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습작 소설] 완벽한하루 1화


"미친거아냐?" 큰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그가 아는 한 바라보고 있는 대상인 '현수'가 장기라는것을 두는 모습을 본 적 이 없기 때문이다. "졌다."  자신의 패배를 시인하고 있는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 그리고 한 동안 세 사람은 침묵을 이어가고 있었다. "자신만만한 이유가 있었구나?" 먼저 침묵을 깬것은 무의식중에 미친거 아니냐는 말을 했던 '재휘'였다. 또 다시 어색한 침묵이 찾아왔다.


사건의 발단은 모든일이 그렇듯 매우 사소한 것이었다.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인 '윤식'은 외모와 다르게 수다스럽고,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두 친구인 재휘와 현수와 항상 함께다니는 친구이기도 하다. 여느날 처럼 길을 걷던 세 사람은 인도 한쪽에 앉아서 장기를 두고 있는 두 사람을 지나치게 되었다. "구경하고가자." 빠르게 말을 뱉은 윤식은 친구들과 두 사람 모두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빠르게 다가가 구경을 시작했다.


다행히도 장기에 집중하고 있는 두 남자는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사실 집 밖으로 나와 장기를 두는 행위 자체가 남이 구경하는것을 은근히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리라. "너 장기 볼 줄 알아 현수야?" 재휘의 간단한 질문에. "아니." 간단하게 대답하는 현수였다. "아니 지금 세 사람이 걷고있어 그치? 근데 그 중에 두명이 장기를 볼줄 모르는데 혼자 저렇게 구경하고 있으면 어떡하라는거야?" 짜증을 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두 사람은 장기에 열중 하고 있는 세 사람 에게 다가갔다.


"아니 천궁필패라는 말도 모르세요? 거기서 그렇게 두면..." 말을 끝내지 못한 윤식은 한숨을 쉬며 말을 멈췄다. 장기를 두는 두 남자가 여전히 장기판을 보고있기는 하지만 표정을 찡그리는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천궁 어쩌고가 뭔지는 모르지만 너는 훈수금지 라는 말도 모르냐? 매너가 없어 매너가." 윤식의 태도를 비난한 재휘는 나머지 두 사람의 팔짱을 낀 채 현장을 이탈 하려했다. 그러나 윤식의 고집은 생각보다 강했다. "아 잠깐만 지금 거의 끝나가는데 결과만 보고가자." 손가락으로 한번만 이라는 표시를 하는듯 손가락 하나를 펴보인 윤식이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다.


"장군이다! 내가 드디어 10년만에 너를 이기는구나!" 장기에 집중하느라 한마디도 하지 않던 남자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내가 너에게 한 번을 이기기위해 피, 땀, 눈물을 흘려가며 장기를 공부해온지 거의 10년이 지났다. 이 오만방자한 녀석! 한 하늘 아래 두 태양은 있을 수 없는법. 오늘이야말로 너의 패배를 인정해야만 할것이다!" 조용하던 조금 전의 분위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큰 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마치 사극의 한장면을 보듯이 연극적으로 소리치는 남자. 그 반대편의 남자는 땀을 뻘뻘흘리며 장기판을 보고있었다. 그 와중에도 큰소리를 치던 남자는 그칠 줄 모르고 무어라 계속 소리치고 있었다. "이렇게 놓으면 간단한것을..." 중얼거리며 장기알을 대신 옮겨주는 윤식이었다. "......" 모든사람이 할말을 잃었다.


순간 세상의 시간이 멈춘듯 느껴졌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눈길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것이 느껴졌다. '큰일났다.' 아차싶었던 윤식은 자신의 죄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장기알을 마저 놓은 윤식은 도망가기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있었다. 상황으로 미루어봤을 때 저 큰소리치던 남자가 자신을 때려 죽일 것 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도망가려는 순간 눈치빠른 두 친구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아저씨 제가 잡았어요! 이거 엄청 잘못한거 맞죠? 얘 막 때려도되요!" 재휘가 신나서 소리쳤다. "야 이거 진짜 도망가야되 이거 심각하다고..." 작은소리로 재휘에게 항의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양 팔에 가해지는 악력이 강해지는것을 느껴야만 했다.


조금 전 까지만해도 땀을 뻘뻘 흘리던 남자는 기분은 좋지았지만 감정을 숨기며 말했다. "보아하니 장기 좀 둘줄 아시는 양반이구만? 근데 내가 원래 거기에 두려고 했어. 그러니까 너무 미안해하지 않아도되. 보니까 뭘잘못했는지는 본인이 알고있는거같구만" 친숙한듯 반말로 말하는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윤식의 멱살을 덮쳐오는 손길이 느껴졌다. 막으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지만 죄가 있는 윤식은 고개숙이고 가만히 있었다. "아니 이거 완전 미친놈아냐? 아니 미친놈맞지! 남 장기두는데 왜 와서 방해를 하냐고오오오!" 남자는 50대처럼 보이는 그의 외모와는 다르게 떼를 쓰듯이 따지고 들었다. "아 거 내가 원래 거기 두려고해서 별로 차이없다니까? 아직 안끝났으니 와서 앉아봐봐." 얄미운 말투로 말하는 그에게 빠르게 반박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훈수를 뒀는데 한 수 쉬어야 되는거아냐? 아니 이거 완전 양아치새끼네이거 너는 앞으로 김철수가 아니고 김양아치야 이새끼야" 그리고는 계속 무어라 말다툼을 이어가고있었다.


