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유사인간

유사인간

31 살 그저 그런 일본의 대학을 졸업하고 가지고 있는 재주라고는 그저 약간의 글을 깨작거리는 것뿐이었다. 연애는 언제나 번번히 변변치 못하게 별 볼일 없이 끝나고, 유일한 재주라고 생각 하는 글을 깨작거리는 것은, 말 그대로 깨작거린다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체, 글이 아닌 바닥만 깨작거리면서 긁고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글을 쓴다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만 가진 체로 실행할 의지는 멸망한 체로 결국 아무것도 창조해 내지 못한 체 망연자실 하고 있을 뿐이다. 말 그대로 끄적거림이라는 발버둥으로 그저 글을 쓴다며 자위 한 체로 정신을 간신히 붙잡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취직을 위해 뭔가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력서를 넣지만 이력서에 들어가는 것들은 라기 보다는 그저 삶에 이력이 난 유사 인간이 있을 뿐이었다. 마치 위에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스스로에게 취직활동은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기 위해 그저 이력서와 면접을 보지만 결과적으로는 구한 일조차도 오래 하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었다.

집에서 나가지 않은지 며칠이 되었을까. 집안의 암막 커튼은 집으로 들어오는 빛을 막아 자동적으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저 가끔 뱃속에서 울리는 소리가 밥 먹을 때다 라고 알려 줄 뿐이었다. 거기에 옆에 산처럼 쌓여있는 카페인 음료들은 만약 지금 당장 뭔가 내 눈앞에 헛것들이 보여도 별로 이상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었다.

밤인지도 낮인지도 모르는 방안에서 다양한 불청객들이 내 머릿속을 방문했다. 이 손님들은 예고 조차 하지 않고 찾아와서는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놨다. 불청객의 종류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당장 취직에 대한 것들부터 시작해서 글에 대한 것도 있었으며 게임 영화 인터넷 방송 음악 책 사람 친구 여자 음식 그리고 자살까지 온갖 것들이 내 머릿속을 다녀갔다. 몇몇은 마치 내 머리가 자기 안방이라도 되는 것처럼 돌아갈 기세도 없이 계속 내 머릿속에서 거주하곤 했다.  그리고 몇몇은 마치 월급처럼 존재 했는지도 모른 체 그저 스쳐 지나가곤 했다. 우습게도 내 머릿속에 장기 거주 하는 것들은 대다수 부정적인 것들이었다. 행복한 생각 같은 건 정말 월급 보다 더 짧은 순간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 갔다. 아니 애초에 존재 했는지도 의문이 들긴 하지만.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어 가자면 자살과 죽음은 꽤 긴 시간 동안 내 머릿속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론 뭔가 괴로운 일이 있기 때문에 자살에 대해서 생각하긴 하지만 내 경우는 사실 괴롭다 라는 이유는 아니었다. 내 뜻대로 되지 않은 일이 내 인생에서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할 정도로 많긴 하지만 그것이 나를 괴롭게 만들지는 않았다. 그저 그런가 보다 하는 체념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내가 죽음에 대해 생각 하는 이유는 아마도 삶을 이어나갈 이유를 스스로 찾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왜 살아야 하는 가. 삶의 이유에 대해서 내 스스로 정하지를 못하겠다. 그에 반면 살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은 굉장히 많았다. 살기 위해 해야 하는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의 나로선 그저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죽음이 내 머릿속을 찾아 오는 경우가 많았다. 허나 물론 이것을 실천하는 용기는 없었다. 나 역시 죽음이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 인지라, 그저 삶에 대한 의지가 없다 보니 그 반대 급부로 죽음이 자연스럽게 내 머릿속을 차지한 게 아닌지 혼자서 추측 할 뿐이다.

띵동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날 찾아올 사람이라곤 가끔 수신료를 징수하기 위해서 찾아오는 NHK수금원뿐인 것을.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누구세요 하고 되물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저 문 뒤에서 의외의 답변이 나를 기다렸다.

안녕 하세요. 저는 당신의 죽음입니다.”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아니 의심하기 전에 그저 내가 뭔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 잠시 다시 한번 이야기 해주시겠나요?”

저는 당신의 죽음입니다.”

내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인터폰의 화면을 쳐다봤을 때 왜 인지 어디서 많이 본듯한 중년의 남자가 검은색 양복을 입고 서있었다. 이상한 기분이었지만 정말 어디에선가 그리고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잠시 옆에 쌓여있는 카페인 음료들을 보면서 내가 미쳤던지 아니면 저 사람이 미쳤던지 둘 중 하나겠구나 싶었다. 지금까지의 행적으로 봐선 아마 내가 미쳤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긴 했다. 어느 쪽 이든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겠지만 우선은 나는 그를 무시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저쪽이 미친 거라면 문을 여는 것만으로도 그다지 좋은 일은 생기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을 죽음이라고 칭하는 사람 이라면 더욱더.

