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망상 3

누군가와 걷고 있을 때에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을 기대하고 걷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장시간 대화가 없는 것은 어쩐지 불편한 기분이 들기는 한다 그게 문제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말이다.

문제라고 한다면 주변이 너무나도 조용하다는 점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조용한 분위기가 너무나도 싫은 느낌이였다 그렇다고 대화에 대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였고 무엇보다도 이렇게나 조용한데 인기척이 느껴진다는 점이 더더욱 내 기분을 망가트리고 있었다.

무언가라도 좋다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은 기분이 끓어올랐다.


"왜 이렇게 조용한건지 모르겠네요"


"그러게"


나보다 약간 앞장서서 나가고 있기에 그녀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나와 대화하고 싶은 느낌은 아니였다 목소리톤을 들어서는 더더욱 그러했고 그렇기 때문에 다시 침묵의 시간이 길게 이어져나갈 것이라고 생각한 그 순간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평소에는 주변의 소음이 너무나도 많다고 생각하지 않아? 차소리도 주변의 들뜬 분위기에 시끄러운 길거리의 목소리도 쩌렁쩌렁 울리는 음악들도 그럴 때에는 마음 속에서 부터 찌그러트리고 싶은 기분이 울컥 솟아오르기도 해 어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조용함에 찬사라도 보내고 싶은 기분이야"


그녀의 말에 일부분 공감하면서도 사실 이 조용함에 나는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차가 안다니기에는 너무나도 이른 시간이 아닌가? 게다가 주변에 불이 하나도 안보이는 것도 더더욱 신경이 쓰인다 솔직히 말하자면 공포감조차 느끼고 있었다 마치 이 순서대로라면 그녀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귀신의 얼굴이 되어있다고 해도 자연스레 납득할정도였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녀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았다.


"으아아아아아악!"


순간적으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였지만은 너무나도 내 생각의 타이밍이 절묘했다는 점이 그러했다.

그러나 나의 비명의 이유와는 다르게 그녀는 너무나도 평온한 얼굴이였다 이전까지도 볼 수 없었던 너무나도 평온한 얼굴에 내 놀란 기분도 물에 끼얹어진 불처럼 잦아들었다.


"마트로 가보지 않을래?"


그런 평온한 얼굴로 그런 소리를 하니 갑자기 맥이 빠졌다.

마트에 무슨 용무라도 있는 걸까 뭐 사소한 이유야 어찌되었든 안식이라도 찾은 표정으로 그런 소리를 하니 어쩐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실망을 하고 말았다.


"상관없겠죠"


그렇게 말하고는 5분을 더 걸어서 대형마트에 도착했고 나는 아까부터 느낀 위화감의 정체를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이 한 명도 없네요"


그녀는 나의 말에 아랑곳하지않고 마트로 들어가버렸다.

그녀가 내 말에 충격을 받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이 상황에 오히려 들뜬 것처럼 보이는 것은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맥빠짐이였고 공포가 치밀어올라야할 상황에서도 나도 그녀의 영향을 받아 뭐가 어떻게 되어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마트의 불은 꺼져있고 날도 어두워졌지만 달빛이 어스푸레하게 들어와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였다.

그녀는 마트를 어슬렁거리다가 가구매장의 침대에 그냥 누워버렸다.


"별로 놀라지 않으시네요"


"놀라야되나?"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마치 알고 계시다는 듯이 행동하셔서..."


"내가 바라마지 않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 내가 당황해야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어?"


그 말을 듣고 나도 적당한 침대에 기대어 앉아서 그녀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아까전에 했던 질문의 계속인데요... 만약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자신도 희생할 수 있으신가요?"


그녀는 차분하게 눈을 감고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할 수 있어"

1개의 댓글

2018.01.05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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