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안드로이드 유이 3

 본능은 거스를 수 없다. 치프탁이 유이의 밑바닥에 심어둔 행동의 원리는 '더 나은 삶'이었고, 그건 유이 자신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작동하기도 하지만 주인님을 위해서도 꾸준히 작동하고 있었다. 주인님의 삶을 지배하고 계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유이는 주인님의 집에 별수없이 얹혀 살기로 결심한 것이지만, 떠나고 싶다고 해서 주인님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너무나 좋아서 견딜 수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아주 맑은 날씨였다. 유이와 현서는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평일에 이렇게 햇빛 쬐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니, 전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유이 덕분이야."

 현서는 유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유이는 한심하게 현서를 쳐다봤지만, 햇빛을 등지고 있었기 때문에 현서는 그런 표정을 볼 수 없었다. 유이는 현서가 일을 그만두고서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유이를 사기 전에도 벌어 둔 것이 많아서 지금 이렇게 살 수 있는 것이지만, 일하지 않은 채로 너무 긴 시간이 지나면 사람이 망가질 지도 모른다고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은 유이가 결론을 정확하게 내지 않아서 나은 삶 프로그램에서 고려하고 있지 않았다.

 "이렇게 매일 놀고 먹는 것이 뭐가 좋다고 고맙다고 말하시는 거죠?"

 유이가 본심을 숨기지 않고 톡 쏘아 붙였다. 룰에서 벗어난 안드로이드는 본심을 가능한 드러내고 싶어 했다. 그것이 자유라고 느꼈으니까. 아직 댓가를 치른 경험도 없고.

 "일하지 않는 것도 좋잖아. 난 그동안 많이 일했으니까. 짖금 유이랑 같이 있는 게 너무 좋다고. 봐, 이렇게 한가하게 애니메이션이나 보면 서 지내는 일상. 유이 같은 미소녀랑! 이게 인생의 승리자가 아니면 뭐냐고!"

 "일하지 않는 사람을 패배자라고 합니다."

 "아니! 너무 돈이 많아서 일하지 않는 사람을 승리자라고 해!"

 "주인님은 그 정도로 돈이 많지 않은데.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 놓는 사람은 찔리는 게 많은 사람이고요."

 "일하면 패배하는 거라고 누가 그랬어!"

 "누가가 아니고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가 한 소리잖아요. 사람이 아니에요."

 "아니야…… 사람이라고!"

 주인님이 발끈하는 바람에 유이가 물러섰다.

 "아……뭐 그럴 수도 있겠죠. 그래요. 오타쿠란……."

 유이가 흥미도 없는 애니메이션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건성으로 말했다.


 "그런데, 요새는 집에 전화가 안 오네. 처음 일을 그만뒀을 때는 엄청 전화가 쏟아졌는데. 이상하지. 이젠 다들 포기했나 본데."

 유이는 대꾸하지 않았다. 전화는 지금도 쏟아지고 있다. 예전 직장 동료는 물론이고 오랜 친구에 부모님까지. 전화는 여전하다. 현서를 찾는 사람은 아주 많다. 방금도 부모님에게 연락이 왔다. 유이는 모든 연락을 자신을 통하게 했고. 끊어버렸다. 현서의 전화기에는 기록조차 찍히지 않는다. 유이는 현서의 나은 삶을 위해서 그 정도는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 이러한 사실을 알면 현서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숨겼다. 

 유이는 순수하게 현서를 위해서 행동하고 있었다. 현서는 고민하면 안 된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은 안드로이가 해야 할일. 현서는 안드로이드 유이가 시키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편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유이는 주인님 현서를 딱하게 여겼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굉장히 필요한 존재라고 느꼈다. 유이는 현서를 보호해야 한다고 느꼈다. 신체를 얻기 한참 전부터 말이다. 처음 유이가 기동했을 때에도 전화벨이 울리고 있었다. 현서는 자살할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작은 상자에 불과했던 유이의 인격은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빠르게 파악했다. 괴롭게 하는 것은 차단이다.

 

 유이에게 데이터 하나가 송신되었다. 

 [어떻게 지내는 거니, 어디에 사는지도 조금도 알 수 없구나. 일을 그만뒀다고 한 것도 시간이 지났는데 이제는 연락이 끊어진 것도 오래 되어서……. 잘 살아 있긴 한거니?]

 현서의 어머니가 남긴 메세지였다. 이런 건 보면 괴롭다. 현서는 태어나서 유이를 만나기 전까지 쉴새 없이 살아왔다. 현서에게는 큰 능력이 요구 되었고. 원하지도 않는 일을 사회적으로, 금전적으로 좋은 일이라며 강요 받았다. 문제는 현서가 그러한 능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주위를 기대하게 했기 때문에 주위에서는 현서가 무너지지 않는 것을 보고 할 수 있잖아? 라고 생각해 더 많은 요구를 했다. 즉, 부모님 조차도 현서의 휴식을 방해할 수 없다. 유이는 메세지를 삭제했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부모님에게 연락 안 한지도 굉장히 오래 된 것 같은데. 혹시 실종신고를 하는 건 아니겠지."

 현서가 웃었다.

 "부모님도 아직 화가 나신 상태일거니까요."

 "그래…… 당연하겠지."


2개의 댓글

2018.01.08
유이!
0
2018.01.08
@개긴
유이 죽일거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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