그렇게 뒤를 도는 순간 그 죽음은 나의 앞에 미소를 띄우며 서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그 머릿속에 많던 수많은 불청객들은 어디로 간지 온데간데 없고 그저 새하얀 백지만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 이 집은 여전하군요. 우선, 당신은 미치지 않았습니다. 초인종을 누른 이유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걸 인식시키기 위해 누른 것 뿐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만약 웬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선 저는 당신의 죽음입니다.” 라고 하면 다들 자기가 미친 줄 알 거 아닙니까.”

그의 미소가 나에게 있어서는 물건 팔려고 온 잡상인이 보여주는 그런 미소처럼 보였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그 죽음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제 죽음이라구요?”

그는 그 수상한 미소를 유지하면서 내 질문에 대답을 했다.

, 그렇습니다. 하지만 죽음 이라고 말하는 건 좀 오해의 소지를 불러 올 수 있겠군요.”

나는 속으로 대체 내가 헛것을 상대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가 싶으면서도 자신을 내 죽음이라고 소개한 사내에게 호기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사내에게 물어봤다.

그럼 제 목숨을 거두어 갑니까? 저는 죽는 건가요?”

이쯤 되자 나도 될 되로 되자 라는 식으로 그 죽음 이라고 하는 사내에게 따지듯 묻기 시작했다.

아아, 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만. 아닙니다, 일반 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저는 당신의 죽음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죽음 그 자체는 아닙니다. 이건 언어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만, 전 당신이 생각 하는 죽음이라는 이미지 이지만 이 죽음이라는 이미지가 세간에서 생각하는 죽음과 일치하지는 않는 다는 거죠. 뭐 다르게 표현 하자면 저와 당신의 생명 활동 정지와는 직접적으로 관계는 없을 거라는 겁니다.”

나는 그 사내의 말이 무슨 말인지 직관적으로는 와 닿지 않았지만 그저 내가 죽지 않을 거라는 사실만 이해한 체 그 사내의 설명을 이해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제차 다시 질문을 했다.

그럼, 왜 제 앞에 나타난 거죠?”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는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게 가장 중요하죠 제가 왜 당신 앞에 나타났는지 말이죠. 하지만 설명하자니 쉽지 않군요. 우선 가장 큰 목적은 당신과 대화하기 위해서 라고 해두죠. 그리고 상시 당신의 머릿속에 거주하고 있는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것도요.”

나랑 대화를 하기 위해서 왔다고 말하는 그를 보면서 아, 내가 하도 대화할 사람이 없으니 내 뇌가 멋대로 상대를 만들어 내는 구나 하고 스스로 뭔가 이상한 납득을 해 버렸다. 내가 말을 이어 하지 못하고 무슨 말을 할지 망설이고 있자. 그 죽음 이라는 사내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우선 당신이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 해봅시다. 당신도 알다시피 당신은 항상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지요. “

나는 그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죽고 싶다는 것은 아닐 겁니다. 아마 살고 싶지 않다 쪽이 더 가깝겠죠.”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그저 그를 뻔히 응시할 뿐이었다.

죽고 싶다 라고 하는 건 당장 능동적으로 삶을 끝내고 싶은 것이겠지요. 하지만 당신은 막연히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긴 하지만 실천하자 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죽을까 라고 생각하는 정도지요. 삶을 능동적으로 이어가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삶을 끝내야 하는 이유는 없고 또 끝내고 싶지도 않은 거죠. 그저 삶을 이어가기 위해 해야 하는 여러 가지 일들이 너무 귀찮고 번거로워서 막연히 죽음을 생각하는 것뿐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 사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스스로의 죽음에 대한 태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스스로를 나의 죽음이라고 칭하는 사내의 이야기는 틀린 것이 없었다. 아니 너무 정확해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 사실 당신에게 살아야만 한다라던지 죽음은 나쁘다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그런 건 그저 세간의 통념 같은 거죠. 실제로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 예를 들면 우울증이 걸린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는 그저 먼 세상 이야기일 뿐이죠. 그럼 여기서 우리들이 생각해볼 건 그런 통념이 아니라 좀더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가 내 앞에 나타난 이유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가장 그럴 듯 한 것은 아마 내 뇌가 스스로 자가 치유를 위해서 이런 환상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하는 쪽으로 결론을 지었다.

