 위로 새하얗게 털이 자라 있었다.

 

그럼에도 란시스크의 쾌활하고 만사에 초연한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자네, 총알을 막을 만큼 튼튼했던 건가? 아니면 저 인간들이 자네를 죽일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 건가?”

 

“후자일세. 내 생각에는 말이지. 저런 화력을 갖춘 자들인데 병사 한 둘쯤을 걱정할 필요가 있겠나?” 토그람이 씁쓸히 말했다. “나 역시 자네가 여전히 살아있을 줄은 몰랐네.”

 

“분명히 말하건데, 내 잘못은 아니었네.” 란시스크가 말했다. “내 옆에 있던 올그렌 녀석이…”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모든 것에 무심한 그답지 않은 목소리였다.

 

“자네 뭐 하는 겐가?” 대위가 물었다. “자네를 만나서 기쁘지 않다는 건 아니네만, 자네는 내가 두 눈으로 처음 본 록솔라인이네 우리가…” 이번에는 토그람이 망설일 차례였다.

 

“우리가 착륙한 이후로 말이지.” 고개를 끄덕이며 수석 조타수의 에두른 표현에 맞춰 말했다. 란시스크가 말을 이었다. “나는 자네 전에 다른 록솔라인을 몇 명 봤네. 나는 인간들이 우리가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듣기 위해 함께 지내는 걸 허락한 게 아닌가 싶네.”

 

“그들이 어찌 그럴 수 있겠나?” 토그람이 물었지만 그 질문에 답이 있었다. “아 그래, 녹음기. 그랬지.” 토그람은 억지로 영어단어를 발음했다. “그래, 그럼 고쳐 말해야겠군.”

 

그는 록솔라인이 50년 전에 정복한 행성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언어인 오야그로 말하기 시작했다. “란시스크,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같나?”

 

“록솔라로 돌아가야지. 고향에 지금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경고해야 해.” 조타수가 같은 언어로 답했다.

 

그 말은 그다지 토그람의 기분을 북돋아 주지는 못했다. “배가 실종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 그가 우울하게 말했다. “더군다나 고위 전쟁관께서 우리 말고 다른 후속함대를 보내신다 한들, 그들이 우리와 다른 운명을 맞이할 것 같지는 않군. 저 신들께서 저주할 인간 놈들은 전쟁 기계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네.”

 

그는 말을 멈추고 우울하게 보드카 병을 들이켰다. 토착민들이 빚은 술들은 대부분 역겨웠지만 보드카는 괜찮았다. “어떻게 저들은 저런 기계를 갖추고 우리나 다른 모든 종족들은 가지지 못했겠는가? 저들은 마법사임이 틀림없어. 지식을 위해 악마들에게 영혼을 판 거지.”

 

란시스크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 코를 떨었다. “나는 저들 학자 중 한 명에게 같은 질문을 했었지. 그는 인간의 언어로 우박인가 눈인가 아무튼 그런 뜻의 이름이 붙은 시인의 시를 들려주더군. 그건 갈림길에 섰다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고른 사람의 이야기였네. 그게 인간들이 한 일이라는 거야. 대부분의 종족들은 하이퍼 드라이브를 발견해서 우주로 떠나지만 인간들은 그러지 못했지. 그래서 그들은 다른 방향의 기술을 발견했다는 거야.

 

“그럴 리가 없네!” 토그람은 그 짧고 무시무시한 전투를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나는 장전하지 않고도 수십 발의 총탄을 갈겨대는 총을 봤네. 장갑을 두른 채 스스로 움직이는 포대와 알아서 목표를 쫓아가는 로켓도 봤지. 게다가 우리가 보지 못한 것도 많아. 인간들이 내게 말해준 게 있네. 한 방으로 도시 전체를 날려 버릴 수 있는 폭탄 말이야.”

 

“그건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구먼.” 란시스크가 말했다.

 

“난 믿네. 인간들도 그걸 말하며 두려워하는 눈치였으니까.”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들이 가진 건 단지 무기뿐만이 아닐세. 멀리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는 기계도 있지.  그리고 인간들에게는 계산을 해주는 기계도 있지. 녹음기나 그런 모든 것에 그 기계가 달려 있다더군. 저들의 의학기술은 어떤가? 나는 자네처럼 저들이 마법사라고 믿고 싶은 지경일세. 저들은 무엇이 질병을 일으키는 지 알고, 그걸 치료하거나 예방까지도 할 수 있네. 그리고 농업은 또 어떻고. 이 행성은 우리가 보고 들었던 그 어떤 곳보다도 북적이고 있네. 하지만 이 행성은 저 모든 인간들을 먹여 살리고 있지.”

 

토그람은 슬프게 귀를 흔들었다. “이건 불공평해. 고작 하이퍼 드라이브를 가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인간들은 다른 모든걸 가지고 있어.”

 

“그리고 인간들은 이제 하이퍼 드라이브까지 가지고 있지.” 란시스크가 일깨워 주었다. “우리 덕분에 말이야.”

 

두 록솔라인은 소름이 치밀어 오르는 걸 느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지?”

9개의 댓글

이 지옥같은 행성....
2018.03.11
뽀디임페리움오브맨!!!!
2018.03.11
크으으
이거 읽는건 이번이 처음이네
그동안 말로만 들엇는데;
ㅊㅊ
2018.03.11
좆간이 두 렵 다
2018.03.11
이거 2부격 이야기도 있는데 그건 번역 안됬나?
결국 우주로 퍼져나간 인간이 대 인류제국을 건설하지만 기술의 발달의 필요성을 못 느껴 몇백년이 지나자 오히려 기술수준이 퇴보되는 그런 스토리인데..
2018.03.12
@dasbootz
베트남전 미국 수준 기술력을 가진 파충류형 외계인한테 포로로 잡힌 인간이.

'아직 지구제국은 건재하다!'라고 벙카까는 내용이었음.

실상은 증기기관시대로 돌아갔지만.
2018.03.11
신성인간제국 만세!!!!
2018.03.12
저기 나오는 가지 않은 길 시는 로버트 프로스트가 쓴 시네
꺼무위키에 나와있는 번역본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잣나무 숲 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
끝 간 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나은 듯도 했지요.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사람이 밟은 흔적은
먼저 길과 비슷하기는 했지만,

서리 내린 낙엽 위에는 아무 발자국도 없고
두 길은 그날 아침 똑같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 먼저 길은 한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 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 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라고
내인생도 존버하는데 왜 아무것도 안굴러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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