분명히 잘못한것은 윤식이었으나 이미 두 사람의 말다툼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아저씨들 얘가 진짜 쓰레기에요. 잘못했습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그냥 처음부터 다시 두시면 안될까요?" 재휘의 말에 김양아치라고 개명이되버린 김철수가 동조했다. "그래 처음부터 다시 두면 되잖아? 니가 그렇게 잘 두면 이번엔 이기겠지 영.희.야." "지랄하고 자빠졌네. 내가 지금 백만번을 지고 드디어 처음 이길것 같았는데 솔직히 이런 판이 또 오겠냐? 그리고 남들앞에서 이름 부르지말라고 누누히 말했다." 두사람의 대화를 듣다보니 두 사람의 이름은 철수와 영희였다. 도발하는 철수와 억울함에 몸부림치는 영희의 공방이 이어졌다. 그러던 와중 영희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야 거기 너 수염쟁이 와서 앉아봐라. 니가 나랑 한번 해보자 거절은 거절한다." 윤식에게 대국을 신청하는 영희였다. 윤식의 죄에 비하면 매우 신사적인 처사였으나 윤식은 자신에 대한 도발로 받아들였다. "아저씨, 방금 보니까 저보다 한참 아래이신거같은데...." 이번에도 말을 끝내지못한 윤식은 현수에의해 강제로 자리에 앉게되었다.


자리에는 조금 전 장기말들이 그대로 있는것으로 미루어보아 무승부로 끝내기로 합의한 것이리라. "닥치고 그냥 해라. 저분 말투가 조금 어린애 같긴 하지만 우리보다 어른이고 화도 많이나셨다." 현수는 윤식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다시 관전자 자리로 돌아가 서있었다. 억울하다는 듯 장기알을 정리하기 시작한 윤식은 빠른속도로 붉은색 장기알을 잡고 준비를 하고있었다. 그 모습을 어이없다는 듯 지켜보던 영희가 화난듯 세 음절로 끊어 의견을 피력했다. "내가. 한나라. 잡는다." 그리고는 붉은색 장기알을 빠르게 가져가 자신의 진영에 놓고있었다. "아니 제가 더 상수니까 한나라.." 이번에도 말을 끝내지 못한 윤식은 영희의 눈빛에 못이겨 녹색 장기알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도로옆으로 차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지만 둘만의 긴장감은 그런 소리 따위는 듣지 못하는듯 팽팽했다. 여기서 윤식이 졌을 경우 무릎꿇고 사과하기로, 영희가 졌을 경우 윤식의 죄는 없던것으로 하기로 약속이 되었다. "장군입니다. 외통수에요." 경기가 시작되고 5분쯤 지났을까? 윤식이 맥빠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장군은 아는데.. 외통수가 뭐냐?" 재휘가 물었지만 현수는 모른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외통수는 더이상 멍군을 칠 수 없고 패배를 인정해야만 한다는 뜻이여." 철수의 간단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 재휘는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윤식이가 이긴거네요?" 철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얼굴이 붉어진 영희는 그대로 굳어있는 듯 보였다. 누가 봐도 너무나도 쉽게 결판이 나버렸다. 윤식은 무어라 한마디 하려했지만 영희의 안색을 살피고는 이내 가만히 있었다. 영희가 패배를 선언할 때 까지 기다리겠다는 모습이었다. "보니까 대충 어떻게 하는지 알겠네. 내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뜬금없이 현수가 끼어들었다. "뭔소리야 현수야 너 장기 볼줄모른다며?" 재휘가 물었지만 윤식은 이상하게 자신만만한 태도였다. "졌다." 짧게 인정하는 영희의 말. "고생 하셨습니다." 역시나 짧게 인사하며 일어나려는 윤식을 현수가 말렸다. "나랑 해보자" 짧게 한 마디 던진 현수는 영희에게 양해를 구한 뒤 영희가 앉아있던 곳에 자리를 차지했다.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는데 윤식인지 하는 친구가 잘 두긴하네. 이 말없는 친구도 모르는 척 했지만 사실 잘 두는거겠지." 재휘는 어리둥절해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원래 장기를 두고있던 두 남자는 자리를 뺏겨 관전자의 자리로 가있었다. 이상황이 희극적이게 느껴지는 재휘가 소리죽여 웃었지만 혼자 웃고있는 듯 하여 이내 두 사람의 경기에 집중했다. 2분쯤 시간이 지나 빠르게 결과가 나왔다. 당연하게도. 현수의 패배였다.









지적 바랍니다.


1개의 댓글

2018.02.15
윤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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