, 사람이 태어나는 데는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태어나는 거죠 하지만 그 삶을 이어가는 데는 그 사람 나름대로 이유가 필요한 법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왜 지속해야 하는지는 일반적으론 고민 하지 않죠. 그렇게 될 경우 자신의 삶에 회의가 들 때, 혹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 더 이상 어떠한 자신도 없을 때 삶을 지속 하는 것에 대해서 주저 하게 되는 거죠. 혹자는 죽음을 생각 할 수도 있고. 이때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고민합니다. 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것이 인생이라는 단위로 가게 된다면 어떨까요?”

그렇게 말하니 내가 인생에서 선택한 것들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난 내 인생에서 얼마나 능동적으로 살아 왔는가, 또 지금 나의 이런 무기력한 기분은 선택하지 못한 것들의 반동이 아닐까 하고. 응당 선택해야 하는 것들을 외면한 체 수동적으로 살아 온 것에 대해서.

아마 당신 자신도 어느 정도 자신에 대해서 파악은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 유사인간 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딱 걸 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을 정도군요. 인간이 인간으로서 있기 위해서는 뭐 다양한 기준이 있겠지만 중요한 척도 중 하나는 삶에 대한 주체성이 아닐까 싶군요. 삶에 질질 끌려서 만신창이가 되어서 살아 있는 것 자체만 자신의 존재 의의가 되어버린다면 인간으로 서의 삶이라기 보단 말 그대로 유사인간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유사인간. 그래 내가 그런 말을 했던 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저 사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가 내뱉은 단어들을 천천히 곱씹어본다. 유사인간 그리고 주체성. 삶에 대해서 자신의 선택이 가지고 오는 결과들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 갈 때 마다 느꼈던 것들. 그리고 그 선택들이 가지고 오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들이 쌓이면 어느 새인가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자신이 없어지고 선택 하는 것 자체를 기피하게 되었다. 선택과 자유. 그것은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라고들 말하지만 보통 그 뒤에 동반되는 고통을 쉽게 간과하곤 한다. 주체성 이라는 것은 선택 과 자유가 가지고 오는 실패와 그 실패에서 맛보게 될 좌절감을 우리들은 선택과 자유라는 그럴 싸한 말로 감추곤 한다.

그 죽음이라고 칭하는 사내의 말을 듣고 있자니 전에 내가 본 인도 소설 중 하나 생각났다, 정확한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용은 결혼에 대한 인도 여성의 이야기였다. 인도는 여성이 결혼을 할 때 부모가 정해준 사람과 결혼할 때가 많았다. 이 책은 이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선택에 대한 고통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으레 자유와 선택이라는 단어는 긍정적이고 좋은 것이라고 만 이야기 하지만 이 책은, 정해져 있는 것들을 거부하고 자신이 선택함으로 초래하게 되는 선택이라는 고통과 또 자신이 선택함으로 써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선택과 자유가 진정 좋기만 한 것인가 라는 의문을 나에게 던져줬다. 결국 인간이란 건 저 선택과 자유가 가지고 오는 양면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유사가 아닌 오롯이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는 내가 그의 말을 곱씹고 있는 것을 골똘히 보더니 이내 다시 말문을 열었다.

“”뭐 유사인간 이라고 해서 비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저 차이점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위해서 쓴 표현일 뿐이죠. 그리고 당신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 인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정할 문제이지 타인이 왈가왈부 할 문제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저, 자신을 유사인간이라고 칭하면서 현재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에 대해 인지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 꺼낸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자신의 인생에 만족 한다면 그게 유사인생이든 유사인간이든 고민할 필요가 없는 거죠. 허나 자기 스스로가 자신을 유사 인간이라고 칭하는 것 자체가 이미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 사내의 말을 들으니 내가 말 했던 유사인간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나는 왜 나를 유사인간으로 칭하였는가 그의 말대로 난 나 스스로에 대해서 만족 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것도 자신이 정한 최저한의 인간이란 기준에서 미달되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바꿀 수 없는 자신, 혹은 바꾸지 않는 자신에 대한 비하의 의미로 나는 유사 인간이라고 스스로를 칭한 것 같았다. 물론 바꿔보자 라고 해서 마음 먹은 데로 바뀐다면 스스로를 비하할 필요도 없긴 하겠지만.

, 앞서 말했다시피 전 당신을 바꾼다 던지 생각을 고쳐보겠다고 온건 아닙니다. 당신은 당신만의 인생과 삶에 대한 생각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스스로를 유사인간으로 칭하면서 괴로워한다는 건 결국 현재 상황에 대해서 바꿀 의지가 있다는 겁니다. 의지가 행동으로 실천되는 때 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스스로를 유사인간으로 칭한다는 것 자체는 전 변화에 대한 자기 반성이라고 생각되는군요.”

그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나에게 다가와서 내 머리를 똑똑똑하고 두드렸다. 마치 노크를 하듯이. 나는 일순간 대체 뭘 하는 건지 감을 못 잡고 그저 그가 하는 행동을 멍하니 처다 볼 뿐이었다 그러더니 내 머릿속으로 자신의 손을 집어 넣고는 나지막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으흠 이건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이건가.”

그러곤 나의 머릿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사람의 팔이었다. 그 팔을 잡고는 쭉 하고 나의 머리에서 끄집어 내었다. 그렇게 나온 것은 의아하게도 사람이었다. 아니 사람 모양의 어떤 것 이라고 하는 편이 더 나았을까 그 것은 죽음이란 사내처럼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 광경에 그저 정신이 팔려 아무 말도 없이 쳐다보는 나를 보며 그 사내는 이제야 내 상태를 눈치 첸 듯이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게 아마 당신의 머릿속에 장기 거주하고 있는 죽음이라는 녀석입니다. 근데 말씀 드렸죠 제가 당신의 죽음이라고.”

그렇게 말하고는 그 죽음이라는 사내는 자신이 들고 있는 자신과 똑 닮은 사내를 털기 시작했다. 마치 먼지를 털듯이. 그러자 그 죽음과 똑 닮은 사내에게 뽀얀 먼지가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 먼지 안에서 어려가지 것들이 떨어져 나가는 게 보였다. 그 먼지가 하나 둘 떨어져 나갈 때마다 그 죽음이라는 사내의 옷 색이 바뀌는 게 눈에 띄었고 그리고 먼지가 다 떨어졌을 때 그 모습은 였다.

당신의 머릿속에 계속 거주하고 있는 건 죽음이 아닙니다. 당신의 죽음은 저 외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뭐 생긴 건 저와 별반 다를 바 없긴 하지만 저 친구는 삶이란 친구죠. 저 친구가 없다면 저는 존재하지 않고 제가 없으면 저 친구의 가치는 아마도 사라지게 되겠죠. “

그 삶이 라는 사내는 그저 하얀 양복을 입고 있었다 뿐이지 나와 똑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곤 갑자기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는 게 아닌가, 죽음이라는 사내의 손을 뿌리치고는 나의 얼굴에 주먹을 갈겼다. 나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차가운 다다미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이게 무슨!”

내가 따지기도 전에 그 삶이라는 녀석은 내 멱살을 잡고 한대 더 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자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삶이라는 사내의 주먹을 잡으면서 말을 시작했다.

, 이 친구가 이러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닙니다. 이해하셨을 거라고 봅니다만 지금까지 당신이 죽음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삶이었습니다. 그저 삶을 이어가기 위한 것들 하나 둘씩 외면하고 그 삶 위에 여러 가지 것 들을 덮어둔 결과 그는 훌륭한 유사 죽음이 되었지요. “죽고 싶다살고 싶지 않다.” 는 물론 다르지만 둘 다 죽음처럼 보일 수는 있으니까 말입니다. 당신이 자살을 하던 뭘 하던 상관은 없지만 이런 식으로 삶을 죽음으로 착각 해버리면 저도 곤란하거든요. 이게 제가 당신을 찾아온 이유입니다. 죽는 건 상관 없습니다. 하지만 그전에 자신의 삶을 한번 똑바로 쳐다보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죽음이라고 생각했던 것 들이 죽음이었는지 그저 삶의 방치였는지. 멋대로 착각해서 내가 나타나는 것도 꽤나 불쾌한 일이니까 말입니다.”

그는 그렇게 말을 하고 다시 그 나와 똑같이 생긴 이라는 사내의 팔을 들었다. 그러자 그 새하얀 사내는 다시 축 처진 체 몸에 힘을 뺐다. 그리곤 아까 나의 머릿속에서 그 사내를 뽑아 냈을 때와 같이 다시 그 사내를 들고 내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 이걸로 제 용무는 끝난 듯싶군요. 뭐 우리 되도록이면 만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요 우리들의 만남은 일생에 한번이면 족한 거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그대로 잠이 든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다 그건 꿈이었나? 환상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거울을 봤다. 거울 속 내 얼굴은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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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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